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 뉴스레터, 땅콩레터 10월호입니다!

안녕하세요! 땅콩레터입니다. 🍁

코스모스와 낙엽으로 알록달록해진 풍경이 익숙한 가을이 돌아왔습니다. 맑고 청명한 하늘 아래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어집니다. 여러분은 여행을 좋아하시나요? 여행을 하며 마시는 평소와 다른 공기는 추억을 함께한 소중한 사람을 기억 속에서 되새길 수 있게 만들기도 합니다.

땅콩레터 10월호의 주제는 '여행'입니다. 여행을 준비하는 설렘, 여행에서의 즐거웠던 시간들, 그리고 여행에서의 감상을 함께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에디터들의 모험담에 담긴 감상과 추억을 나누다 보면, 가보지 못한 새로운 곳에 이미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 것 같습니다.

현재 마주한 상황 때문에 여행은 어렵지만, 과거의 향수로 남은 기억들로 그 아쉬움을 달래며 미래를 기약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사카에서 겪은 동심의 재회
제가 가장 최근에 한 여행은 코로나19가 찾아오기 전인 2019년 초여름에 다녀온 일본 오사카 여행입니다. 처음 취직을 한 뒤, 가족들과 함께 34일 일정으로 다녀왔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 마지막이나 다름이 없던 시기에 운 좋게 잘 다녀왔었네요.

평일 오후 비행기를 타고 저녁 시간대에 오사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로 처음 가본 해외 여행이었기 때문에 매우 설레고 기대되던 날이었습니다.

오사카, 현지화를 하면 꼭 부산으로 표현되는 곳
현재 20-30대이신 분들은 유년시절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투니버스(Tooniverse)를 본 추억이 한 번 정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최근에 달빛천사, 디지몬 어드벤처 등 여러 애니메이션의 한국어 OST를 재녹음해 특별 발매하는 이벤트들이 있을 정도로 20-30대의 유년시절을 향한 추억의 여행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사카는 근처에 바다가 있는 대도시라 그런지, 현지화 작업이 들어가면 꼭 부산으로 표현되는 곳이었습니다. 실제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한국보다 습하고 무거운 느낌이 들었어요. 비행기가 착륙할 때 바다가 보였는데, 저도 모르게 탄성이 절로 나오는 광경이었습니다.

아무래도 2000년대 초반 시대상 문제 때문에 지나치게 왜색이 짙은 부분은 한국어로 현지화(로컬라이징), 의역되어 방영되었습니다일본에서 수입된 애니메이션 중 명탐정 코난은 현지화를 특히 많이 하는 작품으로 유명한데요, 오사카가 거주지인 캐릭터들이 한국인으로 바뀌었을 때, 부산에 거주한다는 설정이 되었습니다. 특히 극장판인 세기말의 마술사에서는 오사카의 도톤보리가 부산의 남포동으로 각색되어 표현되었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워낙 자주봐서 그런지 이미 와본 적이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투니버스 세대가 아닌 세대들도 다 아는 작품이라면, ‘짱구는 못말려에서도 오사카가 부산으로 현지화 되어 나온 적이 있습니다. 명절마다 스페셜로 방영되었던 극장판 암흑마왕 대추적에서는 주인공 짱구의 동생 짱아를 납치한 악당들이 부산에서 모여 악행을 시작하려 했었죠. 그때 우메다 스카이 빌딩이 작중 공사 중인 현장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제가 갔을 때에는 작품이 만들어진 시기보다 무려 20년이 지난 시기였기 때문에 이미 완공이 된지 오래였죠. 동생과 함께 TV 애니메이션을 함께 봤던 기억이 나서인지, 애니메이션 속 세상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매우 높아서 그런지, 오사카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멋진 경치를 볼 수 있었어요.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찾은 동심
저는 놀이공원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어요. 사람 많은 곳은 피곤하고, 놀이기구에도 그다지 흥미가 없었습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방문해서 발이 퉁퉁 붓기 전까지는요.

일본의 오사카에는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도쿄에는 디즈니랜드가 있습니다. 여행 계획을 세우기 전, 가족들은 어디를 갈지 매우 고민했습니다. 이왕 가는 여행에서 하루 정도는 일본에 있는 놀이공원을 가보고 싶었거든요. 가족들 모두 디즈니 작품들도 워낙 좋아했지만,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좀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 오사카 여행을 결정하게 되었죠.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입장권은 한국의 여행사 사이트에서 미리 패스를 구입했습니다. 저와 가족들이 구매한 패스는 시간대와 원하는 어트랙션을 미리 예약하여 원하는 곳을 알차게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파이더맨 어트랙션이 정말 기억에 남는데요, 우리의 소중한 이웃 스파이더맨과 함께 빌런을 물리치고 파트너가 된 여정을 즐기니, 처음 스파이더맨 영화를 봤을 때가 생각났어요. 저의 스파이더맨은 첫 영화 시리즈에서 역할을 맡은 배우 토비 맥과이어의 이미지가 여전히 강해요. 아무래도 일본 유니버셜 스튜디오였다 보니, 스파이더맨이 일본어를 하는 점이 재밌었어요. 일본어 더빙에서도 스파이더맨의 소년 같으면서도 우리의 이웃 같은 친근함이 느껴졌어요. 세계 어디를 가도, 스파이더맨은 역시 우리의 친절한 이웃이 분명해요!

