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은 삶에서 내리는 선택과 내 선택으로 발생하는 결과에
매거진 지금부터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세상이 연결되는 282북스의 온라인 매거진입니다.
#12_님은 어떤 길 위에 서 있나요?_

 시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은 삶에서 내리는 선택과 내 선택으로 발생하는 결과에 대해 말하는 시입니다. '숲속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라는 마지막 문장이 아주 마음에 깊이 남습니다. 좌절과 방황의 시기를 세게 겪은 이 시인은 후에 존 F. 케네디 대통령 취임식에서 자작시를 낭독할 만큼 유명해진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입니다.


 20대 중반의 시인이 실의에 빠져있던 시기에 썼다고 해요. 문단에서 인정도 받지 못했고, 밥 벌이할 변변한 직업도 없었던 때, 제대로 학위도 없이 몸까지 아팠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당시 시인의 집 앞에 숲으로 이어지는 두 갈래 길이 있었는데 그 길과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이 시를 섰대요. '가지 않은 길, 가지 못한 길, 가보지 않은 길, 걸어보지 못한 길' 등으로 다양하게 제목이 번역되곤 하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가지 않은 길'로의 번역을 좋아합니다. 뭔가 더 스스로의 선택을 강조한 것 같거든요.


 25년 1월 두 주인공을 인터뷰해야겠다고 생각한 때부터 이 시를 떠올렸습니다. 삶의 기로에서 각자의 다른 길을 걷는 두 청년. 물론 첫 길의 시작은 스스로 한 선택이 아니었지만, 일단 들어선 길 위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있는 두 청년. 삶에서 내리는 선택들은 항상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집니다. 선택의 과정과 그 이후 마주할 결과는 두려움과 희망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완성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선택한 길 위에서의 삶은 언제나 두려움과 희망 사이에 있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탈가정 청년 나나와 자립준비 청년 강빈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2017년, 나나는 탈가정을 했고, 강빈은 보육원을 퇴소했습니다. 사회로 나온 시기가 비슷한 두 청년이 걷고 있는 길과 그 위에서의 선택들을 만나볼게요.


-editor.미쉘


발행일 2025. 1. 24

반갑습니다. 좋아하는 두 분을 한자리에서 만나니, 좋네요. 우리 서로 알고 있지만, 독자들을 위해서 소개를 해 볼까요?


나나 : 안녕하세요, 저는 나나고요. (잔뜩 긴장)



영상으로 나가는 게 아니니까 편하게 말해도 됩니다. (웃음)


나나 : ! 저는 나나고요. 본명은 밝힐 수 없습니다. 나이는 이제 26살입니다. 2017년에 탈가정해서 지금까지 쭉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



17년이면 고등학교, 2학년인가요?


나나 : , 맞아요.


강빈 : 몇 월인지도 기억해요?


나나 : 8월이에요. 날짜는 기억이 안 나는데, 개학하고 3일있다가 탈가정했어요.



탈가정 청년들 중에는 탈가정 한 날을 생일로 삼는 친구도 있고, 독립기념일이라고 부르면서 자축하는 날로 삼기도 해요. 물리적으로 단절하고 나온 시기를 다들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강빈 님도 소개 부탁해요.


강빈 : 제 이름은 박강빈 이구요. 봉앤설 이니셔티브라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정책 관련한 부분을 지원하는 일을 합니다. 저는 자립준비 청년 당사자성이 있어서 강연도 다니고, 미디어에서 인식개선 활동도 하고 있어요. 저도 2017년에 보육원 퇴소했거든요.


뭔가 사회로 나온 시기가 비슷해서 느낌이 좋네요. (웃음)



강빈 님은 유퀴즈에도 나오시고, 여러 언론 보도로 얼굴을 드러내고 자기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하시는 것 같아요. 얼굴을 드러내고 활동한다는 게 사실 어려운 일이잖아요.


