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4일 금요일
💌 여성환경연대 뉴스레터 💌 
님 잘 지내셨나요? 벌써 에코페미니스트 인터뷰도 세 번째 시리즈입니다. 재밌게 읽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인터뷰를 하면서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타인의 세계를 깊이 그리고 멀리 유영하고 있어요. 평소에는 나누지 못할 주제를 인터뷰라는 좋은 도구로 제 삶의 잇대어 볼 수 있고요. 마치 한 권의 책을 앉은 자리에서 뚝딱 읽어버린 기분입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인터뷰이 '쏭'은 저와 비슷한 점이 참 많은 사람이자, 닮고 싶은 사람이었어요. 쏭을 닮은 아늑하고 사랑스러운 공간과 울창한 나무들이 우거진 동네 숲길을 걸으며 인터뷰하던 낭만의 오후가 또 그리워지네요. 오늘의 뉴스레터도 재밌게 읽어주시길요!

썸머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김송희이고요, 쏭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어요. 사주에선 저를 ‘숲속의 호랑이'라고 해요. 여럿이 있다가도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이기도 하고, 곤조가 있어서 아무리 배고픈 호랑이라도 눈앞에 있는 산딸기 따위는 먹지 않는 그런 고집이 있다네요. 


또 누구나 그렇겠지만 특히나 원하는 일을 할 때 되게 재밌게 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아, 이건 아니구나’ 하며 일을 그만두어야 할 것 같은 바로미터가 있는데, 바로 유머 감각의 상실이에요. 저는 삶에서 유머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감각을 잃어버리게 되면 사람도, 일도 재미없게 느껴지더라고요.


최근에는 숲에 대한 관심이 생겨 조금씩 공부를 해보고 있는데요. 숲을 알아가면 갈수록, 어떻게 하면 좀 더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어요. 자연스러운 삶을 고민하는 쏭이라 소개하고 싶네요.

여성환경연대와는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오래된 인연인데요. 예전 문래동이 철공소나 공장들이 많았고, 예술가들의 작업실들이 있던 곳이었어요. 그때 저는 예술과 커뮤니티 관련한 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2011년쯤, 여성환경연대와 제가 일했던 단체가 한 건물의 옥상 텃밭을 같이 만들게 되었어요. 주말마다 이웃들이 모여 웃고 떠들고 음식을 나누는 지역 공동체의 중심 공간이었죠. 


그때 처음 여성환경연대와 활동가분들을 알게 되었고, 농부 시장 마르쉐@의 언덕(이보은 대표)도 거기서 만나게 되었어요. 마르쉐@는 여성환경연대에서 인큐베이팅했던 플랫폼이었고, 옥상 텃밭 사업에서 시작해서 지금까지 훌륭하게 해오고 계시죠. 그 인연을 계기로, 이전 단체를 그만두고 쉬고 있을 때 우연히 길거리에서 언덕을 또 만나게 되었어요.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하셔서 마르쉐@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당시 마르쉐@와 여성환경연대의 접점이 많아서, 여성환경연대의 활동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는데요. 감동받은 몇 가지 활동이 있었어요. 대표적으로 2013년쯤 진행했던 “WITH A CUP” 캠페인이라고. 그때가 무려 10년 전인데요.


그때만 해도 텀블러에 대한 개념이 한국 사회에선 생소할 적이었어요. ‘즐겁고 자연스럽게 내 컵으로 마셔요'라는 슬로건이었어요. 그 캠페인 덕에 지금의 개인 텀블러 지참 문화가 조금씩 퍼져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작은 단체에서 이런 활동을 했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죠. 자연스럽게 후원 회원으로 결심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마르쉐@에서 일하다 지금은 뱁새기획을 만들기까지! 어떤 삶의 여정이 있었나요?

마르쉐@에서 즐겁게, 많이 배우면서 일을 했었어요. 그런데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니 번 아웃이 왔었죠. 일을 그만두고 쉬는 기간 동안 숲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집 바로 근처에는 크고 울창한 봉산 숲길이 있는데요. 거기서 받는 치유의 경험이 엄청났어요. 숲에 대해 더 알아봐야겠다 싶어 2년 정도 공부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농학과에 진학해서 숲 해설가, 산림치유지도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죠.


