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술을 마시다 우연히 영화 감독님을 마주쳤어요. 마주쳤다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발견'했다는 표현이 더 맞겠지만요. 평소 좋아하던 감독님이라 영화도 자주 챙겨보고 GV도 간 적이 있어서, 감독님 얼굴을 알고 있었는데요. 술을 다 마시고 계산하려 일어났을 때, 바 테이블에 혼자 앉아 계신 감독님을 발견했어요. 주변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잘 들리는 작은 술집이었고,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좋아하는 영화와 배우들에 대해서 한참 토론을 했던 터라 어쩐지 민망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감독님께 아는 척을 해볼까 고민하다가, 차마 그러진 못하고 가게를 나와 친구에게 털어놓으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영화 감독님이 계신 줄 알았다면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말 걸! 

 그렇게 한참을 웃으며 산책했던 저녁, 어쩐지 그날 하루가 영화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사실 5분이면 갈 거리를 차가 너무 밀려서 30분도 넘게 걸렸고, 가고 싶었던 식당은 죄다 웨이팅 + 예약이 걸려 있어서 몇 번이나 식당을 찾아 헤맸고. 결국 근처 식당에서 호다닥 저녁을 대충 먹은 뒤, 그 가게를 방문했었는데요. 그 모든 우연이 없었더라면, 감독님과 마주칠 일도 없지 않았을까. 감독님과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오늘 하루의 풍경들이 영화 같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겠지.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하루였는데,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좋은 순간들도 있구나. 모든 게 틀어져서 악연으로 엮인 주인공들의 만남을 목격한 기분이라 해야 할까요. 뻔하게 이상하고, 뻔하게 좋은 하루였습니다. 

 최근엔 뭘 해도 재미없다는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특별히 무슨 일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진짜 좋다' 자각하는 순간이 거의 없었다고 할까요. 그런데 문득 영화 같은 순간을 보내면서, 뭐든 보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별거 아닌 게 특별해질 수 있구나.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느끼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구나. 되게 뻔한 말인데, 오랜만에 별거 아닌 특별함을 실감한 날이었습니다. 다음에 이 감독님의 개봉작을 만나게 될 때면, 조금 더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관을 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요. 일상에 활력을 주는 신기한 우연을 만난 적 있나요? 있다면 답장으로 알려주세요! 

 

 누군가의 정성스러운 집밥 레시피를 구경하는 걸 좋아합니다. 식당처럼 완벽하게 모든 재료를 갖출 수는 없지만, 있는 재료로 투박하게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레시피. 가족, 친구 등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나눠먹을 테니 건강하고 좋은 제철 재료들을 아낌없이 넣는 레시피. 아끼는 친구가 집에 놀러왔을 때, 계절을 가득 담은 식탁 레시피를 냅다 공개하는 콘텐츠를 가져왔는데요. 엄정화, 공효진, 장기하 등 정재형님의 좋은 친구들을 초대해 직접 요리한 음식을 먹으며 토크하는 '요정식탁'이 메인 콘텐츠인데요. 해당 토크 콘텐츠가 올라오기 전에, 미리 그날의 식탁 레시피를 공개하는 영상이 올라오더라고요. 요리하고 토크하는 콘텐츠는 늘 많았지만, 이렇게 별도의 콘텐츠로 레시피를 공개할 정도로 요리에 진심인 채널은 오랜만인 것 같아요. 무화과 잠봉, 간편 오코노미야끼, 가지 그라탕 등 보기만 해도 맛있겠다! 여름의 맛을 가득 담은 레시피를 공개하니, 새로운 집밥 요리 도전을 좋아하시거나 집밥 요리에 대리만족하고 싶으신 분들께 적극 추천드려요🌼

 행동 경제학자인 브라이언 완싱크 박사는 인간의 식욕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로 무한 수프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눈 후 그들에게 각각 일반 수프 그릇과 무한 수프 그릇을 제공했다. 무한 수프 그릇은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어 그 구멍을 통해 수프가 계속 채워지도록 디자인되어 있었다. 참가자들의 평소 수프 섭취량과 수프가 무한히 보충될 때의 섭취량이 다른지 관찰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놀랍게도 무한 수프 그릇을 사용한 참가자가 일반 수프 그릇으로 먹은 참가자보다 평균 73% 더 많은 양을 섭취했다. (중략) 

 틱톡 같은 숏폼 영상 플랫폼의 무한 스와이프나 애플 뮤직, 스포티파이의 자동 음악 재생도 이와 유사한 메커니즘으로 디자인되었다. 특히 자동 재생 기능은 다음 콘텐츠를 연속으로 재생하면서 사용자에게 이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포모(fear of missiong out, FOMO) 심리를 자극하기도 한다. 

 퇴근하고 나면 가만히 누워서 무한히 인스타그램 릴스를 내리다가, 지겨워지면 유튜브 쇼츠를 내리다가, 그것도 지겨워지면 각종 OTT 서비스의 신규 프로그램을 방황하다가.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잘 시간이 되어 있지 않나요? 어디서든 무한 스와이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으로, '무한 수프 그릇' 실험도 흥미로웠고 결국 이 모든 게 '디자인'되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는데요.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는 제10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으로, '왜 쿠팡 리뷰에는 별점이 있고 컬리에는 없을까', '러쉬는 왜 SNS 계정 운영을 중단했을까' 등 일상 속에 침투해 있는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평소 디자인에 관심있는 사람뿐 아니라, '왜 이 서비스는 이렇게 만들어졌지?' 호기심이 많은 분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을까?' 늘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망고네 슈퍼>에서 여름맞이 선물로 책을 드리려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하단의 이벤트에 참여해주세요! 

 아직 이번 여름엔 휴가를 다녀오지 않았는데요. 사실 물놀이를 크게 좋아하지 않아서, 시원한 풍경을 바라보며 시원한 노래를 듣는 게 가장 즐거운 피서인 것 같아요. 최근 발매된 곡들도 자주 듣지만, 여름 노래를 듣다 보면 결국 종착지는 '쿨'의 음악으로 끝나게 되는데요. 여름 드라이브를 떠날 때면 꼭 듣게 되는 곡 중 하나인 '맥주와 땅콩'을 가져왔습니다. '사랑해 너를 언제까지나' '하늘마저도 질투가 날 만큼 너만을 사랑해' 같은 그 시절 가사들도 유쾌하고, 듣지 않아도 내적 댄스 가능한 신나는 멜로디도 좋고요. 여름에 가장 행복한 순간은, 지친 하루 끝 퇴근하고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실 때가 아닐까. 얼마 전에도 충동적으로 쟁반짜장과 탕수육을 먹으러 간 적이 있었는데, 그 조합에 시원한 맥주 한 잔 곁들이니 더할 나위 없이 좋더라고요. 시원한 음악, 시원한 맥주만 있다면 얼마 남지 않은 8월 여름을 잘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어떤 여름 필살기를 갖고 계신가요?   

 🍋 경품 : 도서 '사실은 이것도 디자인입니다' 

 🍋 기간 : 2023년 8월 14일 ~ 8월 25일 

 🍋 발표:  2023년 8월 27일 

 🍋 참여 방법 : 

  - 하단 링크를 통해 간단하게 응모하기! 

 🍋 링크 바로가기: https://naver.me/5ewtovxl

*책 관련 내용이 궁금하다면 상단 소개글을 참고해주세요! 

*당첨자 발표 (총 5명)는 8/27 뉴스레터를 통해 공지할 예정입니다. 별도 문의사항이 있다면 답장으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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