강빈 : 미디어에 나오기 전에는 전국에 있는 보육원을 순회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꾼처럼 다녔었거든요. 그러다가 코로나19 이후에 아이들과 직접 만나기가 어려워지면서 다른 방향으로 활동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아름다운 재단의 캠페이너 역할을 맡게 됐어요. 캠페이너는 목소리를 내야 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다 보니까 외부 노출이 필요했구요. 정말 운 좋게 이제 유퀴즈 팀에 연락이 되면서 22년 설 연휴 때 기록이라는 주제의 한 패널로 출연하게 됐어요. 청소년기에 썼던 꿈에 관한 이야기와 자립 준비 청년으로서 자립 전후 경험을 이야기했죠.



우리 탈가정 친구들 중에 자기 이야기를 노출했을 때 신변에 위험을 느끼기도 하고, 또 본인을 드러내는 걸 꺼리는 경우도 있거든요.


강빈 : 제 경험으로 생각해 봤을 때, 자기 노출을 두려워하는 친구들을 보면, 청소년기나 자립 초기에 좀 불이익을 당한 경험이 있더라고요. 보육원에 살았다는 것, 부모와 함께 지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된 인식들이 있잖아요. 그런 시선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친구들은 자기 노출을 꺼리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다행히도 청소년기에 너무 좋은 선생님들, 친구들을 만나서 따돌림이나 어떤 차별의 경험보다 되게 따듯했던 기억들이 많아요. 존중받고 그런 경험이 많아서 저를 드러내는 게 부끄럽지 않은 것 같아요.


다만, 자랑할 것도 아닌 것 같아서 이제는 이야기할 때 제 개인적인 경험 플러스 객관적인 내용들을 다루려고 많이 노력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 이야기이고, 가까운 가족들의 이야기다 보니까. 조금 더 감정적인 목소리가 들어가긴 하죠. 부끄럽지 않은데 자랑스럽지도 않다. 정도?

그렇군요. 제가 강빈 님 알아보다 보니 보육원에 다른 형제들과 함께 맡겨졌다고 해요. 사실 오늘 함께 한 우리 나나의 요즘 고민 중 하나가 동생도 탈가정 상황에 놓여있어서, 조만간 동생을 책임져야 할 때라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나나 : 맞아요. 내가 어떻게 동생을 책임져야 하나 고민이 있어요. 사실 저는 동생이랑 유대관계가 끈끈하지는 않고요. 한 달에 한두 번 연락하는 사이였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지금 집 상황이 제가 탈가정 했을 때랑 똑같더라고요. 위험한 상황인 거에요. 동생이 저한테 집을 나가야겠다, 독립하겠다, 혼자 살고 싶다.’ 얘기했는데 제가 우리 집으로 오라고 했어요.


사실 제 동생이 사회 경험이 없어요. 은둔 고립 생활을 오래 해서 사회 경험도 없고, 초등학교 때부터 쭉 왕따였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동생 혼자 있다가 안 좋은 상황에 놓일 것 같아서 그냥, 언니네로 와라.’ 이렇게 된 거죠. 이제 동생 데리고 살아야 해요. 문제는 동생이 경제 활동을 안 하고 있으니까 제 월급으로 동생을 책임을 져야 하는데 거기서 좀 막막해지는 거죠.


강빈 : 본인이 아르바이트나 근로 활동을 1년 이상 했어요?


나나 : 저는 계속 일을 했어요. 주중에는 회사에 다니고, 주말에는 알바를 하거든요. 어찌저찌 두 명이 먹고 살 정도는 될 것 같긴 한데... 걱정은 좀 돼요. 동생 오면은 주민센터에 가서 우리가 좀 받을 수 있는 혜택 같은 거 있는지 알아보려고요.


강빈 : 그럼 가구 분리가 되어 있어요?


나나 : 그러니까 이게. 저는 세대 분리, 가구 분리라는 개념을 잘 몰랐어요. 사실 이 세대 분리, 가구 분리라는 말을 이 궤도 이탈 탈가정 청년 모임에서 처음 알았거든요.


강빈 : 보통 복지나 정책 지원해 줄 때 소득을 보잖아요. 근데 이게 가구 단위로 소득을 봐요. 그러니까 엄마 아빠 소득까지 합쳐서 어느 정도 소득이 있느냐로 나뉘거든요. 이제, 나나가 탈가정하고 나와서 한 가구, 1인 가구로 인정이 되는지를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 30세 미만 청년이 세대 분리하는데 몇 가지 조건이 있거든요. 나나가 가정폭력 당했을 때 신고한 기록이 있어요?


