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시간>(감독 이수정)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55 〈시 읽는 시간〉
4월 21일 오늘의 큐 💡
Q. 언제인가요? 마지막으로 시를 읽은 날 📖

매일 다니던 거리의 풍경이 새로워지는 계절! 아름다운 날씨가 반짝 사라지기 전에 맘껏 즐기고픈 요즘이에요. 전 이렇게 좋은 나날이면 이런 로망이 생기곤 합니다. '볕드는 카페 창가에 앉아 시집을 읽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싶다...☕️' 
하지만 정작 시집을 열기는 쉽지 않은데요😓 님, 혹시 마지막으로 시를 읽은 날이 언제인가요? 저처럼 마음만 앞서는 편이신가요? 아니면 지금도 가방 안에 시집이 들어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시가 어렵고 난해해서 백스텝 한 기억...이 저만 있는 건 아니겠죠?😵 아무래도 시는 '읽는 사람만 읽는' 것이라고 마음의 거리를 두게 되기도 하는데요.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이 읽어주는 시라면 어떨까요? 
안정적인 회사원, 혹은 불안정한 프리랜서, 페미니스트, 해고노동자... '시인'이란 말보다 가깝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시를 선물합니다. 이수정 감독의 <시 읽는 시간>입니다. 무용하다고만 느꼈던 시가 삶에 스며드는 그 순간의 마법! 한번 확인해보세요📚
마찬가지로, 처음으로 시라는 세상을 온몸으로 더듬어나가는 노인 '정숙'의 이야기, 방성준 감독의 단편영화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부터 나희덕 시인과 이수정 감독이 함께한 잔잔하고 학구적인 토크와💥 영화의 주인공 '임재춘'씨에 대한 영화 <재춘언니> 소식까지 꽉꽉 눌러담았답니다. 오늘의 인디즈 큐 꼼꼼히 살펴봐주세요✏️

오늘 레터를 읽고 시 한 편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은데요📖 님, 오늘 인디즈 큐에 숨어있는 시들을 찾아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오늘도 시적인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

낯선 세상 속 나와 오롯이 마주하다
〈시 읽는 시간〉

“자기가 원하는 삶을 계속 찾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나요?”
“...잘 모르겠어요.”
 
완벽하게, 수월하게는 아닐지라도, 삶은 나름의 리듬에 따라 흘러간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순간 균열이 발생한다. 가끔, 아니 자주, 작게, 때론 거대하게 우리 앞에 나타난다. 반갑지 않지만,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불청객.
 
(...) 
삶에서 균열을 마주한 다섯 사람이 카메라를 마주하고 있다. 균열 사이로 그들의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그들의 목소리는 정리되어 있지 않다. 논리정연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고통에 공감한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힘을 느낀다. 심연의 고통에서 길어 올린 그들의 다듬어지지 않은 목소리가 하나의 시가 되어 우리에게 들린다.
 
이제 그들은 시를 낭독한다. 시는 분명 언어로 되어 있는데, 이해하기 쉽지 않다. 세상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얼마나 많은 균열들이 언제 어디서 우리에게 나타날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도 ‘왜’ 나타났는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시와 세상 모두 이해의 영역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 둘을 설명하기에 언어는 불완전하다. 모든 것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어는 해체되고, 울음, 기도, 침묵이 말한다.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있고, 다른 사람이 느끼는 세계가 있다고. 갑자기 내가 알던 세상이 낯설어 보인다. 시 읽는 시간, 낯선 세상에 우리가 잠시 머문다.
 
