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 조안〉(감독 이윤정) /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감독 안국진)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97 'SF8' 특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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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오늘의 큐 💡
Q.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
님, 오늘은 제20대 대통령선거의 날입니다! 오늘 저녁부터 개표가 시작될텐데요. 어쩐지 두근두근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네요😖 어떤 후보가 당선될지, 그리고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는 알 수 없고 쉽게 판단할 수도 없지만, 내가 바라는 미래는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된 요즘입니다.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이 닦아주는 로봇이 개발된(?) 미래 말고, 내일 마주할 아주 가까운 미래들을요!
오늘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가져왔어요🌍 2020년 공중파채널 MBC와 OTT 플랫폼 웨이브를 통해 공개된 작품, 'SF8'입니다. 8명의 감독이 모여 각기 다른 8편의 SF물을 만들었는데요. 그 중에서 두 편, 이윤정 감독의 <우주인 조안>과 안국진 감독의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를 소개해드립니다.
현재의 문제들은 가까운 미래에서 다양한 상상으로 변모해 나타나요. <우주인 조안>에서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인류 대부분의 수명이 3분의 1로 줄어들었고🌫️, <일주일 안에 사랑할 수 없다>에서는 행성 충돌로 멸망이 예고되자 사람들은 매일이 축제인듯 살죠🎊. 재미있게도, 이렇게 멸망이 좀더 가까워진 세상을 바라보며 인디즈가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사랑의 힘이었어요💖
생각해보면 절망스러운 시대에도 사랑을 실천하고 일깨운 사람들은 언제나 있었죠. 요새 장르물이 유행하면서 극한의 상황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을 많이 본 것 같아요. 혹자는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하지만, 가장 궂은 상황에 이타심을 발휘하는 걸 보며 '인간성'이라고 하잖아요. 우리에겐 모두 그런 힘이 있을 거예요. 그러니 우리 모두, 어떤 상황이 와도 우리의 인간성을 버리지 않을 것을 제안합니다❣️ 인디즈 큐는 항상 님을 응원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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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3월의 초입에도, 당선인이 확실시 된 3월 10일에도 종말(終末)은 어디에도 없겠지만 눈앞이 캄캄해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이미 종말이라고 호들갑 떨던 팬데믹 속에서 또 다시 디스토피아와 종말을 떠들어대다니 지구의 마지막 하루에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철학자의 말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마음으로 개표를 기다리지만 기대는 글쎄다. 미지의 절망이 눈앞에 성큼 와있는데 너무 거대해서 손으로 더듬는 것 말고는 할 수가 없다. 2046년의 평범한 대학생 이오(최성은 역)의 삶도 마찬가지다.
미세먼지로 희끄무레한 하늘엔 별 하나 찾기 힘든 2046년의 지구. 부의 격차는 치사하고 쩨쩨한 방법으로 벌어져 인류는 두 부류로 나뉜다. 태어나서 6일 안에 맞아야 효과가 있는 미세먼지 항체 주사를 맞은 C(Clean)와 항체가 없는 N(Non-Clean). N과 C의 차이는 비단 항체뿐만이 아니다. C는 평균 100년을 살지만, N은 C의 3분의 1도 채 살지 못한다. 자신이 C라고 굳게 믿고 살아온 이오는 병원의 실수로 인해 항체 주사를 맞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되고 하루아침에 C에서 N이 되고 만다. 인생의 출발선인 줄 알았는데, 결승점을 마주한 이오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30년밖에 살지 못하는 N은 자신의 생을 즐기는 데 천착하며 예술 분야에 강한 두각을 나타내고, 대학교육까지 받는 일은 드물다. 이오는 자신의 학교에 유일한 N, 조안(김보라 역)의 삶을 궁금해 한다. 이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지만 조안에게는 일상이고 당연한 일이다. 끝이 보이는 생을 절망하지 않는 법을 조안은 알고 있을 것만 같다.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강화청정복을 입은 이오와 미세먼지 속을 보호구 없이 걷는 조안의 실루엣은 두 사람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비를 맞는 걸 좋아하는 조안과 빗속의 유해 물질부터 걱정하는 이오. 불안과 절망은 상상 속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존재할 뿐 눈에 보이는 실체가 아니다. 이오는 조안과 함께 N들을 삶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자신의 에너지를 삶을 사랑하고 즐기는데 아낌없이 쓰는 그들의 삶에 조금씩 동화되어 간다.
청정복은 미세먼지를 차단해 안전지대를 만들지만, 안전한 곳은 외부의 모든 자극이 차단된 공간이기도 하다. 청정복의 안은 무해한 만큼 그 너머의 것은 모두 유해하고 유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오는 조안을 보며 청정복 밖의 미지의 세계를 온통 불안으로 채우는 일을 그만두게 된다. 커피 향을 음미하거나 팔다리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비의 온도나 감촉을 느끼는 일은 그 위험성을 떠나 이오의 삶을 오감으로 일깨운다. 학교 과제로 소설의 한 장면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이오는 처음으로 타인의 생명을 손끝으로 느낀다. 둘은 손목 위를 더듬거리고, 작게 뛰는 맥을 찾아내 1분 간 서로의 진동을 느낀다. 상대의 맥이 뛰는 동안 나의 생은 더 강렬해지고, 그건 하나의 우주를 탐험하는 일과 같다. 이오는 조안의 생명을 통해 길을 잃은 이방인에서 우주인이 된다. 그 순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별이 보인다.
