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나눔 뉴스레터💌 틈틈이 뉴스레터 우리 곁의 영화 캐릭터
우리는 틈틈이 요즘 보고 듣고 즐긴 콘텐츠를 소개해요 달🌙은 출근길에 팟캐스트 <밀레니얼의 시사친구, 듣똑라>의 이현코노미/ 알아두면 나쁘지 않을 해외 기업들 편을 들으며 어디에 투자하는 게 좋을지 고민했습니다. 퇴근 후에는 <위기의 주부들>의 스핀오프스러운 드라마 <와이 우먼 킬>을 보며 배우 루시 리우의 고상한 목소리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주말엔 성수동 동네서점 낫저스트북스에서 김하나 작가의 신작 <말하기를 말하기>를 읽으며, 지금까지 말하기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연필✏️은 주말에 연희동 그림책/만화책방 <페잇퍼>에서 책을 읽고 맛있는 라면을 먹으면서 최근 들어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산드라 오와 샤론 최의 인터뷰 영상을 인상적으로 보고 (대화가 이토록 멋지고 유익하고 즐겁다니요!) <킬링 이브> 시즌 3을 감상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설국열차>를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습니다. 물잔💧은 자우림의 신보 <HOLA!> 뮤직비디오를 감상했습니다. 90년대에 데뷔한 밴드가 보여주는 찐 레트로 감성이 반짝입니다. 지옥에서 온 페미니스트 래퍼 슬릭과 신토bOOty 퀸와사비의 콜라보 무대 <잘나가서 미안> 영상을 보았습니다. 둘의 궁합이 어떨지 궁금했는데,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아카펠라 그룹 펜타토닉스Pentatonix가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 동안 각자의 집에서 만들어 공개한 <Home> 뮤직비디오를 감상했습니다. 다양한 노래에서 Home, House가 등장한 부분을 이어 붙여 만든 노래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 캐릭터 이번 호는 영화 속 최애 캐릭터를 인터뷰로 소개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캐릭터를 좋아하시나요? 달🌙이 애정하는 미스 슬로운을 소개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영화 <미스 슬로운>(2016)에서 제시카 차스테인이 분한 최고 로비스트 '슬로운'입니다. 슬로운은 일밖에 모르고, 업계 최고답게 통찰력이 뛰어나며, 이길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감수하는 사람이에요.
어떤 점이 좋아요? 사실 윤리적인 잣대로 슬로운을 평가하자면 문제가 많은 쪽에 가까워요. 슬로운은 승리를 위해서라면 걸리적거리는 것은 가차 없이 치워버리는 사람이거든요. 동시에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일은 단칼에 끊어내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총기 옹호 측 거물 의원이 슬로운을 찾아와 총기를 구입할 때 신원조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막기 위해 여성 유권자의 지지율을 높여 달라고 제안합니다. 거물 고객인 만큼 당연히 수락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슬로운은 면전에서 비웃으며 거절하죠. 총기 규제를 지지하기 때문에요. 저는 슬로운이 자신이 지지하는 법안만 맡고, 양심이나 감정 따위는 제쳐두고 그 일에 승리하는 것에 집착하는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가 '신념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정말 그게 옳다고 믿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한다는 점이 킬링 포인트랍니다.
