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s; 불안의 시대에서 프리랜서로 살아남기

불안의 시대에서 프리랜서로 살아남기

〈프리낫프리〉 이다혜 편집장

프리랜서를 위한 매거진, 〈프리낫프리〉의 이다혜 편집장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프리랜서를 정의해 나간다. 프리랜서란, 사실 경험으로밖에 정의될 수 없는 수수께끼의 존재다. 프리랜서라는 이름에도 ‘자유’가 들어가지만, 사실 그들에게 자유는 가깝고도 멀다. 오늘 일어날 시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는 있지만, 클라이언트의 피드백 시간은 그의 손에 맡겨져 있다. 노동을 보호해 줘야 하는 제도들은 자유라는 이름 아래 그들을 불안의 시대로 내몬다. 미래의 노동은 프리랜서로 가득할지 모른다. 우리는 그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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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프리랜서로 일해왔다. 왜 프리랜서의 삶을 택했나?

‘프리랜서로 일해야지’ 하는 마음을 먹었다기보다는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건강상의 이유도 있었고, 번아웃도 왔었다. 퇴사한 이후에 다시 입사할지 고민하던 찰나에 일이 들어왔다. 일을 맡아 하다 보니 밖에서도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 그렇게 어영부영 프리랜서가 됐다.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감정은 또 다른 문제다. 불안하지는 않았나?

물론 불안했다.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불안한 상태다. 프리랜서도, 직장인도 모두 불안하기는 매한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그 불안의 종류가 조금 다르다. 직장에서의 불안은 당장의 생계, 돈에 대한 불안보다는 ‘이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게 맞나’하는 식이다. 프리랜서는 당장 돈을 버는 문제가 걸려 있는, 조금 더 실존적인 불안이다. (웃음) 대신에 그런 안도감은 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나의 경력과 포트폴리오로 쌓인다는 것. 직장 생활에 비해 프리랜서 생활이 좋은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나의 경력과 포트폴리오를 쌓기 위해서는 성장과 계발이 전제돼야 한다. 프리랜서에게 성장과 계발은 어떤 의미인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표현하고 싶다. 어떤 직업군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면 올해는 약간 편안하게 지내자는 결심도 가능하다. 프리랜서는 당장 성장하거나 나의 능력을 계발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성장과 계발은 프리랜서의 일에서 아주 기본적인 구성 요소다. 올해는 내가 어떻게 돈을 벌까, 나의 능력을 어떻게 팔까를 고민하고, 또 시도해야 한다. 물론 그 시도 안에서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프리랜서로서 첫발을 뗄 때 가장 추천하는 경로가 있다면 무엇인가.

나의 경우에는 같이 일했던 사람들에게 프리랜서를 한다고 소문을 내고 다녔다. 매주 일했던 동료나 전 회사 대표, 클라이언트 담당자를 한 명씩 만났다. 알음알음 아는 사람들이 일을 맡겨 줘서 그걸로 4~5년은 먹고 살았던 것 같다. 일할 때 만나 뒀던 인연이 큰 도움이 됐다.

처음부터 프리랜서로 뛰어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겠다.

아무래도 일을 구할 때 조금 더 부침이 있을 수 있다. 또, 회사생활이라는 게 그렇다. 어깨너머로 배우는 게 크지 않나. 사수가 메일을 보내는 형식이라든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같은 것 말이다. 회사에서는 직접 경험하며 배워 나갈 수 있는데, 프리랜서는 그런 소프트 스킬에서 매끄럽지 않은 순간들이 올 수 있다. 사실 프리랜서 중에는 처음부터 프리랜서를 해야만 하는 직군들이 있다. 이런 직군들이 소프트 스킬을 잘 배워 나갈 수 있는 창구와 기회도 필요하다.

프리랜서를 위한 매거진 〈프리낫프리〉를 만들고 있다. 〈프리낫프리〉가 필요하다고 느낀 계기나 순간이 있었나?

당시 복합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 내가 과연 프리랜서인지, 그냥 아르바이트생인지에 대한 생각에 휩싸여 있었고, 나 자신이 너무 대체 가능한 인력이라는 생각에 자존감도 많이 낮아졌다. 게다가 돈을 떼였었다. 260만 원 정도의 미수금이 발생했는데 그 미수금을 받아줄 수 있는 도움 창구가 아무 데도 없더라. 고용노동부에 들어가서 샅샅이 찾아봤는데도 나오지 않았다. 프리랜서는 노동자보다는 사용자에 가깝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었다. 그때 쯤 되니까 ‘나만 이런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다른 프리랜서들은 일에서 어떤 경험을 해나가고 있는지, 또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하는지 등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프리랜서라는 존재가 누구인지를 본격적으로 탐구해야겠다는 결심에서 〈프리낫프리〉를 만들었다.

〈프리낫프리〉 1호 표지 ©프리낫프리

〈프리낫프리〉를 포함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이 활동들이 프리랜서에게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2019년에 2호를 배포하면서 계약에 관한 기본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포스터를 만들어 배포한 적이 있다. 당시 ‘너무 필요했던 정보였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2호가 나올 때는 프리랜서 송년회를 열었었다. 회식을 좋아하는데, 프리랜서는 회식이 없지 않나. 40명 정도 모여서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으레 프리랜서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할 것이라는 오해가 있는데, 프리랜서들도 연결되고 싶다. 느슨한 연결감을 만들어 준다는 측면에서 〈프리낫프리〉에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것 같다.

