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페이스북의 두 인물: 프란시스 하우겐 vs 피터 틸
2021년 10월 14일 목요일

오늘 [키티의 빅테크 읽기] 3화는 최근 페이스북 사태를 둘러싸고 주목받고 있는 페이스북의 두 주요 주변인과 이들이 페이스북의 규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사회적으로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폭로하고, 그들의 의사결정 시스템과 그 위험성도 전 세계에 알린 내부고발자인 프란시스 하우겐 그리고 소위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이자 <제로 투 원>으로도 유명한 피터 틸은 페이스북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향후 페이스북 그리고 빅테크 규제의 거대한 변곡점이 만들어지고 있는 가운데, 두 인물은 앞으로 큰 역할을 하게 되리라고 예상됩니다. 

* 오늘 아티클의 주요 맥락은 인스타그램이 위험한 이유, 커지는 페이스북의 문제를 통해서도 확인해 보세요.
[키티의 빅테크 읽기] 3화.
페이스북의 빛과 그림자
feat. 프란시스 하우겐 vs 피터 틸
#1. 프란시스 하우겐의 치밀한 빌드업
페이스북 내부고발자가 얼굴을 드러내며 페이스북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사실 내부고발자인 전 프로덕트매니저(PM) 프란시스 하우겐(Frances Haugen)의 주장은 아주 새롭지는 않다. 

"인스타그램이 10대 소녀들에게 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페이스북 알고리듬은 강한 감정에 가산점을 줘 가짜정보가 더 확산하게 했다."
"페이스북 플랫폼은 인신매매를 방조하다시피 한다."
"알고리듬이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끼친다."

구글에서 일했던 트리스탄 해리스(Tristan Harris)가 제작에 참여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도 인스타그램 알고리듬이나 미얀마 사태를 보며 소셜미디어가 민주주의에 해악이 된다는 비슷한 주장을 했다. 

이번 폭로가 달랐던 점은 그동안 외부 연구보고를 인용한 주장 수준의 의혹을 내부 문서로 증명했다는 거다. 게다가 하우겐은 전 세계에서 퍼지는 가짜정보의 위험수위에 따라 얼마나 사용자에게 노출할지 알고리듬을 결정하는 PM이었다. PM은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서비스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기획자이다. 바로 이 때문에 하우겐의 폭로에 더 무게가 실렸다.

(적어도) 빅테크 취재 중 올해의 보도가 될 것이 확실하다. ©WSJ
페이스북은 하우겐이 일하지도 않았던 분야에 대해 폭로했다며 그녀의 주장을 애써 폄하했지만,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구글 플러스-옐프(Yelp)-핀터레스트(Pinterest) 등의 테크 기업에서 소셜미디어 업무를 했으며 구글에 다니던 시절 알고리듬 관련 특허까지 낸 전문가가 조목조목 지적하는 데엔 당할 길이 없었다. 

하우겐의 폭로가 더 폭발력 있었던 이유는 치밀한 계획과 타이밍이다. 첫 테이프를 끊은 건 월스트리트저널이다. 하우겐의 내부 정보를 기반으로 <페이스북 파일>이라는 연속 보도를 기획했고, 이 보도의 순서는 전략적으로 기획된 걸로 보인다. 10대 청소년 이슈로 시작해 국경 간 인신매매, 알고리듬을 통한 가짜뉴스 등 미국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복잡하고 심각한 이슈를 연속으로 터뜨렸다. 

첫 번째 폭로 주제였던 10대 청소년 소셜미디어 중독 이슈는 정치적 지향점을 떠나 대중적 폭발력이 있다. 하우겐 주장의 핵심은 "페이스북이 광고비를 많이 벌어들이기 위해 사용자들의 강한 감정을 증폭시키는 알고리듬을 일부러 방치하거나 조장해 결국 가짜정보를 확산시킨다"인데, 트럼프 시대 이후 정치 성향 양극화가 역대 최고치로 치닫는 현재의 미국에서 이 주장부터 먼저 했다면 아마 공격을 받았을 수도 있다.