닮고 싶은 면, 닮고 싶지 않은 면이 있다면? 슬로운은 능력 면에선 완벽에 가깝습니다. 로비스트답게 상대의 수를 꿰뚫어 본 뒤 어떻게 대비할지 빠르게 준비하고, 말도 정말 청산유수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몰입하고, 나머지는 모두 버릴 줄 아는 모습도 프로페셔널하다고 느꼈습니다. 커리어 쪼렙인 제가 정말 닮고 싶은 부분이에요. 하지만 슬로운은 승리에 너무 집착하는 나머지 함께 일하는 동료를 이용하고, 배신하기도 합니다. 뛰어난 협상 능력을 자꾸 동료들에게 쓰려고 해서 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기도 하고요. 게다가 불법적인 일도 서슴지 않죠. 아무리 이기는 게 좋고, 승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이런 점까지 닮고 싶지는 않아요. (물론 할 만한 배짱도 없지만) 슬로운의 MBTI를 맞춰본다면? ENTJ일 것 같아요. 생각을 말로 표출하는 걸 좋아하고, 직관적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논리적으로 옳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판단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참고로 ENTJ인 실존 인물으론 고든 램지, 스티브 잡스, 나폴레옹이 있고, 가상 인물을 보니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메릴 스트립이 분한 미란다 프리슬리 편집장이 있네요. 어떤 사람인지 느낌이 오죠? MBTI로 놓고 보니 ISFJ인 저와 정말 다른 사람인데, 그래서 끌리는 건가 봅니다. 슬로운이 나의 상사가 되어 일할 기회가 생긴다면? 너무나 유능한 사람이지만, 상사로 두면 정말 정말 피곤해서 저라면 일주일 안에 잘릴 것 같아요. 밤낮으로 일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리서치한 내용은 달달 외울 수 있어야 정상. 직설적으로 말하는 탓에 마음의 상처도 가득 입을 것 같아요. 목표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니 언제 배신을 당할지도 모른답니다. 그래도 슬로운의 능력을 조금이라도 배울 수 있다면 한 3개월 정도 밑에서 일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어요. 슬로운에게 어울리는 음료를 고른다면? 슬로운은 무엇이든 아주 씁쓸하고 독한 게 어울리네요. 진한 에스프레소나 쓰리 샷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시고, 위스키나 보드카만 진짜 술로 취급할 것 같은 느낌? 몸 속 피까지도 진하게 농축되어 있을 것 같은 사람이랍니다. 연필✏️이 애정하는 아멜리에를 소개합니다 저는 오드리 토투가 사랑스럽게 연기한 영화 <아멜리에>(2001)의 주인공 '아멜리에'를 좋아해요. 뺨에 닿는 짧은 단발머리를 한 아멜리에의 두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해요. 영화 자체보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표정을 관찰하는 걸 좋아하고, 시장에 가면 곡식 자루에 손을 넣는 걸 즐겨요. 작은 스푼으로 크렘브륄레를 터뜨리고, 물수제비 뜨기를 즐기며 일상에서 "작고 무해한 감각적 즐거움"을 찾아요.
어떤 점이 좋아요? 아멜리에는 집에서 40년 전 한 소년이 숨겨 둔 보물 상자를 우연히 발견해요. 그리고 세상 어디를 뒤져서라도 반드시 주인을 찾아 상자를 돌려주고, 그가 만약 감동한다면 평생 타인을 위해 살리라고 결심해요. 이런 순수하고 낭만적인 구석이 좋습니다!
사실 아멜리에는 무척 외롭기 때문에 공상에 빠진 인물이에요. 외동에다 홈스쿨링을 받았기에 마음을 나눌 친구가 없었죠. 그의 주변에도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거나 외로운 인물들이 많이 등장해요.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아빠는 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멜리에가 첫눈에 반하는 '니노' 역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자랍니다. 어떻게 보면 자기 세계에 갇힌 인물이지만 보물 상자를 계기로 아멜리에는 슬픔이나 외로움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그러나 자신이 일을 꾸몄다는 건 들키지 않도록 조심히) 움직여요. 집에만 있는 아빠에게 세상을 보여 주기 위한 작전도, 니노에게 자신에 대한 호기심을 심어 주려고 별의별 작전을 펼치는 과정도 깜찍하답니다. 현실에서 내가 아멜리에라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아멜리에의 엉뚱하고도 귀여운 행동을 따라 할래요. 