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코첼라에 다녀와서
2024.4.20. 토요일
코첼라 통신 (1)

© ㅎㅇ


Q. 사막이라며, 너무 덥지 않나? 

A. 코첼라는 매 해 4월에 2주간 동일한 아티스트, 동일한 셋리스트로 진행 된다. 이를 WEEK1, WEEK2라 부르고, 가끔 아티스트가 WEEK2에 미공개 신곡을 발표하거나 그 전주와 다른 피쳐링 게스트를 무대에 초대해서 올리는 경우도 있다. 작년에는 WEEK2(2023년 4월 21일(금)~4월 23일(일))에 가서 평균적으로 낮 최고 온도가 35~36도였고, 정말 땀을 많이 흘렸다. (10여년 전에 코첼라에 다녀온 지인이 자기 때는 최고 온도가 40도 언저리였다고 했다.) 올해는 WEEK1(2024년 4월 12일(금)~4월 14일(일))에 다녀왔는데 놀랍게도 머무르는 내내 낮 최고 온도가 20도 후반대였다. 올 해는 오후 6시 전까지는 특별히 덥거나 습하지 않아서 관람 환경이 좋았는데, 문제는 해가 지고 헤드라이너 무대에 가까워지는 밤 시간대가 될수록 춥고 바람이 많이 분다는 데에 있었다. 너무너무 바람이 많이 불었다. 공들인 헤어 스타일링이 바람에 나부끼는 아티스트들을 많이 보았고, 페기 구 또한 1주차 공연이 끝난 후 자신의 SNS에 “바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wind was stressing me out a bit haha)"고 했다. 일기예보를 보니, 돌아온 2주차 코첼라의 날씨는 다시 예년처럼 최고온도 35~36도라고 한다. 


Q. 숙박 비용은 얼마나 드는가? 숙소 컨디션은 괜찮나?

A. 코첼라에 가려면 최소 3박, 길게는 4박의 숙박이 해결되어야 한다. 작년에는 오픈채팅방에서 만난 한국인 총 7인이 에어비앤비에 묵었다. 감사하게도 LA에 거주중인 한국인 분이 선뜻 총대를 메고 선결제를 했고, 거기에 마지막으로 한 명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 내가 합류하면서 운 좋게 1인실+공용 공간을 쓰게 됐다. 코첼라 기간에는 대부분의 숙박이 1박당 50만원 정도에서 시작되고 공실을 구하는 것조차 어려운데, 에어비앤비에 머무르면서 숙박비용이 대폭 절감되었다. 그런데도 갈수록 에어비앤비를 사람들이 꺼리는 이유가 있는데, 코첼라 기간이 지역 관광의 대목 시즌인만큼 악덕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페스티벌이 가까워졌을 때 돌연 예약을 취소해버리고 더 비용을 올려 (정말로 잘 곳이 없는) 급한 사람들에게 팔아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올 해는 코첼라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 가능한 호텔 패키지를 통해, 팜 스프링스에 있는 호텔 ‘Agua Caliente Casino Rancho Mirage’에 묵었다. 호텔 이름처럼, 1층에는 카지노판이 24시간 벌어지고 있었는데 이곳은 아마도 은퇴한 백인 실버 세대를 위한 휴양지처럼 보였다. 이 패키지 플랜에는 1) 3일간의 코첼라 입장권 2) 4박 숙박 3)행사장을 오가는 셔틀버스 이용권 이 포함되어 있다. 작년 대비 100만원 이상을 지출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었데, 팜 스프링스라는 휴양지 특유의 느긋한 분위기가 궁금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동시간을 절약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 코첼라 기본 지출 비용

  • 2024년: 3,189,715원 (코첼라 입장권 + 숙소 + 숙소와 행사장을 오가는 셔틀버스)
  • 2023년: 2,029,480원 = 687,580원(코첼라 입장권) + 1,341,900원(숙소)
  • 모든 숙소는 동일하게 4박 기준이다. 


Q. 코첼라까지는 어떻게 이동 하는가?

A. LA 공항에서 코첼라로 이동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대부분은 차를 렌트하는데, 나는 면허가 없어서 2년 연속 LA 공항 <-> 코첼라를 오가는 왕복 셔틀 버스를 이용했다. LA 공항부터 코첼라까지 자차든 버스든 평소에는 편도 3시간이 걸리는데, 문제는 대규모의 행사인만큼 이 시즌에는 늘 교통 정체가 있다는 거다. 작년에는 코첼라까지 4시간 30분만에 도착했지만, 올 해는 7시간이 걸렸다. 도로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 너무나 많은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보았지만 영원히 도로 위였다. 도중에 휴게소 같은 것도 없어… 배고파……. 숙소에 내려보니 무성한 야자수들이 하나도 안보일 정도로 사위가 어두워져 있었다. 


