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이러한 격차가 타고난 능력 차이보다는 환경의 차이에 의한 것이 더 크다는 점을 보인 것입니다. 가령 초등학교 시절 수학 시험 점수가 비슷한 아이들 사이에서도 가정 형편에 따라 발명가가 될 확률에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또 어린 시절 특정 분야의 기술 혁신이 일어나는 동네·가족에서 자라면 그 분야의 발명가가 될 확률이 증가합니다. 이는 혁신의 자질이 롤모델 또는 인턴십 등을 통한 네트워크 효과 등으로 다음 세대에 전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어린 시절 혁신에 노출되었다면 중요한 발명을 할 수 있었던 ‘잃어버린 아인슈타인’이 저소득층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고소득층은 자녀들이 능력을 꽃피울 수 있도록 개인이 충분한 투자를 하지만, 저소득층은 그럴 수 없는 현실입니다. 개인의 힘으로는 꽃피울 수 없었던 이들의 숨겨진 재능을 찾아내 사회에 이바지하게 돕는 것은 국가의 역할입니다. 이 사실은 저소득층을 돕는 것이 시혜의 차원을 넘어서 이들이 국가에 이바지하여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 번째 이유: 동행이 주는 공동체적 효과
우리가 사회적 약자와 동행해야 하는 세 번째 이유는 약자와의 동행이 우리 사회를 더욱 안전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최근 20년 동안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업적이 무엇인지 제게 묻는다면 “(임신 기간을 포함한) 5살 미만 어린 시절 환경의 지대한 중요성을 밝힌 것”이라고 답하겠습니다. 경제학이 이런 것도 연구하냐며 놀랄 분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환경의 장기 효과’는 최근 경제학의 주요 연구 주제였고, 불우한 어린 시절은 불평등이 대물림되는 가장 중요한 경로라는 것도 밝혀냈습니다.
시카고 대학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헤크만은 사람을 성공적인 삶으로 이끄는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연구했습니다. 성공적인 삶을 몇개의 변수로 간단히 정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임금수준, 교육 연한, 건강, 안정적 가정생활 등을 성공적인 삶의 척도로 잡았습니다. 헤크먼 교수의 연구 결과는 인지능력과 더불어 그동안 우리가 소홀히 여겼던 자존감, 자기효능감, 참을성(끈기), 성실성, 개방성, 정서적 안정, 개인이 자기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 같은 비인지 능력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주목할 부분은 인지능력 못지않게 비인지능력이 중요합니다.
사회를 어렵게 만드는 범죄자들의 비인지 능력은 대체로 낮은 편입니다. 많은 수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죠. 불우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양질의 영유아 조기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비인지 능력을 기르는 일이 미래 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경제학자들이 밝혔습니다. 요약하면 양질의 영유아 프로그램이 불우한 아이들을 보호하고, 불평등을 개선할 뿐더러, 범죄예방 효과도 있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약자와의 동행, 즉 사화적 약자를 보호하고 돕는 일은 단순히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는 수준을 넘어섭니다. 살기 좋은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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