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ata Jakowleff 레나타 야코울레프

“작업할 때 이따금 저는 저 자신이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흐르는 유리의 감독 혹은 옆에서 돕는 역할을 하는 어시스턴트라고 느낍니다. 저는 단지 유리의 조형적 성향에 맞추어 기록하고 예술적인 형체에 맞게 다듬는 일을 하는 거죠.” 
핀란드의 유리 예술가인 레나타 야코울레프는 장인정신과 예술의 교차지점에 있다. 그는 실험적이고 획기적인 테크닉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꾀한다. 그에게 유리는 빛과의 복합적인 관계성과 무한한 시각적 가능성을 지닌 소재이다. 야코울레프는 헤르토니에미에 있는 그의 스튜디오와 수오멘린나 섬의 유리 스튜디오 휴띠(Hytti)에서 주로 작업하며, 대량 생산된 오브제와 예술품은 글라스블로어(유리 부는 직공, glassblower)인 안티 톨스텐손(Antti Torstensson)과 함께 키이코이넨(Kiikoinen)에서 협업한다. 야코울레프의 작품은 전 세계 유리, 공예, 현대 미술을 주제로 한 전시회와 박람회를 비롯해 수많은 갤러리, 상점, 박물관에서도 볼 수 있으며, 퍼블릭아트로 제작되거나 개인 컬렉션으로 소장되기도 한다. 작가의 카탈로그도 여럿 출판되었으며, 유리에 관한 작업 외에도 기존 콘크리트 작업에 3차원 패턴과 질감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기술 ‘무오토베토니(Muotobetoni)’의 창안자이자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아래 이어지는 인터뷰에서는 레나타 야코울레프의 작업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작가의 작업과정과 태도가 들어있다. 본 ≪Coming Home to Seoul≫에서는 근작 <Myriad> 두 점과 <Green Pair>를 소개한다. 전시장에서 작품을 직접 감상 및 구매할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바란다.
🌲 로컬 크리에이터 인터뷰

레나타 야코울레프는 헝가리에서 태어나 핀란드에서 활동하는 유리 예술가이다. 그는 15년 넘게 유리로 작업을 해왔으며, 2010년 알토대학교 졸업 이후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고 다양한 국제 전시회와 박람회에 참가하였다. 레나타는 2018년 오르나모 상(Ornamo Prize)을 수상하였다. 인터뷰를 통해 그의 예술과 창작 과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Q. 작업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처음에는 유리의 자유로운 성질에 관심이 있어 소재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유리에 자연스러운 형태와 움직임을 통해 유리를 형성하는 형태를 탐구했습니다. 녹은 덩어리로 작업하면서 몸의 움직임과 액체 유리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이죠. 유리 작업은 마치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 따라 서로 다르게 포착된 제 신체를 고유하게 기록한 결과물로 느끼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유리라는 재료의 광학적 성질까지 확장해 포괄적으로 생각해보고 있어요. 그것이 매우 매력적인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요. 유리는 표면에 빛이 반사될 때 눈에 보이게 되는 것인데, 특정 각도와 조명에서는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럴 때는 보는 사람이 몸을 움직여 다른 각도로 이동해야지만 볼 수 있죠. 고체인 유리를 관찰하는 데 관람자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필수 요소입니다.”

Q. 작품의 디자인 과정이 궁금합니다.

“요즘에는 글래스 퍼(glass fur pieces)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빛을 반사하는 페인팅 작업과도 같죠. 리아 러그(rya rugs)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구조적인 면에서는 러그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리아 러그의 전통과 계승에 대해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이 작품들을 퍼(fur) 조각으로 보고 있고 이러한 작업과정에서 유리 소재의 본질에 대한 그간의 사색이 제 작업세계로 자리잡을 만큼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모피와도 같은 표면을 가진 저의 작품들은 제겐 마치 그림처럼 다가옵니다. 광학 유리는 빛의 조건에 따라 변하는 추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내죠. 생동감 넘치는 표면과 변화하는 빛, 움직임을 통한 시각적인 변주에 저는 끝없이 매료당합니다. 유리는 인공적인 합성 소재이지만 저에게는 진정성 있는 자연 재료로 비칩니다. 그러다 보니 소재를 두고 논하는 ‘정통성’이 매우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이는 오늘날 우리가 재료를 분류하는 방식과 연관된 과거의 추억이기 때문이죠.”

Q. 본인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이 있나요?

“아마 ‘다음에 만들어지는 것’일 거에요. 저는 항상 앞으로의 작업과 협업을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제 작품 중 그 어느 것도 완전히 만족스럽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언제나 불완전하고 미완의 생각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 작품 중 일부는 분명 제게 중요한 마일스톤으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한 작품은 대개 더 깊은 통찰력과 영감을 드러내거나, 혹은 그것을 만들 때 제 안의 무언의 깨달음이 있던 것이지요.”

Q.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으신가요?

“진정성입니다. 작업이 이론에만 바탕을 두는 것보다 재료를 출발점으로 삼을 때 진정성을 갖기 쉽습니다. 그런데도 작업 과정에는 선택의 여지가 매우 많죠. 그래서 저는 제 작업이 계속해서 덜어내는 일종의 청소과정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저는 작업 대상이 어떻게 묘사될 수 있을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합니다. 그리고는 그때그때 다가오는 아이디어가 현실에 닿지 못하면 제거하죠. 저의 예술적인 작업은 대부분 제 감정에 귀 기울이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이에요. 친환경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은 제 개인적인 원칙일 뿐이에요. 작업에는 오직 그 순간에 집중합니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균형에 관한 것이지요.”
전시장에서 작품과 직접 눈인사를 나누며 오직 둘만의 시간을 음미하고, 나의 이야기를 작품에 건네는 순간은 매우 뜻깊습니다. 여기에 그 작품이 만들어지게 된 맥락을 알게 되는 것은 작품이 고이 간직했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계기이자, 동시에 작품과 나 사이에 또 다른 서사가 만들어지는 사건이 되기도 하지요. 로컬에서 특별히 선별해 소개하는 전시하는 만큼 관련 이야기를 하나라도 더 전하고자 ‘로컬의 작가와 작업들’ 뉴스레터 시리즈가 약 50일의 ≪Coming Home to Seoul≫ 전시 동안 함께 합니다.

팩토리2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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