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 폭우로 밤새 비 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친구들, 무탈하십니까?😵

매주 한 주의 안녕을 묻는 말로 편지를 시작하던 댕기자의 마음에 걱정이 피어오릅니당. 갑작스런 침수나 도로 유실로 인간 친구들이 다치시진 않았는지, 세찬 비에 새 둥지가 상하지는 않았을지, 갑자기 불어난 하천에 새끼 오리들도 무사해야 할텐데…동네 길고양이 녀석들은 건물 처마에서 비를 잘 피했을까요. 이런 저런 걱정이 앞섭니다.

댕기자는 주로 인간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간혹 도심 내 같이 살고 있는 여러 동물의 존재를 잊고는 합니다. 그러다가 이렇게 갑작스런 재난이나 사건이 벌어지면 그제서야 친구들이 가까이 있음을 느끼고는 하는뎁쇼. 지난 주말도 마찬가지였습니당.

토요일인 6일 아침, 서울 중계동에서는 멧돼지 한 마리가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부스에 갇히는 사고가 벌어졌습죠. 인근 산에서 내려온 멧돼지는 도심 풍경에 당황했던 건지 교차로에서 쏜살같이 달려 부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멧돼지는 이렇게 은행 기계실에 들어가 갇히고 말았습죠.

결국 1시간 뒤 멧돼지는 사체가 되어 자루에 담겨 나왔습니다. “통행이 잦은 도로로 뛰쳐나가 (멧돼지가) 사람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란 것이 출동한 소방대원들의 설명이었는뎁쇼. 도심에 멧돼지가 출몰해 사살되는 소식은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댕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뉴스의 댓글란이었습니닷.

‘얼마나 먹을 게 없으면 도심까지 왔겠나.’

‘그렇게 꼭 죽여야만 했나. 사람도 안 해쳤는데, 마취총으로 잡아도 되잖아.’

‘인간들아, 동물들 영역 침범하지 마라! 산에서 나물 같은 걸 가져오지 않았음 쟤들도 내려오지 않았을 거 아니야.’

이렇게 댓글 대부분은 ‘멧돼지의 처지’를 생각해보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사고 소식은 착찹했습니다만, 댕기자 한 편으로는 멧돼지의 목숨도 생명으로 보는 친구들의 마음이 고맙기도 했습니당. 비록 멧돼지를 다른 방식으로 구조하진 못했지만 우리 곁의 동네 고양이, 오리, 새들을 바라보는 친구들의 마음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멧돼지의 부고를 빌며, 동물에 대한 인간 친구들의 관심이 이처럼 사회 곳곳에 스며들기를 바라는 바람으로 오늘도 편지를 시작합니닷.🙏

👨 조기자가 답합니다

개인적으로 노트북 옆에서 잠든 우리 냥이에서 가장 귀여운 부분😻을 꼽으라면 바로 그곳이야. 살구색 젤리빈 같은 볼록살이 발톱 아래 네 개 그리고 발바닥에 하나 놓여있는데 나방을 쫓는 꿈을 꾸는지 발톱을 꼬물거리는 모습이 너무 앙증맞아.

결국, 유혹을 못 이기고 살짝 만지게 되는데 결과야 뭐 뻔하지. 냉정하게 발을 쏙 빼. 집요하게 만지려 했다가는 펀치에 얻어맞을 수도 있어. 아니 귀여워서 그러는 게 뻔한데도 좀 너무한 거 아냐 하는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해. 근데 알고 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더라고.

고양이의 발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어. 고양이 몸에서 털이 나지 않은 곳이 어디지? 단추 같은 코(두 번째로 귀여운 부위!) 빼면 발바닥이 유일해. 발바닥에는 유일하게 땀샘이 나 있어서 체온을 조절해. 더울 때 발바닥을 자주 핥는 것도 온도를 낮추려는 행동이지.

체온 조절만 하는 게 아니야. 사람도 더울 때만 땀 흘리는 건 아니잖아. 소개팅 할 때 손바닥이 축축해지지? 고양이도 마찬가지야. 동물병원에 가면 고양이가 걸어간 자국🐾이 남아. 긴장해서 발바닥에 땀이 난 거지.

발바닥에선 땀만 흘리는 게 아니라 다른 고양이와 소통하는 냄새 물질도 분비해. 고양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가구나 새로 생긴 물건을 보면 긁어서 흔적을 남기지. 눈에 보이는 자취와 함께 냄새로 ‘내 꺼야!’라고 표시를 하는 거야.

고양이 발바닥에는 신경 수용기가 밀집해 있어서 아주 예민해. 여기서 온도, 재질, 압력, 진동 같은 미묘한 변화를 감지해. 에어컨을 켜지 않았을 때 방안에서 어디가 가장 시원한 곳인지 알려면 어떻게 해? 고양이가 앉아 있는 곳이 그곳이야. 고양이 발바닥은 온도 차이를 1도까지 구분한대.

또 발바닥은 여러 층으로 이뤄져 있어 일종의 충격 흡수판 구실을 하지.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을 때 부드럽게 착지할 수 있는 건 관절과 근육과 함께 발바닥이 충격을 흡수하기 때문이야.

고양이는 걸을 때 사람처럼 발바닥을 딛지 않아. 개도 마찬가지지만 발가락으로 걸어. 사람처럼 쿵쾅거리지 않고 조용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건 발가락 끝으로 걸으면서 볼록살로 충격을 흡수하기 때문이지.

이렇게 소중하고 민감한 기관을 남이 만지려고 하면 쉽게 허락하겠어? 처지를 바꿔 놓고 생각해 봐. 사람에게 그런 부위는 아마 손일 텐데 아무하고 막 손을 만지진 않지. 우리는 평화와 우호의 상징으로 악수를 하잖아. 무기를 쥐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는 건데 진화생물학자들은 악수한 뒤 자기도 모르게 코 근처로 손을 가져간다는 사실을 발견했어. 상대의 냄새 신호를 맡아보려는 본능이라는 거야. 비인간 동물이 노골적으로 상대의 냄새를 맡는 것을 순화한 동작이라는 얘기.

물론 고양이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발바닥을 허락하는 정도가 달라. 신뢰 수준이 높다면 발톱 깎기가 쉽잖아. 과거 발톱 깎다가 상처가 났다거나 문틈에 끼였다든가 하는 트라우마가 남은 고양이는 더욱 손을 주지 않으려 하겠지.

발은 고양이의 가장 중요한 무기이기도 해. 그러니까 발을 잡히는 건 저항이 무력화된 일종의 덫에 걸린 상태일 수도 있는 거야. 그래서 냥이의 손을 만지는 행위는 둘 사이의 신뢰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는 셈이지.

고양이든 사람이든 누굴 좋아한다는 건 상대가 무얼 좋아하고 무얼 싫어하는지 알아가는 과정 아닐까. 오늘도 막판 퀴즈. 고양이도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있을까? 정답은 레터 맨 마지막에 있어!

🐶댕기자: 고양이의 마음은 생각 않고 마구 ‘손 잡은’ 저희 집사 탓이었군요. 앞으로는 댕기자가 제대로 교육 해야겠습니당....(*￣０￣)ノ

🏁 ‘고래 덕후’ 우영우라면 줄줄 외웠을 책 5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