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선을 나눕니다. 어느덧 한 해도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연간 계획을 잘 세우지 않던 저는, 올해만큼은 달마다 일기를 블로그에 꾸준히 남겨보자 다짐했었는데요. 연초부터 빠짐없이 기록을 쌓아왔는데 최근 두어 달은 잠시 주춤했지 뭐예요. 뒷심이 부족했던 탓일까요? 예전 같았으면 이 틈에 금세 포기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떤 일을 오래 유지하려면 적당히 무심해지는 법도 필요하다는 걸 느낍니다. 언제든 마음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인정하되, 기대만큼 해내지 못하는 나를 외면하지 않는 태도를 갖는 것이지요. 그래서 지구력은 끈기보다 ‘용기’에 더 가까운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잘해야 하는 나와 흔들리는 나 사이에서 균형을 계속 잡아가는 일. 그 과정이 오래 버티고 유지하는 힘이 되겠죠. 님은 한 해를 어떻게 매듭짓고 싶으세요? 영 만족스럽지 못했던 시간이었다고 해서 남은 한 달을 쉬이 놓아버리지 말고, 다시금 소중하게 두 손안으로 폭 담아보자고요. 11월의 끝자락, 우리의 주변인들이 어떻게 각자의 계절을 정리하고, 새로운 계절을 기대하고 있는지 들어보았어요. 바삐 지나온 틈에 놓친 결심이 있다면 이곳에서 작은 힌트를 움켜쥘 수 있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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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절을 기억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그 순간들을 기록해 두면, 시간이 흘러도 당시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는 작은 흔적이 되곤 하지요. 그때 내가 집중했던 일, 관심을 기울였던 순간, 혹은 소소한 습관까지도요. 계절이 문턱을 넘는 이맘때, 어라운드 식구와 어라운드의 콘텐츠를 같이 만드는 ‘어라운더’들에게 요즘 곁에 두었던 책과, 다가오는 시기에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지 물었어요. 각자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기록들을 하나씩 소개해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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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리더가 된 당신에게》 최재천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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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자인 최재천 교수님의 강연이나 책을 좋아해요. 최근에 《어쩌다 리더가 된 당신에게》라는 신간이 나왔더라고요. ‘생물학자의 리더십 책이라고?’ 하는 마음에 궁금해졌어요. 얇고 가벼운 책이라 단숨에 읽을 수 있었는데요. 생태계의 공존과 협력 원리를 조직 경영에 반영해 수평적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그전에 출간한 《숙론》과 연결되는데, 서양에서 ‘discussion’ 즉 토론은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합니다. 이건 회사뿐만 아니라 육아나 많은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점이라 생각해요.
이경 — 편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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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에는 접어 두었던 두꺼운 겨울 이불을 꺼냈어요. 빨래방으로 걸음을 떼기 전, 책꽂이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죠. 고민 끝에 시집 한 권을 골랐어요. 잠시 세탁기의 동그란 유리창을 응시하다 챙겨온 시집 《에듀케이션》을 읽기 시작했어요. 순식간에 섬세한 단어들로 빚어낸 시인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어요. 몇몇 구절들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을 견고한 응원을 보내는 것 같더라고요. ‘나의 자랑 이랑’이라는 시가 특히 마음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오늘은 시집 한 권을 펼쳐 하루에 보탬이 될, 반짝이는 단어와 울림 있는 문장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희석 — 브랜드 프로젝트 매니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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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무시무시한 겨울을 대비하려 이른 가을에 이 책을 꺼내 들었어요. 하지만 계절을 막론하고, 보편성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오롯이 서 있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무성한 여름이 가고 가는 나뭇가지만 남은 겨울의 모습을 닮아있는 어른들이 책에 등장해요.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나약한 어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고뇌가 모이니 저라는 한 사람이나마 강하게 만들어준 듯해요. 세상의 쌀쌀함과 유사한 겨울 추위지만 다가올 겨울방학 안에서만큼은 소란스러운 마음을 잠재우고 어른이 된 나를 느긋하게 돌아보려 해요.
