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요일 오후 12시 57분. 아침 9시 30분에 일어나 체중부터 쟀다. 82kg. 어제 외식을 하긴 했지만 칼로리가 높거나 기름진 음식을 먹지 않아(어복쟁반) 몸무게 방어에는 성공했다.
2. 몸무게 방어라고 하니까 떠오른건데, 방어회는 가장 브랜딩이 잘된 음식 중 하나인 것 같다. 대부분의 생선은 겨울에 맛있다. 방어만 맛있는 게 아니다. 기름지고 살이 오르는 때인 건 모든 생선에게 마찬가지인데 대한방어협회에서 마케팅을 잘한 건지 겨울만 되면 모두가 방어를 먹지 못해 아쉬워한다(나쁜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니다). 나도 이번 겨울에 친구에게 "우리 이번 겨울 방어 안 먹지 않았어? 다음에는 방어 먹자" 이런 말을 몇 번이나 했으니까.
3. 겨울에 먹어서 맛있는 음식 대부분은 온기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붕어빵, 호떡 등 스트리트 푸드부터 찌개, 국, 전골 같은 보글보글 끓는 것은 여름보다는 확실히 겨울이 어울린다. 그래서 방어의 포지션이 독특하다. 방어는 온도와 상관없이 겨울에 먹어야 더 맛있는 식재료로 자리매김했다(과일도 아닌데 제철이 있다).
4. 좋아하는 사람이 방어를 먹자고 제안하면 흔쾌히 좋다고 말하겠지만 사실 나는 다양한 식감을 비교하며 즐길 수 있는 모둠회를 가장 좋아한다. 아주 어렸을 때는 지금은 거의 먹지 않는 한치회를 좋아했다. 지금도 비슷할 수 있다. 나는 여전히 생선 맛을 모르겠고, 한치회만 사줘도 고마울 것 같다.
5. 몸무게 방어에 성공했음을 확인한 다음에는 어젯밤에 보면 유튜브 영상을 조금 더 봤다. 인지심리학 박사 이고은이 말아주는 '당신에게 호감 있는 사람이 애타게 보내고 있는 3가지 신호'라는 영상이었다. 유튜브에는 연애 팁이나 상대방의 심리를 알려주는 많은 영상이 있지만 이고은 박사만큼 깊이있게 다루는 건 못봤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면 티가 날 수밖에 없어요. 좋아하는 것 같은데 티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면 그 사람이 티가 날 정도로 좋아하는 게 아니거나 좋아하지 않는 거겠죠. 그때는 상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보세요. 혹시 자신이 너무 외로운 상태는 아닌지."
6. 좋아하는 사람이 앞에 있으면 일단 동공이 확장되고, 입꼬리가 올라가거나 자주 웃는다. 행동 측면에서는 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서 뒤로 물러서는 행동을 자주 하게 되고, 호르몬 측면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되고, 교감신경계가 자극되며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코티졸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혈압이 상승하고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그 결과, 안 그러던 사람이 덤벙대고 실수를 하게 된다. 평소에는 긴장을 잘 안하는 사람이 컵을 쏟는다거나 뚝딱거리는 모습이 그 증상이다. 얼굴이 빨개지고 말이 꼬이는 것 역시 마찬가지 증상. 말투는 상대방의 말에 긍정하는 어투를 쓰게 된다. "이 파스타 진짜 맛있다"라고 하면 내가 평소에 파스타를 안 좋아하더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하게 된다. "아니, 나는 이 파스타는 전형적으로 만들어진 K-파스타이고 진짜 파스타는 이탈리아에 있어. 김이 모락모락나잖아? 이런 파스타는 맛있는 파스타라고 할 수 없고, 특히 알덴테로 삶지 않아서 심이 살아 있지 않은 이 파스타는 내가 보기엔 최악이야. 하지만 네가 맛있게 먹었다면 취향은 존중할게."라고 말할 수는 없다.
