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시기를 점치며 조금씩 준비하고 있는 새순이 보여요. 오늘 레터에서는 봄맞이 초근간을 소개합니다. 소비문화에 관련된 아주 흥미로운 책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다음주쯤이면 출간 소식을 전할 수 있을 듯합니다. 약간의 맛보기를 곁들여 미리 읽어보실 수 있게 준비했어요. 아래 표지 속 영수증에 새겨진 목록을 보시면 조금 감이 올지도 몰라요. 곧 열리는 두 번째 섭식장애 인식주간을 맞이하여 함께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합니다. 기대 많이 해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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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미리보기, 《야망계급론》

🏕️ 캠퍼


소스타인 베블런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의 사회적 의미를 가장 날카롭게 포착한 사회비평가이자 경제학자입니다. 1800년대 말 베블런이 쓴 《유한계급론》은 물질적 재화와 지위의 관계를 정확히 설명한 결정적인 텍스트로, ‘과시적 소비’를 통해 사회적 구별짓기를 하는 ‘유한계급’을 맹렬히 비판했죠. 인류 역사를 통틀어 과시적 소비는 언제나 있었지만, 베블런의 시대에는 신흥 부르주아가 자신의 압도적 부를 과시하기 위해 터무니없이 낭비적인 소비에 몰두했습니다. 하지만 베블런 시대 이래 사회와 경제가 극적으로 변화했고,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기 위한 새로운 소비 양식이 등장했어요. 산업혁명과 제조업의 발전으로 중간계급이 생겨났고, 물질적 재화의 가격이 감소하면서 과시적 소비는 주류의 행태가 되었습니다.

베블런이 말한 ‘유한계급’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자리를 차지한 새로운 엘리트들은 스스로가 오랜 시간을 일하고 자녀 교육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문화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동시에 능력주의 및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규범을 통한 계급 재생산에 몰두합니다. 물질적 소비보다 정신적 소비로 자신의 지위를 구별짓고자 하는 ‘야망계급’의 출현이죠.

누구나 명품 하나쯤 살 수 있는 시대에 부유층은 오히려 물질주의로부터 벗어나는 새로운 소비 양식을 취하며 자신들을 구분하고 나아가 계급을 재생산하고자 합니다. 이 책의 저자 엘리자베스 커리드핼킷은 이러한 야망계급의 소비문화가 과거 유한계급의 물질적 소비문화보다 사회에 더 유해한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하면서, 그러한 소비문화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생생하고 치밀하게 분석합니다.

지은이 │엘리자베스 커리드핼킷Elizabeth Currid-Halkett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 제임스 어바인 석좌교수이자 공공정책학 교수. 구겐하임 펠로십을 수상한 그의 연구는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이코노미스트》, 《뉴요커》 등 수많은 언론에서 소개되었다. 저서로 《간과된 미국인: 미국 농촌의 회복력은 무엇을 말하는가The Overlooked Americans: The Resilience of Rural America and What It Means For Our Country》(2023), 《스타스트럭: 셀러브리티 산업Starstruck: The Business of Celebrity》(2011), 《워홀 경제: 패션과 미술, 음악은 뉴욕을 어떻게 움직이는가The Warhol Economy: How Fashion, Art, and Music Drive New York City》(2007)가 있다. 현재 남편, 두 아들과 함께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다. 웹사이트


옮긴이 │유강은 

국제 문제 전문 번역가.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피와 땀과 눈물을 쏟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옮긴 책으로 《미국의 반지성주의》, 《우리 시대의 병적 징후들》,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 《능력주의》,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등이 있다.

21세기의 새로운 문화 엘리트, 야망계급

 

