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리뷰와 칼럼 外 편으로 돌아온 3월 넷째 주의 위클리 허시어터입니다. 이번 호 리뷰로는 한국 내한공연을 성황리에 마치고 곧 라이선스 공연에 들어가는 뮤지컬 <식스 더 뮤지컬>, 서울 공연을 마무리 짓고 내달부터 투어를 시작하는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마지막 주 공연을 앞두고 있는 연극 <누구와 무엇>, 세 번째 공연을 무사히 마친 연극 <컬렉티드 스토리즈>의 리뷰를 모았습니다. 칼럼과 기사에서는 연극과 뮤지컬을 중심으로 여성서사를 다루는 무대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경향에 대해, 그리고 창작판소리의 대표주자가 되고 있는 소리꾼 이자람 씨의 무대 철학을 들을 수 있는 인터뷰 기사를 준비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페셜 코너에서는 젠더프리에 관한 배우들의 목소리를 꾸준히 담아 온 마리끌레르의 올해 버전 영상과, 젠더프리 캐스팅 하면 첫 손에 떠올리는 이름이 된 배우 차지연 씨의 연기를 엿볼 수 있는 <아마데우스> 공연 영상 일부를 소개합니다. 이번 주에도 허시어터에서 준비한 다양한 읽을거리와 함께 여성들이 넓혀가고 있는 무대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윤단우 드림
인터미션 없이 80분간 이어진 무대는 단 한 순간도 시선이 분산되는 일을 허락하지 않을 만큼 대단한 흡인력을 갖췄다. ‘역사상 가장 할 말 많고 사연 많은 여섯 왕비’라는 표현답게 더 이상 누군가의 아내로만 기억되고 싶지 않았던 여섯 명의 주인공들은 모두 마이크를 잡고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그들만의 ‘허스토리(Herstory)’를 자유로이 풀어낸다. 콘서트 형식을 취한 뮤지컬이라 특별한 무대 전환이나 장치 변화는 없어도, 눈부시게 화려한 조명 연출과 라이브 밴드 연주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다. 적절하게 가미된 상상력과 유머도 이런 유쾌한 시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요소가 됐다.
 
더 이상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오직 ‘나’를 위한 이야기 <식스 더 뮤지컬>
최윤영(공연칼럼니스트)
이 극의 결말은 그저 옛날 동화처럼 '왕자와 공주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로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사랑했던 글과 연극, 그리고 서로에 대한 진심들이 시너지를 내며 셰익스피어 작품의 또 다른 낭만을 엿보게 한다. 극 중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이 말한 ‘연극이 사랑의 본질과 진실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극을 보는 내내 맴돈 이유이다.
 
마음속 파고드는 낭만,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구민주(경인일보 기자)
작품은 문화의 충돌이나 갈등 대신 모든 문화나 종교, 인종 등 갈등을 유발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좀 더 반성적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연극은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가 양아들의 아내감인 자리나브를 일곱 번째 아내로 맞게 되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인 소설 '누구와 무엇'을 비중 있게 다룬다. 무함마드의 지극히 인간적 욕망이 쿠란에 기록돼 있지만 신자들은 이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린다. 하지만 자리나는 이 소설을 통해 무함마드의 인간적 욕망을 직접적으로 언급한다. 그러나 그의 의도는 무함마드나 이슬람 종교에 대한 비판에 있지 않다. 그가 의도한 것은 무조건적으로 수용해 왔던 절대적 권위의 종교에 대해 질문해도 되고, 질문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교·인종·세대 갈등 넘어선 사랑…현실서도 가능할까: 연극 <누구와 무엇>
박병성(공연칼럼니스트)
연극 ‘컬렉티드 스토리즈’에선 루스와 리사의 관계가 변해가는 과정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처음 제자와 스승으로 만난 두 사람은 관계가 밀접해지면서 서로의 개인사를 주고받게 된다. 공적인 관계가 사적인 관계로 발전하는 것은 대체로 나만의 비밀을 털어놓으며 시작된다. 사적인 관계는 서로의 비밀을 지켜주면 유지되지만 누군가가 상대방의 비밀을 다른 곳에 이야기하는 순간 깨지게 된다. 이야기는 돌고 돌아 결국 당사자의 귀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인간관계에서 흔하게 발생하며 결말 역시 좋지 않다. 창작물의 경우라면 문제는 더 복잡하다.
 
