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이자 내가 투자하는 기업을 확실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시기는 바로 실적 발표 시즌입니다. 이러한 실적 발표에서 체크해야 하는 건 재무제표를 시작으로 정말 많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EPS와 P/E, 그리고 매출이죠.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P/E, 그리고 EPS와 관련된 주요 개념들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에 대해 정리해볼까 합니다. 이 개념만 알아도 이번 실적 발표에서 우리가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충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개념인 EPS에 대해 알아봅시다. 앞으로 미국주식을 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볼 것이며, 우리가 가장 신경을 기울이는 숫자가 될 것입니다. 정말 정말 중요한 개념이죠. 기업은 사실상 이 EPS로 평가받는다고 할 정도이니 말입니다.

EPS는 직역하면 주당 순이익이라는 말로 해석됩니다. 쉽게 말하면 기업이 어떤 기간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을 전체 주식 수로 나눈 값을 의미합니다.

각 기업마다의 주식 발행 수도 다르고, 기업의 크기에 따라 수익의 사이즈도 제각각이기 마련인데, 이 EPS는 가장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수익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의 어떤 기간은 보통 분기, 그리고 1년 단위로 계산되며 실적 발표 시 우리가 확인하는 수치는 분기 기준의 EPS가 됩니다.

테슬라의 이번 1분기 예상 EPS는 2.26입니다. 이는 곧 이번 1분기에 테슬라가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총 순이익 (당기 순이익)을 전체 테슬라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값이 2.26이라는 것이죠.

만약 이보다 순이익이 더 높게 나온다면? 그땐 EPS가 2.26 보다 더 높아질 것입니다. 추가로 주식을 발행하지 않는 한, 기업의 발행 주식 수는 거의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결국 EPS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순이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EPS가 높을수록 기업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셈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당장 테슬라의 21년 4분기 손익계산서를 보면 EPS 항목이 2개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는 각각 GAAP, 그리고 Non-GAAP이라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각자의 수치가 2.05, 그리고 2.54로 너무나도 차이가 납니다. 왜일까요? 수익은 분명 똑같을 텐데, 왜 이리 EPS가 차이 나는 것일까요? 둘 사이에 뭐가 다른 것이고 Non GAAP이라는 것은 왜 있는 걸까요? 이제 이에 대해 알아봅시다.

우선 GAAP은 일반회계기준에 따른 손익계산서로 회계감사의 표준이 되는 재무제표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공식적인 손익계산서라 할 수 있죠.

그렇다면 Non GAAP은? 이는 GAAP 기준의 손익계산서에서 일회적으로 발생한 비용을 제외한, 간편 손익 계산서에 해당합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지출하는 비용에는 연속적인 비용과 일회적인 비용이 있습니다. 연속적인 비용에는 직원들의 급여나 매출원가 등이 있죠. 반면 스톡옵션 처리, 인수합병 비용, 크레딧 매출 같은 단 한 번만 발생하는 건들은 비연속적인 비용으로 간주됩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Non GAAP 손익계산서에서 고려되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일회적인 비용'의 비중이 얼마냐 크냐에 따라 GAAP EPS와 Non GAAP EPS 수치가 벌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한번 팔란티어의 실적 보고서를 들여다봅시다. 팔란티어의 경우 2021년 4분기에 엄청난 양의 스톡옵션 보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비용이 처리되었습니다. 기업이 다른 곳에서 사용하는 웬만한 비용보다 큰 액수가 여기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하지만 Non GAAP 기준의 손익계산서에서 이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GAAP EPS와의 차이가 엄청 벌어지게 된 것이죠.

그러면 이제 좀 더 심화적인 개념인 P/E를 공부해봅시다. 한국에서는 PER이라는 용어로 더 널리 알려진 개념이죠.

P/E는 '현재의 주가'를 Earning, 즉 EPS로 나눈 값을 의미합니다. 주가 수익 비율이라는 말로 해석되며, 기업이 내고 있는 실적 대비 주가가 어느 정도 평가를 받는지 판단하는 척도로써 많이 쓰입니다.

P/E 수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이 벌어들이는 수익 대비 주가의 비중이 크다는 것이고, 수익 대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Earning을 GAAP 기준의 EPS로 잡느냐, Non GAAP 기준의 EPS로 잡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생깁니다. 당장 테슬라만 봐도 그렇죠.

테슬라는 높은 스톡옵션 비용처리와 탄소 크레딧이라는 변수로 인하여 GAAP EPS와 Non GAAP EPS의 간극이 벌어지는 편입니다. 작년 기준으로 GAAP EPS는 4.12었습니다. 이를 현재의 주가인 860달러로 나누면 P/E는 209가 되죠. 그에 비해 Non GAAP EPS는 6.78 이었습니다. 이 경우 P/E는 127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거의 60%에 가까운 차이나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손익계산서 기준을 무엇으로 보느냐, 그리고 일회적인 비용처리를 고려할 것이냐에 따라 주가에 대한 평가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P/E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TTM 기준의 P/E와 Forward 기준의 P/E입니다.