대학 졸업장은 사센이나 라이시, 플로리다가 이름 붙인 범주의 성원으로 포함되는 데 분명한 기준은 아니지만 확실히 도움이 되며, 대다수 성원은 실제로 대학 졸업장을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혁신과 지식에 의존하는 경제의 부상은 또한 전문적 숙련에 의존하는 경제이기도 하며, 이런 숙련은 대부분 교육을 통해 얻어진다. 새로운 세계 질서의 최상층으로 올라가는 이동성은 생득권이나 여러 세대에 걸쳐 보유한 자산, 그리고 많은 이에게 유감스럽게도 자신이 일하는 조직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지식의 획득에 좌우된다. 하지만 이 새로운 엘리트들은 단지 경제적 성공만으로 묶이지 않는다. 이들은 금권정치인이 아니며 반드시 경제 피라미드의 꼭대기를 차지하지도 않는다. 교육을 받고 지식을 쌓은 많은 이들은 실제로 노동시장의 부유한 엘리트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이 새로운 계급에게 지식은 경제적 효용과 무관하게 소중하다. 이 집단에 속하는 은행가나 법률가, 엔지니어는 교육과 전문화된 지식 덕분에 세계경제에서 상향 이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좀 더 넓게 보자면 지식을 획득한 이들—예일대에서 문예창작 학위를 받은 이들, 아직 시나리오를 팔지 못한 시나리오작가들, ‘미국을 위한 교육Teach for America’[1989년 프린스턴을 갓 졸업한 웬디 콥이 설립한 비영리 기구. 대졸자와 전문직을 자원 교사로 선발해서 미국 전역으로 보내 저소득층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무상에 가까운 교육을 제공하는 단체다.—옮긴이] 자원 교사들— 또한 새롭게 형성된 문화적·사회적 집단의 성원들이다. 이 새로운 집단은 소득수준이 아니라 문화적 관습과 사회규범으로 하나로 묶인다. 이 새로운 엘리트 문화집단의 성원들을 관통하는 특징은 소득수준보다는 지식 습득과 가치관에 있다. 이들은 더 높은 사회적, 환경적, 문화적 의식을 얻기 위해 지식을 활용한다. 사회적 지위는 지식을 습득하고 계속해서 가치관을 형성하는 과정 자체에서 드러난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이 새로운 집단은 비슷한 지식을 습득하고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며, 이 모든 것을 통해 자신들의 집단적 의식을 구현한다. 문화평론 읽기, 최신 뉴스 따라잡기(특히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유기농 식품 섭취 등은 그들이 경제적 수준과 무관하게 서로 연결되는 다양한 방법 중 몇 가지다. 이런 노력의 이면에는 선의의 목표가 존재한다. 지식과 문화자본은 무엇을 먹을지, 환경을 어떻게 대할지, 어떻게 더 좋은 부모, 더 생산적인 노동자, 더 식견 있는 소비자가 될 수 있을지 등에 관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활용된다.

이 새로운, 지배적인 엘리트 문화집단을 아주 간단하게 야망계급aspirational class이라고 부를 것이다. 이들의 상징적 지위는 간혹 물질적 재화를 통해 드러나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지식과 가치관을 보여주는 문화적 기표들—디너파티에서 신문 칼럼을 놓고 나누는 대화, 정치적 견해와 그린피스 지지를 나타내는 범퍼 스티커, 농민 직거래 시장에서 장보기 등—을 통해 드러난다. 이런 행동과 기표들은 야망계급의 가치관을 함축하고 있으며, 그런 가치관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습득한 지식 또한 넌지시 드러내준다. 오늘날의 야망계급은 커리어에서부터 식품점에서 구입하는 식빵 종류에 이르기까지 온갖 선택을 하고 의견을 형성하는 데서 가치관과 문화적·사회적 의식, 지식 습득을 소중히 여긴다. 이들은 크고 작은 온갖 선택을 할 때마다 자신이 사실에 근거해(유기농 식품, 모유 수유, 전기차 등의 장점에 관해) 올바르고 합당한 결정을 했다고 믿으면서 자신의 결정이 식견 있는 것이며 정당하다고 느끼고 싶어 한다. 요컨대 베블런의 유한계급이나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의 ‘보보스bobos’[보헤미안 부르주아bohemian bourgeois.—옮긴이]와 달리, 이 새로운 엘리트는 경제학적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야망계급은 특정한 가치관과 지식 습득에 기반한 집단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지식을 얻는 데 필요한 희소한 사회적·문화적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중략)

 

