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직접 만들면 되지”

중국 빅테크 알리바바가 자체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개발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기술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수출을 제한하자, 중국 정부 지원을 받아 자체 역량으로 개발에 성공한 겁니다. 게다가 설계만이 아니라 제조도 중국 내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알리바바가 자체 반도체 개발을 통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반도체는 기존 자사 칩보다 범용성이 높아 더 다양한 AI 추론 작업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아니라 중국 내 반도체 업체가 제조를 맡았다고 합니다.

이 소식은 엔비디아에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알리바바는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였기 때문이죠. 지난달 미국이 H20 수출을 다시 허용하면서 중국을 대상으로 한 매출 회복이 기대됐는데, 중국 기업들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자체 개발에 나서자 상황이 달라진 겁니다. 실제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3% 이상 하락했습니다.

물론 한계는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AI 반도체는 여전히 훈련 부분에서 성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알리바바와 마찬가지로 자체 칩 개발에 힘쓰는 화웨이에 대해서도 AI 훈련 시 발열과 고장 문제가 발생한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고요. 즉, 엔비디아의 입지가 당장 흔들리지는 않으리라는 의미입니다.

알리바바의 ‘저력’ 재확인

알리바바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역시 온갖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이죠. 그러나 알리바바의 진면목은 기술력에 있습니다. 알리바바는 물류, 핀테크, 클라우드 컴퓨팅 등등 온갖 분야에 진출해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첨단 기술 회사로 변신했죠. 실제 알리바바는 IT 기업으로 분류됩니다.

알리바바는 AI 분야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알리바바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디지털 휴먼 영상 제작을 위한 오픈소스 모델 ‘Wan2.2-S2V’를 공개했습니다. 이 모델을 이용하면 단일 이미지와 음성 파일만으로 고품질 영상을 만들 수 있죠. 또 18일(현지시간)에는 기업향 검색엔진을 기반으로 무역 업무의 약 70%를 자동화할 수 있는 ‘악시오 에이전트’를 공개했고요. 4일(현지시간)에는 고성능 AI 코딩 모델인 ‘Qwen3-코더’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성능 평가 지표에서 GPT-4.1, 제미나이 2.5 프로 등을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어요.

이번 달에 내놓은 AI 기술만 해도 이 정도니, 알리바바가 얼마나 진심인지는 알 수 있죠. 알리바바는 기술 패권 경쟁에서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해 오픈소스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기술 유출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죠. 조 차이 알리바바 회장은 여러 포럼에서 “AI 모델의 접근성을 높이면 소규모 기업과 개인 개발자, 스타트업의 혁신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주가도 즉각 반응

알리바바의 자체 반도체 개발 소식에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습니다. 알리바바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90% 상승한 135.00달러를 기록했어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애프터마켓에서 소폭이나마 더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투자심리가 뜨겁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