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생각하는 자녀의 장래희망

곧 개학이죠. 아이 학교 서류 준비하시면서 매년 마주하는 그 항목.

"부모가 생각하는 자녀의 장래희망"

저는 매번 이 칸 앞에서 멈칫하게 돼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이 항목에  '모름' 이라고 썼고,

아이가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한 이후로는 '작가' 아이 뜻에 따라서 라고 썼습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궁금하지 않았어요.

이상하게 들리시나요?

요즘 아이들이 저한테 직접 보내오는 메시지들이 있어요.

혜린이 인스타 계정으로 오는 DM들인데요, 읽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져요.


"꿈을 정하지 못해서 너무 불안해요. 친구들은 다 있는데 저만 없어요."

"부모님이 하라고 해서 정했는데, 사실 저는 하기 싫어요."

"제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부모님이 반대하세요."


이 불안은 대체 어디서 온 걸까요?

왜 이렇게 어린 아이들이 직업을 정하지 못해서 불안해하고 있을까요?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해요.

장래희망을 왜 부모한테 물어볼까요?

아이가 커서 할 일을 왜 지금 정해야 할까요?


정작 우리 어른들은요? 대학 때 전공한 일 지금 하고 계세요?

저만 해도 20대에 했던 일, 30대에 했던 일, 지금 하는 일. 다 달라요.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한테는 지금 정하라고 하죠.

"꿈이 없으니까 일단 공부부터 하라"고요.

정말 그럴까요?

제가 13년간 단 한 번도 물어보지 않은 질문

"혜린아, 너 뭐 될 거야?"

"나중에 뭐 하고 싶어?"

13년간 단 한 번도 물어본 적 없어요.


왜냐하면요, 솔직히 궁금하지 않았어요. 냉정하게 들리시나요?

정확히 말하면 이거예요.

제 역할은 이 아이를 열심히 키우는 것.

최선을 다해서, 건강하게, 똑똑하게, 행복하게.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 다음은요? 그건 혜린이 몫이에요.

혜린이가 20대가 됐을 때, 30대가 됐을 때,

그때 무엇을 하며 살지는 혜린이가 선택할 일이에요.

저는 아이의 직업을 정해주는 대신, 매일매일 했던 것들이 있어요.


책을 읽혔어요.

다양한 세계를, 다양한 사람을, 다양한 생각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아, 이런 삶도 있구나. 이런 선택도 가능하구나"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글을 쓰게 했어요.

책을 읽고 난 후,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연습을 시켰어요.

글을 쓴다는 건 자기 생각을 들여다보는 시간이거든요.

내가 왜 이렇게 느꼈을까?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에요.


질문을 던졌어요. "너는 어떻게 생각해?" "왜 그렇게 생각했어?"

정답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 하는 거죠.

목표는 하나였어요. 생각하는 힘을 가진 아이.

직업은 몰라도, 생각하는 법은 알았으면 좋겠다고.

나는 누구인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어요.

2026년,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

AI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코딩을 하고, 영상을 만들어요.

불과 2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요.

10년 뒤엔 어떤 직업이 남아있을까요?

우리 아이들이 20대가 됐을 때, 그때 필요한 직업이 지금 존재할까요?

아마 대부분은 아직 생기지도 않은 직업일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지금 13살 아이한테 직업을 정하라고 해요.

더 중요한 건요, 요즘 아이들은 달라요.

동기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아요.

왜냐하면 주변에 재미있는 게 너무 많거든요.

"일단 공부부터 해"라고 하면요? 아이들은 생각해요.

"왜요? 무엇을 위해서요?" 그 질문에 "나중을 위해서"라는 막연한 대답 말고,

명확하게 답해줄 수 있나요?


책 읽히고, 생각 나누고, 선택하게 하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다시 일어서는 법을 보여주고.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시간을 주는 거요.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이런 질문들을 던질 수 있는 시간.

그게 지금 아이들한테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요?

꿈은 바뀌어도 괜찮아요.

인생은 한 번의 선택으로 결정되지 않으니까요.

중요한 건 그때그때 자기 길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에요.


혹아이에게 이렇게 물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너 뭐 되고 싶어?" 대신,

"요즘 뭐가 제일 재미있어?" "오늘은 뭘 배웠어?" "어떤 생각 했어?"

그리고 혹시 아이가 "친구들은 다 꿈이 있는데 나만 없어요"라고 한다면,

"괜찮아. 지금 몰라도 돼. 대신 우리 매일매일 재미있는 거 찾아보자.

네가 좋아하는 거, 잘하는 거. 그러다 보면 네가 하고 싶은 거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을 거야."


장래희망 항목은 비워둬도 괜찮아요.

대신 우리가 매일 채워야 할 건, 아이의 생각, 아이의 경험, 아이의 선택.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왜냐하면 우리 아이들이 20대가 됐을 때,

그때 필요한 건 "초등학교 때 정한 직업"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일 테니까요.

그 힘만 있다면, 아이는 자기 길을 찾을 거예요.


따뜻한 설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쿨한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