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얘들 둘이 군용 백을 들고 들어갔어."

POV: "Point of View"의 준말로서, '시각', '관점', '견해'를 뜻합니다. 'Point of View(포인트 오브 뷰)'는, 관객의 다양한 시각을 통해 영화에 대해 넓고 깊게 대화하며 각자의 취향을 구체적으로 찾고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 고민하기 위함을 목적합니다. ✍🏻 매주 목요일 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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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1. 19.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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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POV

🐘 "얘들 둘이 군용 백을 들고 들어갔어."

지난 뉴스레터(23. 01. 12.)에서 소개한 대로, 포인트 오브 뷰 '1월의 POV' 주제는 '우연'입니다. 사전적 의미로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이 뜻하지 아니하게 일어난 일."을 뜻하는데요. 오늘은 <엘리펀트>(구스 반 산트, 2003)에서 나타난 우연성에 대해 대화해 보려 합니다. <엘리펀트>는 '콜롬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실제 모티브가 된 사건은 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로라도 주 콜럼바인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및 폭탄 테러 미수 사건인데요. 이 사건으로 인해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이 사망에 이르게 됐어요. 후에, 매우 큰 충격을 받은 미국 사회는 왜 이런 끔찍한 일이 발생하게 됐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찾으려 하고, 총기소지법에 대해 재고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바뀐 건 없고 유사 범죄가 계속 발생하게 돼요.

대부분 사회는 예측할 수 없던 참혹한 일이 발생하면 그 인과 관계를 따져 원인에 책임을 묻고 오류를 고쳐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효율적이지는 몰라도 실제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정확히 이해시켜준다거나 또 그 사건의 재발을 영구적으로 막기는 어렵습니다. 이렇게 설명이 불가능한 인과율로 인해 발생한 비극을 <엘리펀트>는 어떻게 접근하려 했을까요?

들뢰즈의 리좀 개념을 토대로 <엘리펀트>의 우연성을 연구한 논문 '들뢰즈의 리좀 모델 분석: 영화 <엘리펀트>를 중심으로'(임태우, 2013)를 보면, <엘리펀트>의 배경인 학교에 대해 "체계, 위계, 규율, 학년 편성 등의 요소가 뚜렷한 수목 구조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안에는 리좀적 발아가 이뤄질 수 있는 '또래집단' 역시 공존하고 있다"라고 서술하고 있어요. 즉, 이러한 비극적 사건은 "뚜렷한 동기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건데요. 예시로, "권위체로 등장하는 교장과 선생들은 그리 고압적으로 보이진 않고, 범인들 중 하나인 알렉스가 괴롭힘을 당하지만, 모순되게도 최초의 희생자는 알렉스처럼 따돌림을 당하던 여학생 미셸이다"라고 덧붙여요. 결론적으로, 같은 사건을 모티브로 해도 서사 및 연출 측면에서도 뚜렷이 수목 구조의 특징을 한 <볼링 포 컬럼바인>(마이클 무어, 2002)과는 다르게, <엘리펀트>는 "같은 가치관이 이미 공고하게 뿌리를 내린 사회에서 살아가는 학생들의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주관적 입장을 철저히 배제하면서도 실제로 학생들 사이에서 분리와 단절, 좌절이 일어나는 순간들, 그 일상의 표면들을 담담하게 기록한다."라고 논문은 주장하고 있어요.

비슷한 관점으로, 정성일 평론가는 "<엘리펀트>는 영화가 아니라 이미지로 보게 만든다. 또는 총기살인사건을 스틸 사진 찍는 것처럼 촬영한다."라며 "결코 폭력(의 상황)에 빠지들지 않"게 촬영한다🔗고 역설합니다.

즉, <엘리펀트>는 인과율 없는 우연으로 발생한 비극을, 최대한 주관을 제외하며 객관적으로 촬영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감독의 철학 때문에, 대부분의 평론가가 현재까지도 걸작으로 평가하고 있어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반대로, "어차피 영화는 오로지 감독의 주관으로 형성된 세계관의 표현인데, 객관적으로 찍었다는 것 자체가 비논리적이다."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다른 의견이지만, <엘리펀트>를 비판적으로 본 전찬일 평론가의 의견도 같이 올려둘게요. 🔗 이렇게 비극에서 발생한 우연은 어떻게 이해하고, 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같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관련 영상

1) Elephant in Real Time 🔗

2) Elephant - Ignoring the obviou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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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의 뉴스 Short

• 15일(현지시간) 제28회 크리틱스 초이스가 열렸어요. 그리고 반가운 <파친코>의 소식!

• 기대반 걱정반이던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첫 회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요.

• 데이빗 핀처, 잭 스나이더 감독의 신작 개봉 날짜가 공개됐어요.