마르쉐@에서 일할 때도 주로 농부님들과 소통하다 보니 지역살이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거기에 숲 공부가 더 해지면서 숲과 생태를 더 넓게 아울러 삶의 방향이 확장되고 또렷해졌어요. 그러다 같이 마르쉐@에서 일했던 동료 한스(김한서)에게 둘이 같이 일을 해보는 건 어떨지 제안했어요. 꾸준히 해왔던 기획을 이왕이면 우리가 바라는 삶의 방향에 맞게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해서 지금의 ‘뱁새기획'이 탄생하게 되었어요.

이름이 너무 귀여워요. 뱁새기획의 뜻은 뭔가요?

작고 소중하잖아요 ㅎㅎ. 처음 단체 작명을 고민할 때도 작은 동물이나 새, 곤충에서 따오고 싶었어요. 어딘가에서 사부작 사부작거리면서 작은 일들을 해내는 모양새가 떠올랐어요. 하는 일들이 비록 작아 보이지만 꼭 필요한 일들을 우리의 속도대로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작은 일’이라고 하면 특히 여성들에게 씌워지는 고정된 표현 같잖아요. 그런데 그런 의미를 벗어나 뱁새가 하는 작은 일은 무엇인지 언어화 하기 위해 저희도 고민하는 중이에요. 크고 거창해서 돈이 몇십억씩 오가는 행사 말고, 이미 좋은 뭔가를 하는 사람들에게 달려가 응원이나 손을 돕기 위해 뽀르르 달려가는 뱁새가 되고 싶어요. 이왕이면 숲이나 생태 관련된 기획 일들을 더 해보고 싶어요. (이 글을 보시는 분 중 관심이 있다면 여성환경연대에 연락해 주세요~ 연결해 드릴게요 :) )

무엇보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다리 찢어진다’처럼 뱁새의 다리가 찢어지지 않게 천천히, 느리게, 저희만의 속도로 가보려고요!   
최근 쏭이 관심을 두고 있는 영역은 무엇인가요? 소개해주세요!

최근에는 탐조에 관심이 많아요.


봉산에서 한참 나무들이 베어지고 있을 때(은평구는 편백나무만을 심기 위해 기존 나무들을 무참히 베어버렸다. 지금도 진행 중), 제 개인 SNS에 소식을 전한 적이 있어요. 그때 ‘불광동친구들’의 윤주라는 친구가 연락을 줘서 여기 숲이 궁금하다고 하더군요. 같이 숲을 돌아보면서 친해지게 되었어요. 자연스럽게 각자가 자신의 동네 숲을 애정하게 되고, 지켜보는 눈이 되어주었어요.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겐 숲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는 압박감이 되어주는 것 같더라고요. 


근래 봉산에는 무장애 숲길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하고 있는 산림 개발 이슈가 있었어요. 가만히 살펴보면 실제 무장애 숲길이라고 볼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아요. 이동 약자들을 위한 길이라고 하면서, 진입로까지 가는 길 자체가 급경사라 애초에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거든요. 봉산의 숲 생태계 보전을 섬세하게 고려하지 않고 그저 인간의 욕망에 따라 기후 위기만 가속하고 있는 사업이 안타까울 뿐이에요. 이 일에 같이 민원을 넣어줄 사람들이 필요했는데, 숲을 매개로 만난 친구들이 함께해주었어요. 고마웠죠.


동네 숲을 만나는 방식이 여러 가지겠지만, 탐조를 통해 숲속의 여러 생태를 발견하고 알아가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인 일에요. 작은 새를 관찰하려면 우선은 동작을 가만히 있어야 해요. 그러다 보면 조용히 온몸으로 숲을 느낄 수 있어요. 마치 내가 돌이 된 것처럼 말이에요. 내가 숲을 좋아한다고 해서 나서는 것과 기다림을 통해 만나는 숲이 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런 경험을 각자 해보면서 자신의 동네 숲을 사랑하는 것으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그것이 또 다른 연대를 이어가고요.