나나 : 원가정에 있을 때 신고는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엄마가 우리 딸이 정신병자라서 허위 신고한 거라고 경찰을 돌려보냈어요. 얘는 정신이 안 좋은 아이다, 하면서. 그럼 경찰이 매번 그냥 갔어요. 경찰서에 가서 정식으로 조사를 받은 기록이 없어요. 그리고 탈가정하고 나서도 쉼터에 안 들어갔어요. 저랑 가정환경이 비슷한 친구들이 주변에 많은데, 그 사람들이 쉼터에 갔다가 안 좋은 물이 들어서 나오고 하는 경우를 종종 봤어요. 어린 마음에 쉼터 가면 나도 저렇게 될 것 같아 무서워서 쉼터에 가는 대신에 친구네 집에 가거나 아니면 노숙을 하거나 그랬죠. 갈 곳이 없는 어떤 날은 밤새 걸어 다니고.


탈가정 하고 나왔을 때 여러 가지 세상의 유혹들이 있거든요. 근데 저 스스로 생각했어요.


절대 불법적인 일은 하지 말자.’


그리고 저 스스로 부끄러운 일은 안 하고 살았어요.



| 경지 세상의 나쁜 유혹을 뿌리치고 내 삶을 내가 잘 꾸려보겠다하는 그런 마음이었나 봐요.


나나 : 제가 고등학교 3학년, 19살 끝날 무렵에 취직했어요. 공고를 나왔거든요. 취업하고 나니까 4대 보험도 들어주고 막 좋더라고요. 막 은행도 내가 혼자 갈 수 있고. 좋았어요. 그래서 나쁜 일보다는 역시 4대 보험 들어주는 일이 낫지! 생각했죠.


그때부터 쭉 쉬지 않고 일 한 거죠? 지금도 주중에 일하고, 주말에 아르바이트하고. 그러면서 최근에 학교도 새로 들어갔죠?


나나 : 맞아요~. 사이버 대학교인데, 저 복수 전공도 신청했어요. 주 전공이 물류 유통이고, 부 전공이 경영이에요. 졸업하면 물류 유통 쪽 일하고 싶어요. 대기업 프랜차이즈 유통 관리하고 막 이런 거. 중고 신입이겠죠? 아무래도 30대일 테니까.


강빈 : 저 첫 직장이 물류였어요.

 


! 이런 운명적인 만남이!


강빈 : 저는 17, 고등학교 1학년 때 인턴을 했고, 20살 때부터 사원이었는데 3년 차 때부터 후배들이 들어왔는데 다 30대였어요. 다들 잘 하시더라고요! 잘 할 거예요 나나도.


혹시, 물류가 막 적성에 맞아서 선택했다기보다는 몇 가지 직업 후보 중에 그냥 제일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거예요? 어때요 나나는, 진로 선택할 때? 사실 저는 그랬거든요.


나나 : 네 그렇죠. 저는 사실 진로를 고민한 게 얼마 안 됐어요. 제가 26살인데, 24살부터 진로 고민을 했어요.



| 진로 고민을 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나나 :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 경지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에서 이렇게는 어떤 의미예요?


나나 : 제가 이제 처음에 들어간 직장이 진짜 힘들었어요. 임금 체불이 심했고, 폭언 폭행도 있었어요. 거기서 또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면서 멘탈이 정말 무너져서 당분간 회사에는 못 들어가겠다 싶어서 카페 알바를 했어요. 회사 다니면서 모은 돈이랑 퇴직금으로 전셋집을 구하려고 했는데, 퇴직금을 안 주는 거예요. 노무사 소송을 했는데, 노무사한테 사기를 당했어요. 8개월 지나서 퇴직금을 받느라 약간 계획이 꼬인 거예요. 그래도 일단 퇴직금 받는 걸 생각하고 우선 전세 계약금을 걸어뒀는데, 알고 보니 그 집이 전세 계약이 안 되는 집이었던 거예요. 계약금을 날렸어요. 그게 전 재산이었는데.


