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실명 김재원)은 현재 네이버시리즈에서 <맹주님 교주 되신다>를 연재 중인 웹소설 작가로, 청강대 만화콘텐츠스쿨에서는 <웹소설창작실습>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디지털인문학과 글쓰기 교육을 전공하고 2018년부터 웹소설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문피아에서 현대판타지 <재벌집 슈퍼스타>, 카카오에서 무협 <환생무신>, 네이버시리즈에서 판타지 <악역은 성검을 쥔다>를 완결지었다. 현재 그는 <맹주님 교주 되신다>의 289화를 집필 중이며, 신작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신작은 플랫폼과 매니지먼트 회사의 의향에 따라 무협 웹소설과 개인적으로 쓰고 싶어 했던 현대 누아르 웹소설을 동시에 집필했다고. 그는 요즘 심사 결과에 따라 세 작품을 매일 동시에 쓸지도 모르는 행복한(?) 기대감으로 차 있다.
웹소설 작가의 하루 글쓰기 루틴
김신 작가의 하루 글쓰기 루틴은 어떨까? 그는 보통 아침 9시경에 일어나서 물 한 잔을 마신 후 집필을 시작한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라는 말을 믿기에 보통 한 화를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안쪽으로 집필을 마무리하고 12시 전에 글쓰기를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원고를 다 쓴 후에는 운동이나 산책하며,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를 감상하고, 외국어도 공부한다. 또 편집자와 원고에 대해 상의도 한다. 즉, 오전 시간에 웹소설 집필을 끝내고 오후에는 개인적인 삶을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그는 대학원 학비 때문에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대학원에 합격하고 나니 한 학기 학비 600만 원을 내라는 통지서가 날아왔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생활비까지 합치면 큰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돈을 벌 방법을 궁리해야 했다. 그러다 학부 시절 같은 학과에 있던 웹소설 작가들이 꽤 돈을 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언제고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도전해 보자!’라고 결심한 후 등록금 통지서를 받는 날, 문피아 랭킹을 살펴보고 바로 첫 작 첫 화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당시엔 재벌물과 연예계물이 대세길래 ‘재벌이 연예인 하면 잘되겠지?’ 하고 쭉 써 내려갔단다. 평일 낮엔 대학원을 다니고 저녁엔 작품을 쓰고 주말엔 알바를 하며 온전히 ‘글로 먹고살기 위한’ 웹소설 작가로 사는 삶을 시작했다.
“사람은 가지고 있는 것의 소중함을 모릅니다. 소중함은 오직 잃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제겐 예술을 공부하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특히 문학을 함께 읽고 떠들고 공부하고 쓰는 예대 생활을 하고 싶었습니다. 청강대 웹소설창작전공 학생들은 제 꿈이었던 생활을 하고 공부하고 지내는 것이 보기 좋았습니다. 열정과 노력 그리고 즐거움을 느끼고 살아가는 청강대 학생들이 귀엽습니다. 또한, 그 귀한 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인터뷰 中
한 편의 웹소설 작품이 세상에 선보이기까지의 과정을 김신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글을 씁니다. → 매니지와 계약합니다. → 플랫폼에서 판매합니다.
겉보기엔 단순해도 그는 화살표 속에 가려진 프로세스들이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작가가 글을 쓰고 CP 사와 계약하는 과정 사이에서는 어느 CP 사와 계약을 할지, 어떤 편집자를 만날지, 계약조건이 어떨지가 변수라고. 카카오페이지나 네이버시리즈 같은 플랫폼에 올리기 전에는 신작 프로모션을 어떻게 줄지, 선인세는 어떨지, 고료는 존재하는지, 사전 연재나 무료 연재 여부는 어떨지 등을 정하는 과정도 존재한다.
흔히 웹소설 작가는 혼자 골방에 들어가 작품만 쓰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웹소설 작가의 협업은 크게 공저 관계(작가-작가)와 일반관계(작가-편집자)로 나눌 수 있다. 공저의 경우엔 두 명 이상의 작가가 구상, 집필, 퇴고나 수정 등의 역할을 나누어 집필한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작가와 편집자가 함께 향후 스토리에 대해 상의한 후 작가가 집필한 원고에 대한 편집자의 피드백이 이루어지며 이외에도 편집이나 프로모션, 인세 지급에 대한 논의 등이 오가게 된다. 다만 김신 작가는 이렇게까지 소통이 잘 되는 경우는 드물며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다수라고. 따라서, 작가는 원고의 완성도를 올리는 것은 기본, 자신의 포지션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웹소설 시장의 트렌드가 사라졌다.
김신 작가는 ‘트렌드가 존재하지 않게 된 게, 웹소설 시장의 트렌드’라고 생각한다. 과거엔 평범한 글을 올려도 일정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으며, 명가물이나 아카데미물, 아이돌물 등 성공을 꽤 기대할 수 있는 특정 장르나 키워드의 트렌드가 존재했다. 하지만 현재는 작품 키워드가 다양해지면서 이러한 ‘우르르’ 식의 성공은 드물어졌다고. 그렇다면 이러한 모호함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대체 불가능성(Originality)’을 획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헌터물이라고 해도 시장에 흔한 헌터물이 아니라 집필하는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인물, 사건, 배경이 포함된 글을 써야 하는 것. 구체적으로 어떻게 획득할 수 있느냐는 청강대에 개설된 ‘웹소설창작실습’ 강의를 통해 배울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웹소설 작가를 지망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하루 5,000자. 매주 7회, 매달 30회, 매년 365회. 계속 쉬지 않고 쓰십시오. 100점의 좋은 글을 써도 꾸준하지 않은 글은 사라집니다. 작가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은 성실 연재입니다. 그 후에 필요한 건 좋은 글입니다. 무엇이 좋은 글인지는 굉장히 답이 갈리는 질문일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글은 초등학교 때 배운 인물, 사건, 배경이 잘 보이는 글입니다. 또한 인물> 사건> 배경이 중요도 순이니 인물이 좋은 글을 써야 합니다. 그렇다면, 좋은 인물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웹소설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가공된 사람을 관찰하는 것도 좋고 평범하게 살아가면서 여러 사람을 겪고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삶에서 좋은 인물이 나오고, 좋은 인물에서 좋은 글이 나올 겁니다.”
그는 지금 두 가지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내의 유혹>, <펜트하우스>를 쓴 김순옥 작가는 인터뷰에서 ‘불행한 누군가가 죽으려고 하다가 '이 드라마 내일 내용이 궁금해서 못 죽겠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드라마’를 쓴다고도 했다. 김신 작가 역시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내일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작품을 쓰는 게 꿈이다. 두 번째는 청강대 학생들이 제 수업을 듣고 잘되어서 ‘내가 키운 작가 리스트(내키리)’가 풍성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의 꿈이 꼭 이루어지길 응원한다.
정리 : 조희정(웹소설창작전공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