코로나 19가 종식되면 테마 여행은 어떨까?

가족들과 같이 간 여행이었지만저는 어릴 때 자주 보던 애니메이션 세상으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어요나중에 코로나 19가 종식되면 가장 활발해질 산업 분야는 역시 여행이겠죠그동안 못한 만큼다양한 형태의 상품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아요문득 패키지 여행과 비슷하면서도 테마를 직접 선정하는 여행을 가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패키지 여행은 전문 가이드의 인솔 하에 지정된 코스가 있지만직접 짜는 테마 여행이라면 의미도 색다르고 멋있지 않을까 싶어요저의 오사카 여행이 의도치 않았지만애니메이션 탐방 여행이 된 것처럼 말이죠.


에디터 선의 동유럽 3국 여행
블라디보스토크까지의 아홉 시간의 비행, 그리고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시 한 번 비행기를 타 내린 프라하. 무사히 랜딩하고 휴대폰을 연결하자마자 저를 기다린 것은, COVID-19가 한국에서 창궐하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저와 제 친구가 함께한 에디터 선의 동유럽 여행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짜릿한 색감의 프라하
하지만, 여행을 즐기지 않을 수는 없겠죠? 한국의 상황에 대한 걱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의 여행에 대한 기대를 안고 프라하의 숙소에서 체크인을 하게 됩니다. 입실 수속을 하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건물들의 연식이 있어 보인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건축물들은 현대 건축물인데요. 제가 경험한 동유럽, 특히 그 중에서도 프라하의 건물들은 과거 도시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었어요. 한편 내부로 들어가면 현대에도 거주하지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편의시설들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과거의 시간과 함께 살아가는 도시의 모습이, 현대에서도 단순히 전통이 아니라 아름다움으로 비추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프라하를 기억하게 하는 또 한 가지는, 프라하가 정말로 다양한 색()의 도시라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눈에 담기도 버거울 만큼, 프라하는 시간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색감을 담아내는 도시였어요. 시차적응을 하지 못해 돌아다닌 새벽의 색과, 많은 것을 보고 돌아다닌 한낮의 색, 그리고 낮보다 빛나는 밤의 색까지. 모든 시간대의 다름과, 그 모든 다른 색들의 아름다움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제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의외의 경험치가 쌓인 뮌헨
사실 여행의 일정이 대부분 프라하와 빈에 치우쳐져 있어서, 뮌헨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기에는 조금 시간이 부족했어요. 비행 일정에 치여, 이름있는 곳을 구경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근방의 장소를 구경하는 것이 중심이 되기도 했고요. 하지만, 부족했던 시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시간이었던 기억이 남아요.
여행을 하며 친구와 맛있는 것을 정말 많이 먹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독일에서 먹었던 로컬 푸드에요. 사실 세 나라의 로컬 푸드의 종류가 비슷비슷한 면이 있어 조금 질리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음식점에서 추천해 준 좋은 와인과의 페어링 덕분에 굉장히 맛있게 먹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한국에 와서 해당 와인을 찾아보려 했는데, 같은 종류의 술은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바로 그와인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던 걸로 기억해요.

다음 여행지인 오스트리아를 비행기가 아닌 기차로 이동했는데이 역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분명히 똑같이 국경을 넘는 것인데도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훨씬 덜 부담스러운 듯한 느낌이 들어 신기했고한편으로는 차 안에 흡연실이 있는 등 한국과는 전혀 다른 대중교통 문화에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예술과 함께한 빈

오스트리아에서 역시굉장히 다양하고 즐거운 경험을 했습니다방문한 세 나라 중 도시의 모습이 가장 제가 알던 한국의 풍경과 비슷해서그 모습을 눈에 담는 것이 굉장히 즐거웠어요다양한 음악가들의 출신지인 덕에 예술의 도시라는 느낌은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지만국경 근처의 기차 휴게소에서부터 여러 음악가들의 얼굴이 박혀 있는 초콜릿을 파는 것을 보고 아무리 관광객들을 위한 상업적인 전략이라고는 해도정말 음악의 도시에 왔구나’ 하는 것이 실감났습니다실제로 여행을 하면서도대학로에서 연극 홍보를 하는 것처럼 오페라 티켓을 홍보하는 것을 보고 굉장히 신기했어요.

