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newsletter no.27 I 2021.08.05.
"나는 페미니즘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아는 건, 내가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결심을 표현할 때마다 사람들이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벗, 위의 이야기 어때? 꼭 엊그제 친구가 한 말처럼 생생하지 않아? 하지만 1913년, 영국 작가 레베카 웨스트가 남긴 말이야. 당시로부터 시간이 100년 넘게 지났고 그 사이에 다른 '~주의'들은 모두 진부해졌는데, 페미니즘은 아직도 지금/여기서 이렇게 생생하네. (-ι - ;) 여전히 페미니즘이 '금기시'되고 '페미니스트'라는 소개엔 모두들 긴장하니 말야. 

2000년대에 대학을 졸업한 팀휘클리 1호는 사실 페미니즘이 이렇게 다시금 논쟁적인 단어가 될 수 있다곤 생각도 못했어. 치안은 좋지만 성폭력 범죄율은 높은 나라, 가정폭력이 아직도 '남의 집 집안일'인 나라, 번화가를 걸으면 쉴 새 없이 '보도방 차량'이 오가는 걸 볼 수 있는 나라이지만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자"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사회로부턴 벗어났다고 생각했거든. 

'페미 심문'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강력한 반동적 움직임들을 보면서, 어쩌면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페미니즘은 불온한 영역으로 남아있을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 그럼에도 성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페미니즘의 시계는 되돌릴 수 없다고 믿어. 여성들이 결코 되돌아가지 않을 테니까. 오래 전 어느 여성운동가가 "오 형제여.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니 나는 내 길을 찾았고 결코 되돌아가지 않으리라"라고 노래한 것처럼. 
📂 h_weekly, quickly 

  1. 한 번 물어봤다페미니즘의 시간은 거꾸로 가지 않는다
  2. 안 읽으면 손해다: 댕기박새의 목숨 건 ‘털 훔치기’ 外 

페미니즘의 시간은 거꾸로 가지 않는다
ⓒMBC 유튜브 갈무리
💬 줄거리 

"impractical, uninteresting, unaesthetic, and incorrect(비현실적이고, 재미없고, 미학적이지 않고, 올바르지도 않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만든 근대 올림픽 경기 창시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올림픽에 여성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한 말이야. 노잼이고 미학적이지 않다고? 쿠베르탱 남작님. 대한민국 양궁 금메달 3관왕 안산 선수 좀 보세요. 얼마나 재밌고 미학적이게요. 이 짤 봤으면 일찌감치 여성 선수들에게 문호를 개방했을 텐데. 흠흠. 

제32회 도쿄올림픽은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성평등 올림픽'을 표방한 만큼 전세계 여성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셔. 여성선수 참가 비율이 48.8%로 역대 올림픽 중 가장 높고, IOC 방침에 따라 개회식에선 205개 참가팀 모두 남녀 기수가 공동 입장했어. 2016 리우올림픽 당시 9개였던 혼성 종목도 18개로 크게 늘었어. 안산 선수 역시 처음 채택된 혼성 경기에서 김제덕 선수와 호흡을 맞춰 금메달을 딴 거거든. 

2017년 전후 세계를 휩쓴 '미투 운동'과 이후 페미니즘 열풍 속에서 맞은 첫 올림픽이어선지 걸크러시에 대한 여성 팬들의 응원도 엄청나. 안산 선수와 10억명 중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다는 식빵 언니(김연경)도 멋지지만, 아빠에 이어 메달을 목에 건 19살 체조선수 여서정,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찍어준 여자 핸드볼팀에 만세 부르고. 수영복 형태 대신 전신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독일 여자 체조팀은 든든했고. 심적 부담 호소하며 기권을 선언한 미국 체조 슈퍼스타 시몬 바일스 선수가 '새로운 페미니스트 리더십' 모델로 각광받는 걸 보면서는 그저 고맙고, 기쁘고. 바일스는 대표팀 주치의의 성폭력 피해 생존자이기도 한데, 체조선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24살)에 도쿄올림픽 출전을 강행한 데엔 생존자로서 강인함을 보여주고 싶단 이유도 있었거든. 👉시몬 바일스의 마지막 춤

