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레터 39호
2023/11/28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과연 심혈관질환에 나쁠까?

들어가며

체중 감소와 혈압, 혈당, 지질수치의 개선은 뇌심혈관 질환의 예방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체중 감소와 혈압, 혈당, 지질수치의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다양한 연구에서 보고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로 인해 “LDL 콜레스테롤”이 증가한다는 연구들도 있습니다. LDL 콜레스테롤이 증가하면 심혈관 질환의 발생에는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연구들은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오히려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에 대하여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하루 탄수화물 섭취량을 20-120그램으로 제한하는 식이요법입니다. 혈중 포도당 대신 케톤체를 사용하도록 고안된 케토제닉 다이어트, 탄수화물 섭취를 최소한으로 하고 고기 등을 더 섭취하도록 하는 저탄고지 다이어트와 같이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케토제닉 다이어트: 육류, 생선, 달걀, 유제품, 오일, 채소 등을 주식으로 하고 파스타, 쌀을 포함한 곡류, 감자류 및 과일 섭취는 철저히 금지하는 다이어트 방법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어떻게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까요?

먼저 체중이 어떻게 증가하는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우리가 섭취한 탄수화물은 세포가 이용하기에 좋게 작은 크기의 포도당으로 분해됩니다. 그 포도당이 혈액으로 공급되어 혈당이 증가하게 되는데요. 이 때 인슐린이 분비되어 세포가 혈액의 포도당을 이용할 수 있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인슐린은 체중 증가에 중요한 역할 하게 됩니다. 인슐린이 다량 분비되는 식사를 하게 되면 비만이 됩니다. 인슐린 과다분비가 반복되어 인슐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2형 당뇨가 생깁니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여 인슐린 분비의 자극을 억제하고, 대신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도록 촉진합니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고도 비만, 제2형 당뇨병, 그리고 다른 중증 질환의 치료에도 사용됩니다.

[논문] 저탄수화물 케토제닉 다이어트의 임상적 관점. 2021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L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킨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L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킵니다. 저지방 다이어트와 비교하여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체중을 감소시키고,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켰으며, 중성지방을 감소시켰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LDL 콜레스테롤의 수준을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젊은, 건강한, 정상 체중을 가진 여성을 대상으로 저탄수화물 고지방 케토제닉 다이어트의 효과를 연구한 논문에 따르면, 이 다이어트는 모든 여성에서 LDL 콜레스테롤 수준을 증가시킵니다. 이 결과에 따라, 건강한 젊은 여성들에게 이러한 유형의 다이어트가 혈중 지질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논문] 저지방 식이와 저탄수화물 식이가 체중감소와 지질수준에 미치는 영향. 2020

[논문] 젊은 여성에서 저탄수화물고지방식의 영향. 2021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지 말아야할까?

이러한 연구 결과를 보면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L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므로 그 연장선상에서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에 대한 의문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뇌심혈관 질환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논문이 있습니다

"저탄수화물 식단으로 LDL-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에게는 스타틴 요법이 필요하지 않다(Statin therapy is not warranted for a person with high LDL-cholesterol on a low-carbohydrate diet)”라는 제목의 논문입니다. 이 논문에서 제시하는 내용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본 연구에서 세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1.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에 의해 LDL 콜레스테롤이 오른다면, 이렇게 증가한 LDL 콜레스테롤이 심혈관 질환을 증가시키는가?
  2.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로 인해 LDL 콜레스테롤이 오르지만, 다른 이점은 없는가?
  3.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겐 스타틴 치료가 얼마나 이득이 있는가?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증가시키는 LDL 콜레스테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L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LDL콜레스테롤 입자들 간에는 이질성이 있으며, 심혈관계질환에 주로 기여하는 것은 작고 밀도가 높은 LDL 콜레스테롤입니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LDL 콜레스테롤 중 입자가 작고 밀도가 높은 LDL콜레스테롤(small dense LDL)보다는 입자가 크고 밀도가 낮은 LDL콜레스테롤(large buoyant LDL)을 주로 증가시킨다고 합니다. 작고 밀도가 높은 sdLDL 콜레스테롤 증가중성지방 증가, HDL 감소로 더불어 "atherogenic lipid triad"라고 불립니다. 해석하자면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세가지 지질 수치라고 불립니다. 그리고 이 수치들은 신체의 인슐린 저항성 증가와 중요한 관련이 있습니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이 "atherogenic lipid triad"를 감소시키는 것이지요.

  *"atherogenic lipid triad"는 LDL콜레스테롤이 죽상동맥경화증의 주요 원인이라는 전통적인 가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대표합니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개선시키는 여러가지 심혈관질환 지표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많은 심혈관 질환 관련 지표를 개선시킵니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복부 지방, 혈압, 지질 수치, 염증 등을 개선하고, 체중 감량을 돕는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는 보고가 많습니다. 특히 인슐린 저항성이나 위에 언급한 sdLDL 콜레스테롤도 개선됩니다. 다시 말하면,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LDL 콜레스테롤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다른 많은 지표의 개선을 고려한다면 전반적으로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습니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서 스타틴 치료의 효과

스타틴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약물입니다. 이 약물이 LDL 콜레스테롤이 높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가 있을까요? 위 논문에서는 중성지방이 낮고 HDL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은 스타틴 치료의 효과가 적다고 합니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중성지방을 감소시키고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킵니다. 그러므로,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에 의해 초래된 LDL의 상승, 이를 낮추기 위한 스타틴 치료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결론 -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심혈관 질환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소개해드린 논문의 내용을 요약해보겠습니다. 첫째,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에 의해 LDL 콜레스테롤이 증가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sdLDL 콜레스테롤보단 그렇지 않은 콜레스테롤인 lbLDL 콜레스테롤이 주로 증가합니다. 두번째,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인슐린 저항성, 고혈압, 고혈당 등 LDL 콜레스테롤보다 더 중요한 심혈관 질환 위험 요소를 개선합니다. 마지막으로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에 따라 중성지방을 충분히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을 상승시킨 경우에는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스타틴 치료가 큰 효과가 없었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심혈관 질환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가 되겠습니다.

 * sdLDL: small dense LDL(작고 밀도가 높은), lbLDL: large buoyant LDL(크고 밀도가 낮은)


마치며

심혈관질환은 공중 보건에 있어서도 큰 문제이지만, 급성 사고성 유해물질 노출을 제외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질환 중 하나입니다. 발생 전까지는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증상의 발생과 동시에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무서운 질환이기 때문에 예방이 가장 중요합니다. LDL 콜레스테롤이 상승은 우려가 됩니다만, 소개드린 논문에 비추어본다면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충분히 수행할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본 연구로 "고지혈증 환자"에 대한 스타틴 치료 방침이 바뀐 것은 아닙니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고려하는 분들, 특히 기존에 LDL 콜레스테롤이 높거나, 그럴 우려가 있으신 경우라면, 의사와 상의하여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는 식단을 계획하고,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통해 혈압, 혈당 및 지질 수준을 추적관찰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덧붙임

글쓴이는 저탄수화물 식이로 10kg 이상 감량 후 6개월 간 유지 중입니다.


글쓴이: 김수현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구독자 의견 보내기

매주 화요일 오전 8시, 오이레터로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시려면! 
산업보건과 환경보건의 주요 이슈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오이레터 편집팀
ksoem13@gmail.com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