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푸는 수학자가 ‘문제아’라면 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수포자’라고 한다. 지레 겁먹고 재미없고 어렵다는 편견에서 벗어나면 수학은 다른 분야보다 분명하고 확실한 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알게 된다. 인문, 사회과학 분야는 대체로 정답이 없다. 현재까지 얻은 최선의 답을 고민할 뿐이다. 하지만 수학은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는 공용어의 기능을 한다. 컴퓨터 게임부터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수학을 빼놓고 생각할 수 있는 과학기술은 거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의 과거를 알고 싶어진다.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궁금해진다. 수학의 과거와 현재를 아는 것이 수학과 친해질 수 있는, 수학을 좋아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한상직은 바로 이런 사람들을 위해 수학의 역사를 설명한다. 목축과 농업의 시작으로 수학이 탄생했으며 천문학과 점성술의 발달이 교역과 전쟁의 승리를 이끌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성벽을 쌓고 대포를 만드는 과정, 대항해 시대에 좌표의 해석과 기하학이 발달한 이유, 바코드와 블록체인에 이르는 문명의 역사가 바로 수학의 역사라는 사실을 확인해보자. 인류가 살아온 흔적이 곧 수학의 역사로 설명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것은 수학이 지겨운 문제 풀이가 아니라 우리 일상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한다.
경제학은 물론 컴퓨터와 챗GPT까지 수학적 원리가 숨어 있지 않은 곳이 없다. 아파트를 짓고, 다리를 놓고 비행기를 운행하는 데도 수학이 필요하다. 실용적 학문으로서 수학을 강조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독자들은 쉽게 공감하고 이해하게 된다. 수학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문명의 발생부터 그리스 이슬람, 인도의 수학을 이해하고 나면 수학에서 다루고 있는 중요한 개념과 이론들이 새롭게 보일 수도 있다. 단순히 수식과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필요한 이유와 적용법에 대한 이해가 우리를 ‘수포자’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 수도 있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 모르고 미워할 수도 있다. 수학이 살아온 오랜 역사를 통해 수학에 대한 오해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수학의 본질을 살펴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생각의 도구를 챙겨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