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owlcation

여러분은 어릴 적 즐겨보던 소설이 있나요? 에디터 S는 한때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라는 소설에 푹 빠져있었는데요🐕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돼서인지, 아니면 궁정의 이야기를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책 끝이 닳을 정도로 자주 봤던 기억이 납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마르가리타 왕녀와 그 일가는 많은 예술가에 의해 음악이나 그림, 혹은 책으로 표현되었어요. 오늘은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중심으로, 마르가리타 왕녀와 그를 다룬 예술작품을 함께 볼 예정입니다. 다들 한 번쯤은 봤을 작품들이 대거 등장할 예정이니, 두 눈 크게 뜨고 봐주세요!👀

🔖 글리터 "마제파에 담궈져"님의 신청곡입니다:)

모리스 라벨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원래 피아노곡으로 발표되었어요. 1899년에 피아노 버전으로 출판된 것이 그로부터 11년 후인 1910년에 관현악 버전으로 편곡된 것이죠. 이 곡을 처음 작곡한 1899년, 라벨은 프랑스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에게 레슨을 받고 있었다고 해요✍🏻

여기서 잠깐! 제목에 들어간 파반느란 무엇일까요? 파반느는 춤곡(무곡)의 일종으로, 2박자 또는 4박자의 느리고 장중한 음악입니다. 파반느처럼 2박 계열의 고전 춤곡으로는 가보트와 부레가 있는데요. 가보트는 보통 빠르기의 명확한 리듬을 가진 춤곡이고, 부레는 17~18세기 프랑스의 궁정 무용과 그 음악을 뜻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라벨의 스승, 가브리엘 포레도 파반느를 작곡한 적이 있는데요. 라벨의 파반느와 함께 들으면 파반느가 무엇인지 감이 잡힐 거예요!

©️wikipedia

라벨이 이 곡을 작곡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한 점의 그림 때문이었습니다. 그 그림은 바로 스페인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작품 <시녀들>인데요. 라벨은 그림 속에 등장하는 마르가리타 왕녀가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곡을 썼다고 해요🧒🏻

마르가리타 왕녀는 스페인의 왕녀인데, 프랑스 작곡가인 라벨이 왜 그를 소재로 한 작품,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썼을까요? 라벨은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스페인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작곡가입니다🇪🇸 어머니가 스페인 사람이었을 뿐만 아니라 태어난 곳도 스페인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프랑스의 피레네 현이죠. 그래서 라벨의 곡에는 스페인이 소재로 쓰인 작품이나 스페인어 제목을 가진 작품이 상당히 많아요. 오늘의 곡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도 그중 하나이고요!

작곡가 모리스 라벨에 관해 더 알고 싶다면...

마르가리타 왕녀는 누구?

©️브런치

마르가리타 왕녀를 소재로 한 예술 작품은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뿐만이 아닙니다. 소설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그리고 이 모든 작품에 영향을 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등 수많은 예술가가 마르가리타를 주목했죠. 대체 그가 누구길래, 이렇게 많은 예술가의 창작욕을 자극했을까요?🧐

마르가리타 왕녀에 관해 얘기하기 위해서는, 합스부르크 가문에 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오늘날 스페인과 오스트리아 왕실의 근원이 되는 가문으로, 자신들이 유럽 최고의 가문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다고 해요. 그들은 순수혈통을 지키기 위해 가족 외에는 혼인하지 않도록 했고, 따라서 이 가문에는 근친혼으로 인한 유전병이 대대로 전해졌죠.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합스부르크 주걱턱인데요😿 이들을 그린 초상화를 보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심했습니다. 주걱턱 이외에도 여러 질병이 이 가문을 따라다녔고, 이 때문에 어린 나이에 목숨을 잃는 왕족이 아주 많았다고 해요.

합스부르크의 초상 ©️오델리아

마르가리타 왕녀는 13남매 중 8번째로 태어났지만, 앞서 태어난 7명의 아이들이 유전병으로 유명을 달리했기에 혼자 남았다고 해요. 이 가문에서 마르가리타 왕녀가 얼마나 귀하게 여겨졌는지 알 만하죠. 벨라스케스도 그런 의미에서 작품을 만든 것이고요! 그러나 이런 마르가리타 왕녀마저 22세라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림🎨

벨라스케스 <시녀들(Las Meninas)>

©️wikipedia

벨라스케스는 <시녀들> 이전에도 마르가리타 왕녀의 초상화를 그렸는데요. 유독 <시녀들>이 큰 관심을 끄는 것은 그림에 얽힌 각종 이야기와 미스터리 덕분입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차례로 볼게요.

먼저 왼편에 화가처럼 보이는 인물은 다름 아닌 벨라스케스 자신입니다. 얼핏 생각했을 때 왕녀를 그리는 자신의 모습을 넣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림을 그리려면 마주 봐야 하는데 이들은 같은 선상에 서 있어서 벨라스케스는 왕녀의 뒷모습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럼 이제 그림 가운데 거울에 비친 것인지, 액자 속에 있는 것인지, 혹은 창문 밖에 서 있는 것인지 모를 두 사람을 봐주세요. 여성과 남성처럼 보이는 이들은 마르가리타 왕녀의 부모님, 즉 왕과 왕비입니다👑 학자들은 그림에 보이진 않지만, 정면에 왕비와 왕이 서 있고, 벨라스케스는 이들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추측합니다. 그들의 추측에 따르면 그림 속 왕과 왕비는 거울에 비친 모습인 것이죠🤭

왕녀 옆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흥미롭습니다. 마르가리타 옆에는 시중을 드는 시녀와 늠름한 개가 있는데요. 이중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와 개는 뒤에 나올 다른 예술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니 유심히 봐주세요! 하나의 그림에 여러 이야기가 얽혀있다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면서, 진실이 무엇인지 마구 궁금해집니다. 정답은 벨라스케스만이 알겠죠?👌🏻

📖책📖

1.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북DB

소설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는 앞서 본 그림 <시녀들>에 등장하는 개가 사람이라는 전제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선천적인 장애 때문에 구부정한 허리로 불편한 삶을 살아야 했던 바르톨로메는 늘 빨래통 안에 숨어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실수로 빨래통에서 떨어져 나온 바르톨로메는 마르가리타 왕녀의 눈에 띄게 되고, 그 이후로 마르가리타는 그를 마치 애완동물처럼 데리고 다니죠. 왕녀의 장난감이 된 바르톨로메를 안타깝게 여긴 벨라스케스와 화방 도제들은 왕녀 앞에서 그를 진짜 개와 바꿔치기 하는 가짜 마법을 보여주고🐕, 바르톨로메는 벨라스케스의 제자인 파레한의 조수로 일하게 됩니다. 그림으로 자유를 펼칠 수 있게 된 것이죠!

2.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탐독

라벨의 곡과 동명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못생긴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표지에 그려진 <시녀들>에서 다른 시녀들과 조금은 다른 여성을 주목하고 있는 것 역시 내용과 이어지는 부분이에요😌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아픈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주인공은 같은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여성과 사랑에 빠집니다. 둘은 애틋하게 사랑하지만, 결국 각자의 아픔을 회복하지 못하고 헤어지게 되는데...

이 둘의 감정에 공감하는 독자가 많았는지, 소설은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어요. 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이맘때 꼭 한 번 읽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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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IT

WOLFIE⚡️ SHIR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