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008 / APRIL 2022
Eat Write Love
척추기립근과 코어 근육
<Eat Write Love>는 일주일 동안 무엇을 먹고 어떤 것을 사랑했는지에 대해 쓰는 시리즈입니다. 하지만 시리즈의 취지와 맞지 않게 먹은 것만 가득하고, 사랑한 건 없어서 아무래도 이름을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그래도 힘껏 쥐어짜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일단  써봅니다. Editor 에디터B
금요일 아침부터 허리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다. '허리가 살짝 아픈 거 같은데? 잠을 잘못 잤나?' 딱 이 정도였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조금 더 아프기 시작했다. '왜 이러지? 집에 가서 요가라도 해야 되나?' 이 정도였다. 그리고 오후 5시 정도가 되자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로 아팠다. 하지만 걸어 다닐 일이 없어서 크게 고통을 느낄 일은 없었다. 저녁쯤 되자 한 발자국 내딛는 게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억지로 걷다 보니 조금씩 통증이 (익숙해져서인지) 덜 느껴졌다. 뚝도농원에서 오리고리를 맛있게 얌냠 먹었다. 화요17도 마시고, 원소주도 마셨다. 문제는 그다음 날 아침이었다.

눈을 떴지만 일어설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척추기립근에 힘이 들어가면 허리를 드릴로 두두두두 뚫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어떤 자세를 해도 허리에 힘이 들어가니 바닥에서 몸을 떼질 못했다. "와…이게 안된다고? 이렇게나 아프다고?" 혼자서 중얼거렸다. 나는 하루 만에 이렇게나 아픈 게 어이없고, 일어서질 못해서 5분 동안 낑낑거리고 있는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사투 끝에 마침내 일어섰을 때 허리가 제대로 펴지지 않았다. 100년 동안 굳어있던 것처럼 뻣뻣했고, 땅을 딛고 서있는 것만으로도 땀이 날 정도로 힘이 들었다. 씻거나 밥을 먹을 상태가 아니어서 병원부터 갔다.

<병원에서>

"자, 여기 하얗게 된 부위 보이시죠? 보통 엑스레이에서는 부운 게 안 보이는데... 이 정도로 부었다는 건 정말 오래전부터 통증이 있었고 최근에 급격히 심해진 거라고 보면 돼요."

의사 선생님의 입에서 어떤 병명이 나올까 조마조마했다. 엑스레이를 보니 정말 척추뼈 양 옆으로 하얗게 색이 변해있는 것이 보였다. 소금빵처럼 생기기도 했고, 토끼 간처럼 생기기도 했다. 나는 기도했다. 제발 선생님의 입에서 '허리 디스크'라는 말만 나오지 않기를. 허리디스크는 한 번 발병하면 계속 재발한다는 얘기를 친구에게 들은 적이 있다.

"코어 근육과 척추기립근 부은 거예요. 이쪽에 와서 한번 엎드려볼래요?"

다행이다. 잘은 몰라도 근육이 부은 거라면 붓기만 빠져면 되는 게 아닌가. 근데 근육 부은 게 이렇게 아플 일인가. 이렇게 드릴로 뼈를  뚫는 듯한 통증을 줄 일인가. 의사 선생님은 진료실에 있는 침대에 누우라고도 했다, 엎드려 보라고 했다가, 일어서서 숙여보라고도 했다. 정확히 아픈 부위가 어디인지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여긴가요?" "여긴 어때요?" 정확히 아픈 곳을 짚었을 때 내가 말했다. "선생님! 정확히 거기요. 거기가 아파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이 큰 병에 걸렸을 때 의사의 표정은 어둡다. 이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하나, 그런 표정 있지 않나. 다행히 선생님의 표정은 '이 정도면 별거 아니지'라고 말하는 듯했다.

"자, 치료 방법은 두 가지가 있어요. 주사를 맞느냐, 도수치료를 하느냐?"


나는 앉아있기도 힘든 와중에도 각 치료법의 장단점을 빼먹지 않고 물어봤다.

"선생님, 주사와 도수치료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장단점이라…"

선생님은 환자의 입에서 '장단점'이라는 말을 듣는 게 처음이라는 듯 약간 당황했다. 그리고 친절히 설명을 이어갔다.

"도수치료는 일단 오래 걸리죠. 오래 걸리고 횟수도 더 많고. 반대로 주사 치료는 효과도 빠르죠. 무서운 것만 참으면 돼요."
"가격은요?
"가격은 주사가 훨씬 싸요."

그렇다면 고민할 것도 아니다. 결국 주사가 효과 직빵인데 무서운 사람들만 도수치료를 받는다는 뜻이었다. 그럼 주사 맞아야지 뭘 고민해.

주사실은 꽤 커 보였다. 4평쯤 되는 방 한가운데에 침대가 있고 침대 양 옆에 기계가 하나씩 있었다. 한 기계는 주사기가 연결되어 있었다. 주사에는 긴 호스가 연결되어 있어서, 언뜻 봐도 '굉장한 주사구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또 다른 기계에는 주사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계였다. (이 기계를 뭐라고 불러야 하지? 화면상으로 보이는 건 초음파 검사 비슷하던데) 아무튼 척추뼈 양 옆으로 한 대씩 맞고, 양 옆구리에 한 대씩 맞아서 총 4번의 주사를 맞았다. "따끔. 뻐근." 허리에 주사를 맞는다는 게 기분이 이상하긴 했지만 주사를 무서워하지 않는 편이라 힘들진 않았다.

주사를 맞자마자 선생님은 일어서서 한 번 허리를 숙여보라고 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허리를 살짝 숙여보았다. '응? 여전히 아픈데?'

"음...아까랑 비슷한데요?"
"아... 조금 지나면 나아질 거예요."

나는 그 대화를 하고 나자 갑자기 의료면허증이 궁금해져서 괜히 로비에서 면허증을 읽었다. 엑스레이, 주사, 물리치료를 포함한 가격은 7만 원이었다. 그리고 두 시간 정도 지나자 평소처럼(엊그제처럼) 걸을 수 있었다. 현대 의학의 위대함에 박수를 보낸다.

p.s. 척추기립근이 부은 이유는 앉아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었다. 1시간에 한 번 정도는 스트레칭도 하고 움직여야 한다.

p.s. 더 이상 허리가 아프지 않자 홍대 CGV에서 <모비우스>를 봤다. 주인공은 병을 앓고 있어서 목발을 짚고 다니는데, 방금까지 절뚝거렸던 터라 괜한 동질감을 느꼈다. 주인공인 모비우스 박사는 흡혈박쥐의 DNA를 활용해 건강한 흡혈인간이 된다. 하늘을 막 날아다닌다.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에 난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그래 그거지! 내가 그 기분! 그 해방감 알지!'

p.s. 아, 영화는 추천하지 않는다. 얼기설기, 영화가 영 엉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