절망에 빠진 생을 단숨에 우주로 바꾸는 일은 기적보다는 사랑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그건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하루 세 가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그렇게 아주 작은 것부터 우리는 반드시 행복해질 수 있다고, 소외된 이방인이 아니라 스스로 유영하는 우주인이 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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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 조안(감독 이윤정)
미세먼지로 뒤덮인 세상, 태어날 때 맞아야 하는 고가의 항체 주사를 맞은 C들은 100세의 수명을 누리고, 그렇지 못한 N들은 30세에 끝나는 수명에 맞춰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평생 C인 줄 알고 살았던 스물 여섯의 대학생 이오는 태어날 때 병원 측의 착오로 항체 주사를 맞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예전에는 아무 관심 없었던 N들의 삶이 궁금해진다. 그 중에서도 학교의 유일한 N, 조안의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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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만에 지구가 종말할 때는 사랑을 하세요
첫눈에 사랑에 빠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것도 종말하기까지 7일이 남은 상태라면. 여기 4년 동안 고시원에서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남자가 있다. 그가 경찰복을 입은 지 딱 한 달이 되었을 때, 지구 종말이 확정되었다. 충격적인 뉴스 특보가 이어져도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폭동이나 테러는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모두가 사랑에 빠졌다. 버스에 탑승해보아도 2인용 좌석은 온통 커플로 가득하다. 일주일 뒤 지구 종말을 야기하는 뉴스 특보 다음으로 보도되는 건 ‘종말 소식에 벚꽃놀이 인파 몰려…’란 제목의 특보다. 하루하루가 크리스마스 이브와 같다. 경찰서에 이제 남은 사람은 둘뿐이다. 한달 차 경찰 ‘김남우’(이다윗)과 경찰 서장은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지구가 종말해도 남우의 세상은 이상하게도 평화롭다.
평화로운 세상에 이상한 사람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여장한 할아버지, 교복을 입고 가는 성인 여성 등 이상하다고 취급받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제 세상이 망한다는데. 그들에게는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다. 급기야 인터넷에는 자신을 초능력자라 주장하는 자칭 능력자들이 등장하기까지 한다. 컴퓨터 너머로 그들을 보는 남우에겐 그저 세상이 하루하루 변해가는 과정 중 하나였다. 경찰 서장과 사무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를 제외하곤 생각과 감정이 전부 나레이션으로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그에게 지구 종말은 별 감흥이 없는 사건이었다. 빈집의 담을 넘으려던 한 여자와 눈이 마주치기 전까지는.
한낮에 대담하게 담을 넘던 ‘혜화’(신은수)에게 말을 건네는 것으로 남우는 타인과 처음 소통을 시작한다. 분명 처음 본 여자가 맞지만 어딘가 낯이 익다. 계속해서 어색하게 말을 건네는 남우와 달리 혜화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혜화에게는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지구와 충돌하려는 운석을 격추시킨다는 NASA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더라도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초능력자들이 힘을 모아 다시 종말을 멈춰보자는 희망이 일었다. 그 계획에 동참하고자 혜화는 자신의 스승이자, 타인의 초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초능력자를 찾아 나선다.
남우는 혜화의 스승에게서 자신의 능력을 뒤늦게 깨닫는다. 사고로 죽으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능력. 어느 순간부터 그에게 쓸데없는 기시감과 쓸모없는 예감이 들었던 것도 일종의 능력이었다. 지구 종말은 사고다. 그러니 남우는 죽지 않는다. 그리고 남우의 인생은 다시 시작된다. 생각해보면 영화에는 온통 대비되는 것들로 가득했다. 벚꽃이 피는 아름다운 봄날에 세계가 폭발로 일그러질 것이며 그렇게 되더라도 마지막 사랑을 하는 사람들.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들, 상대적 이상한 취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과 달리 그렇지 않은 다수의 사람들. 지구가 종말하고 나서야 다시 새 인생을 시작하고 사랑에 빠지는 남자. 모두가 능동적으로 무엇을 행하고 있다는 공통점은 대비되는 세계 속에서 더 빛난다. 영화 속 사람들은 여전히 사랑을 했고, 또 희망을 품었다.
지구에 커다란 운석이 떨어지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약 일주일. 남우가 초능력자임을 알고, 4년 전으로 돌아갔을 때 이 사실을 먼저 알려 지구 종말을 막아야 한다는 중차대한 계획을 세우기까지 일주일의 시간은 충분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잊지 못하게 한다는 혜화의 능력을 보기까지. 혜화의 능력은 남우와의 첫만남에서 이미 증명되었다. 남우는 그녀를 완벽히 기억하지 못했지만 잊지 않았다.
영화의 제목과 달리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수 있다. 그 사랑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나아가 44분의 이야기를 다 보고 재생 바를 제일 앞으로 움직인다면 우리도 초능력자와 다름없다. 우리도 미래를 알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당신에게도 쓸모없는 예감과 쓸데없는 기시감이 느껴진다면 당장 무언가를 바꿔야 할 신호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언제 지구에 운석이 떨어지는지 세는 카운트다운이 아니다. 내가 어떠한 능력을 지녔는지 알고, 또 숨은 채 살아왔던 사람들과 힘을 모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이다. 그때를 대비하여 미래의 우리가 보낸 찰나의 순간을 지나고 있는 건 아닐까. 언제나 희망을 품고, 사랑을 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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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에 사랑할 순 없다(감독 안국진)
지구 멸망까지 단 일주일만을 남겨두고 종말의 순간에도 외롭기만 한 모태솔로 남우와 초능력자들을 모아 종말을 막으려는 혜화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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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7일, 인디스페이스 재개관!
2022년, 인디스페이스가 새로운 공간에서 다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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