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찰리입니다.

오늘은 계절이 계절인만큼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를 한 편 들고왔습니다. 가을하면 역시 트렌치코트죠. 그리고 트렌치코트가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는 뭐니뭐니해도 누아르 영화입니다. 오늘은 누아르 영화라는 장르속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하게 보여준 프랑스 감독 장-피에르 멜빌의 영화 <그림자 군단>(1969)을 소개합니다.

장-피에르 멜빌  
오늘 소개할 감독의 이름을 듣고 '멜빌? 「모비 딕」의 멜빌?'이라고 생각하셨다면 바로 옳게 생각하셨습니다. 오늘 소개할 감독 장-피에르 멜빌의 "멜빌"은 그가 소설 「모비 딕」의 작가 허먼 멜빌을 매우 좋아했기에 그의 성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장-피에르 멜빌에게 특이한 이력이 있다면 그가 프랑스 레지스탕스에 속해 나치에 대항을 했던 시기가 있다는 점인데요, 레지스탕스에 있을때에 사용했던 코드네임 '멜빌'을 이후 영화감독으로 활동할때에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멜빌의 장기는 범죄/누아르 영화로 특히나 매우 드라이하고 미니멀리스트적인 느낌을 영화속에 담아냅니다. 멜빌의 영화속에는 트렌치 코트, 페도라 모자, 총, 담배가 단골로 등장하며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멜빌의 특유의 스타일은 워낙 특징적으로 자리잡았기에 2017년 뉴욕의 한 영화관에서 멜빌 회고전을 했을때 「더 뉴요커」의 한 기자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feat. 흔한 과몰입러):
"당신이 '필름 포럼'에서 곧 열릴 장-피에르 멜빌 회고전에 갈때에는 이렇게 참석해야한다: 아무에게도 당신이 무엇을 하는지 말하지 말라.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마저도 - 아니 특히나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은 - 몰라야한다. 담배를 피거나 말하는것중 하나를 해야만한다면 담배를 피워라. 옷은 너무 튀지 않으면서도 잘 입어야 한다. 비가 오든 말든 비옷(트렌치코트)을 단추를 잠그고 벨트까지 채워서 입어라. 모든 권총은 필요해질때까지는 코트 주머니속에 있어야한다. 마지막으로, 집을 나서기전에 모자를 써라. 모자가 없다면 당신은 갈수 없다."

멜빌은 "프랑스 누벨바그의 영적 아버지"라고 불릴만큼 프랑스 누벨바그에 매우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요, 이러한 영향을 끼치게 된 계기는 전후 조감독 면허를 얻기 위하여 지원하였으나 거절당한 일로 인한것이었습니다. 면허 거절로 인해 멜빌은 영화를 독립적으로 만들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하였고 그로 인해 스튜디오 안에서가 아니라 실제 장소에서 영화촬영을 계속 해나갔던 첫 프랑스 감독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956년에 만들어진 <도박사 밥>의 경우에는 핸드헬드 카메라와 한번의 점프컷 사용으로 프랑스 누벨바그의 선구자격인 작품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참고로 <도박사 밥>(1956)은 우리가 잘 알고있는 <오션스 일레븐>(2001)과 폴 토마스 앤더슨의 <리노의 도박사>(1996)에 영향을 준 영화입니다😁) 또한 누벨바그의 대표적인 감독 중 한명이자 얼마전 타계한 장-뤽 고다르가 자신의 첫 영화 <네 멋대로 해라>(1960)를 편집하면서 난관에 부딪히자 멜빌이 그에게 조언을 해주었고 이에 영감을 받은 고다르가 <네 멋대로 해라>(1960)의 업적 중 하나로 여겨지는 편집기법인 '점프컷'을 영화속에서 매우 인상적으로 활용한바 있습니다. (실제로 멜빌은 시나리오 쓰기와 더불어서 편집단계가 영화만드는 단계중 가장 즐겁게 하는 단계라고 코멘트하기도 하였습니다)

멜빌은 프랑스 누벨바그 외에도 마이클 만, 짐 자무시, 오우삼, 두기봉, 기타노 타케시 등 현재의 매우 다양한 감독들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오늘 소개할 <그림자 군단>(1969)은 멜빌의 대표작 중 하나이자 그의 가장 개인적인 영화로 알려져있습니다.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현실적인 묘사  
영화는 레지스탕스의 리더 중 한명인 필립 제르비에라는 이가 레지스탕스 내 어떤 이의 밀고로 포로수용소에 보내지면서 시작합니다. 그와 다른 이는 그곳에서 도망칠 계획을 세우지만 계획을 실행할수 있기 전에 제르비에는 게슈타포에 의한 심문을 위해 파리로 다시 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제르비에는 가까스로 탈출하게 됩니다. 레지스탕스에 복귀한 그는 곧 배신자를 색출해내서 그의 부하들인 펠릭스, 바이슨 그리고 레지스탕스가 된지 얼마 안된 새 멤버 마스크와 함께 그를 끌고 갑니다. 
<그림자 군단>(1969)은 프랑스 레지스탕스에 속한 멤버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생생하면서도 절제된 스타일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레지스탕스에서 실제로 활동한 경험이 있던 멜빌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이들의 삶이 다른 보통의 영화에서 묘사하는만큼 낭만적이지도 않고 드라마틱하지도 않다는것을 알았기에 이러한 연출을 하였습니다. 영화속 레지스탕스 멤버들은 007이나 제이슨 본처럼 엄청난 능력이나 장비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지극히 현실적으로 처음 해보는 일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레지스탕스의 멤버들은 모두 자신이 언젠가 고통스럽게 죽을것이라는 사실을 마음속에 품은채로 활동을 이어나가야만합니다. 그러한 절망속에서도 '옳은 일'을 하기 위해 계속해서 투쟁을 하는 모습은 굳이 신파나 극적인 연출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오히려 매우 절제된 스타일로 모든것을 보여주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눈물을 흘리게 만듭니다. 

<그림자 군단>(1969)은 처음 프랑스에 개봉했을때에는 드골에 대한 여론이 별로 좋지 않았기에 외면받았던 영화였습니다. 그렇기에 프랑스밖에서는 거의 상영되지 않았고 미국으로는 수출될 일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야 프랑스내에서 진면목을 재평가받았고 그로 인해 미국에는 2006년에서야 처음 개봉을 할수 있게 되었으며 영화는 많은 미국 영화 평론가들의 2006년 Top 10 영화 리스트에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영화 내내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명작 <그림자 군단>(1969)의 감상을 시도해보시는것은 어떠실까요?


P.S. <그림자 군단>(1969) 씨네폭스에서 단돈 500원에(!) 감상하실수 있습니다. (이 명작이 500원밖에 안한다는 사실을 좋아해야하는지 슬퍼해야하는지 참 미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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