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호 vol. 3
‘건강 한달’은 한 달에 한 번 발행되는 일리치약국의 뉴스레터입니다. 공간은 작지만, 이야기는 넘치는 일리치약국의 ‘우당탕탕’ 성장스토리를 전해드립니다. ‘건강 한달’을 당신의 상비약으로 체크해주세요.
contents
'철' 좀 들자!  |  몸무게의 무게 
일리치약국의 밑줄 |  약국 보감  |  5월 스케치

‘철’ 좀 들자!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감기는 한방 용어로는 상한(傷寒)이다. 즉 차가운 기운에 몸이 상했다는 뜻이다. 감기(感氣)는 원래 ‘기운 또는 기후에 몸이 감응한다’라는 뜻이다. 찬 기운뿐 아니라 다른 기운에 우리 몸이 감응하는 모두를 감기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 몸이 외부의 기운 또는 기후에 늘 감응하고 있고 그에 따라 병증이 될 수 있어서 『동의보감』에서는 이를 중시한다. 이 기운을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 여섯 가지로 나누고, ‘육기(六氣)’라 부른다. 육기가 ‘사기(邪氣, 나쁜 기운)’로 작용하면 몸에 병증을 만든다.


 기후는 땅과 하늘의 기운이 함께 작동한 결과이다. 땅에서는 육기가 작동하고 하늘에서는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 오운이 작동한다. 이를 아울러서 오운육기라고 부르는데 줄여서 ‘운기’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계절의 운기(주운, 주기)는 변함이 없지만 그 양상이 조금씩 다르다. 그 이유는 해마다 손님처럼 찾아오는 운기(객운, 객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동양에서는 운기를 오랫동안 관찰하고 기록하여 운기학이라는 학문으로 만들었다. 기상청에서 수많은 데이터로 날씨를 예측하는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옛사람들은 음양오행이라는 원리로 몸과 기후를 연결할 줄 알았다.

 

 작년 한 해 약국을 오픈하고 상담을 자세히 하기 시작하면서 여러 사람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어지럽고 이명이 있거나 메스껍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 붓거나 두통이 있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양 의학에서는 각각 다른 증상이지만 한의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몸의 진액이 뭉쳐서 순환되지 않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를 ‘담음’이라고 한다. 운기로 볼 때 신축년은 수가 잘 빠져나가지 못하고 습이 몸에 쌓여서 담음과 소화기 질환이 더 일어날 가능성이 있었다. 나는 이뇨작용으로 몸에 있는 나쁜 물을 빼주는 복령이나 택사 등이 들어간 제제를 선택했고 드라마틱하게 개선되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돌이켜보니 코로나 팬데믹도 처음 발생했던 2020년, 경자년의 운기와 무관하지 않았다. 그 해는 금과 화의 운기가 작동하는 해로 금 기운에 해당하는 장부인 폐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해였다.


 그해 운기가 임상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는 하지만 결정적이지는 않다. 사람들의 주거 장소나 생활 습관과 체질이 다르고 또 감정도 병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객운, 객기가 절대적일 수는 없다. 게다가 주가 되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계절의 운기이다. 해서 『동의보감』을 비롯한 과거 의학서들은 사시(四時,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맞게 사는 것을 가장 중요한 양생법으로 꼽고 있다. 물론 운기학에 대한 설명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치료하는 사람들에게 참고사항이다. 객운과 객기에 이렇게까지 휘둘리는 것은 왜일까? 아니면 코로나 팬데믹도, 우리 약국에 찾아온 사람들도 다 우연이었을까? 나는 계절의 차서를 꼼꼼히 밟지 않고 사는 우리의 일상이 부실해서 그해 운기에 휘둘렸다고 생각한다.


