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마음살림편지 “가을의 시작, 누렇게 벼가 한창 익어갈 무렵” 마음살림편지 2020년 8월 7일 입추무렵 이즈음 풍경 입추 유감有感 여류如流 (이병철 마음살림연구위원회 자문위원) ‘입추立秋, 여름 속에서 가을이 시작되는 날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한여름이 익어가는 가운데서도 계절은 이미 다른 절기로 바뀌어 가고 있다. 천지 운행의 기운이 한 절기로 옮겨가는 오늘 같은 날은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한 생을 정리하기에 좋다. 태어남으로 생을 얻은 자들은 돌아감으로써 그 삶을 마감해야 한다. 무릇 모든 것이 변하고 영원한 것은 없다. 지나온 삶이 어떤 것이었든지 간에 이제는 돌아갈 것을 생각해야 한다.’ 25년 전, 그해 입추에 내가 유서로 쓴 ‘한 인연을 정리하면서’의 일부다. 아직 사십 대를 다 넘지 않은 나이에 이런 유서를 쓰게 된 것은, 미친 듯이 내닫기만 하는 우리 삶과 세태를 잠시나마 멈춰서서 되돌아보기 위해 유서 쓰기 사회운동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죽음이 이번 생을 정리하는 마지막 자리라면 유서 쓰기는 이제까지 살아온 삶을 중간에 한 번 정리해 볼 좋은 기회가 되리라 싶었다. 한 때 입춘제를 지내듯 입추제를 지낸 적이 있다. 가을, 갈무리의 계절을 위한 준비인 셈이다. 인생을 계절의 사계와 견줄 수 있다면 지금은 지나온 삶의 여정을 되돌아볼 때다. 돌아봄을 통해 앞으로 걸어갈 남은 길도 바르게 내다볼 수 있을 것이다. 전환이 시대의 절박한 화두가 되었다. 이제 막다른 한계까지 내몰린 상황이다. 지금 이대로가 더 가능하지 않다면 새로운 길, 그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전환의 세상, 그 사회와 문명은 전환의 삶을 사는 이들에게 달려있다. 전환의 삶 없이는 전환의 사회와 문명 또한 없다. 전환의 길이 살아남는 길이고 함께 사는 길임을 생각하며 그 길을 준비하고 열어가는 이들을 생각한다. 전환의 삶을 어떻게 이루어갈 것인가. 그 출발은 이제껏 우리가 살아왔던 지난 삶을 다시 돌아보면서 시작되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늘 반복되는 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입추는 전환의 길에서 지난 삶을 돌아보고 다가올 시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성찰하기에 적절한 때다. 유서를 쓰던 그 때로부터 25년이 지나 입추를 맞이하면서 내게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다시 묻는다. 입추. 새로운 여정을 시작 하기 좋은 때다. 이즈음 절기이야기 흐르는 물에 허물을 씻으며… 학산鶴山 (이정훈 마음살림연구위원) 하지(夏至)부터 하늘은 가을의 시(時)로 운행을 하고 이제 땅이 하늘을 좆아 가을의 시절(時節)을 이루어 가는 입추(立秋)입니다. 가을의 본 말은 “갈”입니다.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갈바람’ 이라고 하듯이 동쪽에서 떠오른 해가 서쪽으로 지는 것처럼 근본(根本)으로 돌아가는 것을 나타낸 말입니다. 땅은 근본으로 돌아가는 첫걸음을 내딛었지만 아직 사람과 땅 위 생명에게는 녀름의 시절이니 앞으로 한 달 하고도 보름을 더 가야 돌아가는 “가을”의 한 복판에 서게 될 것입니다. 갈비뼈를 타고 오르는 하늘과 땅의 기운도 셋째 갈비뼈에서 넷째 갈비뼈로 오르면서(여성은 왼쪽, 남성은 바른쪽) 제 몸에 하늘과 땅의 생명을 갈무리하고 녀름 동안 열려진 열매들은 햇살이 피워낸 바람이 실어 나른 비구름과 햇빛과 별빛들로 천지(天地)를 갈무리해 가는 시절입니다. 녀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시절(時節) 행사의 하나로 유두절(流頭節)이 있습니다. 고려 명종(明宗) 때 학자 김극기(金克己)는 “경주의 옛 풍속에 6월 보름날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아 불길한 것들을 씻어 버리고 그 자리에서 계제(禊祭), 즉 재앙을 물리치는 제를 지내고 술을 마시는데, 이것을 유두잔치(流頭宴)라고 한다.”