그런데 대한민국엔 딴 세상이 열렸어.(´-`).。oO 금메달리스트가 페미니스트로 추정되기 때문에 메달을 뱉어내야 한다고 '실력 행사'에 나서는 사람들. 실화인가. 안 선수가 여대 출신에 숏컷 머리를 하고 있고 '남혐 언어'로 알려진 표현을 SNS에 쓴 적이 있기에 페미니스트라는 건데. 개인의 가치관을 이유로 공개적인 온라인 괴롭힘에 나선 것도 문제거니와, "숏컷=페미"/"여대 출신=페미"라는 그들만의 '페미 감별법'도 비판받고 있어. 

분명 개인에 대한 집단 괴롭힘이면서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백래시'이기에 이 문제를 제대로 명명하는 건 중요한 일이야. 반페미니즘 정서에 기댄 국민의힘 등 정치권은 이들을 옹호하고, 언론은 반론을 맞세운 '논란 저널리즘' 방식으로 중계 보도하면서 사태를 키우고만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호에선 안산 선수에 대한 공격을 비롯한 페미니즘 백래시에 대해 탐구해봤어. 

🦸‍♀️ 백래시가 뭐길래?

Backlash. 사전적 의미론 '반발', '반동'이야. 특히 사회의 진보에 대한 퇴행적 반발을 짚을 때 사용해. 여성운동에 대한 백래시는 근래 나타난 새로운 현상은 아니야. 페미니즘이 힘을 얻고 여성들이 조직된 목소리를 낼 때면 늘 그에 따른 '반동'이 나타났어. 미국 언론인 수전 팔루디는 이미 1991년에 출간한 <백래시>라는 제목의 책에서 미국 사회의 이런 반동적 흐름을 하나로 묶어냈어. 이제는 페미니즘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지.👉책 소개 읽기

백래시가 일반적인(?) 여성혐오, 여성차별과 어떤 차이를 갖느냐? 팔루디의 설명은 이래. 여성혐오는 '일종의 영속적인 바이러스성 질환 같은 것'이어서 주기적으로 가라앉았다 다시 떠오르는데, '재발'의 여러 증상들이 한꺼번에 나타날 때 백래시라고 볼 수 있어. "이렇게 갑작스럽게 불길이 치솟는 국면들이 아무런 규칙없이" 나타나지는 않는데, 이런 반동을 촉발하는 건 항상 "여성들이 크게 활보하고 있다는 인식"이란 거지. "백래시는 항상 여성의 '진보'에 대한 대응으로 일어났다"는 게 팔루디의 주장이야. 

"다시 말해서 반페미니즘적 반격은 여성들이 완전한 평등을 달성했을 때가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커졌을 때 터져 나왔다. 이는 여성들이 결승선에 도착하기 한참 전에 여성들을 멈춰세우는 선제 공격이다." <백래시>, 35쪽.  

국내에서도 페미니즘 백래시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과 2017년 미투운동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페미니즘 리부트'*와 맞물려 나타났어. 2018년 이후부터 나타난 반작용은, 온라인상 기존의 여성혐오와 달리 페미니즘 그 자체를 저격 대상으로 하고 있어. 여성주의자로 보이는 이들을 '색출'하고, 따돌리고, 굴복·순치시키는 게 이른바 '남초 커뮤니티'(남자 이용자가 많은 커뮤니티들)의 방식이야. 베스트셀러인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인증하거나, 페미니즘의 슬로건이 적힌 티셔츠를 입거나, 교사가 아이들에게 성평등교육을 했다고 해서 그의 일상이나 생업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공격하는 거지. 

*휘클리 주: 페미니즘 리부트. 온라인 상에서 젊은 페미니스트들을 중심으로 다시 펼쳐진 대중적 페미니즘 운동을 뜻해. 손희정 쌤이 처음 붙인 명명이야. 