 『동의보감』의 <내경편>엔 계절의 변화에 맞춰서 일상을 꾸리는 법이 나와 있다. 봄에는 만물이 생겨나는 것을 돕듯 남에게 베풀어야 하고, 여름에는 햇볕을 싫증 내지 말아야 하며, 가을에는 열매가 맺히듯 마음도 거두어들여야 하고, 겨울엔 따뜻한 곳에 거처하여 멀리 여행하지 말라고 한다. 처음 『동의보감』에서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안 와닿았고 그저 옛날 말이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도 그럴 게 요즘 우리 삶엔 거의 계절이 없다. 계절과 무관하게 과일을 먹고 집안에서는 겨울에도 반팔을 입는다. 우리의 일상은 정말로 철이 없다.


 이런 철없는 일상은 에너지를 과도하게 필요로 한다. 세상도 몸도 에너지가 고갈된다. 기후위기와 질병은 이런 철없는 일상의 결과이다. 계절에 맞게 사는 건 먹고 입는 것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사실 그것은 나의 외부에 있는 존재들과 소통하는 것과 다름없다. 소통의 결과로 마음을 포함해 일상을 조절하여 살아간다. 『동의보감』은 거기에 우리의 건강이 달려있다고 말한다. 계절을 알아차리고 외부와 소통을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을 때 우리 조상들은 ‘철들었다’라는 표현을 했다. 올해는 『동의보감』의 양생법을 곱씹으며 계절의 리듬에 맞춰서 한 번 살아보려고 한다. 그럼 나도 ‘철’ 좀 들려나?

몸무게의 무게

 

 나는 태어나서 다이어트란 걸 해본 적이 없다. 과체중도 저체중도 아닌 보통의 몸을 가지기도 했지만, 원체 의지 자체가 빈약한 사람이라는 이유가 컸다. 하지만 나라고 날씬해지기 싫었을까. 아니, 돌이켜보니 나는 지금보다 훨씬 말랐던 시절에도 스스로를 뚱뚱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때의 사진을 보면, 깜짝 놀랄 만큼 말랐다 싶었고, 실제로도 키가 작으므로 건강검진 상으로는 ‘저체중’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살이 쪘다고 생각했고, 살을 뺄 시도는 하지 않은 채 스스로가 불만족스러운 상태로 지냈다.

 

 지금보다 7~8킬로가 적게 나갔던 20대의 나는, 몸 상태가 지금보다도 좋지 못했다. 약 먹을 수치는 아니었지만 갑상선 수치가 경계치 정도로 낮아서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있었고,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게다가 말랐지만, 뱃살은 튀어나온 ‘마른 비만’이었다. 운동을 싫어하고, 매일 김밥 한 줄이나 편의점 음식으로 간단하게 끼니를 때웠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결혼하면서 살이 조금씩 찌기 시작했고, 임신하면서 내 생에 최대 몸무게를 찍었다. 그때는 몸무게로 스트레스가 없었는데, 최종적으로 9kg밖에 찌지 않음이 내심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산하고도 살이 크게 빠지지 않았고, 여차저차 지금의 몸무게를 가지게 된 나는 불행했다. 나만 뚱뚱한 거 같고, 내 몸이 부끄러웠다. 늘 큰 옷만 입고 다니고, 몸매를 드러내는 게 창피했다. 나는 왜 이렇게 몸무게라는 숫자에 연연하게 되었을까.

 

 어쩌면 나에겐 이상적 몸무게가 설정되어 있었을지 모른다. 나는 사실 비정상적으로 깡마른 사람들을 좋아한다. 남자와 여자의 경계가 불분명한 깡마르고 긴 몸이 쿨하다고 생각했다. 그냥 그게 예뻐 보였다. 그러다가 그래미 시상식에서 우리 기준으로는 ‘뚱뚱한’ 미국 언니들의 핫한 무대를 보고는 당황했다. 와~ 진짜 멋지고 신선했다. 거대한 엉덩이와 풍만한 가슴을 당당하게 드러낸 의상이 전혀 이상하지가 않았다.