7. 주말에는 사촌 동생 집에 놀러갔는데 조카가 귀여웠다. 잘생긴 사람을 보면 어쩔줄 몰라하며 부끄러워한다는 나를 흘끗흘끗보며 부끄러워해서 기분이 좋았다. 엄마품에 안겨 "삼촌 까까"라고 해서 팝콘 까까를 줬고 받아 먹더니 오물오물 먹다가 고개를 획 돌리며 엄마 품에 숨어버렸다. 귀여웠다.
8. 피드백 페이지로 들어온 글에 대한 답글을 남깁니다. 다음에도 질문, 고민상담, 하고 싶은 말을 남겨주시면 답변해보겠습니다.
불면증에 쉬프 멜라토닌 직빵이에요! 직구로 구매 가능! 부디 편안한 밤 되시길 바라는 B지노 팬으로부터..
RE: 멜라토닌을 며칠 동안 계속 먹었는데도 효과가 없다가 조금씩 적응하면서 지금은 잘 자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 자신을 덜 괴롭히고 싶다>는 새해 다짐이 너무 멋지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매년 새해마다 늘 스스로를 채찍질했는데, 저도 저를 좀 덜 괴롭히는 한해를 만들어야겠습니다. 바쁘시고 시차 적응에 힘드신데도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출장이 싫다고 하셨지만, 삼성의 성덕이 되신것을 축하드립니다.🙏🏻
RE: 출장이 싫다고 했지만, 며칠이 지나니 또 비행기를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해외 여행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국내 여행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새로운 자극과 위험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해서(TCI 검사 결과) 외국에서 미션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느낌이 좋았어요. 저는 작년에 저를 많이 채찍질하다보니 올해는 덜 하려구요. 가끔은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안 하고 싶어요. 정답은 없겠죠.
인스타볼땐 낫뱃다이너,, 가능할까,, 했는데,, 와있군요 ㅎㅎ 좋네요- 시차적응을 그렇게 빡세게 겪었던 적은 사실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고생이 많으십니다. ㅎ 이사가 당장 내일이라,, 머리가 팽팽도네요;; 영끌,, 이라는 단어가 모르겠지만,, 아무튼 잔뜩 빚을내서 집을 사게됐는데- 연락 잘되던 지금 집 주인이 어제 갑자기 연락이 안되는통에,, 맘이 싱숭생숭합니다.ㅎ 이사는 제대로 잘 될지,, 새집엔 문제는 없을지,,, 회사까지 너무 멀게 잡은건 아닌지,, 이런저런 생각들이 복잡하게 엉켜있네요 ㅎ B님처럼 자기주관 뚜렷한 사람을 늘 신기하게 생각하기때문에- 단호하게 써내려간 이야기들에,, 가끔씩 힘을얻기도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요! 다음 뉴스레터에선 즐겁게 뵙기를!
RE: 제가 자기주관이 뚜렷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티나지 않게 자주 힘들어합니다. 저라고 특별히 다르진 않을 거예요. 저도 이사를 할 때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나요. 새 집에서의 삶을 응원합니다. 어제 <집을 쫒는 모험>이라는 에세이집을 읽다가 네이버 부동산에서 옥인연립 시세를 찾아봤는데 6억이더라구요. 그런 집에 살 수 있다면 내 인생 마지막 집이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차적응 중에도 뉴스레터 작성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달만에 온 메일이라 반가웠어요! 석준님의 과거에 되고 싶었던, 바라던 모습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문득 궁금해지네요. 추운겨울 감기 조심하시고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
RE: 과거에는 영화평론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여전히 영화를 좋아하지만 예전만큼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이럴 때면 영원히 좋아할 수 있는 게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드네요.
늘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사진의 산호세 바는 어딜지 궁금해요
RE: 스테이크 하우스와 바가 함께 있는 곳이었어요. 저는 스테이크를 먹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