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몸은 숲과 나무를 필요로 하는가

👉 인터뷰 진행 : 신미화 / 이바라키 그리스도교 대학 경영학부 교수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만원 지하철, 업무 스트레스, 대기오염 등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심신 건강과 면역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다. 그렇다면 며칠 동안 숲에서 지내는 것만으로 우리 몸에 과학적으로 확인 가능한 변화가 일어난다면 어떨까.
이 질문에 20년 넘게 과학의 메스를 들이대 온 연구자가 있다. 의사이자 현재 일본의과대학 재활의학 분야 임상교수를 맡고 있는 리칭(李卿, Qing Li) 박사다. 국제자연·산림의학회(INFOM) 설립에도 참여했으며, 산림의학을 과학적으로 연구해 온 이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한국의 중장년 독자들을 위해 산림욕이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의 연구 여정과 함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중국 산시성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탐구

리 박사에게 산림욕 연구의 원점을 물으니 환한 미소로 이렇게 답했다.

"제 성인 '리(李)'는 나무의 아들이라는 뜻입니다. 재미있죠. 원점은 바로 제 고향입니다. 중국 산시성 다퉁시의 작은 마을에서 나고 자랐는데, 흙은 누렇고 나무는 거의 없는 땅이었습니다. 하지만 살구나무와 포플러 나무에 둘러싸여 뛰놀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훗날 제 연구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게 됩니다. 1988년 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고, 가고시마대학교에서 유학하던 시절, 아직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전이던 야쿠시마섬을 방문해 그 울창한 숲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젊은 유학생 시절, 오랜 세월을 살아온 조몬삼나무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리 박사는 그 경험을 "평생 잊을 수 없다"고 회상한다. 이후 일본의과대학에서 환경의학을 공부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교로 유학해 암 연구에 매진하던 중 면역세포인 자연살해세포(NK세포)를 만나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마음에 남아 있던 '나무'와 의학 연구에서 만난 '면역'. 이 두 가지가 연결되면서 훗날 산림의학이라는 독자적인 연구 영역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NK세포는 '몸속의 경찰'

리 박사가 특히 힘을 쏟아온 것이 백혈구의 일종인 자연살해세포 연구다. NK세포는 몸속을 순찰하며 암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등 이상을 발견하면 이를 제거하도록 작용한다. 리 박사는 이 원리를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NK세포는 경찰, 암세포는 범인과 같은 존재입니다. 경찰의 힘이 범인의 힘을 앞서면 사회 질서, 즉 몸의 건강이 유지됩니다."

다만 NK세포의 수와 활동은 스트레스나 노화 등의 영향을 받는다. 산림욕을 통한 스트레스 완화가 실제로 NK세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이 질문을 확인하기 위해 리 박사는 2004년 약 3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팀을 꾸려 산림의학의 과학적 검증에 나섰다.

"2004년에 팀을 꾸려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거의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출발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2005년, 도쿄에서 온 중년 직장인 그룹을 대상으로 나가노현의 숲에서 3일간 머무르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3일간의 숲 체험, NK세포는 어떻게 달라졌나

리 박사의 연구에서는 산림 체류 후 NK세포의 수와 활동과 관련된 지표가 상승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NK세포 수는 실험 전과 비교해 증가했으며, 1주일 후, 그리고 30일 후 추적 조사에서도 그 효과의 일부가 지속되었다고 한다. 다른 실험에서도 NK세포 활동의 강도를 나타내는 'NK 활성'의 상승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산림욕 이후 NK세포의 활성화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NK세포가 이상 세포를 공격할 때 사용하는 퍼포린, 그랜자임 등의 단백질도 증가했다. 리 박사의 연구팀은 산림욕 후 NK세포의 수뿐 아니라, 그 기능을 뒷받침하는 물질에도 변화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향의 정체 — 피톤치드의 과학

왜 숲속에 있으면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일까. 리 박사가 주목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향기'였다. 소나무와 편백나무 등 수목이 방출하는 휘발성 성분으로 알려진 피톤치드다. 실험실에서 사람의 NK세포에 식물 유래의 향기 성분을 작용시킨 실험이나, 호텔 객실에서 편백 정유를 확산시켜 수면 중 흡입하게 한 실험에서도 NK세포와 관련 단백질에 변화가 확인되었다고 한다.