<백래시> 한글판 해제에서 여성학자 손희정은 "무엇보다 백래시는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부당한 것에 'NO'라고 말하는 여성들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좌절의 회로에 머물게 한다는 점에서 악질적이다. 여성의 불행을 페미니즘 탓으로 돌리면서 여성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의심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어. 

이런 백래시에 반발해 규탄시위를 펼치는 활동가들도 등장했어. 전국 릴레이 백래시 규탄시위팀 《해일》이야. 7~8월 전국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어. 트위터(@Teamhaeil)를 통해 여러 소식들도 공유하고 있으니 참고해. 

🦸‍♀️ 국내 백래시 사건 뭐가 있었나?

2016년 
게임업체 넥슨, 페미 성향 여성 성우 계약 해지(기사)
2017년 
위례별 초등학교 성평등 교육 ‘페미 교사’ 공격·검찰 고발(기사)
2018년 
게임업계의 여성작가 사상검증 광풍(기사)
페미니스트 대선 후보 신지예 벽보 훼손(기사)
2019년 
영화 <82년생 김지영> 별점 테러 등 공격(기사
2021년 
대학가 '페미 강연' 잇딴 취소 (기사)
개그우먼 박나래, 남자인형 성적묘사로 고발(기사
GS편의점·경찰청 등 휘말린 ‘집게 손가락’ 공격(기사)
페미니즘 교육 교사 처벌 국민청원(기사)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 향한 온라인 테러(기사)

ⓒ게티이미지뱅크
💬 한번 물어봤다

이번 사건에 대해 휘클리 본체인 <한겨레>의 ‘젠더팀’ 기자들이 열심히 기사를 쓰고 있어. 한겨레는 국내 언론사 중에 처음으로 젠더팀을 만들었어.(라고 말하면 가슴이 웅장해진다.) 악플과 악성 메일이라는 백래시에 시달리면서도 “내가 안 쓰면 누가 쓰랴, 우리가 잘 써야 남들도 잘 쓴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쓰고 있다는 젠더팀 박고은 요원에게 이번 사건에 대해 한번 물어봤어.  

휘클리: 고은 요원. 안산 선수를 향한 공격, 시사하는 게 뭘까? 
고은 요원: 한국 여성이면 누구나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건 아닐까?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백래시 사건들이 있었잖아. GS25나 경찰을 향한 근거없는 ‘남혐 손가락’ 주장도 그렇지만 여성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을 향한 공격들도 많았지. 그들(일부 남초 커뮤니티)은 늘 ‘좌표’를 찍고, 본보기를 만들어서 여성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전략을 쓰거든.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 보니, 여성들이 자신의 말이나 행동, 겉모습까지 검열해야 하는 상황이 됐어. 안산 선수 사건을 통해,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국가대표 선수까지도 이런 학대와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달까. 

휘클리: 이런 남초 커뮤니티의 백래시, 왜 계속되는 거야? 
고은 요원: 그들의 악성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허무맹랑한 주장에 대해 기업이 사과하고 기관은 두손 두발을 들어버리니 말야. 경찰 홍보물 속 ‘집게 손 모양’을 두고 ‘남혐’이라고 주장하니까 경찰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홍보물을 수정했잖아. GS25도 항의 들어오니까 포스터를 수정했다가 결국 삭제했고. 그런 억지 주장이 통할 때마다 ‘효능감’이 생긴 거지. 👉‘성평등 반대’ 내세운 백래시, 경찰은 왜 타협하나
게다가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같은 정치인들마저 ‘안티 페미니즘’ 대열에 동참하니까 힘이 났겠지? (◟‸◞) 결국 일부 누리꾼들만의 잘못은 아냐. 이들의 ‘땡깡’을 받아준 기업이나 국가기관, 확성기 노릇 해준 정치권이 단단히 한몫을 했다고 봐야지. 그러다 안산 선수까지 공격하는 데 이른 건데, 신나서 선 넘은 거 같아. 이런 일부 남초 커뮤니티들의 억지 주장과 행태가 전세계에 보도되고 비판받고 있으니 말야.   