이를테면 모자를 푹 눌러쓰고 미스터리한 메시지를 들고 사진을 찍은 다음, 사진을 찢어서 자판기 밑에 버리고 가는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찢어진 사진을 찾아서 맞춰 주길 바라면서요. 아, 대답하고 보니 현실이 아닌 상상하고 싶은 일로 정정합니다. (머쓱) 닮고 싶은 면, 닮고 싶지 않은 면이 있다면? 아멜리에가 타인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은 닮고 싶지만, 선의를 위해 자행하는 거침없는 행동은 닮고 싶지 않아요. 영화니까 웃으며 보았지만, 현실적인 렌즈로 진지하게 바라본다면 소름 돋을 수 있는 장면이 꽤 나온답니다. 이를테면 아멜리에는 채소 가게 사장 '콜리뇽'이 가게에서 일하는 '루시엥'을 항상 구박하고 바보 취급하는 걸 싫어해서 콜리뇽의 빈집에 들어가 치약과 무좀약을 바꿔 놓고, 문고리를 바꾸어 놓는 등의 복수를 해요. 천진하면서도 거침없이 복수하는 모습에서 <마틸다>가 떠올랐고, 빈집에 들어가 물건을 몰래 바꾼다는 점에서 <중경삼림>의 '페이'가 생각나기도 했어요. 아멜리에를 알고 나서 달라진 게 있다면? 최근에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를 찾다가 <아멜리에>를 두 번째로 감상했는데요. (또 봐도 좋더라고요!) 일상에서 경험하는 소소한 것들과 어처구니없는 공상들도 꾸준히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멜리에의 엉뚱한 상상과 행동을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담아내는 연출이 '일상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어!'하고 말해 주는 듯했거든요.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빠르게 짚어 주는 내레이션도 흥미로웠어요. 사소한 것이라도 계속 기록하다 보면 자신과 주변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지 않을까요? 아멜리에에게 어울리는 음료를 고른다면? 하얀 휘핑크림이 올라간 '아인슈페너'가 아멜리에와 찰떡일 것 같아요. 씁쓸한 에스프레소 위에 듬뿍 올라간 크림 덕분에 아인슈페너가 달달해지듯이 외롭고 씁쓸한 현실에 발랄한 상상과 주변 사람을 향한 관심이 더해져 아멜리에와 이웃의 세계가 달콤해지니까요! 물잔💧이 애정하는 캣니스를 소개합니다 캣니스 에버딘. 책이자 영화 <헝거 게임> 시리즈의 주인공입니다. 그가 사는 세계는 호화로운 수도 캐피톨과 그 아래의 비참한 식민지 13구역으로 이루어진 나라인데, 이곳엔 '헝거 게임'이라는 연례 행사가 있어요. 캐피톨은 매년 각 구역마다 '조공'으로 바쳐질 남녀 아이 한 명씩을 뽑아가 최후의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서바이벌 경기를 치르게 하죠. 캐피톨에는 신나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13개 구역에는 공포와 무력감 그리고 서로 간의 반목을 조장하는 잔인한 게임입니다. 헝거 게임의 제일 비인간적인 면은 가난하고 부양할 가족이 많은 사람일수록 조공인으로 뽑힐 확률이 크다는 것입니다. 무료 식량을 배급받을 때마다 조공인 추첨함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어야 하거든요.
가난한 홀어머니와 어린 여동생을 돌보는 캣니스도 올해 추첨함에 자신의 이름을 스무 장이나 넣었습니다. 과연 올해 '헝거 게임'의 불운은 캣니스를 피해갈 수 있을까요. 긴장한 캣니스의 귀에 들려오는 올해의 여자 조공인 이름 프림로즈 에버딘. 추첨함에 이름이 딱 한 장 들어있던, 그의 하나뿐인 어린 여동생입니다. 황망히 단상으로 올라가던 여동생을 지켜보던 캣니스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대신 가겠다고 소리치고 맙니다. 그렇게 그는 죽거나 죽이지 않으면 돌아올 수 없는 헝거 게임의 최초 자원자가 되어 마을을 떠납니다. 어떤 점이 좋아요? 지금까지 이런 여자주인공은 없었다! 그저 동생을 구하기 위해 살인 게임에 자원하고, 살아남기 위해 그 게임 최고의 스타가 되고, 결국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혁명의 상징이 된 주인공. 이런 뜻하지 않은 혼란 속에서 캣니스는 적의와 연대, 가족과 사회, 개인의 욕망과 대의, (심지어 좋아하는 남자와 좋아하는 척해야 하는 남자 사이에서까지) 끝없이 고뇌하고 고민합니다. 그는 계속 문제에 부딪히고, 쉼없이 갈등하고, 자주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가끔은 그 결정이 치명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쉬운 길보단 옳은 길을 가고 유리한 차악보다는 불리한 최악에 맞서 싸우는 신념이 있는 여자. 이렇게 입체적이고 인간적인 주인공, 너무 멋지지 않나요!