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지향이나 가치는 무엇인가요? 

자연스러운 삶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일지 골몰히 고민해 보니 결국은 저를 포함한 모든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고 함께 어우러지는 삶이더라고요. 그 삶의 방식을 계속해서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어요. 


그리고 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빠뜨릴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사랑과 유머'에요. 저는 뻔한 말이지만 사랑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그 말을 믿어요. 삶을 지속하는 힘이 사랑인 거죠. 그리고 유머가 그 삶을 반짝이게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또 ‘사랑과 유머'라는 말이 다른 말로도 품을 수 있는 단어에요. 배려와 여유, 평화와 자유 등으로 말이에요. (여러분들 삶에 사랑과 유머는 무엇인가요?)

쏭의 삶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무언가를 할 때 그것을 스스로 원해서 하는 것인지 아는 것과 제 마음을 넘어서지 않는 만큼만 하는 것이에요.


삶을 살다 보니 그런 것들이 경험치로 쌓여서 제가 뭘 원하고 힘들어하는 줄을 점점 더 명확히 알 수 있게 되더라고요. 이전에 힘든 시기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건데, 저는 늘 따뜻한 좋은 사람이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온전한 제 마음을 넘어서는 배려와 친절을 베풀다 보면 어느 순간 남 탓하는 제가 보이더라고요.


그때부터 생각을 달리해, 원하는 만큼만 배려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나는 이만큼만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쉽게 인정도 하고요. 그저 좋은 사람이 되려고 발버둥 치기보다 내가 뭘 원하는 지, 난 어디까지만 할 수 있는지를 발견하고 깨닫는 순간 삶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이 많이 편해졌어요. (인생을 수련하듯 사시는 것 같아요!)


100번의 선택 중 한 반쯤은 그렇게 하려나요? 저도 여전히 어려워요. 그런데 예전에는 잘 몰라서 힘들었다면, 이젠 저에 대해 알면 알 수록 더 또렷해지고 명확해지는 것들이 있어 좋아요. 나이 먹어가는 것의 기쁨!

에코페미니즘을 알고 난 후 느끼는 삶의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어린 시절 자연 속에 있는 할머니 댁에서 자랐어요. 그곳에서 뛰어놀았던 기억이 평생 힘이 되어주었죠. 그 시절을 잊지 않고 살다 보니 지금의 하는 일이나 관심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에코페미니즘이란 것을 어떤 삶의 사건이나 계기로 깨닫기보다는 언제나 제 안에 있던 자연스러운 과정에 더 가까워요. 마치 강물이 흐르듯 말이에요. 시간이 지나면서 더 깊어지거나, 더 넓어지고 있어요. 


최근 기후 위기를 겪으면서 제 삶을 더 바꿔보려고 한 변화의 지점들도 물론 있어요. 작년부터 휴지를 안 쓰고 있는데요. 대단한 결심은 아니었고, 마침 떨어진 김에 그냥 안 쓰고 살아볼까 했더니 크게 불편함을 잘 못 느끼겠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휴지가 없던 시절에도 충분히 잘 살았을 건데, 왜 그동안 없이 살아 볼 생각을 못 했을까 싶었어요. 그렇게 변화의 지점을 건너가게 되는 거죠. 제가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삶도 이런 거예요. 엄청난 의지와 애씀으로 싸워내기보다 ‘없으면 그저 없는 대로 살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사는 거요. 어떤 삶의 기준과 정답을 두고 사는 삶이 오히려 저에겐 힘들어요. 각자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살아요!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에코페미니스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작년 연말에 한 해 돌아보는 워크숍에 참여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들은 말 중에 인상 깊었던 말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였어요. 기후 위기를 지켜보다 보면 기후 우울에 무력감에 사로잡히기 쉽잖아요.

그럴 때 차분히 나의 마음을 돌아보는 거예요. 너무 무리하거나 자신들의 마음을 넘어서지 않도록,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 정도로만' 살아도 우리는 이미 충분하다고요. 원하는 대로 자연스럽게 살아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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