〈프리낫프리〉를 만들면서 다양한 프리랜서를 만났다. 가장 크게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진짜 이 사람들, 자기 일을 사랑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웃음) 누구보다 자기 일을 잘하고 싶어 하는, 과몰입해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존경심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움도 느꼈다. 과연 세상이 그만큼의 마음을 알아주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프리랜서는 ‘프리’와 ‘낫프리’ 중, 어느 쪽에 더 가깝다고 보나?

아직은 ‘낫프리’에 가까운 것 같다. 프리랜서가 가진 진정한 자유는 계약밖에 없다. 이 계약의 자유도 프리랜서가 아닌, 고용하는 사람이 가진 자유다. 사실 일이 들어온다고 이 일을 할지, 말지 고민하지 않는다. 거절하면 그다음부터는 그곳에서 일이 안 들어오기 때문이다. 비수기에 먹고 살려면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니, 사실상 자유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프리랜서가 가진 장점 중 하나는 출퇴근 시간을 내가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하는 공간도 자유도가 높다.

프리랜서에게 주어진 ‘프리함’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시간 관리를 더욱 주체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과거에는 사실 퇴근을 제대로 못 했다. 물리적으로 퇴근을 해도 머릿속에는 계속 일 생각밖에 없었다. 시간 관리를 못 할 때는 눈 뜨자마자 일하고, 자정이 넘으면 위가 아파서 자는 일상이 반복됐다. 번아웃이 심하게 오더라. 그래서 출근 시간을 정하고 루틴을 설정했다. 아홉 시 출근, 다섯 시 퇴근을 철저하게 지키려 하고 있다. 프리랜서로 일할 때는 나 자신의 의지가 정말 중요하다. 나의 생활을 정돈하지 못하면 굉장히 빨리 무너질 수도,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의 프리랜서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을 꼽으라면 기본적인 자기 관리라고 할 수 있다. 프리랜서는 사업가와 달리, 자신의 자본이 돈을 벌어다 주는 구조가 아니다. 결국 일을 해야 돈을 벌 수 있으니 신체 건강, 정신 건강 관리에 힘을 들여야 한다.

프리랜서 워크숍 ©프리낫프리

미래에는 프리랜서라는 노동 형태가 더욱 보편화할 것이라 보나?

이미 프리랜서는 많아지고 있다. 일단 긱이코노미가 확산했다. 프리랜서를 비롯한 플랫폼 노동자 등 비정형 노동자가 너무 많아졌다. 또 최근에는 기업 담당자와 새로운 세대 사이의 동상이몽도 심해졌다. 최근 MZ세대가 입사해서 1년 이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뉴스가 뜨더라. 사실 신입사원을 회사에서 훈련해서 제대로 구실을 하기까지 들어가는 돈이 6000만 원에서 1억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조직문화와 일하는 사람 사이의 마찰은 심해지고, 신입사원은 계속 퇴사를 반복하게 된다. 그 상황에서 기업은 더 이상 새로운 직원에게 투자하기 꺼려진다. 그렇다면 핵심적인 인력만 조직 내에 남겨두고 외주화를 많이 할 가능성이 크다.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기술 기반 산업으로 변화하는 환경도 조직 밖 노동자를 양산하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런 상황인데도 프리랜서의 좋은 삶을 보장하려는 제도는 너무 빈약하다.

프리랜서가 갖지 못한 게 너무 많다. 사회 보장 제도도 그렇고, 노동자의 지위조차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퇴직금도, 실업급여도, 기초 교육도, 미수금이 발생했을 때 상담받을 곳도 없다. ‘스파르타’ 상황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래서 최소한의 안전망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코로나 시기 공연예술계 프리랜서들의 삶이 위협받지 않았나. 이들을 어떻게 지켜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프리랜서의 노동 단가 문제도 심각하다. 일단 단가가 오르지 않는다. 글값은 20년째 똑같다. 그렇다 보니 일을 해도 최저 생계비를 벌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단가 조사를 해서, 공정한 거래 단가는 얼마여야 하는지를 정할 필요가 있다.

프리랜서를 고민하는 이에게 한 가지 조언을 건넨다면?

일단 첫째로, 회사 다니기 싫어서 프리랜서를 하는 건 말리고 싶다. 왜 회사를 다니기 싫은지, 그리고 프리랜서가 되면 그 고민이 해결되는지를 잘 분석해야 한다. 나인투식스가 싫어서 프리랜서를 하는 거면 좋은 선택일 수 있지만, 사람이 만나기 싫어 프리랜서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또, 하나는 꼭 이야기해 주고 싶은데,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싶다면 1년 치 생활비를 만들어 놓고 시작하라는 것이다. 프리랜서 특성상 돈이 들어오는 시점이 모두 다르다. 불안정하게 생활하다가 다시 회사에 입사하고, 퇴사하는 식이 반복될 수 있다. 최소한의 안정 자금을 확보해두고 천천히 일을 시작하는 게 좋다.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최대한의 전세 대출을 받아 놓고 나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웃음)

프리랜서로서, 이다혜로서 미래는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

올해 대학원에 가게 됐다. 불안정 노동에 관해 연구하게 돼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다. 〈프리낫프리〉를 만들고, 교육도 하면서 느낀 건 프리랜서가 정말 많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사회의 제도와 정책이 그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런 부분들을 조금 더 연구하고, 정책적 기반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 불안정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제도나 정책을 만들 때 확실하게 호통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글 김혜림 에디터