휘클리: 이번엔 ‘그들’의 작업이 실패했다? 감히 ‘까방권’ 보유자,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안 선수를 공격했기 때문에? (¬_¬)
고은 요원: 이전 사태에선 기업의 일이고 기관의 일이었잖아. 기사 보고 ‘왜 저렇게 대응하지?’라고 생각하거나,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자기의 전선이 아니어서 대중들이 나설 명분이 없었던 것 같아. 젠더 이슈가 요즘 온라인의 언어나 문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보니 관심있는 일부 2030들만 뜨겁게 반응하기도 했고. 우리 부모님만 해도 ‘네 기사가 조금 어렵다’고 하시거든. 이번 사건의 경우엔 “감히 안산 선수를 건드려?”라는 감정적인 부분까지 제대로 작동한 것 같아. 

휘클리: 고은 요원이 며칠 전에 기사를 쓰기도 했는데, 사실 사태를 이해하려면 정확한 명명이 중요하잖아. 국내 많은 언론들이 이 사건을 ‘논란’이나 ‘갈등’으로 보도하는 것과 달리 외신들은 괴롭힘, 학대, 폭력에 방점을 찍어 보도하고 있다구? 
고은 요원: ‘숏컷 논란’또는 ‘페미(페미니즘) 논란’, 아예 두 개 붙여서 ‘숏컷 페미 논란’. 한국 언론이 이번 사건을 보도하는 방식이야. 이런 표현들은 온라인 괴롭힘이라는 이번 사건 본질을 가린 거거든. 논란이나 갈등이라고 보도하면,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기사를 봤을 땐 마치 안 선수가 무슨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처럼 볼 수 있잖아. 
특히 ‘숏컷 페미 논란’이라는 표현은 ①숏컷 머리모양을 하면 페미니스트 ②페미니스트는 논란의 대상이라는 두 가지 오해를 만든다고 할 수 있지. 가해와 피해가 명백하니 중계 보도가 아닌 비판적 보도를 해야 하는데 말야. 외신들은 달라. 주로 ‘성차별주의자의 온라인 폭력(online abuse)’이라고 표현하고 있어. 👉페미 ‘논란’이 아니라 ‘폭력’이다

휘클리: 특히 폭력(violence)을 넘어서 학대의 의미를 담은 단어 어뷰즈(abuse)를 사용하는 게 나한텐 좀 낯설더라.  
고은 요원: 이건 평등공작소 나우의 권수현 대표가 쓴 글에서 읽은 건데. 언동이 부른 해악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 ‘폭력’이라면, ‘학대’는 권력 또는 영향력이 잘못 사용되는 양상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래. 어뷰즈에 남용한단 뜻이 담겨 있잖아. 힘을 사용해서는 안되는 대상이나 영역에, 부적절한 방식으로 행사한단 거지. 이런 인권침해적인 상황을 막으려면 이게 갈등이나 논란이 아니라, 폭력·학대 같은 범죄라는 걸 사회가 우선 분명히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해. 

휘클리: 그런 의미에서 정치는 도대체 사태가 이리 되도록 뭘했나 싶어. 오히려 키웠지. ‘이대남’들 반 페미니즘 정서에 올라타서 대표까지 된 이준석 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제가 20대 남성들의 의견을 대표한다는 듯이 정의당이 저한테 입장을 밝히라고 한다”면서 본인 책임을 비껴갔잖아. 
고은 요원: 난 정치권이 철학을 갖고 정책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흐름에 따라 뭐가 이득이 될지만 판단한다고 생각해. 지난 대선에 문재인 대통령도 페미니스트 대통령 표방했지만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도 “나도 상당히 페미니스트”라고 했더라고. 
그땐 강남역 살인사건 등 여성들이 세력화되는 흐름 보이니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게 선거 전략으로 의미있었지만 최근엔 이준석 대표 당선으로 20대 남성이 표가 되는 걸 보니까 돌아선 거겠지. 윤석열 전 총장이 “건강한 페미니즘” 운운한 것도 그렇고…. 건강한 페미니즘은 뭐고 불온한 페미니즘은 뭔지, 생각이나 해보고 하는 이야긴지 모르겠어. 페미니즘은 한국을 넘어서 전세계적인 흐름이고 거스를 수 없는 주요 과제인데, 정치인들이 왜 더 큰 그림은 안 보는 걸까? 의문이야. (҂⌣̀_⌣́)