그는 심지어 밀렵으로 다져진 출중한 활솜씨를 지녔고, (무려 날아가는 전투기를 맞춘다구요) 화룡점정으로 불타는 드레스가 무지 잘 어울립니다.
바로 그 불타는 드레스. 영화에 여러 가지 버전이 등장해요. 현실에서 내가 캣니스라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캣니스의 세계관은 너무 익스트림해서 2020년 대한민국과는 왠지 잘 매치되지 않네요. 어려운 질문이에요! 여기선 그의 훌륭한 살상 능력을 써야 할 일은 아마 없겠죠.
하지만 캣니스는 하드 파워 말고도 엄청난 소프트 파워를 지닌 사람. 그가 극한의 헝거 게임에서 살아남은 건 단순히 최고의 활솜씨를 가졌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는 화살과 칼이 날아다니는 전쟁통에서도 사람의 진심을 알아보고 친구가 되고, 그 진정성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13개 구역 사람들의 마음에 불씨를 심습니다. 동시에 짜여진 판을 뒤집기 위해 사랑을 연기할 줄도 아는 지략가이기도 해요. 저도 캣니스같이 뜨거운 감성과 차가운 이성을 고루 갖추고, 그가 영화 속에서 프림로즈와 루를 지키려고 했던 것처럼 이 세상의 작고 어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래요. 닮고 싶은 면, 닮고 싶지 않은 면이 있다면?
첫 번째는 뛰어난 활솜씨. 전 좀 뚝딱이라서요. 영화 장면 중, 트레이닝 룸에서 앞뒤로 달려드는 가상의 적을 앞뒤로 몸을 꺾어 가며 활로 명중시키는 장면이 나와요. 전 그 깔끔한 액션 씬이 너무 좋아요. 두 번째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 한 번은 캣니스가 카메라를 향해 독재에 항거하자고 외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그게 사실은 캣니스 에버딘이 아니고 연기 중인 제니퍼 로렌스인걸 아는데도 왠지 감정이 마구 벅차오르면서 혁명에 동참하고 싶어지더라고요. 닮고 싶지 않은 면이 있다면... 그의 고민 많은 성격. 이미 피곤한 세상인데 우리 가끔은 생각을 내려놓고 살자구요. 캣니스를 알고 나서 달라진 게 있다면? 앞서 말했지만 캣니스의 매력 중 하나는 허스키한 목소리. 가끔 살다가 화가 치밀어오를 땐 그가 세상 단호한 눈과 목소리로 등신들을 혼쭐내주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가끔 마음 속으로 활도 한두 발씩 날려 봅니다.) 대부분 그러면 화가 가라앉아요. 그가 나 대신 분노함으로써 나의 분노를 조절한다... 이런 느낌이죠... 또 하나 달라진 점은 제가 <헝거 게임> 이후로 액션 영화에 눈을 뜨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그 전까지 장르에 '액션'이 붙은 영화는 대개 한두 군데 정도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어서 진득하게 못 보는 편이었는데, 캣니스는 저랑 호오의 기준이 비슷한 편이라 친구에 빙의해서 영화를 재밌게 보게 되더라고요. 이미지 출처: 영화 <미스 슬로운>, <아멜리에>, <헝거 게임> 시리즈 스틸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