야망계급은 스스로 확신하는 가치에 따라 움직이며 정보를 수집하고 견해와 가치관을 형성하는 폭넓은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생활 방식을 능동적으로 선택한다. 이 과정 가운데 일부에는 돈도 필요하지만 대개 돈보다는 문화자본에 의지한다. 이들이 전통적인 물질적 재화와 거리를 두는 건 (보보스처럼) 부를 불편해하기 때문이 아니라, 더 이상 물질적 재화가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뚜렷한 표지가 되지 않으며 문화자본이나 지식을 드러내는 유용한 수단도 아니기 때문이다. 부유한 올리가르히들과 중간계급은 둘 다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지만, 야망계급이 스스로를 남들과 구별하는 지점은 지식을 습득하고 정보를 활용해서 사회와 환경을 의식하는 가치관을 형성하려고 노력하는 데 있다. 야망계급의 소비 중 농민 직거래 시장에서 하나에 2달러짜리 에어룸 토마토heirloom tomato[개량이나 육종, 유전자 변형을 거쳐 획일화된 일반 토마토가 아닌, 토종 종자를 자연수정해서 유기농으로 기르는 토마토.—옮긴이]를 사는 게 상징적으로 그토록 중요한 반면 흰색 레인지로버 자동차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야망계급의 소비는 그 성원들의 삶의 철학과 가치관을 보여주는 표지로 기능한다. 물론 이 새로운 엘리트 문화집단 내부에는 경제적 격차가 존재한다. 야망계급에는 육아도우미, 아이비리그 등록금, 유기농 딸기에 돈을 펑펑 쓰는 부유한 성원들—로펌 변호사 등—도 있지만 실업 상태의 시나리오작가나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을 졸업한 화가 등도 있다. 후자의 성원들은 경제적으로는 간신히 이 세계에 참여할 뿐이지만, 대단찮은 수단을 동원해서 자신도 야망계급의 성원임을 나타낸다. 시나리오작가도 《뉴욕타임스》를 보고, (어쩌면 비합리적으로, 자신의 경제 상황 대비 무리하면서까지) 홀푸드마켓에서 유기농 딸기를 사 먹는다. 그는 문화적 지식을 드러내고 당대의 지적 흐름에 참여한다는 또 다른 표지로 정치적 또는 문학적 문구가 적힌 에코백을 들고 다닌다. 요컨대 이 새로운 문화적·사회적 집단은 성원에게 요구되는 물질적이고 상징적인 표시 때문에 엘리트이지만, 궁극적으로 야망계급의 성원들은 경제적 지위는 부차적인 것으로 둔 채 삶의 모든 측면에서 그들 나름대로 더 나은 인간이 되기를 야망한다.

과시적 소비에서 과시적 생산으로

 

베블런 시대의 지위는 제품 자체로 좌우됐지만, 21세기의 지위는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원산지는 어디인지에 달려 있다. 과시적 소비와 달리, 오늘날 많은 재화는 과시적 생산을 통해 그 지위를 획득한다.

이 특별한 이야기는 카페 인텔리젠시아Intelligentsia에서 시작된다. 1990년대 말 시카고에서 탄생한 인텔리젠시아는 스타벅스 이후 첫 번째 성공 스토리로 손꼽힌다. 스타벅스가 미국 각지에 1만 3000개의 매장을 보유한 것과 달리, 인텔리젠시아는 시카고에 몇 개, 샌프란시스코에 1개, 로스앤젤레스에 2개, 그리고 맨해튼 첼시의 하이라인 근처에 새로 문을 연 지점 1개까지 9개가 전부다. 인텔리젠시아에서 일하는 사람과 이야기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하는 중요한 점은 소비자가 커피 한 잔에 5달러를 쓰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스타벅스와 이곳은 공통점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스타벅스가 캐러멜 시럽 한 펌프와 한두 컵의 우유를 추가하는 식으로 돈값을 한다고 느끼게 하면서 사실상 액상 디저트를 판매했다면, 인텔리젠시아는 유제품이나 시럽이 추가되지 않은 평범한 커피 한 잔에 같은 돈을 쓰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실버레이크 지점이 있는 블록에 줄을 선 사람들은 주로 세계 각지에서 온 원두로 천천히 내리는 오묘한 맛의 커피를 마시기 위해 그렇게 한다. 이들은 카푸치노나 한 잔에 510킬로칼로리나 되는 퇴폐적인 펌킨 스파이스 라떼를 마시려는 게 아니다. 선셋 대로에 자리한 인텔리젠시아에서 이런 음료를 주문한다면 당장에 비웃음을 살 것이다. 스타벅스가 대중에게 사치품을 선사하는 것으로 성공했다면, 인텔리젠시아는 희소성을 내세우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성공을 이뤘다.

