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농사 취합(애그리게이터) 서비스인 와이언 파이낸스를 만들어 디파이 시장을 크게 넓혔고 이어 팬텀 재단에서 기술 자문을 하면서 성장을 이끌었던 안드레 크로네가 최근 갑작스런 은퇴 선언을 내놓았습니다. 팬텀 기반 디파이의 성장을 위해 내놓았던 솔리들리라는 스테이블 스왑, 거래 서비스가 오류와 지연으로 사용자들에게 악평을 받자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다는 평입니다.
안드레 크로네는 은퇴 이전까지 팬텀 네트워크를 위해 일했지만 그가 유명세를 탄 것은 와이언 파이낸스 때문입니다. 이자농사에 이어 이자농사 취합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들고 나와 본격적으로 대중화시키면서 디파이 씬(scene)을 대폭 확장시켰기 때문이죠. 와이언 파이낸스 이후 비슷한 취합 서비스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으며 바이낸스와 같은 거래소에서도 유사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후 그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가 해외로 주도권이 이전된 팬텀 네트워크에 기술 자문을 하면서 성장을 주도합니다. 그의 합류 이후 팬텀은 이른바 이더리움 킬러 체인의 대열에 이름을 올리면서 작년 하반기 급성장합니다. 하지만 이더리움의 커브 프로젝트를 팬텀 기반으로 옮겨온 솔리들리가 잦은 장애와 오류에 시달리면서 그의 명성에 흠집이 갔고 사용자와 커뮤니티에서 도가 지나친 악평과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은퇴 선언은 그다지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그가 직접 밝힌 것도 아닌, 그와 가까운 다른 디파이 전문가인 안톤 넬이 트위터를 통해 그들이 지금까지 만들었던 서비스에서 모두 손을 떼기로 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팬텀의 가격은 한때 20% 가까이 출렁거리기도 했고 솔리들리의 관련 코인들도 급락했습니다. 디파이 커뮤니티에서는 예상외의 은퇴 선언에 충격과 놀라움, 그리고 감사와 위로를 전하기도 했지만 그가 기여했던 프로젝트들의 미래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모두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특히 안드레 크로네의 이번 은퇴 선언은 디파이나 가상자산 업계에 만연한 정보 비대칭이 시장에 초래하는 비효율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례로도 볼 수 있습니다. 탈중앙화를 기치로 내걸고 실제로 운영 자체도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프로젝트이지만 반대 급부로 이끄는 사람과 유명세는 극도로 중앙화돼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같은 중앙화는 필연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을 낳습니다. 게다가 이를 견제할 규제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구도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모두 투자 시장의 한쪽 끝에 몰려 있는 개인 투자자들입니다. 투자에 대한 손실은 본인 책임이지만 피해는 시장, 그리고 감시 역할을 해야 할 주체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안드레 크로네를 웃으면서 보내주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