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도시, 새로운 장소에 갈 때마다 결국은 <건축>과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가의 책, 잡지 연재 등을 챙겨보다가 2012년 <말하는 건축가>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그리고 그 다큐 속 인물인 정기용 건축가에 대해서 알게 됐다. 책과 다양한 글을 여러 매체에 쓰신 것이 많아서 차근차근 찾아 읽다가 2012년 가을, <서울 이야기>라는 책 속의 '나의 집은 백만 평'이라는 글을 읽었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살았던 (2011년 3/11 돌아가셨다) 건축가가, 집이라는 개념이 단순히 자신이 사는 곳뿐만 아니라, 그 주변 환경, 가까운 공원과 집으로 향해가는 골목길 등을 모두 포함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에겐 명륜동의 서울 문묘 일원, 그리고 명륜당 앞 은행나무에 대한 예찬도 그 글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마침 이 글을 처음 찾아 읽었던 때도 11월이었기에, 버스를 타고 처음으로 성균관대학교 입구로 들어섰다. 301번 버스를 타고, 중앙 정류장에 내려 걸어가는데.. 학교 앞 가로수가 양쪽 전부 은행나무여서, 가을의 절정인 노란 빛이 가득했다. 그리고 학교 입구로 들어가니 곳곳에 오래된 큰 나무들이 나를 반겼다. 정문 오른쪽, 서울 문묘 명륜당으로 걸어들어가니... 서울에서 처음 보는 압도적인 크기의 은행나무가 그곳에 있었다. 글로 만난 은행나무가, 내 눈앞에 있었다. 

500년이 넘은 뒤로는 정확한 나이를 세지 않는 나무. 내가 아끼는 이들을 일부러 이곳에 데려가기도 하고, 또 한때의 프로필 사진도, 이 나무 옆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지난달에는 은행나무의 가지가 부러져서 뉴스에도 나왔었다. 태풍이 온 것도 아닌데, 이 나무 수리·보수를 하는 업체가 지지대 교체 작업하다 2개의 가지가 부러진 것이라고. 근처에 사는 이에게 나무 소식을 전하니 본인도 몰랐다면서, 내일 들러보고 사진을 보내주겠다는 메시지도 나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