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로 들어서면 형형색색 환히 진열되어 있는 전통주가 반겨준다. 정겨운 인테리어와 자리마다 노랗게 빛나는 따스한 조명은 아늑한 느낌을 준다. 추억을 쌓아가는 20대부터, 어느새 회상할 추억이 많아진 50대 손님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손님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분위기이다. 삼삼오오 모여 옛 추억을 꺼내보기에 더할나위 없다.

메뉴판을 넘겨도 넘겨도 끝이 없는 전통주의 향연, 소문대로다.

첫 술잔은 논산의 궁중술 왕주로 채웠다. 조선 왕실에서 궁중 비법으로 전수된 임금이 마시던 술이다. 지금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인 종묘대제의 제주(제사 술)로 사용되고 있다. 야생 국화의 향긋함과 부드러운 달콤함이 조화를 이룬다. 끝 맛은 깔끔해서 막힘없이 들어간다. 평소 달큰한 매화수나 매실주 종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반할 것이다.

술이 약한 에디터 포터를 위해 조선 하이볼도 함께 주문했다. 하이볼은 보통 위스키를 베이스로 만드는데, 산울림의 베이스는 다름 아닌 백세주다.

찹쌀로 만든 전통 발효술 백세주는 다양한 허브와 인삼으로 맛을 낸다. 첫 입을 들이키자마자 레몬의 상큼한 향이 입 안에 퍼졌고, 탄산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라이트한 맛이 났다.

조선 하이볼은 SNS에 방문 인증을 하면 서비스로 한 잔 제공되니 잊지말고 꼭 챙겨먹길 바란다.

황금보리

도수 : 17.0%

가격: 14,000원

기분 좋게 취기가 오를 무렵, 황금보리를 주문했다. 황금보리 소주는 17도, 25도, 40도 총 세 가지 도수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증류식 소주 입문자에게 가장 적당한 도수인 17도로 선택했다.

이름처럼 보리를 이용해서 만드는 황금보리는 **주정을 섞지 않고 100% 보리만을 증류하여 만든다. 두 번의 정류 과정을 거친 뒤 참숯에 여과해서 잡내 없이 깔끔하고 목넘김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입안에서는 알콜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목으로 넘어갈 때 쯤 은은하지만 꽤 묵직한 곡물향이 퍼진다. 단맛과 신맛이 조화롭게 섞여 있어 입맛을 산뜻하게 살려준다. 누구나 큰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는 증류주이다.

*증류식 소주 : 곡물을 발효시켜 만들어진 액체를 증류시켜 얻는 소주를 뜻한다. 무색 투명하고 알코올 성분이 많다. 증류주의 특성상 불순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숙취가 적은 편에 속한다.

**주정 : 순수한 에틸알코올(에탄올)

농태기

도수 : 25.0%

가격: 20,000원

북한 농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술, 농태기. 북한에서 생산되는 술은 서민들에게 닿지 못하여, 몰래 쌀앙금을 모아 밀주를 빚어 만들었다고 한다.

농태기는 진한 쌀의 풍미와 곡물의 구수한 향을 지니고 있다. 입 안에서 음미하다 보면 거친 알코올 맛이 코를 때리는데, 이 맛으로 인해 에디터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렸다. 다소 강한 맛의 옛날 소주를 선호하는 분께 추천한다.

*밀주 : 꿀에 누룩(술을 만드는 효소를 갖는 곰팡이를 곡류에 번식시킨 것)을 섞어 빚은 술

금강산도 식후경, 전통주와 함께하기 좋을 안주를 골랐다.

산울림을 대표하는 별미이다.

100% 자연산 모짜렐라 치즈와 올리브 오일로 부쳐 풍미가 더해진다. 조금 느끼해지려는 찰나 상큼한 양념 부추를 곁들이니 최고의 조합이다.

만두피를 오븐에 구워낸 페스츄리가 통통한 새우를 감싸 안았다.

맛이 꽤 이국적이었는데, 바삭한 딤섬을 새콤한 미나리 그리고 나쵸 소스와 함께 먹는 맛이다. 신선함과 맛을 동시에 잡았다.

왕주부터 농태기까지, 평소 접해보지 못한 전통주를 만나본 날이었다. 맛 뿐만 아니라 전통주에 담긴 길고 재밌는 역사를 알아가는 묘미가 있었다.

더 많이 알 수록 더 많이 즐길 수 있다고 했던가,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전통주를 즐기고 싶은 분들이라면 산울림 1992를 자신있게 추천한다.

ᑯ 서울 마포구 서강로9길 60

ᑯ 영업시간

   화-일 : 16:00 - 22:00

   월 : 매주 정기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