 

(중략)

 

스페셜티 커피의 부상은 본질적으로 과시적 생산의 부상이며, 이는 커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마트, 의류 부티크[고급 의류를 소량 선별해서 판매하는 소규모 매장.—옮긴이], 농민 직거래 시장, 레스토랑 등에서도 볼 수 있다. 과시적 생산으로 만들어진 재화는 야망계급 소비의 핵심 영역이다. 야망계급이 볼 때 우리는 우리가 먹고 마시고 소비하는 것 그 자체이며, 이 때문에 일부 재화의 불투명한 생산과정은 매 단계에서 투명성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 투명성은 단지 더 많은 문화적 가치를 더하는 게 아니다—투명성 자체가 가치다. 우리는 농민 직거래 시장에서 더 작고 못생긴 사과를 사 먹는다. 직접 농부를 만났고, 그가 과일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뿌리지 않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리넨 셔츠에 3배 많은 값을 치른다. 이 셔츠를 파는 가게 주인이 직접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 어딘가에 있는 작은 가게로 출장을 가서 재단사(그리고 그의 자녀)를 만나고 가져온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레틴A 크림 대신 유기농 코코넛 오일을 듬뿍 바르며, 식당 앞 투박한 입간판에 분필로 원산지 목장을 적어놓은 레스토랑에서 20달러나 하는 맥앤치즈를 사 먹는다.

 

(중략)

 

새롭게 구성되는 경제 문화 시스템에서 과시적 지위 표지의 핵심은 소비가 아닌 생산에 있다. 이것이 바로 할리우드의 성공한 시나리오작가와 실업자 힙스터를 같은 카페에서 보게 되는 이유다. 수백 년간 정반대에서 대립한 끝에 마침내 야망계급으로 한데 뭉친 이 두 집단은 똑같은 물건을 원하고 높이 평가한다. 21세기에 과시적 생산이 등장한 데는 세 가지 중요한 요인이 있다. 세계화에 대한 반발, 정보의 홍수 속에서 투명한 정보에 대한 선호, 탈희소성 포스트모던 사회와 그것이 추구하는 가치의 결과로서 이런 일들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사치가 그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식료품을 사는 곳과 자주 가는 레스토랑, 입는 옷, 심지어 치약에서도 이런 변화를 목격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자본가와 프롤레타리아를 갈라놓았던 자본주의는 이제 물구나무를 서고 있다.

이것도 제 삶입니다: 두 번째 섭식장애 인식주간 인식적 정의
모래

두 번째 섭식장애 인식주간이 곧 시작됩니다. 이것도 제 삶입니다》의 저자 박채영 선생님도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인식주간에 참여하시는데요.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님(인제대 섭식장애정신건강연구소)과 《삼키기 연습》의 저자 박지니 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비영리단체인 잠수함토끼콜렉티브가 공동으로 개최한다고 해요. 바로 내일인 2월 28일부터 3월 5일까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3층에서 열립니다. 

이번 섭식장애 인식주간의 아젠다 ‘인식적 정의’는 어떤 뜻을 담고 있을까요? 섭식장애 당사자를 오직 ‘피해자’ 혹은 ‘환자’ 정체성에 가두는 게으른 오해가 가진 영향력에 대항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겠다는 선언이 담겼어요. 박지니 선생님은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밝힌 바를 옮겨봅니다. 철학자 미란다 프리커가 이론화한 ‘인식적 부정의’란, 어떤 상황에서 약자의 위치에 놓인 이들의 말이 전혀 신뢰받지 못하거나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음으로써 폭증되는 부당함을 가리킨다. 우리가 굳이 ‘부정의’ 대신 ‘정의’라는 단어를 써서 섭식장애 인식주간의 아젠다로 삼은 이유가 있다. 우리가 ‘피해자’의 위치에서 발언할 것이라고 예상할 게으른 사람들의 시선, 그걸 가뿐히 뛰어넘어 전혀 다른 국면에서 우리가 우리의 이야기를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행사 순서

Session #1. 섭식장애 경험 당사자 토크-전복적 재구성 (2월 28일 수요일 저녁 7시)

Panel : 박채영, 이진솔, 김윤아, 이선민, 이은아, 곽예인, 양석영 / Moderator : 박지니

Session #2. 섭식장애 경험 당사자 가족들의 이야기-그러나 삶은 계속되고 (2월 29일 목요일 저녁 7시)

