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소식] 금호고속 이동권 소송 판결: 승리와 아쉬움,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동행🤝: 지난 뉴스레터에 올렸던 금호고속을 상대로 한 장애인차별구제 이동권 소송을 기억하시나요? 2025. 2. 20. 광주지방법원 민사제14부(재판장 나경, 사건번호 2017가합60593, 원고 김은숙 김영애 박영석 배영준 윤정표)는 차별구제소송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피고 금호익스프레스에 대해서는 일부승소, 광주광역시와 국토교통부에 대하여는 패소하였습니다. 그런데 재판부에서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으로 한다고 결정을 내렸는데요. 뭔가 법원의 세심함에 조금..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74쪽에 이르는 판결문 곳곳의 섬세한 판단으로 원고들의 상처받은 존엄이 어루만져지는 것 같은 느낌도 함께 들었습니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에 진전이 있을 고무적인 판결이지만, 교통 행정기관(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점, 그리고 휠체어 탑승설비 제공은 오직 신규 도입 차량에 대한 것으로, 실질적으로 '버스 타고 어디든지 여행'이 가능해지려면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 등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희는 이후의 항소심을 준비하려고 하는데요. 그래도 일단은 거두절미하고 판결 주문과 판결 이유를 같이 보실까요?

광 주 지 방 법 원
제 1 4 민 사 부
판     결


주     문

1. 피고 금호익스프레스 주식회사는 원고들에게 2026. 1. 1.부터 신규로 보유하게 되는 시외버스 중 시외우등고속버스, 시외고속버스, 시외우등직행버스, 시외직행버스, 시외우등일반버스, 시외일반버스에 관하여, 원고들이 위 각 유형의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2026. 12. 31.까지는 전체 신규도입 버스 중 5%까지의 버스에, 2027. 12. 31.까지는 전체 신규도입 버스 중 8%까지의 버스에, 2028. 12. 31.까지는 전체 신규 도입 버스 중 15%까지의 버스에, 2029. 12. 31.까지는 전체 신규도입 버스 중 20% 까지의 버스에, 2030. 12. 31.까지는 전체 신규도입 버스 중 35%까지의 버스에, 2032. 12. 31.까지는 전체 신규도입 버스 중 50%까지의 버스에, 2035. 12. 31.까지는 전체 신규도입 버스 중 75%까지의 버스에, 2040. 12. 31.까지는 전체 신규도입 버스 전부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각 제공하라.

2. 원고들의 피고 대한민국, 광주광역시, 금호고속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 및 피고 금호 익스프레스 주식회사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들과 피고 금호익스프레스 주식회사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 금호익스프레스 주식회사가 부담하고, 원고들과 피고 대한민국, 광주광역시, 금호고속 주식회사 사이에 생긴 부분은 각자 부담한다.

(···)

이     유

판결문 44쪽 이하

(3) 탑승개연성에 관하여
 피고 금호익스프레스가 비록 원고들에 대한 휠체어 탑승설비 미제공의 차별행위를 하였더라도, 원고들이 향후 피고 금호익스프레스의 모든 시외버스 내지 그 버스가 운행하는 모든 노선에 탑승할 '구체적·현실적 개연성'이 결여되어 위와 같은 적극적 조치의 내용이 비례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피고 금호익스프레스 역시 이를 지적하고 있기는 하다).

 (가) 이 법원이 피고 익스프레스에게 휠체어 탑승설비의 제공을 명하는 것은 휠체어 사용 장애인인 원고들의 정당한 법적 권리의 실현이지, 결코 장애인에 대한 어떠한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비록 헌법에 명시되지는 아니하였으나,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장애인에게도 동등하게 보장하고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 필수적인 전제가 되는 권리로서 헌법 제10조, 제11조, 제34조 제1항 및 제5항으로부터 도출되는 기본권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 장애인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일상을 영위하고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으려면 언제든지 가고자 하는 곳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을 이용하는데 제한이 없어야 한다.

