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번 주말에 사주보러 가. 내 인생 어디로 가는지 절박하게 묻고 싶달까. 불과 2달 전 [사람들은 왜 이상한 것을 믿는가]라는 책에서 영매가 어떻게 미래를 점치는 척 하는지 읽었는데도 가는게 사람인가봐🤣 그런데 요새 주변에서 사주 보고 싶다고 하는 사람이 정말 많은거 있지? 올해 딱 절반이 지나고 ‘올해도 다 갔다’와 ‘남은 반이라도 살려보자’는 마음이 뒤섞여 혼란하기 좋은 시기 같긴 해. 지금이 만족스럽다면 사주 보고 싶은 마음도 안들텐데. 어른이 된다는 건 기쁨도 줄어들고, 혼자 답내리기 어려운 문제가 늘어나는 것일까. 30대 중반이 되면 어떤 감정이 컨트롤러에 있을지 궁금한데 <인사이드  아웃5> 정도는 되어야 할까? 불확실한 미래를 기다리는 것만큼 불안한 건 없어. 그래서 난 일단 사주를 다녀올게. 다음주 후기 기다려줘🤔

#오멘_저주의 시작
오컬트 고전 <오멘>(1976)의 프리퀄 영화 <오멘: 저주의 시작>이 개봉한 4월엔 너무 바빠서 극장을 단 한 번도 가지 못했어. 친구에게 개봉 소식을 듣자마자 심장이 두근거렸는데 말이지. 추적추적한 호러의 계절, 마침 디즈니플러스에서 빠르게 공개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 <오멘> 초반 악마의 아들 ‘데미안’의 생모는 죽었다고 하지만 영화 후반 생모의 무덤 안엔 동물의 뼈가 있어 거짓말이었음을 알 수 있었어. <오멘: 저주의 시작>은 재앙의 시작이자 원작이 궁금해하지 않았던 어머니라는 존재를 필두로 악마의 뿌리를 파헤치는 영화야. 원작에 누가 되지 않는 리메이크 혹은 후속작은 많지 않잖아. 다행히도 이번엔 걱정을 접어둬도 좋아. 서양 호러를 홍보할 때 최고의 찬사처럼 쓰이는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란 <오멘>처럼 오컬트 장르의 부흥기 작품들이 가진 미덕을 차용한 수식일지도 몰라.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존재하는 악마, 사람들을 옥죄어가는 공기에 스며든 공포는 당시로선 볼 수 없던 연출이었어. <오멘: 저주의 시작>도 비슷한 분위기로 공포를 조성하는데, 나아가 임신한 여성의 신체를 공포의 주체로 설정하며 현대적으로 해석했어. 어째서 48년 만에 <오멘>의 프리퀄이어야 하냐는 질문에 충분한 답이 될 영화야. 원작은 지금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데 걱정하지마. 원작을 몰라도 큰 문제는 없어. 

*영화 마케팅하던 직업병 때문에 포스터 2종을 가져와봤어. 이미지는 왼쪽이, 카피는 오른쪽이 맘에 들었거든. 추측하건데 왼쪽이 티저격이고 오른쪽이 메인이지 않을까..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내가 업계에 있을 땐 메인 포스터에는 무조건 사람 얼굴이 크게 나와야 한다는 게 무언의 규칙이었어. 특히 인물 뒷모습을 쓰면 망한다는 설이 있어. 


📺볼 수 있는 곳: 디즈니플러스

#누구도 묻지 않은 악마의 생모

<오멘>(1976) 이전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악마의 씨>(Rosemary’s baby)(1968)가 있었어. <오멘: 저주의 시작>은 원작보다 <악마의 씨>를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가에 집중한 영화처럼 보여. <악마의 씨>는 제목과 원제에서 유추할 수 있듯(국내 번역 제목 자체가 스포일러라 말이 많았다고.) 로즈마리(미아 패로)가 악마의 씨를 임신하는 공포를 담은 작품이거든. <오멘>이 <악마의 씨> 로즈마리로부터 탄생한 아이의 후속작을 자처했다면 <오멘: 저주의 시작>은 다른 누구도 아닌 데미안의 생모로서 다시금 <오멘>의 시작에 자리하겠다는 야심을 느낄 수 있어. <오멘: 저주의 시작> 마거릿(넬 타이거 프리)이 <악마의 씨> 로즈마리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은 친절한 이웃의 얼굴을 한 광신도 집단으로부터 강탈당할 몸의 결정권이야.

#적그리스도의 잉태와 탄생

어릴 적 종종 환청과 환상을 보는 탓에 보육원에서 문제아로 낙인 찍혀 학대받은 기억이 있는 마거릿은 수녀 서약을 하기 위해 로마의 어느 수녀원에 간 참이야. 자신을 돌봐주었던 로렌스 추기경(빌 나이)이 있는 곳이거든. 체제 전복을 외치는 노동자 시위가 한창인 1971년의 로마, 더이상 신을 믿지 않는 시대에 일부 종교인들이 사탄 ‘자칼’과 인간 여성의 아들을 탄생시켜 세상을 위협함으로써 종교의 힘을 되찾고자 한거야. 수녀원이 운영중인 보육원엔 마거릿의 어린 시절과 닮은 아이가 있어. “그냥 나쁜” 아이로 취급받는 ‘카를리타 스키아나’는 벌을 받는다는 이유로 ‘나쁜 방’에 감금당하고 다른 아이들과 격리되곤 하거든. 어린 마거릿처럼 환청과 환상에 시달리는 아이에 관한 비밀을 파고들던 마거릿은 현실이라 믿지 않았던 지난 과거와 무의식의 진실을 마주하게 돼. 적그리스도의 탄생은 성경 속 예수의 잉태와 탄생과 나란히 하고 있어. 노골적으로 성경을 비틀고 '사탄'으로 칭하는 오컬트적 존재가 사실은 인간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명확히 짚는 지점이야.

