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 노조 파업과 관련된 이슈가 크게 두 가지 있었습니다.

9월 첫째 주, 현대자동차 노조 이야기가 종합지 정치면과 경제지에 커다랗게 실렸습니다. 8년 만에 파업도 싸움도 없이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는 내용이었어요. 현대자동차 노조가 대체 뭐길래 구국의 결단인 것처럼 정치면에도 뜨고, 온 경제지가 손뼉을 쳐주는 걸까요?

여기서 의문점이 듭니다. GM본사는 왜 ‘파업할 기미가 보인다’는 것만으로 경고를 해대는 걸까요? 그리고 한국GM이 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뭘까요?

우리나라는요, 2016년을 기준으로 전체 경제 규모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6%가 넘어요. 다른 산업으로는 금융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이 있는데 단일업종 비율이 그렇게 높은 건 제조업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금융이 됐든 건설이 됐든 이미 만들어놓은 물건, 즉 제조된 물건을 기반으로 하잖아요? 제조업이 무진장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제조업 공장 몇 개가 한 지역의 경제를 혼자 끌고 가는 경우도 많아요.

자, 그런데 그 공장이 어떻게 돌아가냐면요,

그래서 우리나라에 괜찮은 자동차 제조회사가 있는 게 중요하다고 하는 거예요. 이럴 때 본사가 한국 기업이라면, 한국 정부의 말이 좀 먹힐 테니까요.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책임감도 있을 거고요. 

본사가 외국 기업이라면? 무조건 이윤 극대화 논리로 돌아가는 거예요. 본사가 자동차 물량을 배정을 안 해 주면 그 공장은 파리를 날리게 됩니다. 당연히 고용도 이뤄지지 않고요, 그 사람들에게 물건 팔던 주변 장사도 망합니다. 마음이 아파도 현실적으로 책임감을 가지라고 요구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GM본사가 물량을 갖고 경고를 한 건데. 파업을 하면 완성 자동차가 안 나오니까 판매자 수요에 물량을 댈 수가 없어 회사 이익이 줄어들고 브랜드 신뢰도가 깎이거든요. 그런데도 한국GM노조는 결국 파업을 했고요.

문제는, 신문을 찾아보면 노조 입장은 잘 안 나와 있다는 거예요. 편을 고를 땐 항상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하는데 말이죠.

노조의 입장을 알아보려면 왜 노조가 정치적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사실 모든 나라의 모든 노조는 정치적이에요. 애초에 정치집단이거든요.

시간을 돌려 100년 전으로 가봅시다. 100년 전에는 평범하게 일하면서 사는 보통 사람들의 권리가 전혀 없었어요. 여덟 살 먹은 애가 공장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하지 못하게 한다든가, 만삭 임신부에게 휴가를 준다든가, 사장님이 마음대로 월급을 깎지 못하게 하는 것도 다 정책으로 나와서 투표를 해야 하는 일이었어요. 그게 사회적인 이슈였고요. 

그래서 당시에는 노조의 시위가 핫했어요. 정책을 바꾸기 위해 노동조합에서 계속 로비도 하고 시위도 하고 파업도 하고 했던 거죠. 

물론, 노조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먹고살아야 하고, 깃발 하나 만드는 것도 다 돈이니만큼 운영비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가입비를 받았어요.

가입비를 낸 사람에게는 뭔가 혜택이 있어야겠죠? 노조는 가입비를 내고 가입한 노조 조합원에게만 자신들이 얻어낸 권리를 적용하기로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했어요. 다만 북한 이슈가 더해졌습니다. 박정희 정부와 전두환 정부에서는 북한 간첩이 노동조합에 숨어들어서 반정부 시위를 한다고 생각했고, 노동조합은 북한과는 상관없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들고 나왔어요. 또, 정부와 노조는 정치적으로 아주 많이 싸웠어요. 정부는 사람들이 적은 돈만 받고 더 많이 일하기를 바랐거든요. 그게 한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기도 했고요. 

노동조합은 몇 년마다 노동조합위원장 선거를 합니다. 조합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노조를 이끌고 나갈 사람을 뽑는 거예요. 그래서 노조는 위원장 선거 시기마다 파업을 합니다. 위원장 후보들의 파워를 보여주는 거죠. 사회적으로 비용이 너무 크지 않냐? 예, 큽니다. 그 또한 사실이에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노조가 대기업 정규직 위주로만 남게 됩니다. 한 직장을 오래 다녀야 노조 활동도 오래 하는데, 대기업 정규직 제외하고는 허구한 날 이직을 하다 보니 노조고 뭐고 단체활동을 유지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지금 남아있는 노조는 대부분 IMF 이후 민주화 시기부터 있었던 역사가 오~래된 노조고요, 대기업 정규직 위주예요. 다른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중소기업 재직자들은 노조가 없으니까 보호를 받기 어렵게 됐고요. 

현대자동차 임원들과 노조 임원들이 얘기를 잘 했거든요. 회사가 죽으면 노조도 죽습니다. 노조 입장에서도 요새 현대자동차가 좀 위험하다 싶었던 거죠. 

외국 기업과 한국 노조, 한국 기업과 한국 노조 사이는 근본적으로 달라요. 파업은 파업 건건마다 회사가 더 잘못했는지, 노조가 더 잘못했는지 달라서 정확히 알고 싶으면 항상 사건별로 찾아봐야 합니다. 매번 그럴 수는 없으니 이런 배경이 있다는 정도만 알아두시면 될 것 같아요. 

서로 각자의 입장이 있습니다. 회사는 회사대로 이익이 중요하고, 비용을 절감하고 싶고, 경영에 대한 불안이 존재한다는 것. 노조는 노조대로 조합원들의 이익과 안전을 보장해줘야 하고, 그 자체로 정치조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