부동산이랑 집주인이랑 짜고 그런 건데, 법적으로 제가 보호받을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그때 2차 멘탈이 나가면서 조금 망가진 상태였어요. 나한테 남은 건 다시 100만 원뿐이고. 그때가 22살이었어요. 카페 아르바이트하면서 맨날 술 마시고, 망가지고. 살이 40kg 넘게 쪘어요. 더 망가지기 전에 정신 차리고 지금 회사에 들어갔어요. 또 회사 다니니까 좀 안정이 되고 살만해지더라고요. 전 회사보다 근무 환경도 너무 좋았어요.


근데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나 진짜 이렇게 살면 계속 평생 월에 200만 원 언저리 벌면서 살겠구나.’


저는 결혼도 하고 싶고, 집도 사고 싶거든요. 200만 원 벌어서 어떻게 결혼하고, 집도 사고, 사기당해서 진 빚은 언제 갚나, 큰일 났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더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알아보다가 지금 상황에서 갈 수 있는 사이버대학교에 들어갔어요. 물류 유통 전공을 한 건, 제가 카페에서 일할 때 엄청 행복했거든요. 매장 말고 본사도 가고 싶다 생각이 들고, 본사 가서 물류 관리하는 걸 해보고 싶다 생각이 들었어요. 잘 되겠죠?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강빈 : 잘할 수 있어요. 정말로!



| 강빈 님도 첫 회사를 가게 된 게 좋아서가 아니라 주어진 선택지 중에 가장 나은 걸 선택한 건가요?


강빈 : 그렇죠. 제가 지냈던 보육원이 영종도에 있는데 영종도는 공항이 있고 물류 기업들이 되게 많아요. 사실 저희 보육원 선배들 중에 대학에 간 사례가 없고 다 물류센터에 재직했거든요. 제가 약간 꿈꿀 수 있는 꿈의 범위가 좁았어요. 좋은 물류 기업에 들어가는 게 성공이라고 생각했어요. 직간접 경험이 너무 적어서.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 검증하지 않은 다음에 선택한 업은 오래 못 가는 것 같아요. 3년 단위로 직장인들이 고비를 넘는다고 하잖아요. 저는 그 3년 되었을 때 그만뒀어요. 그리고 재직자 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갔어요. 저는 첫 물류 회사 그만두고 나서는 금융권에 가고 싶었거든요. 은행원 보면 4시에 퇴근하는 것 같아서 좋아 보였어요. 왜냐하면 물류에 있을 때는 제가 회사 바로 옆에 살아서 거의 12시간 넘게 일했어요. 그게 약간 인정 욕구 때문인 것 같아요. 어차피 집에 가도 아무것도 없고, 어디 갈 데도 없으니까 능력 있는 실무자라는 타이틀이라도 가져보다 했던 거예요. 그게 엄청난 자기 소진인 줄 몰랐어요.


워라밸 챙기면서 내가 뭐 좋아 찾아야겠다 싶어서 은행업을 희망했는데, 사실 은행 문은 4시에 닫지만 마감하느라 늦게까지 일하더라고요. 그걸 알고 나서 다음에 하고 싶은 게 개발자였어요. 사실 개발자를 떠올리면 저는 약간의 로망이 있었어요. 능력 있는 개발자가 되면은 해외여행 다니면서 이제 디지털 노마드로 막 일하고 그런 거. 9개월 정도 생활 코딩이라는 사이트로 독학을 하고 카카오의 계열사 인턴으로 들어갔어요.


제가 하던 개발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개발이었는데 그 사수가 시각장애인이었어요. 그분을 보고 당사자성을 기반으로 한 전문성이라는 직업관을 처음 경험했어요.