"산림욕 효과의 30 - 40%는 후각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효과가 비교적 빠르게 나타나고, 지속 시간도 길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리 박사의 연구에서는 이러한 숲에서 비롯된 자극이 스트레스, 분노, 혼란 등 기분 개선은 물론 수면의 질 향상과도 관련이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암 치료의 대안이 아니다 — 예방의학으로서 접근하기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은, 산림욕이나 피톤치드가 기존의 암 치료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암은 복잡하고 다면적인 질환이며, 진단과 치료에는 전문적인 의료가 필수적이다.

"산림욕과 피톤치드는 어디까지나 스트레스를 줄이고 면역 기능을 좋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예방적 접근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산림욕의 가치는 병을 '치료'하는 데 있다기보다, 일상 속에서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건강을 뒷받침하는 보완적인 방법이라는 데 있다.


오감이 이끌어내는 '숲의 힘'

산림욕은 피톤치드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초록 풍경, 새소리와 물소리, 나무와 흙을 만지는 감각, 천천히 걷는 행위 — 다양한 자극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다. 리 박사에게 특히 중요한 요소를 물었다.

"중요도 순으로 말하자면 먼저 후각, 그다음이 시각, 청각, 촉각입니다. 바람이 온몸에 닿는 것처럼 오감 전체로 자극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맨발로 흙을 밟는 것도 촉각 자극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미각 — 그 지역의 향토 음식을 맛보고, 숲의 공기를 느끼며 물을 마시는 것도 산림욕의 일부입니다."

즉 산림욕이란 단순히 '숲을 걷는 운동'이 아니다. 숲의 향기를 들이마시고, 초록을 바라보며, 새소리를 듣고, 바람을 피부로 느끼는 것. 몸 전체로 자연을 받아들이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혈압과 수면에도 변화를

리 박사의 연구에서는 산림욕 후 교감신경의 긴장이 완화되고 부교감신경의 활동이 높아지는 경향, 그리고 코르티솔,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등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의 감소가 보고되었다. 당일치기 산림욕 실험에서는 도심을 걸었을 때와 비교해 혈압이 낮아진 사례도 확인되었다. 물론 고혈압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보완적 건강 습관으로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또한 수면의 질과 기분 개선 등 산림욕과 정신 건강의 관련성도 연구되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 중인 일본과 한국에 있어 스트레스를 어떻게 줄이고 심신 기능을 좋은 상태로 유지할 것인가는 중요한 과제다. 최근에는 산림 유래 성분이 고령자의 삼킴 기능에 미치는 영향 등, 고령자 돌봄에의 응용을 모색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사람'과 '숲'과 '지역'이 연결되는 의학

리 박사가 제창하는 산림의학의 근저에는 '사람의 건강', '숲의 건강', '지역의 건강'이라는 세 가지를 연결하는 사고방식이 자리하고 있다.

"사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건강한 숲이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숲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그 자체가 활력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가 갖추어져야 비로소 산림욕이 성립되는 것입니다."
2004년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이후, 리 박사는 산림욕을 통한 건강 증진을 일관되게 추구해 왔다. 2023년에는 사단법인 일본산림의학회도 발족했다. 저서 『Shinrin-yoku/Forest Bathing』은 27개 언어로 번역되어 5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서 읽히는 등, 일본에서 탄생한 '신린요쿠(森林浴)'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2026년 6월에는 리 박사의 연구를 소개한 해외 SNS 게시물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왜 이렇게 많은 세계인이 산림욕에 매료되는 것일까.

"사람들은 원래 자연을 좋아하지만, 왜 자연에 끌리는지는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자연으로부터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이 이해하고 공감해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감각이었던 것이 비로소 과학이 된 것이죠."
실천 팁 —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는 것들

마지막으로 한국의 중장년 독자들을 위해 산림욕을 건강 관리에 접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언을 물었다.

"도시에서 생활하다 보면 매주 산이나 숲으로 나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상적인 것은 실제 숲 속에 몸을 두는 것이지만, 도심 공원이나 가로수가 많은 길을 걷거나, 실내에 목재나 식물을 들여 놓거나, 숲의 영상이나 자연의 소리를 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조금씩 '숲'을 들여놓는 일이다. 인생 100세 시대를 맞이한 일본과 한국에서, 산림욕은 거창한 도구 없이도 많은 사람이 생활 속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건강 관리의 선택지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이번 주말, 우선 가까운 공원을 천천히 걸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투자와 연금에 대한 알찬 정보를 꾸준히 받아가세요!
여러분의 노후에 정말 필요한 정보만 골라서 전해드립니다.
investpension-info@miraeasset.com

추후 메일 수신을 원치 않으실 경우
수신거부Unsubscribe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