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생 로랑

번화가를 돌아다니다 다양한 옷을 입은 사람들을 마주친 유령이. 그런데 공공장소에서 모두가 자유롭게 바지를 입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는데?!

👻: 오늘은 최초의 여성 턱시도와 정장 바지를 만든 브랜드, 생로랑에 대해 소개해 드릴게령!

▲ 젊은 시절의 이브 생 로랑, 출처: wordpress

디올에서 생로랑까지 👗

어린 시절부터 디자인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생 로랑. 그의 국제 콘테스트 수상작을 본 보그의 편집장은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였던 크리스찬 디올에게 생 로랑을 소개하는데요. 크리스찬 디올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디올의 디자인과 매우 흡사한 그의 스케치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하죠. 디올은 생 로랑의 어머니께 '나의 뒤를 이을 디자이너로 생 로랑을 선택했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를 신뢰했어요. 그러나 생 로랑이 그의 밑에서 일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디올은 52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비극을 맞이하죠. 그리고 생 로랑은 디올 하우스의 수석 디자이너가 되는데요. 이때 그의 나이는 고작 21세였다고.

▲ 트라페즈 드레스, 출처: Laziz Hamani

생 로랑은 디올에서의 첫 컬렉션으로 트라페즈 드레스를 발표하며 큰 호평을 받아요. 트라페즈는 사다리꼴이라는 뜻으로, 어깨 폭이 좁고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는 형태의 드레스예요. 이 컬렉션은 전통적인 우아함에 젊은 감각을 더했다는 극찬과 함께, 패션계에서 생 로랑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게 해 주었죠. 이후 그는 신선한 감각을 발휘해 더욱 다양하고 통통 튀는 디자인을 선보여요. 그러나 파리의 젊은이들이 그의 디자인에 열광했던 것과 달리, 디올의 보수적인 고객들과 관계자들은 이를 외면했어요. 그들의 비판에 디올 하우스는 끝내 생 로랑을 해고하죠. 그렇게 해고된 생 로랑은 이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 생로랑을 론칭하게 돼요.

 

👻: 생 로랑이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였다니 역시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나봐령~ 

▲ 시스루 룩, 출처: celecon

혁명의 시절, 그 중심에서 🕯

생 로랑이 자신의 브랜드를 창립했던 1960년대, 유럽과 미국에서는 사회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특히 활발했던 건 여성 해방 운동이었는데요. 여성주의의 부흥으로 브래지어와 하이힐 등 여성에 대한 물리적 구속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강해졌고, 미인 대회였던 미스 아메리카 대회장 앞에서 브래지어와 하이힐을 태우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죠. 이때, 생 로랑은 여성들을 위한 디자인을 선보였어요. 그건 바로 속이 훤히 들여다보는 원단을 사용한 파격적인 시스루 룩이었죠.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채로 날것의 몸을 드러내는 이 컬렉션은 여성의 해방을 상징하고 있어요. 이러한 메시지 덕에 시스루 룩은 당시의 여성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고, 후대의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며 현대에도 활발히 쓰이는 디자인 요소로 자리잡았죠. 시스루 룩과 더불어 미니스커트 역시 여성 해방을 상징했는데요. 60년대의 여성들은 파격적이고 노출이 많은 옷을 착용함으로써 그들의 메시지를 드러냈다고 해요. 생 로랑은 시스루 룩, 미니스커트뿐 아니라 당시 남성의 기성복을 여성용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여성 해방의 메시지를 드러낸 디자인을 선보였다고.


👻: 시스루가 처음에는 인권 운동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니 신기하네령! 그런데 남성의 기성복을 재해석했다는 옷은 어떤 건가령?

▲ 르 스모킹 컬렉션, 출처: Saint Laurent

여성에게 턱시도와 바지를 👖

당시 턱시도는 신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어요.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바지를 입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었고,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기도 했죠. 어느 날 영화 <모로코>를 본 생 로랑은 남성용 턱시도를 착용한 여주인공의 패션에 큰 영감을 받아 여성을 위한 턱시도를 개발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렇게 탄생한 것이 현재까지도 제일 유명한 여성용 턱시도인 르 스모킹* 컬렉션이에요. 이 컬렉션은 단순히 남성복을 차용한 것이 아니라, 여성의 체형과 분위기에 맞춰 세심하게 디자인되었어요. 기장이 긴 재킷, 일자로 떨어지는 바지, 주름 디테일이 달린 셔츠, 나풀거리는 넥타이, 그리고 실크로 만들어진 벨트로 연출되어 있죠. 이 르 스모킹 룩은 여성의 바지 착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빠르게 바꿔나갔어요. 