그곳에서 우리는 계속 계단을 내려가다가 우리가 길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별 시답지 않은 생각을 해본다.(임규섭/죄책감) 어떤 때는 흔들리는 깃털처럼 목적이 없다.”(심보선/오늘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이 될 수 있단 말인가?(김남주/자유) 사라져 없어지고 싶다. 음식물 쓰레기가 되고 싶다.(하마무/살아있는 쓰레기) 그러다 문득 해마다 피는 꽃이 같은 모습이 아니듯, 그 꽃을 바라보는 나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간절한지. (이정하/지금)
 
그렇게 잠시, 나는 나와 오롯이 마주한다. 마법처럼 ‘짠’하고 균열이 언제 있었냐는 듯 그것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잠시 머물며 심연의 고통에서 유영하는 나를 살펴보고 위로해주고 다독여준다. 나에게 말을 건네고 새로운 목소리를 길어 올린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걸어간다,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한 세상 속으로
.
인디즈 16기 김정연
〈시 읽는 시간〉 속, 서울에 사는 다섯 명의 사람들 📝
"시가 없으면 휴대폰 속 게임 속 같은 세상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돼요. 1+1은 2밖에 안되고, 내가 배부르려면 남의 것을 빼앗아야 되고. 하지만 시는 “그런 게 전부가 아니거든”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오하나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답답함과 숨막힘 속에서 신경안정제를 먹느냐, 직장을 그만둬야 하느냐 고민했던 30대 여성
김수덕
한 직장에서 잘리지 않고 용케 버티며 일하고 있지만 무언지 모를 죄책감에 시달리며 공황장애를 앓는 중년 남자
안태형
결혼도, 아버지가 될 자신도 없었던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임재춘
열심히 일하던 회사가 문을 닫고 졸지에 해고노동자가 된 아버지
하마무
여성에 대한 차별, 세상의 비참함에 저항하며 불완전한 언어로 소통하고자 하는 여성

시로 하는 산책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

 
나는 시를 잘 모르지만 시 읽는 것은 좋아한다. 많은 시를 읽어본 것 또한 아니지만 시집 한권을 들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넉넉해진 기분이다. 그럴 수 있는 까닭은 애써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미나 의도 같은 것은 모른 척 하고 그저 나열된 언어에 귀를 기울이면 어디론가 닿게 된다.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과 같다. <시 읽는 시간>이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시로 나아가는 산책이었다면,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은 시를 써내려가는 산책이다.
 
이제 막 글을 읽을 수 있게 된 노인 ‘정숙’은 죽은 아들의 시집을 들고 여행에 나선다. 아들이 쓴 시에 등장하는 언덕에 가보려는 것이다. 다소 불안하지만 귀여운 정숙의 여행 속엔 아들의 흔적이 얼핏 보인다. 그러나 정숙은 머뭇거린다. 이걸로는 아들의 마음을 다 알 수 없다는 듯. 그렇게 멈춰선 길 위에서 정숙은 직접 아들이 되어보는 경험을 한다. 아들의 시선으로 시를 헤아린다. 그제야 정숙은 언덕에 다다른다.
 
아들의 시가 정숙의 목소리로 천천히 읽힐 때, <시 읽는 시간>의 주인공들이 낭독할 때, 시는 새로 쓰이는 듯하다. 그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산책을 잘 마친 듯한 안도감이 든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몇 없는 세상에서 부러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대상을 만났을 때의 편안함 같은 게 생긴다.
 
인디즈 16기 김지윤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 (감독 방성준)

요절한 아들의 시집으로 한글을 공부하던 정숙. 시집의 마지막 페이지를 필사하던 날, 서울에 있는 아들의 대학교를 찾아간다. 정숙은 그곳에서 아들의 흔적을 찾는다. 미쟝센 단편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
소리내어 읽는다는 것 🗣
시를 '쓰는' 영화가 아닌, '읽는' 영화가 가지는 힘은 무엇일까요? <시 읽는 시간> 속 다섯 사람은 성우처럼 능숙하게, 아나운서처럼 또박또박하게 시를 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입을 통해 더듬더듬 나오는 소리에 어쩐지 울컥하는 마음!😭 다행히 저만 이런 건 아닌가보아요. 다 이유가 있다고 하는데요🤔 이게 바로 낭독의 힘이래요. 
요 대화를 읽으면 아마 더 자세히 알게 되실 거예요. 나희덕 시인과 이수정 감독이 함께 한 시적인 시간을 소개해드립니다📝 시가 조금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굳이 나를 바꾸어 이해하려고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받아들이는 그 순간의 내 마음이 진짜인 걸요!

