〈소피의 세계〉(감독 이제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01 〈소피의 세계〉
4월 6일 오늘의 큐 💡
Q.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
님, 여행 프로그램 자주 보세요?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거 같아요🎒 그 중 제가 재밌게 보는 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처럼 외국인들이 한국을 여행하는 프로그램! 저에게는 일상적인 지하철 타기, 음식 주문하기 등을 낯설어하는 모습을 보면 익숙한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도 하고, 이상하게...이상하게 말이죠.... 더 좋아보이더라고요😅 평소에는 복잡해서 싫기만 하던 곳들이 활기차 보이고, 참견 같던 행동들도 한국의 정(情)인 것만 같고요. 왜 그런 걸까요? 

잘 모르긴 몰라도, 확실히 깊숙히 위치한 내부인과 잠시 들른 외부인의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겠죠. 영화 <소피의 세계> 속 수영과 종구, 그리고 소피가 그렇습니다. 아름다운 동네 '북촌'에 살고 있는 수영과 종구. 위치가 좋다보니 '에어비앤비'처럼 여행객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있지만, 사실 이들도 이 집의 세입자입니다. 법적으로 불법이지만 부수입을 벌기 위해 집주인 몰래 시작하게 된 건데요. 하지만 여행 온 소피에게는 당연히 복잡한 사정이 전해질 수 없고, 전해질 필요도 없어요. 그저 따사로운 가을날, 북촌의 한 젊은 부부와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뿐이죠🍁
가끔은 외부인으로 남아있는 것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더 좋을 때도 있는 거 같아요. 적당히 모른 척, 큰 책임이 따르지 않는 조언을 건넬 수도 있죠. 또 그런 순수한 제안들이 오히려 한 발 떨어져 볼 수 있게 해주는 경우도 있잖아요. <소공녀> 속 미소 또한 미소의 친구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전고운 감독의 영화 <소공녀>도 함께 소개해드릴게요!

님, 인디즈들도 매일같이 영화를 보고 글을 쓰면서 가끔은 급하게, 가끔은 힘들게 레터를 보내기도 했는데요. 인디씨커👀분들의 애정 담은 추천사에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 번 좋아하는 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받은 따스함을 이번 레터에 실었어요🌻 이번 주도 다정한 한 주 보내세요!

1인분의 세계가 차지한 부피의 외연을 따라서

〈소피의 세계〉


현실을 사랑할 자신이 없을 때 전시회장을 찾는다. 사진으로 그림으로 투영된, 작가의 눈에 비친 세상을 보고 있노라면 새삼 이곳이 아름답다는 걸 깨닫는다. 냉담한 마음이 그제야 사르르 녹는다. 북촌에 여행 온 소피(아나 루지에로)를 둘러싼 현실도 마찬가지다. 도무지 사랑할 수 없다. 소피의 시선이 아니라면.

소피가 머무는 집의 주인 부부, 수영(김새벽)과 종구(곽민규)는 실은 그 집의 세입자다. 그들은 소피에게 집주인을 만나면 여행객이 아닌 친구인 것처럼 거짓말해 달라고 부탁한다(그리고 이것은 불법이다). 소피는 닫힌 방문 너머로 부부의 울음과 서로를 향한 날카로운 목소리를 듣는다. 종구는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을 상대를 다그치고 고함치는 것으로 대신한다. (...) 힘들어하는 수영을 보고 나서야 종구는 반성한다. 그들은 이것도 사랑이라 눙치지만, 일련의 상황을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던 나는 하염없이 괴로워진다.


