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만큼은 제발 그만두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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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많은 클라이언트를 만났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땅과 함께 약간의 건축 예산을 꾸려 사무실에 방문한 그와의 첫 만남은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땅에 대한 역사를 늘어놓던 그는 한껏 상기되어 있었다. 처음엔 나는 그를 부모님을 뜻을 이어받고자 하는 열정적인 사람으로 인식했던 것 같다.
요즘 핫한 게 뭐에요?
그는 뚜렷한 계획이 없었다. 아무런 계획이 없는 열정적인 클라이언트의 땅이라 나도 덩달아 신났던 것 같다. 마치 빈 도화지에 재미있는 것을 마음껏 그려볼 수 있는가 하고 두근거렸다.
“이런 노른자 땅엔 빌라를 지으면 수요가 꽤 있을 거예요. 아니면 요즘은 소규모 문화 공간도 괜찮아요. 북카페나 공유 오피스도 좋을 것 같고요. 처음부터 제대로 기획해서 나온 아이코닉한 건물들은 나중에 가치가 계속 상승해서 그런 걸 염두에 둬서 봐도 좋을 것 같네요”
처음엔 흥미롭게 듣던 그는 계속 뭔갈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숙박시설로 지으면 층마다 방이 최대한 몇 개가 쪼개질 수 있을까요?"
그는 이미 다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꽉꽉 우겨넣으면 5개 층 규모로 방은 5개 정도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그냥 몸만 들어가도 되게 지으면요?"
"그렇겐 권해드리고 싶지 않아요... 이렇게 좋은 땅에 몸만 들어가는 방만 가득한 건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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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월에 2500만 원 정도는 수익을 올리고 싶어서요."
"이 규모의 땅에 그 정도 수익을 생각한다면, 전 공유 오피스를 포함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대관 수익이나 월 렌트 비용을 올리는 방법을 고려할 것 같은데요. 주거 건물로 2500만 원을 가져가려면...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 나올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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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번 시도는 해주시죠."
그를 설득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남을 깨달은 나는 지적도 위에 트레싱지를 깔고 면적 구획을 시작했다. 방 5개는커녕 4개만 그렸을 뿐인데도 이미 평면도는 답답해져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