기사 순서를 보면 페이스북이 누가 보더라도 '민주주의에 해가 된다'고 저절로 생각하게끔 논리 구조가 쌓여가는 한편 정부 당국과 타이밍을 조율한 흔적이 보인다. 상원 청문회도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전에 이미 기획된 것으로 짐작된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사가 나오자 상원은 페이스북 임원들을 소환해 청문회를 열었고, 이후 미국 최고 시청률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60 Minutes>에 하우겐이 모습을 드러낸 후 상원 청문회에 직접 출석하는 순서가 구성된 것이다.

상원 청문회에서 침착하고 조리 있게 주장을 펼치며, 파급효과는 더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이어야 했던 이유
첫째, 내부고발자들이 흔히 겪어야 하는 고난을 피하기 위한 장치가 보인다. 내부고발자들은 고발 당사 기업에게 명예훼손소송을 비롯해 반드시 공격당한다. 명예훼손을 통해 기업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명분이다. 그런데 하우겐이 상원 청문회나 언론에 밝힌 '내부고발 이유', '향후 페이스북 규제 방향성' 등을 보면 페이스북이 쉽사리 맞소송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우겐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페이스북을 상대로 '주주 이익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현재의 이슈가 단순히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이런 정보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주주 이익에도 반한다"는 게 이유이다. 앞으로 페이스북을 어떻게 규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오히려 "쪼개면 안 된다. 자칫 인스타그램에 콘텐츠 규제 자원이 몰리면서 페이스북에는 가짜정보가 난무할 수 있다"는 기업 친화적 해법을 낸다.

둘째, 진보 성향의 뉴욕타임즈가 아니라 친기업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을 폭로 매체로 섭외한 이유도 짐작해볼 수 있다. 빅테크 규제는 민주-공화당 양당이 원칙에는 합의하고 있으나 무얼 주제로 잡을지,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론적으로는 의견이 갈린다. 이런 가운데 하우겐은 "기업을 쪼개는 대신 이들이 가진 데이터나 알고리듬에 대한 극도의 투명성을 요구하자"고 주장한다. 실제로 하우겐은 상원 청문회에서 이례적으로 민주-공화 양당 상원의원들의 극찬을 받았다.

얽히고설킨 규제 방향성을 하나로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현실적 규제 방향(공화당에서 좋아할 만한)과 도덕적 근거(민주당에서 좋아할 만한)를 모두 제시한 걸로 보인다. 이런 정치적 복잡성 속에서 최대한 공격당하지 않으면서 아젠다 세팅을 할 만한 비중있는 매체로써 월스트리트저널이 적합했다고 판단한 걸로 보인다. 늘 그렇지만 달 대신 손가락을, 메시지 대신 메신저를 보는 사람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참고로 월스트리트저널은 폭스 뉴스 등을 소유한 미디어 거인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k)이 소유한 매체로 취재 기사를 쓰는 편집국은 중도 성향이고, 논설위원실은 보수 성향이다.)
 
내부고발자인 하우겐이 치밀한 전략을 구사한 데 비해 정작 페이스북은 지금까지 대중과 정치권의 분노를 가라앉힐 만한 대응을 내놓지 못했다. '키즈 인스타그램'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지만, 그 정도로 끝날 것 같지 않다. (거기에다 타이밍도 얄궂게 하우겐의 상원 청문회 바로 전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사이트가 무려 5시간이 넘게 다운되었다.)
#2. '신뢰 위기'와 저커버그의 리더십
2008년 이후 최대 그리고 타이밍이 최악이었던 시스템 다운 사태는 페이스북에 더 큰 데미지를 안겼다. 이 문제점을 여러 IT 매체가 분석했는데,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페이스북의 운영시스템이 지나치게 중앙집중적인 데 있었다는 것이다. 서비스도 여러 개라 만일을 대비해 분산해 놓을 만도 했는데 세 서비스 모두 한 운영시스템이 꺼지면 쓸 수 없게 되는 구조였다. 시스템이 꺼지자 운영자가 직접 해당 시스템에 물리적으로 접근해 다시 켜줘야만 했는데, 운영자가 통과해야 하는 보안 관제조차도 해당 시스템에 물려 있어서 접근이 늦어진 것이다.

