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리원에서부터 유독 엄마 껌딱지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도 살기 위해서 그러지 않았을까, 익숙한 감각을 찾았던 것 같아요. 사회적 상호작용이 전혀 없진 않았는데 잠자는 문제나 감각적인 문제의 어려움이 워낙 컸고, 36개월에 영유아 검사를 하러 갔을 때 선생님께서 큰 병원에서 검사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해주셨어요.
처음에는 이렇게 장기화될 거라는 생각을 못 했어요. 남편도 조카도 말이 많이 늦었기에 그런 영향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조금씩 텐트럼이라던지 아이가 새로운 자극에 불편함을 많이 느끼고 각성 문제가 심해졌어요. 각성이 어려워서 낮잠도 못 잤거든요. 분명히 그 나이, 그 체력에는 한계였을 텐데 잠은 너무 어렵고 어떻게든 이 시간은 보내야 하니까 그렇게 뛰고 정신없는 행동을 했던 것 같아요. 근데 또 좀 편해졌을 때는 교감이 되니까 쎄하면서도 양가적인 감정이 들어서 힘들었어요.
저는 특히 육아 우울증이 심해서 아이가 다가오는 걸 제가 밀어내고 거리감을 두었던 시간이 길었어요. 그런데 이제 약을 먹고 정신을 차리고, (저는 양육자가 우울증 약 먹는 거 찬성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아이와 좋아지니까 아이가 마음을 여는 거예요 더. 양육자를 좀 더 편하게 여기고, 자기가 기쁘거나 행복한 일이 있을 때 저를 바라보면서 웃고. 그렇게 교감이 될 때 미안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고마웠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뿌듯함을 느꼈던 순간이라면,
얼마 전 여행에서 밤에 모닥불 두고 잔잔한 노래 틀어놓고 셋이 나란히 앉아 불멍을 하는데, 아이가 노래에 맞춰서 고개를 까딱까딱하다가 기분이 좋으니까 저를 보면서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주더라고요. 자기의 감정을 나름 비언어적인 표현으로 보여주는데 그럴 때 되게 뿌듯하고 행복해요. 천천히 자라고 있지만 이 아이도 다 느끼는구나, 감정을 느끼고 엄마에게 행복함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구나를 느끼면서 뿌듯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내가 그래도 노력하고 있는 게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아이의 변화에 있어서 제일 도움이 되는 건, 결국은 양육자의 마음이 편한 것이 제일 치료 효과를 높이는 키워드라고 생각해요. 내가 행복하고 편안해야 아이에게 조바심을 안 낼 수 있어요. 저도 작년까지 엄청 우울의 늪에 잠겨 있었거든요. 제가 편안해지고 아이의 어려움을 아이가 가진 것으로 두고 바라보게 되었을 때 결국은 아이와 질적인 상호작용이 많아지고 그랬던 것 같아요. 다른 양육자들도 다 마음이 편해지셨으면 좋겠어요.
양육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는 점이라면, 학령기 즈음에 어떻게든 그 전에 끌어올려서 1학년 반에 아이를 제때 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엄청나게 컸어요. 하지만 지금은 많이 내려놓았죠.
‘유예? 하지 뭐, 아니면 대안학교 가도 되고, 정 아니면 외부로 다른 곳 찾아도 되고.’
그렇게 다양한 길을 주고 아이의 속도를 좀 더 기다리게 된 것, 그게 일단 제일 많이 성장한 점이라고 느껴요. 그리고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려고 노력하게 된 점에서도 레벨업을 느끼고 있어요. (물론 저도 지금 이렇게 말하지만 한 번씩 욱할 때도 있긴 해요.)
마지막으로 발달지연 아동을 기르고 있는 양육 동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그 이야기를 꼭 하고 싶어요. 양육자 잘못 절대 아니니 자책하지 말아요. “늦었다” 이런 말을 듣더라도 꼭 내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고, 집 안에만 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제일 후회하는 게 그거예요.
저는 내가 힘들고 우리 아이가 밖에서 소리 지르고 그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집에 있었는데 그게 결국 다시 아이에게 문제가 되더라고요. 새로운 상황에 대처해본 경험이 없으니 거기에서 오는 어려움이 생기고 누적되고… 우리가 많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다들 그냥 보는 거예요. ‘아이가 우네 좀 시끄럽네’ 이 정도인데 우리는 자격지심을 가지고 걱정하게 되죠. 거창하지 않아도 많이 나가고 많이 만나고 다 했으면 좋겠어요. 힘들어도 놀이동산도 다녀오고 카페도 가고. 소리 좀 지르면 어때요. 아이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나가서 일찍 경험해보는 것이 아이에게도 도움이 돼요.
그리고 정신과 약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약을 먹어도 괜찮아요. 정신과 가면 대기도 정말 많아요. 또 네일아트, 화장, 파마 등 꾸미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만들어 먹어요! 나를 위한 시간을 꼭 가지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