Panel : 박상옥, 박영희, 임지혜 / Moderator : 남지영, 박지니

Session #3. 사용자 주도의 디지털 헬스케어- Patients Know Best (3월 1일 금요일 저녁 7시)

Presenter : 최은경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건강 정보학 연구자. 메릴랜드 대학교 교수) / Moderator : 박지니

Session #4. 섭식장애와 의료시스템-치료를 받으라고 하지만 어디서 누구에게? (3월 2일 토요일 저녁 7시)

Panel : 김새롬, 김현아, 안주란 / Moderator : 박지니

Session #5. 바바라+박채영의 일요 콘서트-눈속임 지도 없이 떠나는 여행 (3월 3일 일요일 저녁 7시)

Performer : 바바라 + 박채영

Session #6. 질병서사를 넘어서-신자유주의 시대 ‘자기이론(autotheory)’의 실천가들

(3월 4일 월요일 저녁 7시) Presenter : 리타 (이연숙) / Moderator : 박지니

Session #7. 정희진의 공부 (3월 5일 화요일 저녁 7시) Lecturer : 정희진

*3월 1일, 2일 세션은 오프라인 세션으로만 진행, 나머지 세션은 온라인으로도 동시에 진행한다고 하니 많은 관심과 참여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섭식장애 인식주간 신청 페이지 소개 글 마지막 문장을 옮기며, 아래에서 우리가 함께 읽으면 좋을 ‘여성의 몸에 관하여 말하는 도서’를 소개해볼게요. 

“우리가 불행히도 있을 수 있었던 위치에서 우리가 다행히도 볼 수 있었던 전망을 계속 아파하고, 고민하고, 그에 질문을 던지는 데 있을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고 믿습니다.”

❝ 섭식장애, 그리고 여성의 몸에 관하여

에리카 L. 존슨 퍼트리샤 모런 엮음
손희정, 김하현 옮김

저 역시 오래간 수치심이 주는 영향력에 자주 고개를 수그리던 사람인지라 이와 어떻게 멀어질 수 있을지 골몰하던 날이 많았어요. 그러던 중 만난 책이었죠. 수치심이 작동하는 장소는 어디일까요?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면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빨리 뛰고,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릅니다. 이렇듯 수치의 감각 순환은 몸을 통과하며 이루어집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더 잦은 순간, 강도 높은 수치심을 느낀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는데요. 이는 여성의 몸이 남성의 몸보다 더욱 복잡한 사회문화적 의미 양식에 둘러싸여 있는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수치심은 다른 감정보다 훨씬 관계 또는 사회문화적인 문제와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죠. 이 책은 여성에게만 다분히, 예외적으로 지워지는 정치적, 문화적인 이데올로기의 무게를 끈질기게 추적하고, 이를 통해 수치심이 젠더화된 정동이라는 관점에 천착해 전개됩니다. 정동 이론과 수치심 연구의 대표 학자들, 페미니즘 및 문화 이론가들의 텍스트 분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히 12, 13장에서 주요하게 여성의 몸을 둘러싼 모욕, 수치, 낙인, 폭력과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어요. 
에바 메이어르 지음, 김정은 옮김

자신이 겪었던 우울증에 대한 기록. 동시에 예술, 철학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우울증을 이해하고자 다방면으로 몰두했던 기록을 담은 책입니다. 더욱더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여성은 우선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는 단계를 밟다가 마침내 자기 이해라는 곳에 도달하기도 하고요. 저자 에바 메이어르는 우울증의 한 증상으로 섭식장애를 겪기도 해요. ‘완치' 서사가 아닌 저자 자신이 겪은 우울증에 관한 탐구를 담고 있는데요. 그런 지점에서 《이것도 제 삶입니다》와 궤를 같이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병이 삶을 잠식할 때에도 그것을 이해하려 들고, 그조차 자기 삶의 양식으로 받아들이며 병을 ‘제거’하려는 노력보다 그에 ‘대처’하는 자신만의 방안을 고안해내죠. 흔히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속에는 공백만이 존재한다는 착각을 보기 좋게 허물어주는 이야기입니다. 
한서설아 지음