🇰🇷 국내 개봉 일정

- 1. 25. 메간(2022), 제라드 존스톤

- 1. 25. 라인(2022), 위르실라 메이에

🇺🇸 미국 개봉 일정

- 1. 20. 앨리스, 달링(2022), 메리 나이

- 1. 20. 서치 2(2023), 니콜라스 D. 존슨

- 1. 20. 더 선(2022), 플로리앙 젤러

- 1. 27. 클로즈(2022), 루카스 돈트

🏆 제28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매년 초는 영화제와 시상식이 가득한 기간입니다. 특히 1분기에는 팜스프링스국제영화제, 골든글러브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으로 시작해서 각종 미국 ○○ 조합에서 여는 DGA, PGA, SGA, ASC, WGA 같은 시상식들. 그리고 국가 행사처럼 큰 규모로 진행되는 미국과 영국의 BAFTA와 Oscars 같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어요. 오늘은 지난 15일 미국 LA에서 열린 제28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을 훑어보려고 해요. 전체 수상 결과는 여기서 볼 수 있어요.

아카데미 시상식은 들어봤어도,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은 처음 들어보는 구독자도 있을 텐데요. 1996년부터 시작한 미국과 캐나다에서 가장 큰 영화 평론가 단체인 크리틱스 초이스 협회(CCA)가 주최하는 상이에요.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영화 및 TV 분야에서 높은 위치를 꾸준히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시상식이에요.

주요 하이라이트

• <파친코> 최우수 외국어드라마상 🇰🇷

<파친코>는 애플에서 제작한 미국 드라마이지만, 코고나다 감독, 저스틴 전 감독 등 한국계 미국인들이 제작 및 연출하고 김민하, 윤여정, 이민호 등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입니다. 이로써 한국과 관련된 작품이 4년 연속 상을 타게 됐는데요.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후보에 올랐었어요. 한편, 코고나다 감독은 국적은 미국이지만 서울 출생으로, <콜럼버스>(2017), <애프터 양>(2021) 두 작품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 상 들고 돌아온 미이라 아저씨 🐋

어릴 적, OCN 채널에서 하루 종일 틀어주던 <미이라> 시리즈 있죠? 이모텝하고도 사투를 벌이면서 전 세계 보물은 다 찾아줄 것 같은 듬직한 아저씨 브렌던 프레이저가 <더 웨일>(대런 아로노프스키, 2022) 작품으로 돌아왔습니다. <마더!>(2017) 이후,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5년 만의 작품이라 작년 초부터 기대작으로 뽑혔었는데요. 생각보다 무난한 평가에 크게 주목받진 못 했던 것 같아요. 근데 이번 크리틱스 초이스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고 오열하는 모습(다른 시상식에서도 자주 욺)을 보니까 그동안 얼마나 연기하느라 마음고생이 심했을지 보이는 것 같아서 괜히 울컥하네요. 🥲

• 이것이 대배우의 품격이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부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캐롤> 등 굵직한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에서도 많이 사랑받고 있는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타르>(토드 필드, 2022)로 작품으로 돌아왔어요. 품위 있으면서도 마치 <조커>의 여성 버전 같은 인상적인 지휘자 연기를 보여주어 제79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부터 걸작이라고 입소문이 돌았는데요. 케이트 블란쳇은 "어떤 매체든 모든 여성 배우들을 존경한다. 그들은 나에게 계속 영감을 준다."라고 수상 소감을 말하며, 최근 연기가 좋았던 여배우들(탕웨이(<헤어질 결심>), 안드레아 라이즈보로<투 레슬리> 등)을 샤라웃하며 대배우로서의 품격을 보여줬어요.

• 이 외

-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에 <RRR: 라이즈 로어 리볼트>(SS 라자몰리, 2022)이 수상 받으며,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수상이 불발됐습니다. 특히 크리틱스 초이스는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결과와 비슷하다고 해서 국내 팬들이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는데 아쉽게 됐어요.

- <에에올>이 시상식 상을 휩쓸고 있어요. 이번 크리틱스 초이스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조연상, 편집상까지 받으며 5관왕을 차지했어요.

- <베터 콜 사울>이 드라마 시리즈 작품상을 받았어요. 마지막 시즌 6이 작년 8월에 끝이 났는데요.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HBO가 제작한 <석세션>(몇 년째 쓸어가는 거야...)이 상을 휩쓸어, 후보에만 오르고 말았는데 이제야 베콜사 팬들은 마음을 좀 편하게 내려놔도 좋을 것 같아요.