내가 경험이 있으니까 뭐가 어려운지 제일 잘 알고 해결 방안도 제일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내 경험을 기반으로 이걸 돕는 제도적 지원에 관해 목소리 낸다던가 아니면 프로그램에 커뮤니티 매니저로 참여한다든가 이런 식으로 당사성 기반으로 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근데 이걸 업으로 함으로써 내가 보낸 그 역경의 시간이 되게 효용성으로 바뀌더라고요. 쓸모. 거기에 약간 반해서 그때부터 자립 준비 청년 당사자 활동가를 표방했던 것 같아요.



| 경지 두 분 모두 내 삶을 꾸려 나갈 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들이 생기잖아요. 퇴사하고, 입사하고, 어디로 이사를 하고 집을 구하고 하는 것들. 내 진로를 선택하는 것도 큰 고민 중 하나죠. 혹시 주변에 이런 고민을 상의할 만한 사람이 좀 있나요? 꼭 큰 이야기들이 아니더라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시행착오, 끝없는 고민을 마주했을 때 깊은 수렁에 빠지는 기분들이 저도 되게 오랜 기간 들기도 했거든요.


나나 : 저는 근데 원가정에서도 방치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무언가를 선택하고 할 때 막막하거나 어떡하지! 이런 생각은 잘 안 해요. 어차피 선택은 내가 하고, 망해도 내가 망하니까 일단 해보고 안되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해요.


강빈 : 저는 이직도 많이 하고, 첫 회사 퇴사 후에 대학생이 된다는 것도 걱정이 컸어요. 아무래도 소득에 대한 어려움 같은 게 있을 테니까. 그런 고민을 하면서 결정을 내릴 때, 그때는 고민을 나눌 사람들이 없었어요. 그래서 혼자 결정을 했죠.


사실 제가 지냈던 보육원에 연락해서 선생님과 상담할 수도 있었는데, 도움받는 것을 되게 어려워했던 것 같아요. 왜냐면 저는 맨날 강빈이는 전교 1등 하는 애고, 성공해서 잘 살 거야.’라는 말들을 들었거든요. 대기업에 들어갔고, 막 축하받고, 보육원 아이들한테 강빈이 형 멋지다 이런 얘기를 들었는데 제가 가서 도와주세요.’ 할 수가 없는 거죠. 언젠가는 전세 보증금 반환에 대한 문제가 생겼는데,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이런 걸 물어보고 빨리 해결해야 하는데 결국 6개월 동안 회피하고 내버려둬버렸어요.


회피해서 시간이 좀 지연되더라도 혼자 결정하고 혼자 감내하는 편 같은데, 지금도 저보다 어른인 어른에게 도움을 요구하는 걸 어려워하긴 해요. 그래서 저는 유년기 때부터 어른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경험이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탈가정 청년은 원가정 안에 있었지만, 부모와 그런 건강한 관계를 맺지 못한 청년들이고, 저는 보육원에 있을 때 선생님은 한 명인데 아이들은 12명씩 막 이러니까 적절한 관심과 어떤 사례 관리에 대한 할애를 경험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어른들은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라는 생각이 베이스였거든요.


그런 이유로 저는 자립 준비 청년 관련해서는 이제 청년이 된 애들은 독립된 인격체로 보고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많아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해요.

| 경지 주변에 그런 일들을 상의할 만한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세요?


나나 : 너무 필요하죠. 너무 필요해요. 있었으면 그 전세 계약금 800만 원 사기당했을 때 그렇게 무너지지 않았을 것 같아요. 어른의 존재가 저에게는 많이 필요해요. 꼭 막 어른! 나이 든 사람! 이런 게 아니라 선배. 상의할 수 있을 만한 그런 존재?



| 나의 세계를 확장해 줄 수 있는 그런 존재?


나나 : 맞아요. 그런 존재.



| 아까 강빈 님이 중요한 얘기를 해 주셨어요. 보육원에서는 물류센터 다니는 형들이 제일 잘나가는 형들이라고 했잖아요. 본인의 세계가 거기까지밖에 안돼서 그랬다. 근데 또 나아가서 다른 세계를 만나고 또 넓은 세계를 만나면서 세상을 넓혀간 것 같아요. 제가 우리 탈가정 친구들한테도 그런 얘기를 하거든요. 자신의 세계를 넓혀 나가 보라고.