라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로 미루어 유두절(流頭節)의 기원이 상당히 오래되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원래 유두절에는 보리, 밀, 수박, 참외 등 새로 수확한 곡물과 과일로 제수를 마련하여 천지와 조상에게 올리는 ‘차례(祭祀)’를 같이 했지만 조선 후기에 들어 사라져 버렸고 ‘물맞이’라고 해서 계곡이나 폭포에 가서 온몸에 물을 맞으면서 하루를 보내는 풍속(風俗)으로만 남았습니다. '물맞이'는 삼월 삼짇날과 유월 보름에 자기의 허물을 돌아보고 참회하여 씻어낸다는 의미로 행하던 우리 겨레의 모심(侍天) 문화이며 한자로는 “계불(禊祓)” 또는 “불계(祓禊)”라고 하였습니다. “계(禊)”라는 글자는 ‘액운(厄運)과 재앙(災殃)을 떨치기 위해 물가에서 지내는 제사’라는 뜻이고 “불(祓)”이라는 글자는 ‘부정(不淨)을 씻어서 깨끗하게 한다’라는 뜻입니다. “계불(禊祓)”의 의식에서 말하는 부정과 재앙은 우리가 목숨을 이어 가기 위해 부득이하게 취해온 모든 생명의 희생(犧牲)을 말하는 것이며 그 희생을 기리며 헛되이 하지 않고 마침내 '하늘 된 사람(體天)'이 되기로 맹세하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실천방법이 그 시절(時節)에 부합(符合)된 ‘물맞이’, 물을 이용한 기름(養天)의 방법이었습니다. 동쪽으로 흐르는 물이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지형이 동고서저형(東高西低型)인데 역행(逆行)하는 서출동류(西出東流)하는 물이 지니고 있는 올림의 기운(生氣)를 이용하기 위함이며, 떨어지는 폭포의 물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은 하늘과 땅의 모심의 통로를 열어서 사람의 자리인 가슴에 하늘과 땅을 열매 맺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러한 모심의 문화는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유감스럽게도 원래의 뜻은 잊혀지고 한갓 피서(避暑)의 속절(俗節)이 되어버렸고 이제는 그마저도 기억하는 이가 없는 시절(時節)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녀름의 끝자락 동쪽으로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저 하나의 삶을 위해 도둑질한 뭇 생명들을 생각하며 태산과 같은 밥상의 무게를 눈물로 새겨봅니다. 그리고 하늘과 땅을 좆아 돌아 갈 살림살이의 가을길을 더듬어 봅니다. 이즈음 살림행공 - 반천무지 이즈음 먹거리 - 고추장과 메밀 여름은 외부의 무더위로 인해 몸의 체열(體熱)은 피부로 몰리고 상대적으로 내부(內部)는 냉(冷)하게 되며 이러한 상태가 오래되면 소위 ‘더위먹은 것’이 됩니다. 더위를 먹는다는 것은 내부가 냉(冷)해져 있는데 외부(外部)의 더위로 인해 차가운 음료나 음식을 과하게 먹어서 내부장기의 대사(代謝)가 떨어진 것인데 이럴 때 입맛도 없고 소화도 되지 않고 두뇌작용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요즘은 냉방기기 때문에 좀더 심각해지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고추장이 듬뿍 들어간 음식이 가장 좋습니다. 고추장의 매운맛은 소화기관의 운동을 활발하게 하여 냉기를 몰아내고, 짠맛은 땀으로 소모된 미네랄을 보충해 주며, 단맛은 입맛을 돌아오게 합니다. 메밀은 물의 옛말인 ‘머’와 ‘밀’이 합쳐진 말로서 원래 물의 신(水神)에게 제를 드릴 때 쓰여지던 제물(묵)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우는 허열(虛熱)을 다스리고 독(毒)을 다스려주는 작용을 하여 메밀과 만나면 이상적인 정화(淨化)와 해독(解毒)식품이 됩니다. - 순메밀 비빔국수 한살림연합 식생활센터 절기식문화연구분과 자료제공 재료 : 제주순메밀국수 1봉(500g), 삶은 닭가슴살 200g, 사과 1개, 참외 1개, 깻잎 10장, 치커리 10장, 적양배추 1/4개 [삶은 닭가슴살 양념] : 고춧가루 1큰술, 다진마늘 1작은술, 진간장 1/2큰술, 참기름 1큰술, 후추 약간, 닭육수 2큰술 [비빔국수 양념] : 고추장 5큰술, 고춧가루 2큰술, 매실청 2큰술, 조청 3큰술, 다진마늘 2큰술, 참기름 2큰술, 간장 3큰술, 식초 3큰술, 볶은참깨 2큰술 만드는 법: 4인분 1. 닭가슴살은 양파, 마늘, 파 등을 넣고 삶아 가늘게 찢은 뒤 닭양념에 버무려 재워두고 육수는 식혀둔다. 2. 막국수 양념을 만들어 차게 해둔다. 3. 치커리는 손으로 잘게 자르고 깻잎, 참외, 사과, 적양배추는 채 썰어 준비한다. 4. 국수는 끓는 물에 삶은 뒤 얼음물에 헹궈둔다. 5. 그릇에 국수를 담고 채 썬 채소, 과일, 버무려 둔 닭살을 얹은 뒤 양념장을 부어 낸다. (단맛과 짠맛은 기호에 따라 가감합니다) 이즈음 마음살림 소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