다행히 한국어를 잘 모르는 소피의 세계에는 닿지 않는 말들이다. 소피는 “모르는 말 사이에 있는 거 정말 힘들”다며 수영과 소피 사이에서 영어가 서툴러 소외되는 종구의 입장을 헤아려주지만 정작 모르는 말 사이에 있는 건, 그래서 다행인 건 소피다. 소리의 날카로움이나 높낮이로는 헤아릴 수 없는 지저분한 사정을 걸러내면 그 아랜 수영과 종구의 슬픔, 서로를 향한 미안함, 애틋함만이 남는다. 소피에게 두 사람은 가끔 서로 날 세우지만, 꽃과 함께 사랑을 주고받는 사랑스러운 외국인 부부일 뿐이다.

소피가 겪는 세계는 언어의 장벽을 보호막처럼 두르고 있다. 수영의 집을 조카에게 보여주기 위해 찾아온 집주인이 세입자가 아닌 소피가 집에 혼자 있는 걸 보고 한바탕 난리를 치지만 짜증 섞인 뉘앙스 너머 무례한 말까지 통역되지는 않는다. 소피가 북촌까지 와서 찾았던 친구, 주호(김우겸)의 삶을 마주할 때도 마찬가지다. 소피는 그가 자신을 구해준 과거의 일을 재차 고마워하지만, 관객은 주호가 치킨집에서 자신 때문에 우는 여자를 두고 도망가는 장면을 꼼짝없이 목격한 뒤다.

사실 〈소피의 세계〉의 주인공은 소피가 아니다. 소피의 북촌 여행으로부터 2년여가 흐르고 우연히 그의 블로그를 발견한 수영의 내레이션이 이야기를 끌어간다. 수영은 인생의 밑바닥이었을지 모르는 순간을 외부인의 눈으로 다시 복기하며 흐려지고 성긴 기억을 아름답게 덧칠한다.


소피를 통과해 본 북촌의 기억이 따스해 보이는 건, 불가해한 영역의 공백을 그대로 두어서일까. 수영이 자신을 탓하고 원망할 거라며 종구가 괴로워했던 것처럼, 주호가 방황하는 이유가 자신에게 있을 거라고 짐작한 여자처럼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을 곡해하지 않고 보이는 만큼만 이해하고 더 파고들어 마음 쓰지 않는 게 답일까. 소피의 세계는 그가 겨우 닿은 타인의 외피다. 우리는 손톱만 한 타인의 껍데기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그것이 전부라고 착각하며 악을 쓰고 고함치고 있지는 않았나. 우리는 소피의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까.


인디즈 은다강
소피의 세계(감독 이재한)

극영화|114분|12세이상관람가


우연히 여행 블로그 속에서 자신의 사진을 발견한 수영. 그곳에는 2년 전 만난 여행자 소피가 한국에서 머문 나흘의 기록이 있다. 
수영은 소피의 일기를 통해 최악의 시기를 버티던 남편 종구와의 일상을 새롭게 바라본다. 그때는 알 수 없었던 감정과 사실이 이해될, 것도 같다.  
소피가 써 내려간 세계 속에서 다투고 울고 웃었던 우리는 어떤 마음을 남겼을까? 

내 친구의 집...뿐만 아니라 내 집은 어디인가 🏘️

‘집’이라는 공간

〈소공녀〉


‘집’이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가장 편안한 나만의 안식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기본 요소로 먼저 인식되는 곳, <소피의 세계>는 주 무대이자 주요 화두로서 ‘집’이라는 공간을 조명한다. 그곳은 오해와 다툼의 시발점이 되기도 하고, 타인과 마주하는 장소이기도 하며 과거와 현재의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기만의 세계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이렇게 <소피의 세계>가 특정한 하나의 공간을 비추며 집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자기의 집을 떠나 바깥세상을 유영하며 집이라는 공간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 <소공녀>가 떠오른다.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는 하루하루 한정된 소득과 예상치 못한 물가 상승이 맞물리며 고정 지출 항목 중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선택의 기로에서 그는 좋아하는 것을 누리는 삶을 위해 담배와 위스키를 택하고, 자신이 살고 있던 집을 나온다. 이는 평범하고 일반적이라고 여겨지는 기준과 다른 처사처럼 느껴지다가도 의연한 미소의 모습에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예전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다른 세상으로의 여정을 시작한 미소는 조급하거나 불안정한 기색이 없다. 오히려 자신의 공간으로 미소를 초대한 이들에게서 어떠한 결핍이 느껴진다. 집을 나선 후 자신의 세계를 자유롭게 지정하고 마주하는 미소를 보며 ‘집’이라는 공간에 부여해왔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인디즈 유소은

