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의 확산을 기대하며
한상삼 (관악뿌리재단 고문)
2년 전쯤 예전 직장에서 같이 근무했던 후배가 찾아와 관악뿌리재단을 소개하면서 함께 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이제 나이도 들어 세상일은 유능한 후배들에게 맡기고 남은 생애는 그간 하지 못했던 선교에 집중하면서 조용히 지내려 했지만 워낙 성실하고 또 자기계발을 열심히 해온 믿음직한 친구였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드렸다. 또한 지난 30년 가까이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녹색소비자연대, 주거복지연대, 임대아파트주거복지연합 등 크고 작은 시민단체와 함께 해봤던 경험도 그런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준 것 같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시민단체 운영실태를 보면 몇몇 단체 외에는 시민 없는 시민단체가 대부분이다. 시민단체를 통해 많은 것을 기대하면서 정작 자신은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관악뿌리재단의 그간의 활동들을 지켜보면서 다른 단체와는 달리 집행부의 의지도 강하고 회원들의 참여도도 높은 귀한 단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문제를 보는 시각과 대처 방식도 다른 시민단체들은 몇몇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현안을 중심으로 정부나 관련기관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해결책을 제안하는 것 등을 위주로 한다면 관악뿌리 재단은 전문가는 물론 평범한 사람들이 다 함께 모여 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하여 고민하고 작은 일부터 스스로 해결해 나가려는 단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코 문제만을 제기하거나 직접 모든 것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사람들,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도와 그들과 더불어 차근차근해 나가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관악뿌리재단의 정관에도 분명히 명시되어 있는데 먼저 지역사회에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고, 이를 통하여 지역 공동체 발전과 지역사회 공익활동에 기여하는 개인과 단체, 사회적 약자 등에 대하여 지원함으로써,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발전과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세상은 날로 급변하고 있다. 아마도 지난 50년 아니 5년 동안의 변화가 단군이래 5천 년 동안의 변화보다 더 많았을 것이다. 바야흐로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 작년 11월 등장한 chatgpt는 단순 검색기능을 뛰어넘어 해결방안까지 제시하는 등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변화무쌍한 시기에 모든 상황을 법이나 제도,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이나 행정으로 즉각 대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은 공동체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존재다. 서로 돕지 않으면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수님은 지켜야 할 많은 계명이 있지만 핵심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다 좋은 말이지만 결코 완벽한 것은 아니고 여전히 문제가 많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안다. 기부는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유용한 수단이다. 아무쪼록 관악뿌리재단을 통해 이 땅에 기부문화가 뿌리내려 관악구는 물론 나아가 온 나라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소원하며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