휘클리: 이런 백래시가 갖는 진짜 문제는 뭐라고 생각해?  
고은 요원: 피해자 개인으로 볼 땐 자기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할 뿐 아니라, 경제 활동까지 위태로워 질 수도 있어. 심각한 범죄행위일 수 있지. 개인을 넘어 공동체로 봤을 땐 ‘페미니즘은 불온한 사상’이란 잘못된 인식을 퍼트리는 게 그들이 거두는 진짜 효과야. 연예인 등 공인인 여성들은 걸려들지 않으려 말을 아끼고 겉모습을 검열하게 될 것이고, 일반 여성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괜히 목소리 내면 “너 페미냐”고 하니까. 기사 쓰면서 여러 여성들을 취재하잖아. 학교 다니는 10대 페미도, 대학에 다니는 20대 페미도, 직장인인 30대 페미도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서 유별난 사람 취급을 당한대. 그럼 “말 안하고 말지” 하게 되겠지. 👉“페미야?”…안산 괴롭힘 전부터, 여성에겐 일상인 ‘사상검증’ 

휘클리: 나 또한 오랫동안 페미니스트로 살아온 1인으로서, 좋은 기사 써주는 젠더팀에 고맙기도 하지만 걱정스럽기도 해. 남초 커뮤니티에서 퍼트리는 날것의 메시지들을 계속 봐야 하잖아? 
고은 요원: 응. 사실 그래서 써야 할 기사와 쓰지 말아야 할 기사의 판단 기준이 굉장히 중요해. 문제적인 주장이어도 쓰지 않는 기사가 굉장히 많아. 그처럼 극단적인 혐오발언에 스피커를 주면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야. 그럼에도 우리가 기사를 써야겠다고 판단하는 순간은 우리 사회가 그런 혐오와 공격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거나 잘못된 대처를 내놓을 때야. 

휘클리: 젠더팀 기자로서 직접 이런 공격을 당할 때도 많지?  
고은 요원: (안산 선수 관련 기사를 쓴 뒤) 어제 저녁에도, 오늘 아침에도, 많은 메일을 받았어. 욕설은 물론이고 외모 비하·성희롱·부모님을 저주하는 말까지 들어있어. 트위터에 내 기사 좌표 찍고 “화력을 다해달라”는 글도 올라올 때가 있어. 여성 기자에게만 가해지는 공격이야. 젠더팀에서 일하는 남성 기자는 이런 일을 당한 적이 없다고 해. 이 팀에 온 뒤 초반에는 기사를 써도 악플밖에 안 달리니 ‘갈등의 간극을 줄이려고 젠더팀에 왔는데 내가 소임을 다하고 있는 건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어. 여러 일들을 겪다 보니, 지금은 더 큰 책임감을 갖고 기사 쓰게 되더라구. 

휘클리: 다짐까지 하는 거야?
고은 요원: 독자에게 이런 메일을 받은 적이 있어. ‘잘못 되어가는 흐름을 바로잡아줘서 고맙다. 무지로 얼룩진 이 사회를 버텨가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었어. 큰 응원이 됐어. 국내 언론 가운데 젠더팀 있는 곳이 극소수야. ‘내가 쓰지 않으면 안된다’는 책임감이 생겼어. 그 마음으로, 묵묵히 흔들리지 않고 쓰려고 각오중이야. 

