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방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나' 질문했고, 재판기록을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우연히, 이유 없이 발생하는 '사고는 없다'


<사고는 없다>의 저자 제시 싱어는 최근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사회적 참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습니다.


"한국이 겪은 대형 참사는 전 세계의 대형 '사고'에서 볼 수 있는 패턴을 따르고 있다. 우선 무너질 날만 기다리는 취약한 시스템이 있다. 위험한 상황이 쌓이다 마침내 '끓어넘치게' 하는 실수가 발생한다. 그 후에는 개인의 책임과 처벌에 초점을 맞춘다. 동시에 시스템의 실패에 대한 조사를 거부하는 현상이 따라온다."


* * *


코트워치는 지난 2월부터 과천 방음터널 화재사고 재판을 취재해왔습니다.


코트워치가 이 사건에 주목한 이유는 큰 화재 사고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사고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왜 방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나' 질문했고, 재판기록을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1) 방음터널 화재에 대비한 사측의 훈련이나 교육이 전무했고,

2) 그에 따라 사고 당일 관제실 직원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3) 피해자가 다수 발생한 도로(화재 발생한 도로의 반대편)가 긴 시간 방치됐다.


이 사건의 재판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유죄의 근거로 삼은 '도로터널 사고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이하 매뉴얼)'이 관제실 직원들(피고인들)에게 배포된 것이 맞는지 의문을 가졌습니다. 해당 매뉴얼이 직원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면 책임이 감경될 여지가 있습니다.


7월 25일, 매뉴얼에 대해 증언해 줄 사업단장 A씨가 법정에 출석했습니다.


A씨는 고속도로 법인(제이경인연결고속도로 주식회사)으로부터 도로 및 터널에 대한 운영·관리 업무를 위탁받은 도로관리업체 소속입니다. 재난 대응에 대한 지휘 책임이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사고 발생 이후 A씨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A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문제가 된 매뉴얼은 2022년 12월 개정된 것으로 사고 당시 직원들에게 배포된 상태는 아니었다. (직원들이 받은 것은 개정 전 매뉴얼)


- 다만 개정된 매뉴얼을 보면 관제실에서 대응해야 하는 임무 자체는 변경된 부분이 없다. (개정 전과 후의 관제실 임무는 동일하다)


- 매뉴얼 상 임무에 대한 교육이나 안내는 이루어진 적 없다.


- 사고가 발생하면 회사는 '시스템에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서류상 시스템에 따라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있다.


마지막으로 나온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는 A씨가 스스로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입니다.


A씨는 "사고 당일 '지휘 책임'을 다했느냐"는 질문에 "실제 상황에서 시스템에 따라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따라야 할 매뉴얼이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그대로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A씨는 당시 직원들에게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았고, 그 이유는 "보고를 늦게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사실상 매뉴얼에 따라 사고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자인하는 말이었습니다.


사고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남습니다.


재난관리법상 재난관리책임기관에 해당하는 곳은 고속도로 법인(제이경인연결고속도로 주식회사)이지만, 실질적으로 도로를 관리·운영한 곳은 위탁 도로관리업체였습니다. 매뉴얼을 만들어야 하는 주체도 법인이지만 도로관리업체 직원들이 만들었습니다.


매뉴얼은 배포됐으나 매뉴얼 상의 임무에 대한 안내나 교육은 없었습니다. 사고 대응 업무의 분담도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방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5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수사기관은 이 사고의 형사적 책임이 도로관리업체에 고용된 관제실 직원들에게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그 근거가 된 사측 매뉴얼과 사고 당일의 상황을 재검토해 판결에 반영할 예정입니다.



(이 레터는 김주형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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