강빈 : 저에게 영감을 주고 새로운 도전을 해봐야겠다고 생각이 들게 만든 인물들은 회사 사수들이었어요. 카카오에서 만난 시각 장애가 있는 사수 덕분에 당사자성이 직업이 되고, 전문성을 인정받는 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나는 자립 준비 청년이니까 자립준비 청년 이야기만 할 거야!’ 했다가 다른 활동을 하면서 다문화 친구들을 만나고, 장애 예술인 친구들도 만나고, 가족 돌봄 청년 등등 만나면서 시야를 넓히게 되었죠. 활동하면서 사회적 기업 준비도 했었는데, 그때 호주 금융그룹 팀장님의 멘토링을 받았어요. 그때 들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들도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중요한 키가 되기도 했고요.


저는 생애 주기에 한세상의 문을 열어준 어른들이 다 있었거든요. ‘라는 사람의 정체성과 성격 어떤 가치관 같은 것들이 다 내가 잘나서 스스로 짠! 하고 나타나는 게 아니라 주변 어른들을 모방하는 것 같아요. , 나도 저렇게 해봐야겠다 이런 생각 하면서.


그래서 주변 어른 자체가 사회적 자본이다, 생각합니다.


이제 이런 사회적 자본이 주어지지 않았던 친구들이 상상할 수 있는 삶의 이상향이 딱 요 정도 좁은 범위인 것 같아요.


제가 유키즈 나왔을 때 그 마지막에 자립 준비 청년에게 필요한 게 뭐냐는 질문에 말씀하신 것처럼 중요한 기로에 서 있을 때 의논할 어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멘토링이 너무 필요하다고 말했었거든요. 그 후에 지자체랑 민간에서 멘토링 사업을 엄청 많이 생겼어요. 문제는 이 사업이 멘토는 찾는데, 멘티가 계속 미달하는 거 맞아요. 이게 멘토링을 위한 멘토링은 효율성이 없는 거거든요. 필요한 것을 말하고 잘 굴러가게 만드는 게 공공에서 우선하지 못한다면 민간에서부터 변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거기에서 우리가,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이 무엇이냐 했을 때 존재를 계속 알리는 거였거든요.



| 맞아요. 탈가정 청년에 관해 이야기할 때 누군가는 단어 자체가 낯설다, 부정적으로 들린다, 다른 단어를 써보자.’ 하는데 사실 지금 단계에서는 단어가 문제가 아니라 존재 자체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강빈 : 맞아요. 그래서 저도 막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는 건데, 당사자가 아니라면 관계자가 되어서 가까이에서 보고 떠들고 다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제일 힘을 가지려면 당사자가 직접 이야기하는 거거든요. 관련해서 실무 하시는 분들, 조력하고자 하는 분들로서 당사자들을 보호하고 싶으면서도 좀 용기 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거예요. 저도 실무자이기도 하니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점점 힘을 가지면서, 차차 나아질 거예요. 나아지고 있는 것 같고요. 제가 요즘 계속 강빈 님을 우리 커뮤니티에 불러들이는 사심이 있답니다. 강빈 님한테 우선 쇠뇌 시켜서 스피커로 어디서든 툭툭 문득 적합할 때 탈가정 청년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계략이랄까요.


강빈 : (웃음) 좋습니다.


나나 : 저 지금 되게, 방금 말씀하시는 거 듣고 약간 충격받았어요.



| 경지 , 충격받았어요?


나나 : 저는, 제가 이상한 줄 알았어요. 제가 너무 이상해서 나만 이렇게 살고 있구나. 했거든요. 그러다가 우연히 SNS 광고로 궤도 이탈 글을 보고, 탈가정 당사자 설문을 시작으로 여기 커뮤니티 톡 방에도 들어오게 된 건데, 그냥 저는 제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살았어요. 그냥 제가 창피한 건 아닌데, 내가 좀 부적응자라서 이런 환경에 있다고 생각해서 제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방금 말한 좋은 어른이며 필요한 정책이며 이런 것도 생각을 못 해봤어요. 저 혼자 밥 벌어먹기 바빴거든요. 그래서 방금 되게 말씀하신 게 충격적이에요.



| 일종의 좋은 충격인 거죠? 나나, 이번 호 매거진 인터뷰에 참여하겠다고, 자기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먼저 나한테 말했잖아요. 그렇게, 그것부터 시작하는 거죠. 너무 잘하고 있어요. 마지막 질문을 할게요. 두 분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으세요?


