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호의 입대로 시작한 디피들의 이야기는 호열의 전역으로 끝이 납니다. 다시 말해 준호의 입대로 둘이 되어 <D.P.>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디피들은, 호열이 전역을 함에 따라 <D.P.>를 이어갈 수 없게 됩니다. 저는 그 정도로 <D.P.>에서 호열이라는 캐릭터의 비중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가 준호 한 사람의 성장담이라기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D.P.> 7~12화에는 1~6화에서 스치듯 지나간 짧은 인연들이 ‘특별 출연’하는 순간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특별 출연’은 다른 드라마들의 ‘특별 출연’과는 조금 다른 인상을 줍니다. 보통 까메오나 우정 출연, 특별 출연 등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영화의 주요 서사와는 큰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요. <D.P.>의 특별 출연자들 같은 경우는 계속해서 디피들의 현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마치 주요 인물인 것처럼 말입니다. 말하자면 그들은 ‘특별 출연’이지만 ‘특별 출연’이 아니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그러기에 오히려, 아이러니하게도, 특별하게 느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제 인생에 ‘특별 출연’한 사람들을 떠올려 보게 되었습니다. 한때 내 인생 메인 줄거리의 주요 인물이었던 '특별한 사람’이었으나, 이젠 완전히 다른 삶을 살며 가끔 깜짝 카톡이나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는 방식으로 내 인생에 ‘특별 출연’하고 있는 사람들을요. “또 봐!”하고 헤어졌지만, 그 이후 다시는 보지 못한. 그때 “또 봐!”라고 말한 그 사람의 진심을 알기에, 그 이후 한 번도 먼저 보자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밉지는 않은 사람들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