 

 살이 찐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나는 살이 찌고 난 후에 갑상선 수치가 좋아졌고,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에 있었던 작은 결절들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살이 찌는 것이 좋은 것만도 아니다. 몸이 피곤해 낮잠을 자는 날이 많아지고, 소화가 안 돼 트림이 끅끅 나오는 경우가 늘어났다. 그렇다면 나에게 적당한 몸무게는 도대체 어느 정도란 말인가.

 

 필라테스를 배운지 3개월 정도가 되었는데, 특별한 일을 제외하고는 일주일에 3번 정도는 운동하려고 노력 중이다. 일주일에 한 번쯤 인바디를 측정하는데 나는 체지방량이 높고, 골격근량이 낮은 ‘표준체중 허약형’이다. 인바디 점수가 80점이 평균이라는데 아직 평균에 다가가기에도 글렀다. 나에게 중요한건 몸무게가 아니라 근육량이었다! 내장지방이 조금 줄고 근력이 늘었을 뿐인데도, 활력이 생기고 낮에 꾸벅꾸벅 졸던 빈도도 줄어들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는 말도 지긋지긋하다. 안 사랑스러운데 어디를 사랑하란 말인가. 내 그릇이 이것밖에 안 되면, 그릇에 이 몸을 맞출 수밖에. 내 모든 걸 사랑할 수 없다면, 먼저 이 복부 지방을 태워버리고 싶다. 자꾸 군것질하고 싶고, 운동하기 싫은 날이 늘어나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서 생에 첫 다이어트를 시작해본다. 올여름에는 비키니까지는 아니더라도 래시가드는 벗어봐야지. 사람들 눈을 신경 안 쓰고 나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몸을 가져봐야지. 단, 오늘 이것까지만 먹고!

 “오늘밤은 굶고 자야지!” 저자는 매일 다짐한다. 스스로 ‘야간 식이 증후군’이라는 게 있다고 말하지만, 그의 다짐은 다이어트에 대한 열망이라기보다 '내일은 망쳤다는 기분 없이 잘 살겠어!' 라는 사소한 희망에 가깝다. 
 나도 자주 다짐한다.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 아침은 눈 뜨자마자 바로 일어나야지! 하루를 밀가루로 채운 날, 내일은 식단 관리 해야지! 눈이 뻑뻑하고 아프면, 내일은 스마트폰 줄여야지! 그게 당장은 안 되더라도, 언제 될지 모를 일일지라도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짐한다. 다짐한 것이 잘 안 돼서 부스러지는 마음이면 또 어떤가! '그게 무슨 소용인가!'와 '그래도 해야지!'는 분명히 다르다. 그래서 나는 또 다짐한다. “다음번 밑줄은 더 멋지게 써야지!”

By. 도라지  
다이어트 차, 효능 있나요?

 

 우리 약국에는 다이어트에 관련된 제품은 하나도 없다. 다이어트가 별 효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내장기관들의 기능이 떨어지니 소식하는 게 좋다고 여긴다. 자본주의에서 산다는 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이고, 먹을 게 풍부한 세상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쉽게 푸는 방법은 먹는 것이다. 게다가 비만은 자기 관리의 부족으로 여겨져 차별의 대상이 되기도 하니 조금이라도 살이 찌면 스트레스는 배가 된다. 그래도 처방되는 비만약은 안 먹었으면 한다. 그 작용과 부작용이 무시무시하기 때문이다. 건강기능식품으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성분들도 많이 있지만, 효능에 비해 가격이 고가이다. 이 성분들을 품고 있는 차들도 유행이다.

 체지방감소에 도움을 주는 카테킨 성분을 가진 녹차, 지방산의 합성을 막는데 도움을 주는 수산화 구연산 성분이 있는 히비스커스 차, 체지방 분해 효과가 있는 클로로겐산을 함유한 마테차 등이 있다. 차로 마셨을 때 그 효과는 미미하겠지만 차라리 차 한잔을 앞에 두고 보내는 시간이 건강에는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천천히 차를 마시며 다이어트를 왜 하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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