"그동안 시를 쓰는 인물에 대한 영화가 많이 있었죠. 시를 읽는 영화는 처음이 아닌가 하는 질문들이 많았어요. 그러고 보니 그렇더라고요. 〈시 읽는 시간〉은 제가 낭독의 의미를 많이 생각하면서 기획했던 것 같아요. 세월호 참사 때 광장에서 ‘304 낭독회’가 있었고, 시를 소리내어 읽는 시간이 참 좋다는 걸 알았어요. 광장에서 여러 사람이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시를 읽어보기도 하는 시간들이 좋아서 그런 걸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같이 읽으면서 공동체가 형성되는 것 같아요. 저도 시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읽는 모임을 계속 하고 있어요. 그게 좋기 때문에. 그래서 영화를 통해서 이런 시간을 같이 보내자고 말해보고자 만든 것 같아요." 
-이수정 감독
<시 읽는 시간> 속 임재춘 씨의 이야기가 조금 아쉽게 느껴지신다구요? 그럴 수도 있어요! 임재춘 씨를 만난 이수정 감독은 그를 위한 영화를 만들게 되었고,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들은 여기에 담겨있거든요. 임재춘 씨가 아닌, '재춘언니'로서 그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영화, 임수정 감독의 <재춘언니>입니다.🙋‍♀️
때마침 서울독립영화제 순회상영회 인디피크닉 2021을 통해 만날 수 있다는데요. 4월 23일 저녁 7시,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 후 GV까지 이어집니다. '재춘언니'의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놓치지 마세요🌸

<재춘언니 > (감독 이수정)
기타 공장에서만 30년 일했던 노동자가 어느 날 갑자기 잘 다니던 공장이 문을 닫으며 투쟁이란 걸 하게 된다. 억울하고 답답한 세월이지만 새로운 삶을 경험하게 되는 재춘. 앞에 나서기를 싫어했던 그이지만 연극 무대에서 셰익스피어와 카프카의 대사를 말하고, 밴드 연주도 하게 된다. 기타 노동자의 투쟁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젊고 멋진 친구들이 함께하며 이전에 그가 믿었던 세상은 부정된다. 시골의 공장에서 기타만 만들었던 중년의 아저씨는 '재춘언니'라 불리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존재가 된다. 하지만 투쟁은 10년을 넘어가고 대전의 집에 떨어져 있는 두 딸을 보살펴 주지 못하는 재춘은 가슴이 아프다. 부당한 정리해고이기에 당연히 이길 줄 알았던 정리해고무효소송이 끝내 패소하고 더 이상 할 것이 없어 보일 때, 농성일기를 쓰고 시를 읽던 재춘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하게 된다.
안전한 극장으로 소풍가자!(😀+😷) 
지난 연말 공개된 독립영화 화제작을 모아모아! 서울독립영화제 순회상영회 인디피크닉🌸 
올봄에도 돌아왔답니다. <재춘언니> 뿐만 아니라 <최선의 삶>, <실>, <휴가> 등등 인디씨커👀들이 사랑할 작품들을 피크닉 가방에 잘 담아왔어요. 돗자리는 필요 없으니 시간표를 확인해보세요!
서울독립영화제 순회상영회
인디피크닉 2021 in 서울

일정: 2021년 4월 23일(금) - 25일(일)
장소: 인디스페이스, 서울아트시네마
주최: (사)한국독립영화협회, 영화진흥위원회
관람료: 7,000원

안전한 관람을 위해, 함께 해주세요!
극장은 오늘도 안심방역중! 보다 안전한 영화관람을 위해 방역지침을 지켜주세요.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마스크 착용, 전자출입 등의 출입자 기록은 국가 방역수칙의 필수사항입니다😷 방역수칙 위반시 방문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영화 관람 시 주의사항
1. 인디스페이스는 음식물 반입 금지 영화관입니다. 음료 섭취 또한 가능한 자제 부탁드립니다.
2. 영화 관람시에도 마스크를 꼭 착용해주세요.
3. 티켓 발권시 전자출입명부 QR코드 등록 혹은 수기명부작성은 필수입니다. (매회차 발권마다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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