소공녀|2018년|106분|극영화

하루 한 잔의 위스키와 한 모금의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다면 더 바라는 것이 없는 3년 차 프로 가사도우미 ‘미소’. 새해가 되자 집세도 오르고 담배와 위스키 가격마저 올랐지만 일당은 여전히 그대로다.

좋아하는 것들이 비싸지는 세상에서 포기한 건 단 하나, 바로 ‘집’.
집만 없을 뿐 일도 사랑도 자신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랑스러운 현대판 소공녀 ‘미소’의 도시 하루살이가 시작된다!

안녕하세요 독립영화에 대한 가장 따뜻한 편지 인디즈 큐입니다만😎
왜 이렇게 으스대냐고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답니다. 지난 주 인디즈 큐 100호를 맞이해서 추천사 이벤트를 진행했던 것 기억 나시나요? 인디즈 큐를 아껴주시는 인디씨커 분들의 애정 담은 소개글들을 읽다보니 자연스레 어깨가 으쓱, 그리고 눈물이 찔끔....💧 났어요. 일단 자랑 좀 할게요! 

"내가 본 영화를 인터넷에 검색해도 결과가 시원찮을 때,

그 영화에 대한 더 깊고 긴 이야기가 필요할 때,

지금의 이야기와 연결되는 또다른 이야기가 듣고 싶을 때,

그냥 사람 사는 소식이 듣고 싶을 때. 뭐가 되었든요.

외로워지면 함께 읽어요. 글이 된 영화를요. 읽고 또 봐요. 영화가 된 글을요!"


"세상에는 수많은 이야기, 수많은 경험, 수많은 시선이 있지요.

꼭 크고 많이 들리는 이야기만이 좋은 이야기가 아니듯,

작아도 의미 있고 중요한 이야기를 발견하는 눈이 우리에겐 필요해요.

인디즈 큐는 그런 이야기를 발견하고 만나기에 좋은 시작이 되어줄 거예요."


"바빠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볼 겨를이 없는 요즘 같은 때

1주에 한 번 메일로라도 다양한 이야깃거리와 영화를 나눌 수 있는 컨텐츠,

인디즈 큐 추천합니다!"


"상업영화의 좁은 또랑에서 독립영화의 넓은 바다로 안내해 주는 인디즈 큐.

인디즈 큐를 읽다 보면 잘난체하는 처세술 책에서는 볼 수 없고

가끔 뭔가 안 풀리는 인생살이에서 지혜로운 실마리를 찾게 해줍니다."


"세상의 모든 독립영화를 가장 따뜻한 애정으로 소개하는 한 편의 도록"


"영화에 무심해지던 권태기 때 영화 감상욕을 올려주는 에피타이저 같은 편지"

 

      "내가 몰랐던 여러 이야기를 담아주는 따뜻함과 반가움의 레터"


        "독립영화와 나를 자꾸 떼어놓으려는 세상 속에서 야무지게 접착제의 역할을 해주는 반가운 편지,

        인디즈 큐를 추천합니다!"

        추천사에 유독 '따뜻하다', '다정하다'는 말이 많았어요. 독립영화를 향한 인디즈들의 마음이 전달된 것 같아 기뻤답니다☺️ 전부 싣진 못했지만, 보내주신 소중한 말들은 모두 잘 간직하고 있어요. 소중한 마음들을 잊지 않고 더욱 열심히 독립영화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인디즈 큐가 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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