🖥️ 2023년에도 투둠 -

넷플릭스가 올해에도 재밌는 작품을 잔뜩 개봉할 예정입니다. 작년 2022년에도 <그레이 맨>, <애덤 프로젝트>, <에놀라 홈즈 2>, <기묘한 이야기 시즌 4>, <웬즈데이> 등 타 OTT 플랫폼들과의 스트리밍워에서 앞서기 위해 대규모 자본을 과감히 제작 투자를 해 좋은 작품을 내보였는데요. 2023년에는 어떤 작품이 개봉할 예정인지 아래 첨부해둔 넷플릭스가 공개한 영상을 통해 미리 훑어볼 수 있어요. 그 아래에는 영상의 개봉 예정 영화 중 가장 기대가 되는 두 작품을 소개할게요.

• 데이빗 핀처 감독이 <맹크>(2020) 이후 3년 만에 <더 킬러>로 돌아옵니다. 작년에 첫 제작 소식이 있고 영화팬들의 큰 기대를 받았는데요. <나를 찾아줘>(2014), <조디악>(2007), <패닉 룸>(2002) 같은 굵직한 스릴러 영화를 제작해온 데이빗 핀처 감독과 <더 킬러>에서 킬러 역을 맡은 마이클 패스벤더의 조합이 벌써 기대가 되네요. 개봉 예정 일자는 11월 10일이에요.

• 잭 스나이더 감독이 <레벨 문>이 12월 22일 개봉 예정입니다. 최근 잭 스나이더 감독은 <아미 오브 더 데드> 유니버스를 디벨롭먼트 단계(TV 시리즈 <아미 오브 더 데드: 로스트 베가스>는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에 있는데요. 다른 작품 제작 개봉 소식이 반갑네요. 여담으로, <레벨 문>에는 아직 정확한 역할이 나오진 않았지만 배두나 배우가 출연할 예정이에요.

🎮 게임도, TV 드라마도 마스터피스

너티 독 게임 스튜디오가 개발한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메타스코어 95점, 유저 평점 9.2점으로, 메타크리틱 선정 2010년대 최고의 비디오 게임 2위까지 차지하면서 평단과 유저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고 있는 마스터피스예요. 하지만 후속작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가 '전작을 부정하는 작품'이라는 분노에 찬 <라오어> 팬 유저들의 혹평을 때려맞게 되는데, 이 와중에 HBO에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실사 TV 시리즈 제작 소식이 들려오자 수없이 망한 게임 실사화 사례로 <라오어> 팬들은 우려 섞인 눈빛을 보내게 돼요. 그리고 1월 15월 <더 라스트 오브 어스> TV 시리즈 첫 화가 방영되는데, 방영 직후 버라이어티에서는 "HBO의 <라스트 오브 어스>는 비디오 게임의 각색이 저지르는 '실수'를 어떻게 피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낼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IMDB 관객 점수 또한 9.6점으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아요. 시즌 1의 완결 일은 3월 12일로 예정되어 있는데, 국내에서 HBO의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수입해오고 있는 웨이브가 가져올 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아요.

편집자의 디깅 🏊🏻

• 2020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김성훈 평론가의 기사)되었던 <미끼>(2019)의 감독 마크 젠킨의 후속작 <에니스 맨>(2022)이 나왔습니다. 마크 젠킨 감독은 영국 영화계의 떠오르는 신인 감독으로 16mm 수동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이 특징인데요. 개인적으로 예고편의 미술이 마음에 들어서 기대가 되는 작품이에요. 전작 <미끼>의 메타스코어는 84점, <에니스 맨>의 메타스코어는 77점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요. 2022년 영화제에서 공개된 적이 있지만, 아직 정확한 해외 개봉 일자는 미정이네요. 하지만 올해 1월 12일 아일랜드에서 개봉해 금방 VOD로 공개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구독자의 한문단평

저희 뉴스레터에서는 구독자의 한문단평(200~500자 내외)을 기고 받아 매주 소개할 예정입니다. 꼭 영화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영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고 한번 써보는 연습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대중들이 영화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 다양한 관점이 많이 궁금합니다. 원고 많이 보내주세요. (편집자의 수정을 거친 뒤 발행될 수 있음)

<이니셰린의 밴시>(마틴 맥도나, 2022)

죽음을 예고하는 밴시는 여성의 모습이지만 죽음을 퍼뜨리는 전쟁은 결코 여성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 평정을 유지하는 데는 수많은 이유가 필요하지만 갈등이 시작되는 데는 아주 작고 우연한 계기면 충분하다. 영화는 정확히 한 세기 전의 아일랜드 내전을 겪고 있는 이니셰린이라는 외딴섬을 배경으로 무의미한 전쟁과 그것이 야기하는 죽음, 그리고 그 기저에 깔린 무책임하고 야만적인 시대정신을 한 편의 사고실험으로 직조해낸다. | 김노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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