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중국의 국경절 연휴 시작입니다. 총 7일에 달하는 긴 연휴인데요. 이 기간에 많은 중국인이 고향을 찾아가기도 하지만,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2016년 이전에는 <별에서 온 그대> 등 한류 드라마의 인기로 인해 명동 거리가 유커와 싼커로 넘쳐났지만,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요. 그래도 국경절 연휴 기간은 평소보다는 확실히 중국인들이 한국을 많이 찾는 기간이긴 합니다. 

중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아무래도 화장품을 면세점에서 많이 사 가는데, 그래서 화장품주와 면세점주가 기대감에 오르곤 합니다. 

당분간 한중관계의 본질적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상승은 이벤트성으로 반짝 그치겠지요.

지금까지 총 8회의 <지난주 나라경제, 걱정을 이렇게>를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이런 피드백이 왔어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지난주 나라경제, 희망편! 주제는 바로 ‘남북통일’입니다.

보수정권이라던 박근혜 정부도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고, 진보정권이라는 문재인 정부도 ‘평화경제’를 말합니다. 그 근거로 ‘통일의 경제적 효과’가 항상 따라다니고요.

그렇다면 통일이 정말 경제적으로 이득이 될까요? 결론은 ‘됩니다.’ 그것도 영원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장기적으로요. 물론, 이것도 양날의 검입니다. 하지만 [희망편]이니까 오늘은 좋은 점만 골라서 말씀드릴게요.  

199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떼를 몰고 북한에 방문합니다. 그리고 이 날 이후부터 북한과 협력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져 왔어요. 같은 해 시작된 금강산 관광부터 2004년 시작한 개성공단 경제협력이 대표적이었죠.

이후 북한과의 교류는 정치적 이유로 꽤 오래 중단됐다가, 이번 정부 들어서서 다시 활발해졌습니다. 2018년 4월·5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1월 남북 육해공 적대행위 전면 중단, 12월의 남북 보건의료 실무회의까지 말이죠.

그런데 말이죠. 남북관계의 수많은 사건 중에서 왜 ⓐ관광 ⓑ개성공단 ⓒ적대행위 중단 ⓓ보건의료 실무회의가 ‘교류'의 대표적인 예시로 꼽힐까요?

일단, 우리가 분단국가에 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손해보는 것들이 뭐가 있는지 꼽아자면요,

철도를 연결해서 유럽으로 직행하면 될 물건들을 굳이 비행기와 배로 날라야 하고요, 북한 영공을 비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위쪽에서 넘어오는 비행기도 다 돌아서 들어와야 합니다. 물류비용이 꽤 들어요. 심지어 바로 위에 붙어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하고도 굳이 배를 통해서만 교역해야 하는걸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외국인들이 투자를 잘 안 합니다. 주식도 잘 안 사고, 국방비 지출도 큰 데다 한창 일할 나이의 젊은 남성이 2년 동안 경제활동을 못 해서 생산성이 낮아집니다.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해요.

중국과 미국이 북한을 핑계로 국내 문제에 자꾸 간섭을 하거나, 외교·무역을 할 때 눈치를 보게 만들기도 합니다. 미국이 ‘남한아, 너 말 안 들으면 북한에 폭격하고 전쟁 낸다?’라고 하기만 해도 우리나라는 일단 미국 바지를 붙잡고 ‘아니 잠깐만요!’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쟁이란 화재 같아서 옆으로, 옆으로 자꾸 번지기 마련이거든요. 북한이 미국을 이길 수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지만, 다 함께 죽자고 남한에 미사일을 날릴 수도 있고요. 

유학 간 친구들이 ‘어제 강의실에서 앨리스가 나보고 유학까지 올 수 있다니 북한 공주냐고 하더라’ 하는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국가도 일종의 브랜드거든요. 지금도 외국인들은 ‘KOREA’하면 ‘아, 그 독재국가?’ 합니다. 

BBC나 CNN이 맨날 ‘독재자 킴-죵-운, 동해상 탄도미사일 날려’ 이런 거 보도하거든요. 원래 소식은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이 훨씬 더 빨리, 널리 알려지기 마련이죠. 

지금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난리죠? 한 번 발생하면 삼겹살값을 한우 등심값보다 비싸게 만든다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을 하려고 그렇게 애썼는데 결국 북한에서 자연전파 되어버렸습니다.
모기나 파리, 바퀴벌레, 쥐와 노루 같은 야생동물은 DMZ를 자유롭게 왕래하는 데다 북한에서 흘러내려온 강물이 남한 땅에도 스며드는 만큼 북한에서 사람·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면 우리나라는 손놓고 당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강원도 철원 등 국경 인접지역에 다녀오신 분은 헌혈도 못 하게 하는 게 북한에서 말라리아 옮겨왔을까 봐 그렇답니다. 북한은 돈과 인프라 부족, 약품 부족 등으로 효율적인 방역을 못 하고 있거든요. 