중앙집중적인 시스템의 장점은 해당 시스템과 시스템 운영자를 믿을 수 있으면 모두가 다 편하고 안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신뢰가 깨지는 순간 편리함도, 안전함에 대한 믿음도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된다. 이번 시스템 다운 사태는 페이스북이 처한 '신뢰 위기'를 더 증폭시켰다.

저커버그는 어디까지 가려는걸까?
그리고 이 신뢰 위기의 핵심에는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운영시스템처럼 중앙집중적 통치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저커버그의 헤어스타일은 저커버그가 존경한다는 로마 황제 카이사르와 비슷하다) 본래 페이스북 COO(최고 운영 책임자)인 셰릴 샌드버그가 사이트 운영의 상당한 책임을 갖고 있었는데, 그나마 2018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 사태* 이후 샌드버그의 권한을 저커버그가 많이 가져왔다고 한다.
* 러시아가 영국의 데이터 마이닝 회사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를 통해 페이스북 사용자 정보를 획득했고, 미국 유권자들에게 가짜 정보를 퍼뜨리며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겨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저커버그는 상원 청문회와 시스템 다운 사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가 드디어 페이스북 포스팅을 통해 입장을 밝혔지만, 반응은 좋지 않았다. CNN은 하우겐을 ‘낮은 직급의 직원’으로 폄하한 페이스북의 반응에 비판적이었고, 포브스에서는 이렇게 기업이 공격받을 경우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하는데 저커버그의 포스팅에서는 책임 인정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산타클라라 대학교 부설 리더십윤리 센터의 앤 스키트(Ann Skeet)는 저커버그의 방어적 반응이 "고교 토론대회에서 무조건 이기려고 하는 참가자 자세"와 같다고 지적했다. 지는 것을 못 참아 경쟁사와의 경쟁을 전쟁에 비유하는 저커버그 특유의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에서 절반 넘는 의결권을 가지고 있어 실질적이고 절대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저커버그를 견제하기 위해 독립적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자는 의견이 주주총회에서 나온 적도 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주주총회에서는 급기야 "페이스북이 독재 기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3. 지금 피터 틸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보면 페이팔의 창업자인 피터 틸(Peter Thiel)이 냅스터 창업자인 숀 파커(Sean Parker)를 통해 저커버그를 만나서 페이스북 초기에 자금을 빌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향후 <제로 투 원>을 쓰는 피터 틸은 초기 페이스북에 투자했다.
현재는 헤지펀드인 클래리움 캐피털 매니지먼트(Clarium Capital Management)의 대표로 있는 피터 틸은 저커버그의 이러한 경영방식과 페이스북의 운영방식에 큰 영향을 준 사람 중 하나이다. 페이스북 이사회에서 가장 오랫동안 이사 자리에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최근엔 틸이 저커버그에게 끼친 영향을 파악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최근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 기자인 맥스 채프킨(Max Chafkin)이 쓴 틸의 전기 <콘트래리안(The Contrarian: Peter Thiel and Silicon Valley's Pursuit of Power)>*이다. 
* 직역하자면 <반대 의견을 가진 자: 피터 틸 그리고 권력을 향한 실리콘밸리의 질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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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틸이 페이스북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힌트를 주는 다음 내용은 커피팟에 '샷 추가' 하시면 계속 읽어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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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의 한글 이름은 홍윤희이다. 이커머스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소셜임팩트를 담당하고 있다. 딸의 장애를 계기로 장애를 무의미하게 하자는 취지의 협동조합 무의(Muui)를 운영하며 2021년 초 카카오임팩트 펠로우로 선정됐다. IT, 미국 정치, 장애, 다양성, 커뮤니케이션 등의 주제를 넘나들며 페이스북브런치에 글을 쓴다. 한국일보, KBS 제3라디오 등에 정기 기고와 출연 중이다.

[키티의 빅테크 읽기]는 이제 본격화되는 미국 빅테크에 대한 규제 흐름과 이의 영향에 대해 다룰 롱폼(Long-form) 아티클로 당분간 한 달에 한 번 찾아올 예정이에요. 테크 산업을 넘어 전체 경제와 정치 영역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의 맥락과 행간을 놓치지 않는 시선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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