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허브의 미션100

AI가 만든 지브리 프사에 생존을 위협 받는 사람


미션108🚩 AI 시대 저작권법을 정비하라


 

“글로벌 이용자 수 5억명 돌파”. 2022년 등장해 세계를 뒤흔든 AI 비서 ‘챗GPT’의 최근 성적표입니다. 지난해 말 챗GPT 이용자 수가 3억5000만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개월 만에 이용자 수가 40% 이상 늘어난 건데요. 인기가 급상승한 챗GPT의 중심에는 ‘지브리 프사(프로필 사진)’ 열풍이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

출처: whats trending


시작은 챗GPT의 개발사인 미국 테크기업 오픈AI가 출시한 이미지 생성 AI 모델(챗GPT-4o)이었습니다. 여기에는 간단한 명령만으로 원하는 스타일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됐는데요. 전세계 유저들이 디즈니, 심슨 가족 등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그림체를 따라한 이미지를 만든 뒤 SNS에서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챗GPT의 이용량도 폭증했습니다. 특히, 일본의 대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지브리의 그림체로 프로필 사진을 만드는 ‘지브리 프사 챌린지’가 인기였어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까지 가세해 SNS 프로필을 지브리풍으로 만들 정도였죠. 이용자들이 얼마나 몰렸는지 올트먼 CEO는 SNS에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녹고 있다는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오픈AI ‘행복한 비명’ 뒤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   


하지만 오픈AI가 접속자 폭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한편에는, 지브리 프사의 유행에 공포심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만화, 디자인 등 그림 그리는 일을 업으로 삼는 창작자들이었죠. 


  

창작자들은 챗GPT를 이용한 애니메이션풍 이미지 제작을 비판하고 있다. 출처: sns 갈무리


창작자들의 그림이 갖는 고유의 스타일은 그들이 수천 시간, 수십년에 걸쳐 쌓아온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지브리’ 하면 누구나 쉽게 떠올리는 ‘지브리풍’ 그림체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챗GPT가 지브리 스타일로 이미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몇 초입니다. 시쳇말로 딸깍하는 마우스 클릭 한 번만으로 평생에 걸친 창작자들의 노고를 무가치한 것으로 전락시킬 수도 있는 거예요. 이런 현상이 계속해서 이어지면 자연히 시장에서 창작자들이 설 자리도 좁아지게 되겠죠. 실제로 지브리 프사 열풍 이후 챗GPT의 이미지 제작 기능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고요.  


지브라 프사가 인기를 끌면서 챗GPT 이미지 제작 기능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출처: 연합뉴스 유튜브



AI 시대 창작자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나 


누군가에게는 가볍게 즐기는 한 번의 유행이겠지만, 창작자들에게 지브리 프사 열풍은 생존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AI 이미지 제작 분야에서 ‘인간 창작자’들이 법적으로 권리를 보호 받을 수 있는 범위가 매우 좁아요.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볼게요. 



① ‘화풍’이나 ‘스타일’은 법적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요?


현재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법원은 화풍이나 그림의 스타일을 아이디어의 영역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화풍과 스타일을 저작권으로 인정하면 창작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죠. 이는 예술이 여러 창작자와 작품간 스타일의 영향 속에서 발전하는 것이란 시각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래서 저작권법은 오리지널리티를 갖춘 개별 작품을 강력하게 보호하되, 콘셉트∙스타일∙기법의 모방은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아요.  


그러나 챗GPT의 작업은 과거 예술가들이 서로의 영향을 주고 받으며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완성해 나갔던 것과 다르다는 반론도 존재합니다. ‘인간’ 창작자들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기존 스타일을 재해석하고 변형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냅니다. 반면, 챗GPT와 같은 AI는 인간 창작자들의 작품을 데이터로 학습해 단순 모방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합니다. 창작에 따르는 고민과 노력은 사라진 셈입니다. 


AI 역시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조합을 생성하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 인간 창작자들의 데이터를 원천으로 삼아 훈련한 뒤 통계적으로 적절한 결과를 도출한 것일 뿐, 인간 창작자가 노력하는 방식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AI는 어디까지나 훈련∙학습을 통해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지, 그것을 ‘고유한 창작’의 영역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죠. 


② AI 학습에서 데이터를 공정하게 이용하지 않았다면? 저작권 ‘무단 침해’일 수도 


AI의 저작권 침해 문제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또다른 항목은 데이터 사용입니다. 이번 지브리 프사 열풍을 예로 들어볼게요. 만약 오픈 AI가 챗GPT를 훈련하는 과정에서 지브리 작품을 대가 없이 무단으로 활용했다면, 이는 저작권 침해로 볼 소지가 있습니다.

다만, 저작권을 가진 작품으로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게 법 위반인지 여부는 아직 각국 법원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입니다. 원작자인 지브리 스튜디오가 오픈AI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다면, 지브리는 오픈 AI가 자사의 저작물을 별도의 계약 없이 챗GTP 학습에 이용했고, 그것이 저작권 침해 수준에 이른다는 점을 입증해야만 하죠. 반대로 오픈AI는
지브리 작품으로 챗GPT를 훈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고요. 양쪽 모두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AI 창작 영역에서 가장 앞선 판례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미국은 ‘공정 이용(fair use)’이란 개념을 주요 쟁점 요소로 보고 있어요. 공정 이용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저작권법상의 개념입니다. 미국 저작권법에는 공정 이용을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들이 명시돼 있습니다. AI 학습 과정에서 저작물을 이용할 때 다음과 같은 공정 이용 판단 기준들에 부합해야만 저작권 침해 행위를 면책해주고 있죠. 