우선 TTM 기준의 P/E는 최근 12개월 동안의 EPS를 기준으로 계산된 P/E입니다. 여기서 최근 12개월이라는 의미는 지난 1년 동안의 EPS를 모두 합친 값을 의미합니다.

기업의 경우 분기에 한 번 EPS를 발표합니다. 그리고 이를 1년 동안 모으면 4번의 EPS가 생깁니다. 이 4번의 EPS를 합친 것이 TTM이며, 이를 가지고 현재의 주가를 나눈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그 P/E가 되는 것이죠. (21년 1분기부터 4분기까지의 EPS를 합친 것이 현재의 TTM P/E 기준이 되는 셈) 어디까지나 1년 후행 기준의 평가 법이며, 이는 미래를 바라본다기보다는 기업의 과거를 통해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Forward P/E는 1년 선행 P/E입니다. 즉, 앞으로 1년 동안 기업이 만들 EPS를 가지고 계산하는 P/E인 셈입니다. 이는 애널리스트 및 시장의 예측치를 통해서 계산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EPS의 성장률이 높을수록 수치가 떨어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만약 A라는 기업의 주가가 현재 100이고 작년의 EPS가 5였다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A의 TTM 기준 P/E는 현재 20이 됩니다. 그런데 앞으로 1 년 동안 A의 EPS가 무려 10으로 2배나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쳐볼까요? 그러면 A의 Forward P/E는 10으로 뚝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 Forward P/E는 '미래를 바라보는' 가치 평가 방법인 셈입니다. 가치 평가의 기준이 과거냐, 미래냐에 따라 TTM과 Forward가 구분되는 것이죠.

※ 일반적으로 Forward P/E 계산 시에는 Non GAAP 기준의 EPS를 사용합니다. 일회성인 비용의 경우, 진짜 한 번 쓰고 마는 돈이기 때문에 내년에는 얼마나 비용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보다 편리한 예상 EPS 산정을 위해 Non GAAP을 활용하는 것이죠.

일반적인 기업들은 TTM 기준의 GAAP P/E로 가치가 평가됩니다. 하지만 고성장을 이어나가는 성장주의 경우, 대부분 Forward와 Non GAAP 기준의 P/E를 가지고 가치를 평가하기 마련입니다. 이는 미국주식 시장에서 매우 흔한 일이기도 하고요.

당장 미국의 주요 주식정보 사이트를 봐도 Forward P/E를 더 중요시 여기며 이를 대문짝만 하게 노출시킵니다. 그리고 EPS도 Non GAAP 기준으로 보여줍니다. 왜 그런 걸까요?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성장주의 주가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고성장 기업들은 현재의 상태보다는 앞으로 그 기업이 그려나갈 미래를 가지고 가치가 평가니다. 한국의 네이버와 카카오가 그렇고, 미국의 테슬라와 엔비디아가 그렇죠. 미래를 바라보고 만들어진 주가이기에, 이를 평가하는 실적의 기준도 미래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고성장 기업의 EPS는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100%에 이를 정도로 매년 상승합니다. 그리고 Forward P/E는 이를 감안해 주는 올바른 방법이 될 수 있는 셈인 것입니다.

두 번째, 대부분의 비용 지출이 어디까지나 일회적인 비용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고성장을 이어나가는 기업에게 일회적인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큽니다. 대부분이 스톡옵션과 같은 어쩔 수 없는 비용으로 나가는 것이며, 이 비중이 초기에는 전체 수익성 대비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성장을 거듭할수록 그 기업의 순이익 규모는 점차 거대해집니다. 그리고 스톡옵션 등의 일회적인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줄어들게 되죠. 즉, Non GAAP과 GAAP의 차이가 거의 없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순간이 올 때까지만 Non GAAP을 통한 P/E를 사용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스톡옵션과 같은 비용 페널티를 감안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스톡옵션 비용처리가 큰 고성장 기업 평가 시에는 Non GAAP 기준의 Forward P/E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자 상태인 기업은 EPS 계산이 불가합니다. 순수익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 기업들은 대체 어떻게 가치 평가를 해야 할까요?

이런 경우 대부분은 EPS(순이익)가 아닌 매출을(Sales / Revenue) 가지고 평가를 합니다. 즉, P/E 대신에 P/S로 평가를 대신하는 것입니다.

로블록스의 경우, 23년까지도 계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그때까지도 P/S를 기준으로 가치 평가를 해야 함을 알 수 있죠.

이렇게해서 미국주식을 하며 우리가 자주 접하게 될, 그리고 정말 중요한 각종 실적지표들의 개념에 대해 배웠습니다. 상당히 어려운 개념들도 여럿있었지만 분명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둔다면 앞으로의 투자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투자하시는 기업들의 EPS가 계속해서 높아지기를, 그리고 그 과정에서 큰 주가 상승도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