관계의 변화를 통해 인간 본성을 보는 2인극 <컬렉티드 스토리즈>
이숙정(민중의소리 객원기자)
공연계에서 여성 주인공을 앞세운 ‘여성 서사’ 작품들이 잇달아 무대에 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여성이 남성 주인공을 보조하는 작품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여성 주인공이 극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작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공연 관객의 절대다수인 여성들의 지지와 공감이 흥행의 동력이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공연 티켓 구매자 중에서 여성이 73.2%로 압도적 다수였다. 특히 20·30대 여성이 47.1%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공연계는 여성 팬덤의 구매력을 겨냥해 유명 남성 배우를 캐스팅하곤 했다. 하지만 2018년 ‘미투 운동’ 이후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갈망하는 여성 관객들의 수요가 높아졌다. 성인지 감수성이 높은 20·30대 여성들이 지갑을 열면서 ‘여성 서사’ 공연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요즘 공연계는 ‘여성 서사’ 돌풍…2030 여성이 이끈다
허진무(경향신문 기자)
공연계에서는 2018년 ‘미투(#MeToo)’ 이후에 페미니즘을 내건 뮤지컬이 대거 관객에게 소개됐다. 안티 페미니즘과 보수화를 기치로 내건 소위 ‘이대남’들의 반작용도 있지만 비주류에 속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공연 장르에서 여성 주도의 소비층을 기반으로 여성 서사를 다루는 작품 제작이 위축되지 않고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오히려 여성주의 작품이 늘어나며 공연계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차별받으며 연민을 자아내는 깨어있는 주인공이 성공하는 결론에 이르는 서사가 너무 흔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에서다. 어떤 경우에는 한 톨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남자와의 로맨스도 거부하며 정치적 올바름과 완벽한 위인의 신화를 추구하면서 한편으로 새로운 새장에 갇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을 불러오기도 했다. 그러한 점에서 《실비아, 살다》가 지난해 초연되며 주인공 실비아 플라스를 통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켜준 점은 특기할 만하다.
 
유리천장 뚫고 대세가 된 여성 뮤지컬 ‘붐’
조용신(뮤지컬평론가)
“‘춘향가’와 ‘흥보가’도 그렇고, (오늘날) 젠더·계급 감수성과 안 맞는 게 너무 많아 각색하지 않는 한 부르기 어려워요. 그래서 ‘춘향가’를 할 때는 춘향이랑 이몽룡이 서로 존댓말을 쓴다든가, ‘수궁가’를 할 때 별주부 와이프가 스스로를 ’첩’이라고 하는 단어를 뺀다든가 하죠.”

“판소리 다섯 바탕을 있는 그대로 부르기 힘든 경우가 있기 때문에 감수성에 맞지 않는 것들을 조심스럽게 바로 잡는 노력을 하면서 찬찬히 들여다 볼 겁니다. 판소리는 (역사적으로) 동시대성을 흡수하면서 사설과 음악 변화 등 재창작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현대적 장르’예요. 저도 그럴 테고 많은 소리꾼이 판소리 다섯 바탕을 토대로 새로운 현재화를 계속 할 거라고 봅니다. 그러면 언젠가 ‘이자람제 판소리’도 나오지 않을까요.” 
 
뼛속까지 판소리꾼 이자람 “전통 판소리 젠더·계급 감수성 맞지 않는 내용 너무 많아”
이강은(세계일보 선임기자)
젠더의 경계를 지우며 각자의 서사를 쌓아나가는 8인의 배우가 함께한 마리끌레르 젠더프리 2023
⚜ #아마데우스 ⚜ AMADEUS 공연 맛보기 영상 - 차지연
이번 호에서 준비한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허시어터를 통해 공연을 알리고자 하시는 여성 창작자들께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으니 메일로 준비 중인 공연 소식을 전해주십시오. 그리고 위클리 허시어터에 대한 의견을 나눠주시거나 지난호를 다시 보실 분들은 아래의 버튼을 눌러주세요. 그리고 허시어터 레터가 스팸메일함에 들어가지 않도록 허시어터 메일(theatreher@gmail.com)을 주소록에 꼭 추가해주시고 지메일 사용자는 프로모션 메일함을 한 번 더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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