빈에서 방문한 미술관과 교회 역시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미술관의 경우 인터넷으로 빈 관광지라는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에는 나오지 않는 지역 미술관이었는데(현재도 이름은 기억나지 않아요), 다양한 작품들을 갖춰놓았어요. 교회 역시, 제가 살면서 경험한 교회는 대부분이 현대식 건축물이었는데,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한 교회를 둘러보며 정말 예술건축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빈이 예술의 도시로 불리게 된 것은,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것이 시작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며
사실 저와 친구가 여행하는 동안에는, 사실 한국의 COVID-19에 대한 상황이 점점 나빠졌어요. 체크인하기 직전까지도, 숙소가 우리를 받아줄지에 대한 걱정, 비행기가 끊기는 것에 대한 걱정 등 이런저런 걱정들과 함께였던 기억이 나네요. 다행이라면 다행히도, 여행 내내 좋지 않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고, 당시 한국의 상황과 여행객인 저와 제 친구를 걱정해 주고, 편의를 제공해주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덕분에 여행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라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사실을 크게 깨닫게 되었어요. 얼른 세계의 상황이 나아져, 다시 한 번 여행 가방을 꾸릴 수 있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행에서 남기고 싶은 것
본문을 시작하기 전, 질문이 하나 있다. 여행에서 가장 신나고 재미있는 순간은 언제일까? 여행 계획을 세우는 일, 짐을 싸는 일, 출발하는 차 안, 맛있는 것을 먹을 때, 풍경을 즐길 때 등 다양한 순간 중 딱 하나만 고르자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여행에서 남길만한 추억거리를 만들 때와 돌아온 후 그것을 감상할 때이다. 오늘은 여행에서 남기고 싶은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하늘을 쫓아 떠나는 여행
여행의 추억을 가장 잘 남길 수 있는 매체는 역시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을 한 장에 남아 두고두고 추억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맛있는 음식, 특이한 풍경, 자신 혹은 같이 간 여행 동반자의 모습 등 여행에서 남기고 싶은 것들이 사람마다 다양하게 나타난다.

나의 경우에는 주로 풍경을 남기는 편인데, 특히 하늘 사진을 많이 찍는다. 내 사진을 찍을 때도 하늘이 드넓게 펼쳐 보이도록 신경 쓰는 편이다. 구름의 모양, 하늘의 색과 높이, 해와 달, 그리고 별의 형태. 시간이 흘러가기 때문에 같은 하늘 풍경은 그 순간이 아니면 절대 다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늘 사진이 특히 아름다웠던 곳은 평야 지대와 강가 근처의 여행지였다. 산이나 바다와는 달리, 평야의 노을은 정말 높고 찬란한 노을빛이 하늘을 채워 다채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태양이 너무 빨리 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시선을 빼앗긴다
평야의 하늘은 평야와 달리 깨끗하고 맑은 하늘은 아니지만새벽 강가의 물안개가 지면서 몽롱한 푸른 빛이 기분을 아침을 열어준다나는 딱 한 번 그런 하늘을 본 적이 있는데감상에 빠져 그만 사진을 깜빡한 것이 매우 아쉽다.
기념품은 역시
사실 기념품을 사는 걸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활용도가 떨어지고, 디자인도 마음에 드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소비를 음식과 관람에 쓰곤 한다. 이런 나도 여행을 떠나면 꼭 챙겨오는 기념품이 있는데, 바로 술이다.

오늘의 주제가 술은 아니다 보니 긴 이야기는 나눌 수 없겠지만 그래도 하나 고백하자면 나는 술을 정말 좋아한다. 단순히 마시는 행위가 아닌 술의 맛을 즐기는 편이다. 술은 모두 지역의 맛이 난다. 물맛에 무척 예민하며 누가 만들었는지에 따라서도 맛이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직접 찾아가지 않으면 쉽게 맛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사전에 지역 전통주 구매처에 대해 조사를 하고 무리해서라도 찾아가 가지고 오는 것이다꼭 전통주가 아니어도 내가 사는 지역에서 구할 수 없는 술도 구매한다. 집에 돌아온 뒤 이것을 마셔야 나의 여행이 마무리되는 기분이다.

나는 여행 경험이 많지 않아 이번 주제가 특히 어려웠다하지만 생각해보니많지 않은 경험에서도 모두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바로 여행에서 남겼던 것들이라는 걸 떠올렸다일상에서 떠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기분을 오랜만에 다시 느낀 것 같다팬데믹이 끝나고 새로운 여행을 가기 전까지지금은 소중했던 것들을 감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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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11월호의 주제는 '악세사리'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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