 (나) 시외버스는 오늘날 대표적인 교통수단으로서 각종 생산활동, 경제활동의 기반이 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하여 사회구성원들의 이동 및 지식, 문화, 기술의 교류와 전파가 이루어진다. 그에 따라 시외버스의 이용은 출퇴근 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교육, 의료, 친교·여가 등 다양한 목적으로 운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즉 시외버스는 단순한 운송수단으로서의 기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사회공동체의 형성·유지를 담보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각자의 선호와 필요에 따라 시외버스를 이용하여 지역과 지역을 넘어 타인과 상호작용하고, 기본적인 생활관계를 형성하며, 사회구성원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런데 장애인인 원고들을 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의 경우와 달리 볼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므로, 원고들 역시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서 그들 스스로 내지 조력을 받아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마찬가지로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필요에 따라 시외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이용 가능성이 상존하는 이상 그 자체로 탑승의 '구체적·현실적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앞서 원고들이 버스 탑승을 실제로 시도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원고들과 피고 금호익스프레스 사이에 구체적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이 있다고 본 것은 이러한 판단을 전제로 한 것이다.

 (다) 만일 피고 금호익스프레스의 운행 노선 가운데 탑승의 유의미한 개연성이 있는 노선만이 적극적 조치의 대상이 된다고 볼 경우,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자료로써 비교적 용이하게 확인 가능한 원고들과 그 가족의 주거지, 직장, 학교 소재지 등을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
 그런데 이 법원의 원고들의 직장, 학교, 가족 및 친척 주거지 등에 관한 석명 과정에서 원고들은 이동권이 극도로 제한된 장애인으로서 광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직장을 얻거나 진학할 수조차 없었고, 친척과 왕래하지도 못하여 이제부터라도 직장을 구하거나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고, 친구들과 왕래하고자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음에도, 차별적인 상황에 처하여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탑승의 개연성 있는 시외버스 운행노선을 특정할 것을 요구하는 법원의 석명에는 응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음을 밝혔다. 또한, 이 사건 소 제기 당시인 2017년 원고 김은숙, 윤정표는 바다에 가보고 싶어 순천행 버스표를, 원고 박영석은 당시 모친과 누나가 살고 있던 안산에 가기 위해 안산행 버스표를 구매하였다가 휠체어가 실리지 않아 탑승을 포기하였고, 이 사건 소 계속 중 원고 중 일부는 이사하거나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되는 등 생활환경에 변화가 있었으며, 제2예비적 청구취지로 대구에 소재한 대학교에 진학할 꿈을 가진 원고 배영준의 경우 광주-대구 노선을 특정하였고, 나머지 원고들은 버스표를 구매하였다가 반환하였던 광주-순천 노선, 여행을 가고 싶은 곳으로 바다가 있는 도시이며 기차가 다니지 않는 광주-해남, 광주-강진 노선을 특정하였다.
 결국 가족, 친척, 취업 유무 등은 각자가 처해있는 상황, 입장, 이해관계, 가치관, 경제적 상황, 장애의 유형·정도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고, 여기에 장애인들은 역사적으로 교육이나 고용 등 일상생활에서 차별을 받아온 소수자로서 진학이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점을 감안하면, 원고들의 장래 이용 가능성이 상존함에도 위와 같은 기준을 내세워 탑승할 구체적·현실적 개연성의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확대 내지 재생산하는 부당한 결과가 될 수 있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입법목적과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라) 나아가 '구체적·현실적 개연성'의 개념은 내외부적인 요인에 수반하여 언제든지 변화될 수 있는 가변적인 개념이지, 정형화된 고정적 개념이 아니므로, 이동권이 제한된 장애인들에 대해서는 이를 완화하여 해석함이 타당하다. 탑승할 개연성이 있는 노선을 현재 탑승한 적이 있거나 탑승을 시도한 적이 있는 노선으로 특정하기보다 장차 원고들이 탑승할 수 있는 노선으로 넓게 해석하고, 해외 사례처럼 탑승 전 2~3일 이내 미리 예약을 권고함으로써 휠체어 탑승설비가 설치된 버스를 배정한다면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게 운영될 수 있다.
동행🤝: 이날의 승리소식을 AI에게 알려주었더니, 요런 그림이 나왔더라고 합니다.
깜찍하죠? 모든 시민이 버스 타고 여행 갈 수 있는 그날까지 동행은 언제나 곁에서 함께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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