체중 조절, 몸매 관리 등을 성공한 사람들을 치켜세우는 문화는 이러한 다이어트가 자기 관리의 영역으로 여겨지기 때문일 텐데요. 다이어트에 관련된 게시물을 검색하면 '갓생'과 같은 말이 많이 보여요. 이는 성공의 측면을 함의하고 있는 것이겠죠. 개인이 선택하고 실행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바로 그 때문에 더욱 추앙받는 다이어트가 사실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강제된 규율이라는 것에 관해 분석한 책입니다. 저자는 페미니스트가 된 이후에도 외모에 대한 강박을 놓지 못한 자신의 모습과 페미니스트 정체성 사이에서 분열을 겪었는데, 이 혼란의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이자 페미니스트인 저 역시 깊이 공감할 수 있었어요. 여성의 자리에서 욕망할 수 있는 '성공'과 '인정'의 측면에서 다이어트를 분석하고, 다이어트가 산업과 결합하어 어떤 파문을 일으키는지,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정확하게 간파한 여자들이 어떤 도전을 해왔는지 서술합니다. 
오브리 고든 지음, 장한라 옮김

"뚱뚱한 사람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뚱뚱한 사람을 향해 이야기하는 일은 많지만, 뚱뚱한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 나와 같은 몸과 경험은 그저 우리 자신의 것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별로 없다."(13~14p)
언제나 희화화와 조롱, 농담의 대상이 되고 마는 '뚱뚱한 몸'에 관해 말하는 책입니다. 뚱뚱하다고 여겨지는 몸에 찍히는 낙인은 '게으르다', '미련하다', '노력하지 않는다'와 같은 성질의 편견과 연결된다는 점이 더욱 문제적인데요. 위에 인용한 문장에 드러난 것처럼 사람들은 좀체 뚱뚱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이 책은 '모든 존재는 어떤 모습으로든 존엄하게 살 권리가 있다'라는 주장이 기본적인 토대가 되긴 하지만 그뿐 아니라 뚱뚱한 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다이어트 산업, 공중보건 캠페인, 대중문화 등의 구조적·제도적 문제를 짚어내거나 체형에 관해 우리가 가진 생각들이 과학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요목조목 꼬집어 비판하기도 합니다. 
해들리 프리먼 지음, 정지인 옮김

거식증 당사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그 반씩의 정체성을 합해 촘촘히 써내려간 회고록. 그렇기에 핍진하게 쓰인 기록임과 동시에 매우 객관적이고 세밀하게 직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에요. 거식증 당사자들이 대체로 가지는 성향 중 하나는 '완벽주의'인데요. 책에는 이러한 강박 속에서 여성들이 마주하는 감정이 잘 표현되어 있어요. 음식을 먹고 소화하는 일이 단순 허기를 달래고, 몸을 보양하고, 신체를 유지하는 일 외에 외부가 정한 규칙에 대한 선택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는 '먹기만 하면 치유되는 병'이라는 왜곡된 생각을 불러들이게 됩니다.
저자는 거식증의 '원인'과 '촉발 계기'를 구분하고, 발병의 사회적인 요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해요. 거식증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이러한 당사자들의 발화를 적극 수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자 프리먼 역시 함께 입원했던 환자들의 인터뷰를 교차 수록해 이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거식증이 사실은 음식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온몸으로 말하려는 시도라는 것을, 성애화에 대한 공포이자 여성성에 대한 공포라는 것, 슬픔과 분노에 관한 것이자 자신은 완벽할 것으로 기대되는 존재이므로 슬퍼하거나 분노하는 일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믿음에 관한 것임을 그리고 세상에 의해 완전히 압도된 느낌이 들고 그래서 이해하기 쉬운 단 하나의 규칙(‘먹지 마’)만을 갖춘 새롭고 더 작은 세상을 만들어내려는 일이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21p)
🌹채널예스에서 여성의 날을 맞아 특집 기획 북토크를 진행합니다.🌹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의 저자 이소진 선생님의 온라인 세미나가 열려요.
온라인/무료로 진행되는 행사이니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가족, 돌봄, 노동,
여성의 생애 전반으로 확장된 위험
청년 여성들의 현재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저자 이소진 연구자와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을 편집한 한의영 편집자가 함께 책 기획 및 여성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을 인상 깊게 읽은 독자라면, 청년 여성 자살에 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계신 분이라면 이번 북토크에 꼭 참여해주세요!

📍일시: 2024년 3월 8일(금) 오후 7시 30분
📍장소: ZOOM 온라인 세미나(참가자께 당일 링크를 보내드립니다.)
📍출연: 이소진 연구자, 오월의봄 한의영 편집자
📍참가비: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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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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