시장은 규모가 최고입니다. 프랜차이즈 가게를 내도 유동인구 많은 회사 밀집 지역에 내고, 물건 하나를 팔아도 살 만한 사람이 많은 물건을 팔려고 하기 마련. 

북한과는 언어장벽도 없는데 서로 적대관계이다 보니 시장 규모에서 엄청나게 손해보고 있죠. 여기서 인재유출은 (물건 사주는) 인재 유출, (물건 만드는) 인재 유출 둘 다입니다. 

앞에서 예시로 든 ⓐ~ⓓ는 이런 주요 문제를 완화시켜보고자 시도했던 것들이에요. 

또 '①~⑥의 피해는 하나도 해결 안 해도 돼! 북한이랑 같이 안 살고 싶어'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단은 희망편이니까 오늘은 넘어갈게요.

인구 및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우리나라도 드디어 내수경제가 가능한 규모가 됩니다. 1억 인구란 내수경제로 어느 정도 먹고 살게 된다는 의미예요. 

그렇게 된다면 지금처럼 미국과 중국이 무역분쟁을 한다고 해서 대책 없이 경기가 나빠지진 않습니다. 

해외에서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수출이 곤두박질치며 실업률이 오르고 어쩌고, 이런 소리 덜 들어도 됩니다. 인구로만 10위권인데 개인구매력도 높은 매력적인 시장이 되죠. 해외 투자자들이 얼마나 좋아할까요?

서울만한 대도시가 하나만 더 생겨도 나라 경제는 활짝 핍니다. 지금 월급이 두 배라고 생각해 보세요. 삶의 질이 두 배 좋아질까요? 그보다 더 좋아집니다. 월급 120만 원에 고정비용 80만 원이라고 치면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40만 원이죠. 

월급이 240만 원이 되면 쓸 수 있는 돈이 80만 원이 되냐? 아니죠. 160만 원이 되죠. 대도시가 하나 더 생긴다는 건 그런 의미예요.

성장동력과 일자리가 동시에 확보됩니다. (희망편이니까, 정치적 갈등이 없다고 칩시다) 북한에 철도도 깔아야 하고 고속도로도 깔아야 하고 공항도 지어야 하고 지하철도 만들어야 하고 학교랑 병원도 세우고 전기시설도 깔고 배수시설도 깔고 각종 인프라 및 건설 과제가 끝이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일자리가 터집니다. 외국에서 투자도 마구 합니다. 인프라를 깔면서 국내 업체들이 업력도 축적하고 기술도 자연스레 발전시킵니다. 

일단 돈이 도니까 국가 경제 전체가 좋아집니다. 국내 여행지도 새로 생기는 셈이고, 외국인들도 당연히 관광을 오려고 하지 않겠어요?

물류비용 축소가 가능합니다. 지금 KTX 타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30분 걸립니다. 

하지만 이건 사람이 타니까 속도를 조절한 거고, 중간에 정차도 합니다. 물건만 보낸다면 훨씬 빨리 가겠죠? 항공은 매우 빠르지만 비용이 많이 듭니다(항공유 비싸요). 유럽에서 한국까지 고속철도로 물건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저렴한 비용에 대량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수입물가가 많이 떨어질 거예요. 우리나라가 물류 허브로 발전해 나갈 수도 있겠죠(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 제거도 가능합니다. 위에 언급한 위험성이 대부분 해결된다고 보시면 돼요.

브랜드 이미지도 상승하겠죠. 단순히 북한이라는 나쁜 이미지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역사적으로 어쩌고저쩌고, 통일이 어쩌고저쩌고 빅 이벤트에 따른 폭발적 이미지 상승이 있을 거예요.

노동력 확보 및 세수 확보는 사실 인구 및 시장규모에 포함되긴 하지만 워낙 중요하니까 한 번 더 언급할게요. 언어적 장벽이 없는 사람들이 비어가고 있는 생산인구를 채운다고 생각해 보세요. 

물론 문화적 장벽이 있겠지만, 똑같은 외국인 노동자라고 생각했을 때 가장 문화장벽이 낮은 사람들이 되겠죠.

※ 이런 예측 등을 더 알고 싶으시다면 통일연구원에서 자료를 찾아보세요.

전반적으로 경제가 좋아지면 얻는 혜택을 모두 얻을 수 있습니다. 제일 좋은 건, 통일이나 그 비슷한 수준의 경제협력을 했을 때 생기는 좋은 영향은 생겼다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앞으로 쭉 간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경제의 기본값 자체가 ‘강소국’에서 그냥 ‘강국’으로 바뀌어 버린다는 거예요. 늙어가는 국가에 사는 것과 성장하는 국가에 사는 건 똑같은 중산층이라고 해도 너무나도 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