#대상화 된 육체에서 탄생하는 악

영화는 대상화 된 여성의 신체를 중심으로 자유의지를 박탈당하는 과정과 실체 없는 악이 현현하는 과정을 합치시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방식으로 심리 호러 계보를 이어가고 있어. 구체적으로는 무의식 중 원치 않는 임신이 벌어질만한 일-강간을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아름답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살이 찢어지는 출산의 고통, 아이를 낳는 육체로서만 기능하는 철저하게 자기 결정권을 배제당한 객체로서의 분노. 이것이 <오멘: 저주의 시작>이 구현한 악의 실체야. 로즈마리의 운명을 짊어진 마거릿이 그녀와 다른 선택을 내릴 때 <오멘>의 시작이 다시 필요했던 이유에 수긍할 수 밖에 없을 거야. 마거릿은 신을 믿지 않는 1971년 로마의 청년이고, 그녀가 따르던 종교와 추기경은 구시대의 산물일텐데 이러한 구도는 얼마 전 눕방일기 81화에서 소개한 <서스페리아>와도 흡사하지. <오멘>이 4편에 이르기까지 끝나지 않은 저주의 어머니 마거릿은 <서스페리아> 수지(다코타 존슨)와 같은 방식으로 착취의 고리를 끊어냄으로써 비극적 신화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 전반적으로 호러 특유의 단편적인 대사들이 아쉽지만 특히 후반부 몰아치는 사건 전개와 신경증적인 촬영이 좋았어. 고전 호러와 여성주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는 흥미로운 작품이었어.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도 ‘악은 어떻게 탄생하는가’를 따라 몰입할 수 있을거야. 레이지 카우는 단련되서 이제 웬만한 호러에 눈 깜짝 안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멘: 저주의 시작>의 불쾌한 공포 덕에 오랜만에 악몽을 꿨지 뭐야. 사람에 따라 잔인하게 느껴질 장면도 있으니 조심해.

#관람포인트01

<오멘>을 보지 않아도 무방하지만 원작의 오마주 장면을 비교해서 보면 더 재미있겠지? 스포가 될 것 같아 어디까지 말해도 될지 고민인데, 몇몇 인물들이 죽는 방식을 그대로 가져온 것들이 있어.  관람 후에 이 블로그 중반부에서 어떤 장면인지 맞춰봐. 

#관람포인트02

공포를 조성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사운드라 생각해. <오멘: 저주의 시작>의 음악 감독 마크 코벤은 <더 위치>, <라이트하우스>로 로거트 에거스 감독과 합을 맞췄던 사람이야. 특히 <오멘>의 유명한 테마곡 ‘Ave Santini’를 적절하게 사용해서 원작 팬들이라면 전율할지도.

📮구독자 답장왔어요📮


From.날씨대마왕

[RE: 눕방일기 84화]세.상.에 포스타입에서 알게되어서 푹 빠진 힙합신선님의 웹툰을 눕방일기에서 만나게 되다니... 깜짝 놀랐지 뭐예요? (하지만 정작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하시는 건 몰랐던 나...) 지난 수요일 퇴근길에 보기 시작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쭉쭉 읽기 시작했답니다... 머리가 띵하게 울리는 느낌의 <썩은 핑크의 법칙> 너무 좋았어요.


#추천작 #성북구 비둘기 이헌서

아주아주 오랜만에 친구에게 웹툰을 추천받아 보기 시작했어요. 네이버 웹툰 [성북구 비둘기 이헌서]. 어쩌면 흔할지도 모르는 영혼체인지 소재인데... 영혼이 바뀌는 대상이... 비둘기라면? 그 비둘기가... 남 동창과의 기묘한 동거를 하게된다면...? 아직 연재가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작가님이 비둘기를 얼마나 관찰한걸까 싶을정도로 세심한 묘사와 개그코드가 좋은 웹툰입니다. 아무 생각 없고 싶을 때 추천해요.


📝레이지 카우의 답장

닉네임부터 공감가는 날씨대마왕님의 웹툰 추천 소개글을 보자마자 소리내서 웃어버렸어요😂 성북구 주민으로서 참을 수 없었답니다. 아직 4회밖에 나오지 않아 아쉬울만큼 취향 저격 당해버렸어요. 참고로 2회에 등장하는 성북구 오리들은 성북구민 당근 동네생활에서 자주 등장하는 실.존.동.물이에요.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데 웃긴 콘텐츠 정말 귀하지 않나요. 추천 감사합니다!!!

🖌️답장을 기다려요🖌️

이번 주 뉴스레터는 어땠어?

감상을 나누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공유해줘😘

'응답보내기'를 눌러야 최종 완료!

레이지 카우 소사이어티
contact@lazycowsociety.com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