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 인플레이션은 가라앉을 것
요즘은 모두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있어요. 인플레이션은 곧 물가의 상승. 돈 가치의 하락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정도 높은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걸까요?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4월 CPI(소비자물가지수) 가 4.8%를 기록. 미국의 경우 8.5%나 됐죠. 만약 이 수준이 계속된다면 우리의 월급은 매년 5%, 혹은 8% 씩 깎이는 것 같은 효과를 체감하게 됩니다.
하지만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은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인 것 같아요. 우리가 접하는 CPI와 같은 인플레이션 지표가 전기 대비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코비드 봉쇄 같은 일시적인 사건들이 내년에 ‘또’ 발생하지 않는 한 지금처럼 높은 수치가 계속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래도 저물가 시대는 끝났다
하지만 과거 저물가 시대와 대비해 높은 인플레이션이 구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확실한 것 같아요. 다음과 같은 세가지 이유 때문.
첫째, 낮은 인플레이션을 이끌었던 세계화가 후퇴하고 있어요. 공산품 제조는 중국에서, 반도체는 대만과 한국에서 생산하는 것처럼 비교우위에 기반 해 분업화됐던 글로벌 생산체제가 자국 생산이나 생산지 다변화라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인플레이션을 계기로 식량 가격이 오르면서 식량을 국내에서 자급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요. 이런 트렌드는 전반적인 생산 비용을 높이고 그 비용은 제품 가격으로 전달됩니다.
두 번째, 넷제로 달성을 위한 에너지 전환이 에너지 가격을 높게 유지할 것 같아요. 화석원료 사용을 줄이고 탄소배출을 줄인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세계 사람들은 느끼고 있어요. 재생에너지 생산은 급격하기 늘어나기 어렵고, 어떻게 보면 인위적으로라도 높은 에너지 가격이 유지되어야 재생에너지 생산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 환경규제와 지정학적 갈등은 에너지 가격을 계속 높게 유지할 것 같아요.
세 번째, 디지털 경제가 발달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단순 인력 노동의 가격이 오르고 있어요. 미국에서는 트럭운전사를 구하기 어려웠고, 우리나라에서는 식당에서 일할 사람들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죠. 사람들이 좀더 탄력적인 긱 노동이나 크리에이터 같은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 이주 노동자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요.
이런 점에서 연 5%~8%의 높은 인플레이션은 아니더라도 연 3~4% 정도의 물가상승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에서 한동안 지속되지 않을까요? 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CEO 들 중 절반 이상(55%)이 현재 인플레이션이 2023년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어요.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최근 3%를 기록했고, 우리나라도 국채금리가 3%대에 안착했죠. 국채금리가 한 나라의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연3~4%의 인플레이션이 합리적인 전망인 것 같아요. 만약 내년에 더 충격적인 상황 (세계전쟁, 기후재앙)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