  • 저작물 이용의 목적 및 성격
  •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 이용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
  • 저작물의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 


미국 대법원은 특히
‘저작물 이용의 목적 및 성격’과 ‘저작물의 가치’를 중대 요소로 고려한다고 해요. AI를 사용한 작업물이 공정 이용으로 인정받으려면 원작에 새로운 표현을 추가하거나 새로운 의미 또는 메시지를 갖도록 변형해야 하죠. 그래야 원작과 다른 목적이나 성격의 창작물이 되니까요. ‘저작물의 가치’는 원작자가 활동하는 시장을 AI가 침해하는지를 따지는 데 중요한 개념이에요. 예를 들어, 인간 창작자가 소설 한 편을 완성하기까지 길게는 몇 년이 걸리는 반면, AI는 한 달도 채 안 돼 인간 소설가들의 독창적인 표현까지 학습해서 결과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AI 소설이 출판 시장에 진입해 경쟁한다면, 과연 이를 공정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③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가능성


그래서 법조계 전문가들은 AI 창작이 부정경쟁방지법에 위반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합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여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 사용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AI가 특정 소설가나 화가의 작품 스타일을 학습해 유사한 글 또는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한다면 원작자의 노력으로 형성된 성과를 무단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거예요.

문화예술 분야의 분쟁을 다루는 한 변호사는
“특정 작가의 화풍을 복제하는 AI 서비스는 해당 작가가 시장에서 누려야 할 경제적 이익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변호사 역시 “AI가 학습 단계에서부터 이미 타인의 저작물을 사용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가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죠. 

가속화하는 AI 시대, 우리는 '인간' 창작자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일러스트: 프리픽


엇갈리는 창작자-테크기업 이해관계…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전세계적으로 AI 저작물에 관한 법제는 아직 걸음마 단계를 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는 사이 AI 침투에 대한 창작자들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웹툰 작가 232명 중 56%가 AI 기술 활용이 향후 창작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었어요. 


창작자들은 AI가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저작권을 제대로 지켜서 데이터를 활용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테크 업계는 AI 훈련을 위해 사용하는 데이터에 한해 면책 조항을 도입하자고 주장합니다. 공개적으로 사용 가능한 자료로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것을 공정 이용으로 간주할 수 있는 법적 보호막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각국의 법도 제각각 다른 모습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AI 법제 부문을 선도하는 미국 저작권청(USCO)은 지난해 7월 ‘디지털 모사(Digital Replica)’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여기에는 디지털 복제물을 창조한 모든 원작자를 연방법의 보호 대상으로 본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한편으론 디지털 복제물을 만드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면책 조항도 마련을 했고요. 일단은 원작자를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여놓되, 테크기업의 경영 활동에 유리한 활로를 열어준 모양새입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테크기업의 AI 학습을 규제하는 쪽으로 움직였습니다. 인공지능법을 통해 AI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데이터 관리 및 학습데이터 요약본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봤듯 AI와 관련해 만국공통의 표준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말은 우리가 AI를 적절하게 사용할 만한 제도적 환경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가벼운 소비가 예술가들과 다방면의 실무자, 나아가 ‘나’에게 커다란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죠. AI는 과연 인류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요? 독자 여러분께 질문을 던지며, 오늘의 미션100을 마칩니다.

    
AI 만든 지브리 프사 문제점 정리

🔍 현황

•미국 테크기업 오픈AI에서 새로 출시한 이미지 생성 AI모델 챗GPT-4o.

•간단한 명령만으로 원하는 스타일의 이미지 제작 가능.

•유명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지브리’의 그림체를 입힌 프로필 사진 폭발적 인기. 



📌 지브리 프사 열풍의 문제는?

글, 그림, 디자인 등 원작을 만들어낸 창작자들의 스타일을 단순 모방하는 AI. 

그러나 화풍이나 스타일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함.

AI를 훈련하는 과정에서 원작 데이터가 무단으로 이용될 가능성 존재.

원작을 단순 모방한 AI 작업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경우 부당경쟁방지법 위반 가능성.



AI 저작권 관련 법제 동향 
미국
-디지털 복제물의 모든 원작자 연방법의 보호 대상에 포함.
-디지털 복제물 공급하는 테크기업 위해 면책조항 마련.

유럽
-인공지능법에 AI 개발하는 테크기업 규제 조항 마련.
-테크 기업은 데이터 관리 및 학습데이터 요약본 의무적 공개.   



참고문헌

IT 조선. 25-04-03. [“지브리 풍으로 그려줘” 챗GPT 열풍 뒤 저작권 논란].
이투데이. 25-04-02. [[이슈Law] 챗GPT '지브리 이미지' 열풍…저작권 등 법적 문제없을까].
한겨레. 25-04-02. [‘지브리풍’ 인기 업고 챗GPT 이용자 5억 돌파… 석달 만에 30%↑].
뉴시스. 25-04-02. ['지브리 밈'에 올트먼 행복한 비명 "GPU 10만개 연락줘"].
한국경제. 25-04-01. [올트먼 "GPU 녹는다" 행복한 비명… '지브리 프사' 대유행].
IT DAILY. 24-01-31. [수면 위로 떠오른 AI 학습 데이터 저작권 분쟁].
동아일보. 23-07-22. [정부, ‘AI 학습용 저작권 침해’ 면책 논란… 美-유럽선 잇단 소송].
조선비즈. 23–07-05. [[AI 시대의 저작권] ③AI는 과연 스스로 사고할 수 없을까?… AI, 저작권자 되려면].
조선비즈. 23–07-05. [[AI 시대의 저작권] ②AI가 베낀 미키마우스 때문에 징역형까지?… 저작권 침해 요건은].
조선비즈. 23–07-04. [[AI 시대의 저작권] ①기존 화가 화풍 모방해 그린 AI 그림, 저작권 침해일까 아닐까].
bkl. 2025. [저작권과 AI에 관한 미국 저작권청의 보고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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