한별 — 어라운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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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작가님은 몇 안 되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 중 한 분이에요. 새로운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듣고 바로 서점에 달려가 산 책인데, 신작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개정판이라고 해요. ‘혼자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여전히 혼자라고 느낄 때가 있고요.’라는 작가의 말이 마음에 들어 바로 구매했어요. 쓰러져야 다시 돌릴 수 있는 팽이처럼 다시 돌아가기 위해 한 걸음 내 딛고 싶은 분들에게, 삶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해답을 듣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요.
지원 — 어라운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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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주인〉(2025)
좋아하는 윤가은 감독님의 영화. 제목부터 포스터까지도 마음에 쏙 들었던! 주변에서 많이 추천해 줬는데 아직 보지 못했어요. 조만간 시간을 내서 꼭 볼 예정이에요.
— 이경 |
〈쉘 위 댄스〉(1996)
스치는 풍경이 마음을 흔들 때가 있죠. 주인공 쇼헤이는 우연히 사교댄스를 시작해 삶의 새로운 활기를 찾아 나가요. 움츠러든 몸을 펴고 나만의 리듬과 박자를 찾아보고 싶은 영화랍니다.
— 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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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걸어도〉(2009)
논리적으로 따뜻함을 부여하는 영화를 보고 싶어요. 겨울이면 쉽게 떨어지는 체온만큼 마음 한구석도 차게 식어버리기도 하거든요. 찬찬히 그 속을 데우는 감독 특유의 서정성과 함께 겨울을 나고 싶네요.
— 한별 |
〈조작된 도시〉(2017)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조각도시〉(2025)가 영화 〈조작된 도시〉(2017)의 리메이크 작품이라고 해요. 누군가의 인생을 마치 진실처럼 조각 혹은 조작한다는 소재를 들었을 때 주인공이 이를 어떻게 달아나고 해결할지 궁금해요.
— 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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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겨울 냄새가 나는 요즘입니다. 몸이 움츠러드는 계절에는 바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기 어려워요. 언제 추운 겨울이 갑자기 찾아오게 될지 모르기에 날이 너무 추워지기 전, ‘안산 자락길’에 다녀왔어요. 지나가는 가을을 붙잡으려 했던 걸음을 꺼내둡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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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의 안산은 경사가 완만해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산으로 알려져 있어요. 체력이 좋지 않은 저도 기분 좋게 올라갔답니다. (물론 계단 구간을 다 오른 후에는 다리가 조금 후들거렸지만요.) 안산은 여러 갈림길이 있어 길을 조금 헤맬 수도 있는데요, 가벼운 차림으로 산을 오르는 고수(?)처럼 보이는 분들께 길을 여쭤보며 가면 금방 정상에 도착할 수 있어요. 뭐든 산에서 먹는 음식이 가장 맛있는 거 아시나요? 저는 이날 정상에서 마신 커피 맛으로 등산의 매력을 깨달았어요. 서울의 풍경이 한눈에 보이고 햇볕은 따뜻 다시 날이 온화해지는 때가 벌써 기다려지네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겨울에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러 산에 다녀와도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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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운드는 한창 신간의 막바지 작업을 하느라 여념 없는 늦가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님의 책장 위에 새롭게 더해질 한 권의 모습을 떠올리며, 설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기도 해요.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독자분들에게만 신간 속 장면들을 살포시 전해둡니다. 다가올 연말쯤이면 더 눈에 띄는 것, 일상 속에서 늘 오가는 것, 받는 마음보다 주는 마음을 늘 떠올리게 하는 것. 신간의 주제는 무엇일까요? 떠오르는 답을 간직하며 12월 8일 독자분들 곁에 놓일 104호를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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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가 큰 늦가을입니다. 맑은 날씨일수록 일교차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화창하기 때문에 변화가 크다는 말이 어쩐지 위안이 됩니다. 감정이 널뛰듯 흔들리거나, 일관되지 못한 제 모습을 보며 종종 자책한 날들이 있었거든요. 그런 모습을 너무 미워하기보다, 선명하기 때문에 자주 바뀔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받아들이려 해요. 어쩌면 한창 푸르른 날씨처럼 밝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님도 청명한 계절의 기운을 만끽하길 바라며,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선물 같은 신간 104호의 소식을 챙겨 올게요. 설레는 마음 가득 안고 한해의 끝자락에서 다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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