강빈 : 저부터 할까요? 저는 이제 당사자 활동가라는 역할을 오래 했잖아요. 예전에는 당사자성이 곧 전문성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당사자성에 진짜 전문성이 더해져야 좋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거든요.


그래서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최근에 강의 잘하는 법을 코칭 받고 있기도 하고, 최근 길 스토리 프로젝트 전시에 참여하면서 어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꼭 이렇게 말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구나 생각이 들고, 그렇게 되길 바라서 디자인 학원도 다니고 있었어요.


나를 업그레이드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게 가까운 미래의 모습일 것 같고요. 자기 돌봄 자기 돌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어요.


나나 : 최근에 만난 지인이 있는데, 그분이 굉장히 소위 갓생사는 사람이에요. 자기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서 엄청 막 시간 쪼개서 사시는 거예요. 퇴근하고 외주 작업 받아서 일하고, 운동하고. 그분을 보고, 저도 자극을 되게 많이 받았어요. 그 자극으로 복수 전공 신청을 하기도 했고요. 제가 웹 디자인 자격증이 하나 있는데, 올해는 필요한 자격증 2개 정도 더 따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이미 열심히 잘 살고 있는 두 분이 더 열심히 살겠다는 포부네요. 오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궤도이탈; 청년 독립 선언은]
탈가정 청년들의 예술 기반 사회적처방 워크숍이 열리고 있습니다. 😍
이번 워크숍은 정은주 안무가, 이동주 배우와 함께 현대무용과 연기를 결합해서 커리큘럼을 개발했어요! 매주 금요일 저녁, 토요일 오후에 만나 내가 가진 이야기를 몸짓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자신을 표현하며 심리적인 안정을 찾고, 청년들이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도록!

워크숍이 끝나면, 2월 22일 ~ 23일 청년들의 퍼포먼스 낭독극이 열립니다.
많이 보러 와주세요~~😘
탈가정 청년들은 매월 만나고 있어요.
2024년 12월 [연말모임]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연말 모임이 있었습니다. 🌲

내가 나에게 주는 연말 시상식과 함께 진행 된 이번 모임에는 그 동안 청년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던 분들도 함께 해주셨어요.

따듯하고 포근한 연말 모임이었습니다.💙
2025년 1월 24일 [떡만둣국 모임]
명절맞이 함께 만나 만두를 빚어 떡 만둣국을 끓여먹어요! 🤗

왁자지껄 모여 만두를 만들며 올 한해를 신나게 시작할 거에요 . 올 해는 우리 친구들에게 어떤 좋은 일들이 찾아올지 기대됩니다.

서로의 복을 빌어주는 시간 보낼게요!😋
영화 검은 수녀들 VIP 시사회
영화 및 OTT 콘텐츠 마케팅 홍보를 전문으로 하는 주식회사 퍼스트룩 대표님들의 초대로 친구들 영화보고 왔어요! 🎞️ 강추!

친구들 모두 오랜만에 팝콘 먹으며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퍼스트룩의 두 대표님은 궤도이탈 프로젝트를 통해 탈가정 청년을 응원해주고 계신 청청모 회원이시기도 합니다. 💙
탈가정 청년들의 크고 작은 삶의 고민을 나누는 공간
탈가정 청년들이 삶을 살아가며 하게 되는 크고 작은 고민들을 좋은 어른들과 나누며
함께 해결해 가기 위해 만들어진 익명 공간입니다.
탈가정 청년이라면 나누고 싶은 고민을! 어른이라면 청년의 고민에 답해주세요!
[궤도이탈]은 표준적 삶의 궤도를 벗어나 자신만의 궤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주식회사 282북스의 사회적 프로젝트입니다.
그 첫 번째 삶의 궤도로 ‘탈 가정 청년’의 이야기를 전하는
[궤도이탈; 청년 독립 선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 프로젝트는 서울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 [청청모 지원사업]으로 운영됩니다.
주식회사 282북스
contact@282story.com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양평로 90, 503호 010-9696-3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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