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좋은 대화를 하지 못하는 걸까?
대화가 가지고 있는 힘은 이렇게 굉장하지만, 우리는 대화의 힘을 과소평가하고 무엇보다 좋은 대화에 대해 배울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성인이 돼요. 좋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나의 감정과 욕구를 솔직하게 느끼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하지만, 우리는 아주 어릴 적부터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는 것은 옳은 것이 아니라고 교육받아요. 이렇게 억압된 감정과 욕구는 삐뚤어진 방식으로 표출돼요. 타인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비교하고, 평가하고, 강요하며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하게 되는 거죠.
예를 들어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여 대화하는 자리에서 대화에 끼지 못해 속상한 기분이 들 때 “너희가 하는 말이 뭔지 하나도 이해가 안 돼. 너네는 정말 특이한 것 같아.”라고 평가하고 단정 짓는 말을 할 수 있어요. 이런 대화는 자신을 소외시키고 대화를 단절시켜요. 하지만 그 사람의 진짜 느낌과 욕구를 따라가 보면 그의 깊은 마음속 진심은 ‘대화에 잘 끼지 못해서 소외감과 외로움이 느껴져. 나도 대화에 좀 더 참여하고 싶어.’ 일 수 있어요. 자신의 솔직한 느낌과 욕구를 인지하지 못하기에 평가하고 판단하는 방식으로 억압된 감정과 욕구가 표출된 거죠. 이런 방식으로 대화를 하는 사람은 타인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 이야기할 때도 꼬리표를 붙이고, 비교하고 강요하고 판단하는 방식으로 대화하며 삶을 소외시키고 내 안의 자연스러운 느낌과 욕구에서 멀어지게 돼요.
평가와 비교를 멈추고 내 느낌과 욕구를 알아차리기
<비폭력 대화>의 저자 마셜B. 로젠버그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평가와 비교, 판단의 말에서 벗어나서 우리가 관찰한 것,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초점을 맞추며 대화할 때 생각하지 못했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이야기해요. 변화의 첫걸음은 평가와 관찰을 분리하는 것에서 시작해요.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는 평가의 말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항감을 품게 만들고, 누군가를 납작하게 보게 만들어요. 하지만 평가와 관찰을 분리해서 말하면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 상황 혹은 사람에 대한 나의 느낌과 욕구를 좀 더 잘 알아차릴 수 있게 도와줘요.
이를테면 ‘팀장은 나를 싫어해.’라는 말은 평가의 말을 이렇게 바꿔볼 수 있어요. ‘팀장이 월요일 오전에 미팅할 때 내 쪽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어. 팀장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이 느껴져서 속상해.’ 이 말에는 관찰과 나의 평가, 느낌이 각각 들어가 있어요. 이렇게 상황이나 사람에 대한 평가와 관찰을 구별하면 상황을 더욱 객관적으로 알아차리고 나의 느낌과 욕구에 좀 더 귀를 기울일 수 있어요. 좋은 대화는 타인의 기분이나 상황을 정확하게 추측하고 판단하는 데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상황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남이 아닌 내 감정과 욕구를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데에서 시작될 수 있어요.
조언하는 대신 관심을 기울이고 공감하기
좋은 대화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사실 말하는 게 아닌 잘 들어주는 데 있어요. 로젠버그는 우리가 대화할 때 공감하고 이해하는 대신 상대방을 안심시키고 조언하고, 자신의 견해를 설명하려는 강한 충동을 느낀다고 이야기해요. 하지만 공감은 긍정적인 말을 해주거나 기막힌 조언을 해주는 것과는 달라요. 공감은 상대방이 하는 말에 우리의 모든 관심을 집중하는 거예요. 상대방이 자신을 충분히 표현하고 이해받았다고 느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주고 그 자리에 존재 대 존재로서 곁에 있어 주는 거죠. 상대가 위로나 조언을 받고 싶어 하리라 추측하며 해결책을 말해주거나, 위로하고, 동정하는 건 오히려 상대방에게 좌절감을 안겨줄 수 있어요. 대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그가 지금 무엇을 느끼고, 필요로 할지에 초점을 맞추고 상대방이 자신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해요.
사실 이 짧은 아티클을 읽는다고 수십 년 동안 자연스럽게 해왔던 대화법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말이 생각보다 훨씬 더 힘이 세다는 것, 나도 모르게 내뱉는 평가와 판단의 말은 타인뿐 아니라 나 역시 소외시킨다는 것을 기억하면 나의 말 습관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할 거예요. 좋은 대화에 대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다면 오늘 레터에서 인용한 로젠버그의 <비폭력 대화>에 대해 좀 더 공부해 보는 것도 좋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