 

 *르 스모킹: 턱시도의 프랑스식 이름.

▲ 사하린느 룩, 출처: Saint Laurent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긴 부츠와 사파리 재킷을 매치한 사하린느 룩은 아프리카의 작업복에서 영감을 받았는데요. 부드러운 선을 강조하는 동시에 활동성과 자유로움이 잘 드러나는 혁명적인 여성복 중 하나로 꼽히죠. 이뿐만 아니라 생 로랑은 선원들의 재킷과 어부의 방수복 등 주로 남자들이 종사하던 직업의 유니폼으로 여성복을 디자인해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끊임없이 깨고자 했어요. 이처럼 생 로랑은 성별 간 경계를 허무는 디자인으로 당시의 규범에 맞서며 여성 인권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 보기만 해도 편해보이는 디자인이네령~ 생 로랑의 다른 디자인도 알고 싶어령!

▲ 몬드리안 룩, 출처: Saint Laurent

예술과 패션이 만났을 때 🎨

생 로랑은 최초로 다른 예술 분야를 패션에 접목했던 디자이너이기도 해요. 몬드리안 룩은 그가 추구하는 예술 패션의 정수라고 불리는 대표작이에요. 차가운 추상이라고도 알려진 몬드리안의 작품은 직선과 간단한 색을 사용해 그려낸 극도로 단순하고 깔끔한 추상화인데요. 생 로랑은 그런 몬드리안의 작품에 빳빳한 흰 저지 소재를 사용해 완벽한 조화를 이룬 드레스를 만들었어요. 몬드리안 드레스는 패션 잡지 역사상 가장 많이 촬영되었고, 패션 사전에도 등재될 만큼 그 영향력이 엄청났죠.

 

몬드리안 드레스를 시작으로 생 로랑은 여러 아티스트와 콜라보를 선보였는데요. 파블로 피카소의 오마주 컬렉션을 비롯해 조각가 클로드와 청동으로 이루어진 옷을 만들기도 하고, 앤디 워홀과 함께 강렬한 색채를 이용한 디자인을 하기도 했죠. 이처럼 미술품을 의복에 결합한 생 로랑의 시도는 패션이 단지 생활이나 즐거움을 위한 것을 넘어, 순수한 예술의 한 갈래라는 인식을 주었어요.


👻: 액자에 걸려있던 그림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아령! 지금의 생로랑은 어떤 모습인가령?

▲ 생로랑의 글로벌 앰버서더이자 공식 모델 로제, 출처: Saint Laurent

생로랑의 과거 그리고 현재 ⏳

이브 생 로랑은 패션계에서 진정으로 여성을 위로하는 옷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아요. 또 상류층이 입던 하이 패션과 대중적인 스트리트 패션 사이의 벽을 허물어, 고상한 귀부인도 말괄량이 같은 바지를 입을 수 있고 자유분방한 소녀도 턱시도를 입을 수 있는 세계를 만들었죠.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프랑스가 패션의 중심에 설 수 있던 것은 전적으로 그의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 로랑의 사망 이후에 새로 임명된 수석 디자이너들은 그의 정신을 이어받아 다양한 작품 세계를 펼쳐요. 2012년 임명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디 슬리먼은 자유분방하고 터프한 느낌을 주는 락시크 룩에 주력해왔어요. 이 스타일링은 2010년대 초반, 지드래곤이 자주 착용하며 한국 대중들에게도 익숙하고 보편적인 스타일이 되었죠. 에디 슬리먼이 생로랑을 떠난 후 새로 임명된 디자이너인 안토니 바카렐로는 생로랑의 고유한 개성을 존중하며 명료하고 결단력 있게 브랜드의 색깔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 생로랑의 과거와 현재를 쭉 따라와 보니, 이제 길에서 생로랑 옷들을 마주치면 다른 눈으로 보게 될 것 같아령!

플롯 TMI 💎
영화 <이브 생 로랑> 

젊은 천재 디자이너이자 패션 혁명가던 이브 생 로랑. 그러나 그의 삶은 순탄하지만은 않았어요.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 자리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나고, 그 충격으로 식음을 전폐하기도 했죠. 그런 그가 어떻게 고통을 이겨내고 지금의 생로랑을 만들었는지 엿볼 수 있어요. 또 생로랑으로부터 실제 디자인을 사용할 수 있게 허락을 받아 스크린을 통해 생로랑의 디자인 컬렉션들을 감상할 수 있다고. 


👻: 생 로랑의 더 자세한 이야기와 디자인이 궁금한 플로터는 이 영화를 놓치지 마세령!
▲ 영화 <이브 생 로랑>,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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