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잣돈의 의미
정신을 차려보니 25년 차 프리랜서가 되어 있었다. 언제 이렇게나 시간이 흘러갔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과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40대에 접어들면서 살짝 바뀌었다. 재테크는 어떻게, 집은 어떻게, 앞으론 또 어떻게라는 노후에 대한 질문들로. 아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확실한 건, 길고 긴 내 인생 이제 겨우 절반 왔을 뿐이며 남은 인생도 되도록 굵고 길게 가고 싶다는 거다. 가늘고 길게는 싫다.
그래서 작년 초, 인생 첫 주식투자에 도전했다. 왠지 나만 빼고 다들 하는 것 같아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과연, 처음 몇 달은 꽤 좋았다. 작고 소중한 수익을 들여다보며 생각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많이 살걸. 이래서들 씨드, 씨드 하는구나! 마음이 급해져 더 많은 돈을 집어넣었다. 그래, 이참에 전업투자자가 되는 것도 괜찮겠어.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매일 요만큼씩만 벌면 되잖아…
…라고 헛소리를 입에 담을 무렵 올 게 왔다. 공매도가 재개되었고, 내 주식은 꽉 물렸다. 악어도 아니고, 아주 그냥 꽉 물렸다. 물리고 나서야 공매도가 뭔지 검색해본 바보가 바로 나다. 정말 이게 사는 건가요! 하여간 그래서, 적금의 소중함을 새삼 쓸데없이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내가 아주 오랫동안 꾸준하고 성실하게 해온, 재미는 더럽게 없지만 확실하고 안정적인 방법. 눈물을 머금고 다시 거기로 돌아가기로 했다.
특히 나는 소액 적금을 참 좋아한다. 한 달에 한 번 큰돈을 적립하는 대신 매일 조금씩 모으는 방식이다(은행마다 다양한 적립 방식의 적금 상품이 있다). 마치 게임하듯, 하루에 1,000원씩 모으면 1년 후엔 365,000원이 되고 1,500원씩 모으면 547,500원이 된다. 이자는 포함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너무나 하찮기 때문이죠(눈물)…
열심히 벌지만 남는 게 없다는 사람에게, 돈을 어떻게 모아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는 사람에게, 나는 요 소액 적금을 추천하곤 한다. 1년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면 한 분기, 그러니까 3개월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다. 하루에 3,000원씩이면 3개월 후 270,000원. 돈도 돈이지만, 드디어 만기를 맞이했다는 자그마한 성공을 경험하는 게 핵심이다.
한참 썰을 풀다 보니 훈장님이라도 된 것 같은데, 저도 매번 삽질과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답니다. 뭐, 다 그런 거죠. 말씀드리는 순간 나의 소액 적금 계좌들에 오늘치 돈이 적립되었다는 휴대폰 알람이 울린다. 좋았어, 차곡차곡 잘 쌓아 가보자. 물려 있는 주식, 너도 얼른 정신 좀 차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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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지랄의 기쁨과 슬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