💬 이벤트 알림

아직 목마른 벗들을 위해 위의 두 가지 책을 각 2명의 휘클러에게 선물하려고 해.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가 오늘의 주제에는 가장 잘 맞겠지만, 분량이 방대해서 조금 더 쉽게 일상 속 고민을 함께 이어갈 수 있는 책들을 꼽아봤어. 관심있는 휘클러는 레터 하단 💎휘클리에 내 의견 남기기 버튼 꾹 누르고 읽고 싶은 책, 신청해줘😁! 참여는 다음주 수요일(11일) 정오까지! 연락처 꼭 남겨줘! 

1)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권김현영) 
2)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기사 읽다가 기자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을 때, 있다? 없다? 포털에 기사는 수백 갠데 정작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던 순간들, 있지? 답답할 땐 연락줘. 우리가 대신 물어볼게. 한겨레 편집국에서 250명의 요원이 대기중이야. 활용해보라구. 💌휘클리에 질문하기

‘텍사스 뒷마당의 야생동물’ 유튜브 갈무리
💎 댕기박새의 목숨 건 ‘털 훔치기’ 박새의 일종인데, 여우 뿐만 아니라 고양이와 개, 너구리, 심지어 사람의 털까지 뽑아 둥지를 짓는 데 쓴대. 포유동물의 털이 최고급 고기능 ‘건축 재료’라고.
💎 후손들에게 보내는 타임캡슐, 그런데 왜 우주로? 미국 항공우주국이 오는 10월 인류의 세번째 타임캡슐을 우주로 날려보낼 계획이야. 지난 두번의 수신자는 외계의 지적 생명체였는데, 이번 타임캡슐은 미래의 천체고고학자들에게 보낸대.  
💎 코로나 이후 펼쳐질 9가지 ‘이머징 이슈’ 사회적으로 큰 파급 효과를 일으킬 아이디어나 기술을 ‘이머징 이슈’라고 해. 현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코로나 만한 파급 효과가 있을까.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연합뉴스
💎 김연경은 어떻게 최고가 되었나 한국 여자배구팀의 활약상 잘 보고 있지? 주장 김연경 선수의 고군분투에 나날이 감동 백배! 성격도 실력도 카리스마도 최고인 김 선수의 성공담을 소개할게. 
💎 벗에게 냉장고란? 현대사회 필수템 냉장고. 근데 말야, 편하거나 익숙하단 이유로 냉장고에 넣지 말아야 할 음식들도 냉장고에 넣었던 건 아닐까? 냉장고를 맹신하지 않는, 냉장고 없이 사는 사람들이 있대. ‘냉장고 없이 2주’ 체험기야.
벗, 오늘 휘클리 레터는 어땠어?
지난주 휘클러들에게선 이런 피드백이 들어왔어.

😥"왜 군에서는 이런 일이 자꾸만 반복되는 걸까? 라는 의문과 답답함이 항상 있었는데, 윤형 요원과 함께 왜 그런지에 대해 고찰해주어서 군의 폐쇄적 분위기 등이 살짝은 이해되었지만, 변하지 않는 이 한국 사회에 대한 무력감이 올라오기도 했어." 
😀"주제를 정할 때 시의성이 1순위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 시기에 맞는 주제를 자세히 다뤄주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좀 더 다양한 주제를 다뤄줬으면 좋겠어!"
😣"군 내 여성 차별문제, 특히 최근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 나름 관심 갖고 뉴스를 팔로우업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용을 조금 잘못 알고 있던 거 있지? 휘클리 덕에 제대로 알았어. 고마워!"
팀휘클리는 언제나 의견 기다리고 있어.
벗도 아쉬운 점, 반가운 점
언제든 아래 링크로 보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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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클리를 읽다가 질문해오신 부분들에 대한 답은 오른쪽 링크를 누르면 보실 수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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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레터는 2명의 팀 휘클리 기자들이 제작했습니다. 엄지원(1호) I 권지담(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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