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강아지에게 자주 하는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강형욱 훈련사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아들에게 자주 하는 말은 '사랑해'. 강아지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은 '기다려'인 것 같아요.” 아이에게 집중하다 보니 반려견과의 약속을 미룰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 노견 다올이를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고요. 

상실을 겪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 <바깥은 여름>의 일곱 개의 단편 소설 중 <노찬성과 에반>은 꼬마와 반려견의 이별을 다뤄요. 할머니와 단둘이 어렵게 살던 초등학생 찬성이는 할머니가 일하는 휴게소에 버려진 강아지 에반을 데려와 키우면서 외로운 시간을 의지하며 보내요. 그러다 에반에게 암이 발견되고 찬성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하게 되죠.

시골 할머니와 시고르자브종 메리의 따뜻한 그림책, <메리>를 소개해요. '우리도 강생이 한 마리 키우자'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계기로 작고 귀여운 백구, 메리가 한 식구가 되죠. 시간이 지나 아이들은 떠나고 할아버지까지 돌아가시며 할머니 혼자 남게 되지만 메리는 늘 꼬리를 흔들며 그 곁을 지켜요.

북적대는 설날 아침 밥상에서 시작한 그림책은 할머니와 메리 단둘만 남은 추석날 저녁 밥상에서 끝나게 돼요. 젊은 사람들은 모두 떠나버리고 노인들만 남은 시골 풍경이죠. 메리는 도시의 강아지들처럼 안에서 생활하지도, 고급 사료를 먹지도 않아요. 하지만 할머니는 메리를 위해 매일 주변을 청소해주고, 이불을 넣어주고, 고기를 삶아 먹이며 끈끈한 동반자의 사랑을 보여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