또 다른 이동은 숙소와 코첼라 행사장을 오가는 것이다. 작년에는 숙소에서 코첼라 행사장까지 편도로 1시간 정도를 걸었다. 거기서 또 ‘진짜 행사장 정문’에 입장하기까지 30분 정도를 걸었다. (왜 그랬는가하면, 그 진짜 행사장 정문까지 걷는 흙길이… 번거로운만큼 코첼라의 트레이드 마크이기 때문이다.) 올 해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서 숙소 앞에서 바로 행사장 정문까지 오갔다. 숙소부터 행사장까지는 16마일(25.7km) 떨어져 있었는데, 셔틀버스를 타니 편도 25분 정도가 걸렸다. 결과적으로 많은 시간이 단축 되었지만 작년의 경우를 겪었다보니 이런 쾌적함이 어색한 것도 사실이었다.


Q. 워낙 스케일이 크다고 들었는데, 공연 관람 환경은 어떤가? (그 에너지를 차치하고, 음악 공연으로서의….)
A. 홍대라이브 클럽을 연상시키는 작고 알찬 ‘소노라(sonora)’부터 작년에 블랙핑크가 헤드라이너 무대를 섰던 ‘코첼라 스테이지(coachella stage)’까지 코첼라에는 규모와 성격이 다른 총 6개 스테이지가 있다. 올 해 에이티즈와 르세라핌이 무대를 섰던 ‘사하라(sahara)’는 가로로 무대가 넓어서 많은 댄서들이 아티스트와 함께 무대에 오르기에 맞춤하고, 세모꼴로 자리한 대형 스크린이 있어서 무대에서 아티스트가 실연을 하는 것 외에도 스크린만으로 다양한 영상 연출을 시도해볼 수 있다. 즉, 케이팝 아티스트에게 최적화 되어 있다. (나는 한국에 이런 공연장을 가지고 싶다…) 두 번의 방문을 통해 가장 좋아하게 된 스테이지는 ‘outdoor theatre’인데, 어떠한 가림막도 없어서 주변의 야자수들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말 그대로 야외 공연장이다. 올 해는 여기서 정글과 크루앙빈 등의 무대가 열렸다.

공연 관람 환경이라는 것에 대해 음향 사고가 적을수록 더 좋다는 생각을 가지기 쉽지만, 코첼라를 보면서 한 번에 관객의 눈과 귀에 무엇이 쏟아져 들어오느냐가(그것을 소화하게 만들 수 있느냐가) 관람환경을 질을 결정한다고 생각을 했다. 물론, 자잘한 음향사고는 공연장의 규모가 커질수록 덜 발생한다는 인상도 받았다. 규모가 작은 공연장(신인 아티스트가 서는 공연장)에서는 실제로 마이크 실수가 여러 번 있었다. 자본주의는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더 커질수록 더 완벽해진다.


© ㅎㅇ


Q. 작년에도 다녀왔지만, 2024 코첼라를 가야겠다고 마음 먹은 시기는 언제인지? 언젠간 꼭 해외페스티벌에 가고싶다고 생각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다시 그 페스티벌이 돌아와버리는 굴레 속에서 이번엔 꼭 마음을 먹어 보려고 한다.
A. 마음 먹은 시기는 작년 4월이다. 무조건 이 곳에 한 번 더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해외 페스티벌 경험은 두 번째였는데(첫 번째는 라디오헤드가 헤드라이너였던 2016년의 도쿄 ‘summer sonic’이다), 재방문을 마음 먹은 이유는 아무래도 코첼라에서 쏟아지는 자극에 내가 너무 과한 가치를 부여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게 이 페스티벌이 가지고 있는 상시적인 성격인지, 아니면 2023년의 내가 유난히 새 것에 홀려서 객관적 판단이 불가했던 건지 확인해보고 싶기도 했던 것 같다. 역시 올 해도 차분하게 이 시간을 대하기란 어려웠고 (대단히 진부한 말이지만) 마법같은 3일을 또 한 번 보내고 왔다. 유수의 해외 페스티벌을 도장 깨듯 다니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절대적 비교는 불가하지만, 질문을 주신 구독자님께서 “언젠간 꼭 해외페스티벌에 가고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더 유예하지 말고 다녀오시라고 적극적으로 등을 떠밀어드리고 싶다. 아무래도 도쿄 썸머소닉이나 후지 록 페스티벌 등은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에게는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고르기 쉬운 첫 선택지가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일본 페스티벌들은 주로 무덥고 습한 한 여름에 개최되기 때문에, 매 해 4월(사막이어도 그나마 봄!)에 열리는 코첼라 쪽을 더 추천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Q. 재재 님도 만났나?

A. 문명특급 팀은 WEEK2에 방문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실시간으로 즐기고 있으시겠지! 문명인으로서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주실지 나 역시 기대하고 있다!

*"유튜브 임원이 반했다는 한국 가수 ㄷㄷ 최초공개합니다" (유튜브 <MMTG>, 2024.4.4.)


Q. 르세라핌 라이브…?

A. 현지 시각 기준, 4월 13일 토요일 밤에 르세라핌 무대를 봤다. 관객 반응은 르세라핌이 나오기 전부터 공연이 끝날때까지 내내 좋았다. 르세라핌의 모든 노래를 아는 나는 모든 노래를 따라부를 수 있는 공연이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르세라핌은 40분간 미공개 신곡을 포함해 총 10곡으로 셋리스트를 꾸렸다. (멤버들이 하나씩 등장하는 오프닝곡 ‘GOOD BONES’를 포함하면 총 11곡이다.) ‘ANTIFRAGILE’, ‘FEARLESS’ 같은 역대 타이틀곡으로 무대를 시작 했는데 모두 밴드 버전으로 편곡 되었다. ‘UNFORGIVEN’까지 듣고나니 이 세곡만으로는 라이브를 잘 하고 못 한다는 걸 떠나서, 보컬이 안 들린다는 상황 파악만 이루어질 뿐이었다. 리얼밴드 연주에 르세라핌의 보컬이 묻힌 것이다. 르세라핌의 타이틀곡들은 대부분 벌스에서 저음을 쓴다. 고음의 내지르는 보컬과 달리 그런 저음 구성의 곡들이 리얼밴드의 연주를 뚫고 나가기란 원천적으로, 누구에게라도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락스타가 되어 중간중간 메잌썸노이즈를 외치는 기세만으로는 무대를 진행시키가 어려운 조건이었던 것이다.


셋리스트의 세번째 곡 ‘The Great Mermaid’는 제목처럼 <인어공주>를 모티프로 한 곡으로, 물과 파도 등의 비주얼 요소가 무대 스크린에 펼쳐졌다. 이 곡이 끝날 때까지 카메라는 스크린에 멤버들의 얼굴 또는 전신을 단 한 번도 비춰주지 않았는데, 현장에서는 이미 라이브가 잘 들리지조차 않는 상황에서 멤버들의 퍼포먼스까지 볼 수 없어서 답답함이 배가 됐다. ‘Smart’처럼 아프로비트의 신나는 장르에 멤버들의 그루비한 퍼포먼스가 중요한 곡에서도 무대 센터-좌-우 세 개 스크린을 오로지 비주얼 요소를 위한 장으로만 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곡의 후렴 파트 “I'm a smarter baby, smarter/Smarter baby, smarter”가 나올 때마다 무대 위에는 스모그 효과가 더해졌는데, 그게 퍼포먼스 중인 멤버들을 가리는 연막이 되어버리는 걸 보면서 나는 완전히 어리둥절해졌다. 공연장에서 스크린을 활용해 (문자 그대로) 거대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게 이번 공연의 연출적 방향이라면, 그게 잘 구현된건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가 유일했다고 본다. 원래도 중독성 있는 노래인데, 반복되는 노랫말을 공간감이 느껴지는 3D 비주얼 타이포로 구현해서 펼쳐냈다. 앵콜을 외치고 싶은 곡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야,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실시간 생중계를 지켜본 수많은 사람들이 르세라핌더러 라이브를 못한다고 반응하는 걸 보았다. 스트리밍으로는 오히려 현장에서 볼 때보다 멤버들의 보컬이 더 직관적으로 노출된다는 걸 이후 영상을 보고서야 알게 됐다. 그 영상은 다시 보고싶어지는 종류의 영상은 아니다. 그러나 르세라핌의 무대가 1차적으로 현장에 있는 코첼라 관객을 위한 것이라면, 그들은 충분히 자신들의 역할을 해냈고 그곳에 모인 이들에게 멋진 밤을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한다. 40분동안 팀이 아주 많이 헤맨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공연을 할수록 현장에 적응해나갔다. 다만 그들의 음악은 충분히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번 코첼라 공연이 그런 것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보조해줄 수 있었던 연출의 실패라고 생각한다. 제일 아쉬운 건 르세라핌만이 덩그러니 무대에 놓여 모든 걸 하드캐리했다는 인상이 관객에게 전해졌다는 점이다. 


Q. 이번 코첼라에서 마음 속 헤드라이너는 누구였나?

A. 최고의 무대는 런던 출신의 여성 록밴드 'THE LAST DINNER PARTY(라스트 디너 파티)'. 그리고 프랑스 디스코 밴드 'L’lmperatrice(랭페라트리스)'와 한국인 전자음악 DJ 'Peggy Gou(페기 구)'도 좋았다. 한국 기준으로는 4/20(토)부터 사흘간, WEEK 2가 유튜브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중이다. 레터를 쓰고 있는 지금, 랭페라트리스의 WEEK 2 무대는 지나갔지만 다른 놀라운 무대들이 많이 남아있다. ... to be continued ...


월요일에는 대중문화를 큐레이션 하고
목요일에는 못다 한 이야기를 보냅니다.

🟠 이번 호 감상 나누기
🟠 콘텐츠 로그에 광고/이벤트 문의하기
🟠 뉴스레터 지난 호 읽기
🟠 구독용 메일 주소 변경하기
🟠 이번 호까지만 읽고 해지하기
 
COPYRIGHT © CONTENTSLO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